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Interview: 소니아 보이예 NBN CO 최고데이터책임자

“데이터 기반 조직?
직원들이 ‘Why’를 알게 하라”

조호연 | 369호 (2023년 05월 Issue 2)
편집자 주
이 원고는 데이터 기반 조직 컨설팅 및 교육 업체 딥스킬의 조호연 연구소장이 호주 시드니에서 소니아 보이예(Sonia Boije) NBN CO 최고데이터책임자(CDO)를 직접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Article at a Glance

데이터 기반 조직의 핵심은 데이터 전략을 비즈니스 전략에 맞추는 것이다. 조직의 전략적 목표를 뒷받침하지 않는 데이터 전략은 존재 의미가 없다. 또한 데이터 기반 조직이 돼야 하는 이유(why)와 이를 위한 협업과 그 여정은 전사 차원에서 직원들이 참여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직원들의 데이터 리터러시를 체계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비즈니스 구성원들이 새롭게 창출된 기회와 기능을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지 못한다면 데이터 기반 조직에 부여되는 차별점도 유명무실해질 것이다.




20230516_115532

데이터가 급증하고 AI, 자동화, 머신러닝 등 관련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많은 기업이 데이터는 단순히 사업 활동의 부산물이 아니라 강력하고 값진 자산이라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반면 조직 차원의 혁신은 더디게 이뤄지고 있는데 실제로 포천 1000대 기업과 주요 기관 임원을 대상으로 2023년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우리 기업이 데이터 기반으로 운영된다고 응답한 이는 전체의 24%에 그쳤다. (그림 1)


데이터 기반 조직으로 혁신을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호주의 국가 인터넷망을 관할하는 정부 기업인 NBN CO에서 최고데이터책임자(Chief Data Officer, CDO)로서 데이터 기반 조직을 이끌고 있는 소니아 보이예(Sonia Boije) 를 만나 데이터를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업무 방식, 전략, 변화, 소통, 특히 데이터 리터러시의 확립 측면에서 대기업이 데이터 기반으로 나아가는 여정에 관해 물었다. 소니아는 글로벌 기업에서 데이터 혁신 담당 조직을 진두지휘한 경험이 있는 CDO이다. 스웨덴 최대 정보통신기업인 에릭슨(Ericsson)에서 데이터 활성화 부서(Data Enablement Office)를 이끌었다. 현재 NBN CO를 데이터 기반 조직으로 탈바꿈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또한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객원 교수로 MBA 학생들과 기업 리더를 대상으로 데이터 전략과 혁신에 관해 강의하고 있다.


Sonia_Owen-5


한국에서 데이터 기반으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인식과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데이터 기반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조직에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조직의 성격에 따라 고려해야 할 사항이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금융이나 IT 기업은 이미 일상적인 사업 운영에 데이터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략을 추진하는 기업이 이미 많은 혜택을 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조직에 적용되는 고려 사항으로 다음을 강조하고 싶다.

먼저, 임원진은 데이터 기반 조직이 되려면 어떤 프로세스가 필요한지, 무엇보다 그렇게 돼야 할 ‘이유(Why)’는 무엇인지를 완전히 이해하고 뜻을 같이해야 한다. 여기서 ‘이유’란 조직의 최상위 목표로서 그들이 원하는 위치와 그것을 보조하는 논리를 말한다. 예를 들면, “데이터를 활용해서 경쟁 우위를 얻고 싶다”와 같은 것이 최상위 목표가 될 수 있다. 이런 목표는 “데이터 분석 역량을 통해 인사이트 기반의 영업을 비롯해 의사결정 능력을 높인다”라든지 “유지 보수와 선제적 지원으로 고객 경험을 향상한다” 같은 구체적인 역량 선언으로 뒷받침할 수 있다. 이런 내용에 따라 명확한 업무 지시가 이뤄지고 조직원 전체가 그 ‘이유’를 인지하게 만들어야 한다. 초기에는 조직원 전부가 그 여정에 자발적으로 합류하지 않을 수 있지만 데이터를 조직의 귀중한 자산으로 만들어야 한다(“Data as an asset”)는 미션을 모두가 처음부터 납득해야 한다. 회사 데이터는 IT 담당자들에게만 국한된 과제나 기회가 아니라 조직원 모두에게 유익하다는 것을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두 번째로 시급성을 인식해야 한다. 활용할 데이터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기술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기 때문에 데이터를 이용하지 않는 조직은 뒤처질 수밖에 없다. 경쟁사들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그들의 제품이 어떻게 사용되고, 고객은 어떤 행동을 하고, 회사 서비스가 어떻게 평가받는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쌓고 혜택을 누리는데 당신의 회사는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될까?

