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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아프니까 중간관리자’라고?

김현진 | 391호 (2024년 4월 Issue 2)
국내 최대 온라인 팀장 커뮤니티 ‘팀장클럽’을 둘러보다 보면 일면식이 없는 회원들 사이에서도 유독 끈끈한 돈독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빌런 상사와 무개념 부하 직원 사이에 끼어 전쟁처럼 느껴지는 일터에서 겪는 일들이 직종에 상관없이 본질적으로 대동소이하기 때문일 겁니다.

임원급 경영진과 사원들을 잇는 중간관리자는 조직 내에서 실제 중요도만큼 귀하게 대접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팬데믹 상황에서의 원격 근무, 수평적 조직 운영체계로의 변화 가속화 등은 중간관리자들의 존재감을 희석시키는 역할을 했습니다. 심지어 메타의 CEO인 마크 저커버그와 X의 일론 머스크 등 빅테크 기업 경영자들은 지난해 대규모 해고를 발표하는 시기, 중간관리자들을 지목해 ‘조직 내 부정적 존재’라고 공개 저격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기업 내 의사결정 과정에서 옥상옥 구조를 줄이고 엔지니어들과 경영진의 거리를 좁혀 조직을 더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데 있어 중간관리자는 걸림돌이 된다는 논리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앤드컴퍼니가 중간관리자를 재조명하기 위해 지난해 발표한 설문조사와 리포트는 이들의 가치와 역할을 재발견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연구에 참여한 맥킨지 파트너들은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기고문에서 “중간관리자들을 성급하게 정리하다간 나중에 큰 희생을 치르게 될 것”이라며 “중간관리자는 특히 빠르고 복잡하게 변하는 경영 환경에서 필수적인 인재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잘 키운 중간관리자’ 하나가 기업에 엄청난 가치를 가져다줄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숫자로도 입증된 바 있습니다. 뛰어난 관리자가 있는 회사는 그렇지 못한 회사 대비 장기적으로 재무 상태가 우수할 가능성이 4배나 더 높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중간관리자를 ‘계륵’과 같은 존재로 치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통계입니다.

중간관리자는 조직 내 어떤 계층보다 충성심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경영대학원과 MIT 슬론경영대학원 연구진에 따르면 중간관리자들은 하위급 임원이나 일반 직원에 비해 최고경영진의 어젠다에 순응하려는 성향이 높았습니다. 그렇기에 자신의 의견을 솔직히 밝히기 어려워한다는 게 연구진의 주장입니다.

위아래로 치어 이미 ‘번아웃’을 경험하는 중간관리자들에게 뜻밖의 새로운 업무가 주어지는 일도 일상다반사입니다. Z세대 등 신입 사원 ‘민심 잡기’에 주력한 나머지, 중간관리자들에게 ‘젊은 직원들의 이직률을 낮추기 위해 코칭을 강화하라’는 등 유례없는 미션을 내리는 것이 그러한 예 중 하나입니다. 중간관리자들은 이러한 생소한 임무까지 수행하느라 ‘이미 젖은 손이 마를 날 없는’ 일상을 보내게 됐다고 호소합니다.

이처럼 조직이 요구하는 역할은 늘어나는 데 비해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적다는 점도 이들을 지치게 합니다. 맥킨지의 설문조사 결과, 각국의 중간관리자 984명 가운데 42%는 ‘조직이 능력 있는 관리자로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지 않고 있거나 앞으로도 도와주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반면 ‘조직이 성장을 도와줄 것이라’라는 답변은 20%에 그쳤습니다.

중간관리자들을 동기부여할 때 기억해야 할 원칙 중 하나로 ‘당근이 채찍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할 것(The carrot shouldn’t feel like the stick)’이 꼽힙니다. 이를 지키기 위해선 조직이 나서 대상자들이 원하는 보상이 어떤 형태인지 면밀히 알아보고 필요한 지원책을 자발적으로 마련하려는 노력이 필수적입니다.

이번 호 DBR 스페셜 리포트는 조직의 ‘허리’로서 묵묵히 제 할 일을 해가는 중간관리자들이 즐겁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지침들을 담았습니다. ‘아프니까 중간관리자’라는 자조 섞인 현실. 이젠 바꿀 때도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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