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Leadership

편가르기하는 선동형 리더, 조직 크게 망친다

박종규 | 378호 (2023년 10월 Issue 1)
Based on “The rise of dishonest leaders: Causes and solutions” (2023) by Huppert Elizabeth and Levine Emma in Academy of Management Perspectives, Vol.37 Issue 3, p239-251.



무엇을, 왜 연구했나?

정직함은 인간이 추구하는 기본적 가치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사람에겐 정직함의 가치가 이전보다 못하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SNS에서는 정보의 진실성과 정확성보다는 정보의 공유와 확산만을 목적으로 하는 가짜 뉴스들이 넘쳐나는 것처럼 말이다. 리더십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최근 몇 년 동안 부정직한 사람들도 별문제 없이 리더의 자리에서 권력을 유지하고 행사하는 것을 목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복잡한 개인사나 코로나19 팬데믹을 두고 여러 가지 거짓말을 한 사실이 밝혀졌는 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지지자를 거느리고 그들의 전폭적인 신뢰를 얻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정직함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났을 뿐 아니라 사람들이 때로는 부정직함을 더 중시하거나 심지어 이용하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어떤 리더들은 거짓된 정보를 가지고 지지자들을 선동해서 결집시켜 나와 다른 편(외부 그룹)을 철저히 구분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객관적 팩트와 상관없이 그 리더는 우리 편(내부 그룹)에게는 부정직한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선의를 가지고 열정적으로 갈등을 해결하려는 훌륭한 리더로 비춰지곤 한다.

미국 노스웨스턴대와 시카고대 연구진은 이런 모순적인 현상에 주목했다. 어떤 상황에서 부정직한 리더가 좋은 리더로 추앙을 받고, 또 그렇게 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이런 부조리한 상황을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해 연구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연구진은 그룹 간 갈등 상황, 그 상황에서 야기될 수 있는 ‘제로섬 사고 (Zero-sum thinking)’가 이 현상의 중심에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제로섬 사고는 대립을 기본 가정으로 한다. 제로섬 상황에서 총합은 고정돼 있기 때문에 한쪽이 커지면 다른 한쪽은 작아진다. 누군가 이득을 보면 그만큼 다른 누군가는 손해를 본다. 남이 잘되면 나는 무언가를 잃는 피해자가 되는 것이다.

그룹과 그룹 간에 갈등이 생겼을 때 ‘우리(us)’와 ‘남(them)’을 구분 짓는 제로섬 사고에 기반한 대립 구도를 만든다면 우리 편에 대한 열정과 지지는 종종 상대편에 대한 미움과 혐오로 연결된다. 만약 우리 편이 질 것 같은 위기 상황이 닥치면 윤리와 정직 같은 장기적이고 도덕적인 가치들은 배제된 채 단기적 성과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경우도 많다. 일단 이기고 보자는 생각에 부정직함과 거짓이 정당화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정직한 리더가 유능한 리더로 포장되는 것이다. 윤리적이고 정직한 리더는 해당 조직의 생존과 성공에는 관심이 없는 무능한 리더로 비쳐지고 강한 비난을 받기도 한다. 특히 집단 간 갈등이 발생했을 때 우리 편의 승리만이 리더의 최우선 과제로 인식될 수 있다. 이때 리더는 구성원들을 보호하고 자신의 책임을 다한다는 명분하에 굳이 장기적인 이익과 가치, 즉 정직함까지 중시할 필요가 없게 된다. 승리가 모든 가치에 우선하기 때문이다.

GettyImages-966904852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그룹 간 갈등 상황에서 발생되는 제로섬 사고와 리더의 거짓말을 막을 수 있을까?

첫째, 갈등 상황에서도 경쟁적이고 비교하는 말들을 덜 사용하고, 상대적이지 않고 절대적인 그룹 내의 이익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 승리에만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상생(win-win) 관점의 해결책을 강조함으로써 외부 그룹에 대한 적대감을 줄이고, 패배 가능성에 대한 걱정을 완화시켜야 한다. 가능하다면 갈등 그룹 간의 공통된 정체성과 사명을 상기시키거나 강조하는 것도 집단 간 적대감을 줄일 수 있다. ‘경쟁 우위 확보(Comparative advantage)’라는 기업 경영의 주요 가정을 고려했을 때 타 조직과의 경쟁과 갈등을 피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그 상황에서 발생하기 쉬운 제로섬 사고를 어떻게 하면 최소화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둘째, 리더들은 근시안적 사고에서 벗어나 개인과 조직의 장기적 성공에 초점을 둬야 한다. 우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부정직함이 초래하는 많은 문제점을 알고 있다. 부정직한 리더는 단기적인 승리를 가져올지 모르겠지만 결국 비윤리적이고 냉소적인 조직 문화를 만든다. 리더의 거짓말에 대해 구성원들이 초반에는 우리를 지키기 위한 선의의 거짓말이었다고 받아들일지 모른다. 하지만 결국엔 리더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그다음에 하는 언행들을 거짓으로 여기게 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그 언행이 진실한지 여부와 상관없이 말이다. 리더들은 조직 구성원들의 결속력과 몰입이 단기적 성과로 인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누적돼 만들어진 결과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리더는 타인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부정직하고 비윤리적인 리더가 해당 조직과 구성원들에게 미치는 해악은 생각보다 매우 크고 또 위험하다. 리더는 조직의 장기적인 성공을 위해 비윤리적인 행위들을 규제하고 그 확산을 막아야 하는 책임을 가졌다는 것을 명심하고, 자기 자신부터 정직함과 윤리성을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비록 쉽지 않겠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기본적인 가치를 지키는 것이 결국 나 자신과 조직 모두에 성공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 박종규 | 뉴욕시립대 경영학과 조교수

    필자는 성균관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LG인화원에서 근무했으며 타워스왓슨과 딜로이트에서HR과 전략 컨설팅을 수행한 바 있다. 현재 미국 로스웰앤드어소시에이츠(Rothwell & Associates)의 파트너로도 일하고 있으며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리더십과 조직 개발이다.
    jonggyu.park@csi.cuny.edu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