게다가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면서 데이터를 제대로 관리하는 조직과 그렇지 않은 조직이 확연히 구분됐다. 예를 들어, 환자 입출입과 리소스에 대해 정확한 데이터를 가진 의료기관들은 부속 병원들과 협력해서 코로나 환자들을 원활히 치료할 수 있었다. 또 팬데믹이 데이터 기반으로 변화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기도 했다. 예컨대, 조직들이 직원과 제품과 서비스를 관리하듯 데이터의 우선순위를 정하면서 보유 데이터의 자산 가치를 이해하고 평가할 수 있게 됐다.

또 글로벌 관점에서 세계 각 지역들이 데이터 성숙도나 관리 측면에서 수준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데이터 관련 성숙도가 일반적으로 높다고 분류될 수 있는 지역이 있는 반면 이제 막 여정을 시작했다고 봐야 할 지역들도 있다. 글로벌 규모로 사업을 벌이는 기업이라면 이를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데, 특히 남들보다 성숙도가 떨어지는 지역에서는 선도 지역들의 관행을 지켜보면서 더 쉽게 이점을 취해 데이터의 잠재력을 실현하는 여정을 훨씬 단축시킬 수 있다.


성공적인 데이터 전략의 핵심 요소는 무엇인가? 조직의 리더들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전반적인 비즈니스 전략을 이해하고, 그런 다음 이를 뒷받침하는 데이터 전략을 짜야 한다. 만약 두 전략이 서로 부합하지 않거나 지원하지 않는다면 다시 질문을 해 봐야 한다.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데이터 전략이 수립되면 거기서 창출될 가치에 집중하고 소통하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대다수 직원에게 전략은 상당히 추상적으로 느껴지겠지만 구체적인 결과에 초점을 맞춰 소통하면 다들 본인의 업무와 연관시킬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데이터에 대한 권한을 민주화하는 방향으로 데이터 전략을 짰다면 이를 위해 조직 내부에 데이터 마켓플레이스를 구축하는 등의 구체적인 방안을 추진할 수 있다. 그다음에 데이터 민주화 수준이 얼마나 높아졌고, 이로 인해 얼마나 많은 가치가 창출됐는지 비교적 쉽게 측정할 수 있다. 직원들이 데이터 유스 케이스를 해결하는 데 보유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액세스했고 사용했는지, 얼마나 후속 사용으로 이어지는지가 바로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리더들은 앞서 강조한 ‘이유’를 이해하고 전달해야 하며 데이터 담당자들이 해야 할 일들을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어느 지역을 이끌고 어떤 부서를 책임지든 데이터를 지속적인 의제로 삼는 것은 모든 리더의 의무이다.


2


어떻게 데이터 전략과 비즈니스 전략을
서로 맞출 수 있을까?

비즈니스 전략의 주요 목표를 이해하고, 그런 다음에 데이터로 지원 가능한 영역들을 판별해야 한다. 바로 그 영역들이 데이터 전략의 주요 목표가 된다. 그러고 나서 그 목표들을 해결해야 할 실질적인 데이터 유스 케이스와 연결하면 된다.

