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사장 5개월
LG 최고경영자(CEO) 시절 ‘혁신 전도사’로 불렸던 김쌍수(사진)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2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약 5개월간의 공기업 CEO 생활에 대한 소감을 피력했다.
김 사장은 “직원들이 ‘안 됩니다’라는 말을 많이 했는데 그때마다 ‘되도록 시도는 해봤어’라고 되묻는다”며 “‘안 된다’는 말은 자신이 맡은 일을 그만큼 고민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 직원들이 주어진 범위 내에서만 일하려 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으려 해 답답했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한전 관계자는 지난해 지방지사의 업무보고 자리에서 있었던 한 일화를 소개했다.
당시 김 사장이 “345kV 철탑에 756kV 송전선을 같이 걸어서 보내면 어떠냐”고 질문하자 지방지사 직원들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송전 전압이 다르면 송전탑을 따로 건설하는 것이 한전의 ‘상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원들이 재검토해본 결과 일부 보완조치를 하면 전압이 달라도 한 송전탑을 이용해 송전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이어 “기업에 있을 때는 앞만 보고 달리면 됐는데 공기업에 오니까 정치적인 영향 등 이것저것 고려해야 되는 게 너무나 많았다”고 털어놨다.
김 사장은 한전이 부동산 개발사업 등 부대사업에 진출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한전도 다양한 부대사업을 하려 했더니 정관에 ‘한전은 전력 관련 사업만 할 수 있다’고 돼 있어 불가능했다”며 “원가 이하로 전력을 공급해 손해를 보는 구조를 만회하기 위해선 부동산 개발과 같은 부대사업을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한전이 소유한 토지는 모두 1805만1000m²(약 547만 평)이다. 이 중에서 변전소 옥내(屋內)화 등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유휴지는 42만9000m²(약 13만 평) 정도다.
“혁신 전도사라는 별명에 걸맞게 혁신으로 손해를 만회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김 사장은 “그건 상황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고 일축했다. 한전의 전체 비용 중 발전 원가가 약 70%를 차지하기 때문에 아무리 인건비를 줄이고, 효율을 높여도 큰 틀을 바꾸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는 또 “지난해 각종 경비절감을 통해 1조 원 이상을 아꼈지만 여전히 적자가 났다”며 “궁극적으로 원자재 가격과 전기요금을 연동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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