[동아일보]
경기화학 인수 5년만에 매출 3100억 이룬 KG케미칼 곽재선 회장
“함께 도시락 먹으며 애로사항 듣고 노하우 많은 퇴직자 재고용하니 부도위기 회사 우량기업 됐죠”
쓰러져가는 기업을 인수해 흑자기업으로 전환하는 것만큼 기업인에게 희열을 안겨주는 일은 없다. 더구나 사양산업으로 분류되는 업종에 뛰어드는 건 모험적 기업가 정신이 없으면 생각하기 힘들다.
KG케미칼의 곽재선 회장(50·사진)은 1999년 법정관리에 들어간 비료 생산업체 경기화학을 2003년 인수해 매출액 3100억 원짜리 우량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비료산업에 이어 택배, 에너지, 전자상거래 분야로 광폭 횡보를 거듭하고 있는 곽 회장의 성공 비결을 들어봤다.
○ ‘도시락 간담회’로 스킨십 경영
경기화학을 인수한 첫해 곽 회장은 직원들의 의식구조 개혁부터 착수했다.
곽 회장은 실무자들에게 처음 지시한 경영 목표치를 찢어버리고, 전년보다 2배 가까운 수치로 고쳐 적었다. 그가 보기에 직원들의 자신감과 도전의식은 한참 부족했던 것.
고민 끝에 곽 회장은 전 직원과 함께 경기 하남시에 있는 ‘가나안 농군학교’로 무작정 내려갔다. 3박 4일 동안 손수 농사를 지으면서 직원들과 직접 소통했다.
그는 첫날 강의시간에 마이크를 잡고 ‘진정으로 사랑하는 건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라는 ‘어린 왕자’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적극적인 업무자세를 강조했다.
회사로 복귀해서는 이른바 ‘도시락 간담회’로 불리는 본격적인 스킨십 경영에 들어갔다. 직급별, 사업본부별로 모든 직원을 만나 도시락을 함께 먹고 차를 마시면서 그들의 애로사항을 들었다. 간담회가 끝나면 주요사항을 정리해서 회장이 해당 임원에게 직접 전달해 현장의 목소리가 경영에 바로 반영되도록 했다.
바쁜 와중에도 곽 회장은 7개 계열사의 사원과 대리급 직원 100여 명을 만나는 데에만 20회의 도시락 만찬을 가졌다.
○ ‘고용안정’으로 직원들에게 보답
곽 회장은 회사를 살리기 위해 직원들의 자기희생만 요구하지 않았다. 마음 편히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고용안정에 최대한 힘을 기울였다. 이를 위해 노조를 설득해 2005년부터 임금피크제를 전격 시행하고 정년퇴직자 재고용도 실시했다. KG케미칼은 2003년 인수 이후 한 번도 인위적 구조조정을 한 적이 없다.
2007년에는 직원 정년을 58세로 늘리고 △56세 근로자는 기본급의 80% △57∼58세는 70% 수준으로 조정했다. 또 정년퇴직한 현장 근로자를 재고용하면서 그의 자녀를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곽 회장은 “퇴직자들은 외부 기온에 따라 비료의 온도를 맞추는 등 여러 가지 기술적 노하우가 풍부해 회사에 큰 보탬이 된다”고 말했다.
KG케미칼은 2003년 경기화학에 이어 지난해 택배사인 옐로우캡과 전자결제 업체인 티지코프를 잇따라 인수했다. 능력 없이 확장하는 건 문제지만 감당할 수 있는 성장은 지속하는 게 기업의 사명이라는 곽 회장의 평소 지론에 따른 것이다.
곽 회장은 “농촌 지역을 담당하는 옐로우캡 사원은 KG케미칼의 비료영업도 겸하는 식으로 새로 진출한 분야에서 색다른 사업 아이템을 적용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하루 20만 명의 고객을 만나는 택배사의 특성을 이용해 여론조사 업무를 접목하는 계획을 구상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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