예를 들어, 조직의 비즈니스 전략 목표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내부 프로세스를 최적화하는 것처럼 기업의 기본 운영 방식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해보자. 이때 데이터 전략의 목표는 내부 프로세스와 관련된 모든 데이터의 품질을 확인하고 보장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목표가 확정되면 예측적 분석 기법과 결합해 바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프로세스 최적화의 대표적인 예로 직원 유지율이나 대금 체납 위험을 감지하는 것을 들 수 있다.

데이터와 비즈니스 전략을 연계하는 또 다른 예로 고객의 피드백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사례를 들 수 있다. 과거에 설문 조사 등 제한적인 방법으로 오랜 시간과 비용을 써야 얻을 수 있는 고객의 목소리를 이제는 디지털 기반으로 빠르게 수집할 수 있다. 이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개선한다면 속도감 있는 제품 전략을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다. 제품 성능과 디자인을 개선하는 R&D 피드백 루프를 통해 차세대 기능을 선제적으로 도입하고 제품 포트폴리오를 적시에 최적화할 수 있다.


조직 혁신을 추진하면서 데이터 기반으로의 변화를 통해 조직의 활력을 창출한
구체적인 예가 있다면?

데이터가 가진 잠재력이 완전히 인정받았을 때 상당한 활력과 열정을 창출할 수 있다. 가령, 과거엔 수작업으로 처리하느라 시간을 잡아먹었던 공급 업체 결제 프로세스를 바꾸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고작 몇 년 전만 해도 서면 인보이스를 받아서 수표를 지급하거나 직접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그런데 오늘날 결제를 포함한 전 과정이 디지털로 처리된다. 이런 경우에 일반적인 비즈니스 시나리오는 전체 결제 프로세스에서 수동 개입 회수를 12번에서 1번으로 줄이고, 데이터 정확도를 높이고, 프로세스 리드 타임을 주 단위에서 시간 단위로 줄이는 것이 된다. 이런 사례가 탁월한 이유는 대부분의 대기업이 오랜 시간에 걸쳐 복잡한 프로세스들을 구축해 놓기 때문에 직원 대부분이 어떤 식으로든 거기에 관련돼 있고, 그래서 관심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이런 해법은 그 자체로도 좋은 결과지만 어떤 데이터 유스 케이스를 우선적으로 채택할 것인지를 평가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비즈니스 가치의 극대화에 있다. 데이터 관련 페인포인트의 해결이 조직 전반에 걸쳐 다수의 시나리오에 영향을 주는 유스 케이스가 대개 그런 경우에 속한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면 데이터 전문가 조직이 자연스럽게 상당한 활력을 창출하고 동조를 얻을 수 있다.


비즈니스 이해관계자들과 데이터 전문가는 어떻게 협력하는 것이 효과적일까?
중앙집중식이 좋을까, 분권화 방식이 좋을까?

중앙집중 방식과 분권화 방식의 데이터 모델이나 거버넌스 중 무엇을 택할지는 해당 조직의 특성에 따라 달라지는데 사실 중앙집중식과 분권화식 요소들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모델을 택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재미있는 사실은 소셜미디어나 엔터테인먼트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는 기업들처럼 데이터 성숙도가 높은 ‘본 디지털(born digital)’ 조직들은 대개 분권화 방식으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어떤 모델을 따르든 진지한 협력 없이는 조직을 혁신할 수 없다. 협력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내 경험상 협력에는 지속적이고 집중적인 노력, 반복적이고 개방적인 접근법, 공동 목표의 확립과 그에 대한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이 동반돼야 한다. 데이터 기반 조직을 구축하려면 사업부 자체를 고객으로 간주해야 한다. 그 고객에게는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충족해야 할 요건들이 있다. 데이터와 IT 담당 부서는 고객의 목표 달성을 가능하게 하는 실행 주체로서 고객과 함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모든 조직은 그들이 수행하는 일의 본질, 그들의 문화와 가치에 맞는 업무 및 협력 방식을 찾아야 한다. 다만 조직의 협력 관리 방식과 별개로 데이터에 대한 전사적 마인드셋(Enterprise Mindset)이 확립돼야 하는데, 이는 곧 데이터와 그 활용 방법을 조직원 전체가 기본적 수준에서 이해하는 것을 의미한다.

GettyImages-1460848429_[변환됨]



내부 직원들을 일명 ‘시티즌(Citizen)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양성하려면 어떻게 교육해야 할까?

앞서 말한 ‘전사적 마인드셋’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직원들이 ‘더 큰 그림’을 이해할 수 있도록 조직 전체가 기본 지식을 확보하는 게 필수적이다. 이를 바탕으로 좀 더 전문적인 경로를 만들어 특정 업무 분야에 속한 직원들의 역량 개발을 촉진할 수 있고 그들이 데이터 여정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또 조직의 리더들은 일련의 데이터 관련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규명하고 직원들이 그런 학습에 필요한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교육 자체만 놓고 보자면 교육 자산은 우선 확장성이 용이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디지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다양한 학습 스타일에 맞는 일련의 학습 형태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가령 전사적 마인드셋을 확립하는 목표를 지원하고 조직 전체가 기초적인 수준의 데이터 과학 소양을 쌓도록 교육적이면서도 흥미로운 짧은 동영상을 만들어 배포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핵심성과지표(KPI)를 설정하거나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 영상을 봤는지 모니터링하기가 쉽기 때문에 직원들이 해당 주제를 기본적인 수준에서 이해하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다. 인포그래픽이나 간단한 퀴즈같이 짧고 흥미로운 형태의 교육은 인식과 기본 지식을 확립하는 데 효과적이다. 그런 ‘기본’ 수준의 지식은 이후 좀 더 특화된 역량에 초점을 맞춘 전문적인 교육으로 보강할 수 있고, 그런 지식과 능력을 인정하는 공식적인 인증과 자격증으로 뒷받침할 수 있다.


데이터 기반 조직에서 사업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데이터를 사업부 내 인력이 ‘국소적’으로 관리하든 중앙에서 관리하든 해당 사업부가 데이터 전략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경우든 데이터는 기업의 ‘자산’이므로 항상 더 광범위한 조직의 관점에서 관리해야 한다. 데이터 관리 방식에 따라 다르겠지만 사업부는 그런 혁신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자원을 투입해야 할 것이다.


팀들로부터 데이터 유스 케이스를 수집하는데 데이터로 해결할 문제를 규정하기가 어려운 경우도 많다.
기업이나 사업부가 좋은 유스 케이스, 즉 해결할 문제를 어떻게 도출할 수 있을까?

좋은 유스 케이스를 이끌어내는 핵심은 원하는 결과와 문제가 해결됐을 때 창출될 가치를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이는 데이터 관점에서 ‘발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데이터 전문가 조직은 데이터가 가진 가능성과 그런 가능성의 실현 방법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만 전체 전략에 따라 당면한 고충을 직접 겪고 해결하는 주체는 사업부가 돼야 한다.

일부 조직의 경우 해결 가능한 페인포인트에 어떤 특징이 있는지 교육과 지침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가령, 잘못 기입된 데이터베이스 항목이라고 해서 전부 데이터 페인포인트가 아니고, 관리자에게 요청하면 쉽게 해결될 수도 있다. 이 또한 조직의 성격이나 데이터 성숙도 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데이터 유스 케이스를 다룰 때 데이터 품질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는 경우도 많다.
조직은 데이터 품질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먼저, 데이터 품질은 결국 조직 구성원 모두의 책임임을 인지해야 한다. 데이터를 입력하는 사람이든 고도의 모델링 시나리오에 사용할 데이터를 선택하는 사람이든 말이다.

또 데이터 품질은 상황이나 맡은 직무에 따라 사람들에게 각기 다른 의미를 갖는다. 그런 점에서 모든 이해당사자가 데이터 품질 용어들을 동일한 의미로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서로를 실질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데이터 품질 이슈는 대부분 두 가지 범주 중 하나에 속한다. 첫 번째는 프로세스 관련 이슈이다. 예를 들어, 영업 기회를 모색하는 프로세스라면 마케팅 부서에는 잠재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할 때 사용할 고객의 e메일 주소가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영업팀에는 이러한 정보 수집이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 그런 정보를 수집할 동기가 없을 수 있다. CDO 조직은 이런 프로세스 격차를 확인하고 이를 좁히는 작업 방식을 개발해서 데이터 품질에 영향을 주는 프로세스 문제의 해결 역량을 입증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시스템 관련 이슈이다. 가령, 시스템에 동일한 데이터가 여러 버전으로 존재할 때 보통 데이터가 변질되면서 어떤 버전이 정확한지 판단하기가 어려워진다. 이렇게 되면 부정확한 데이터를 토대로 회사 리소스가 부적절한 잠재 고객을 위해 쓰이면서 비효율적인 마케팅 활동과 판매 기회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데이터 집계와 인적 오류는 중복 데이터를 낳는 일반적인 원인인데 IT 부서를 통해 시스템에서 중복 데이터를 삭제하는 방법으로 직접 해결할 수 있다.


조직원 모두에게 필요한 데이터 리터러시를
어떻게 정의하고 키울 수 있을까?

기본적으로 데이터의 역할과 가치에 대해 전사 차원의 이해가 필요하다. 회사가 어떤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고 있고 기업 가치가 어떤지 직원들이 알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데이터 리터러시 프로그램 또한 일단 이런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데이터 리터러시 프로그램은 데이터 과학이나 분석같이 좀 더 구체적인 역량을 육성하는 특정 학습 ‘경로’를 바탕으로 기회와 교육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확장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명심해야 할 사실은 제아무리 세계 최고의 데이터 거버넌스와 접근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할지라도 직원들이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들의 일상 업무에 활용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가치가 없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조직 관련 문제들을 주로 얘기했다면 이제 CDO와 전문가 조직의 역할에 대해 묻고 싶다.
CDO의 역할은 지금까지 어떤 식으로 변해 왔는가?

CDO라는 직무는 약 20년 전부터 존재했고 그동안 아주 많은 변화를 겪었다. 초기에 CDO의 역할은 정책 실행을 지원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데 국한돼 있었다. 그러다 효율성, 이를테면 데이터 아키텍처 이니셔티브 등을 통한 비용 절감을 목표로 CDO의 역할 범위가 확대됐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많은 CDO가 이익 창출에 초점을 맞춘다. 요컨대, 다수의 기업이 일상적인 비즈니스의 일환으로 생성된 데이터를 수집하고 수익화한다. 가령, 은행들이 서드파티 업체와 손을 잡고 고객 영수증을 디지털화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서비스는 고객에게 무료로 제공되다 보니 고객들도 자신들의 구매 데이터가 수집되고, 익명 처리된 후 소매업체에 판매되는 데 동의한다.

물론 CDO의 책임 영역은 조직의 성숙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CDO라면 모두 조직의 변화를 주도하고 관리하는 데 관여할 가능성이 크다. 데이터 혁신이라 하면 흔히 기술과 IT 혁신에 국한될 것으로 여기지만 이는 오해다. 문화적, 행동적 변화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HR, 커뮤니케이션 파트너들과 협력하면서 혁신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사람’ 관련 이슈들에 답하고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조직에는 데이터의 이점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적절한 기술이 있는지, 데이터 기반 조직이 되는 데 필요한 문화적 변화는 어떻게 이룰 수 있는지, 비즈니스 전략 전반에 걸쳐 우리가 나아갈 여정을 어떻게 하면 가장 잘 설명할 수 있을지 파악하고 해결해 나가야 한다. 이런 광범위한 문제들을 고려해 본다면 현대의 CDO는 전문가 조직만을 이끄는 스페셜리스트이기보다는 회사의 총괄 임원인 제너럴리스트로서 맡은 임무를 더 쉽게 완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GettyImages-1465908425



앞으로는 CDO의 역할이 어떻게 진화할까?

향후 CDO의 역할은 조직 및 기관 사이의 협력을 통해 사회적 이익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오늘날은 물론이고 미래에도 데이터의 중요성은 지속될 것이고, 그런 만큼 데이터의 잠재적 이점은 단일 기업이나 조직, 기관으로만 한정될 수 없다. 다양한 데이터세트를 결합하고 분석하면 잠재적으로 사회 전반에 귀중한 인사이트를 제시할 수 있다. 오늘날에도 자연재해 같은 위기가 발생하면 기업들이 봉사 활동에 발 벗고 나선다. 앞으로 기업들은 사회적 이익을 위해 더 적극적인 접근 방식을 취할 것이다. 탄소배출량 감소와 예방의학도 그런 협력이 가능한 후보 분야라고 볼 수 있다.


데이터 윤리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관련 논의가 복잡해지고 있다.
기업이나 기관들의 데이터 윤리 의식을 높이기 위해 조언한다면?

데이터 윤리는 정말 중요한 주제다. 그런 만큼 데이터 윤리 지침이나 원칙은 뭐가 됐든 조직의 비즈니스 윤리 강령만큼 중요한 의제로 삼아야 한다. 데이터 작업 중에는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윤리를 훼손할 위험이 있다. 그리고 윤리를 위반한 조직에는 심각한 결과가 따를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데이터 윤리는 기업들이 일반적인 법규 준수 측면에서 어떤 ‘권리’를 갖고 있든 상관없이 데이터와 관련해서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되는 아주 중요한 영역이다. 예를 들어, AI와 관련해서 자동화된 결정을 내리기 위해 일련의 익명화된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은 법적으로 허용되는 행위일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결정이 부당한 편견이나 결과를 만들어 내거나 강화한다면 데이터 사용에 대한 결정은 비윤리적인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 가령, 챗GPT같이 이제 막 등장한 차세대 AI 기술을 보면 그 기능 자체는 놀랍지만 지적재산권이나 체계적인 편향, 부적절한 콘텐츠의 효과적 필터링 측면에서는 윤리적인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기술이 윤리적 인식보다 더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의 가능성을 활용하려는 데이터 실무자와 조직에 대한 윤리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

최고경영진이 데이터 윤리 문제를 어젠다로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다음 조직이 데이터 윤리에 대해 얼마나 헌신하고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원칙들을 정립해야 한다. 그 내용은 이해하고 전달하기가 쉬워야 한다. 직원들이 데이터 윤리 원칙들을 지킬 것임을 공식적으로 서약하게 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그런 경우 보통 기업의 윤리 강령 문서에 데이터 윤리 원칙들을 포함시키곤 한다. 데이터 윤리 정책은 회사가 현행 법률 및 규정에 따라 가질 수 있는 ‘권리’와 상관없이 데이터 관련 작업이 어떤 식으로 이뤄져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으로 존재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조호연 | 딥스킬 연구소장

    LG전자 전략기획 및 상품기획, 브레빌 데이터 분석팀, 헬스케어 데이터컨설팅 회사를 거친 전략가 출신의 데이터과학자이다. 서울대 경영학과, 영국 케임브리지대 MBA를 거쳐 호주 NSW(뉴사우스웨일즈)대에서 데이터과학 석사 과정을 밟았다. 현재 딥스킬(deepskill.io)의 연구소장으로 강의, 출판, 컨설팅을 통해 여러 기업 및 조직의 데이터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
    owen.cho@deepskill.io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