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원짜리 도시락 하나로 연 매출 1000억 원을 올리는 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단일 메뉴의 도시락을 오전 9시부터 주문받아 1만여 곳의 기업체에 12시 정각에 오차 없이 배달한다. 하루 배달하는 도시락 수는 최대 7만 개.
이 책은 매일 단일 메뉴인 도시락을 팔아 일본 대표 강소 기업으로 떠오른 ‘다마고야’의 성공 비결을 다루고 있다. 다마고야는 도시락 하나로 독보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인정받아 스탠퍼드 MBA의 케이스 스터디로 다뤄지기도 했다.
책의 저자이자 이 회사의 사장인 스가하라 유이치로는 1997년에 이 회사에 입사해 2004년 사장이 된다. 그가 입사할 당시 다마고야의 하루 판매량은 2만 개, 연 매출은 136억 원이었다. 저자는 10년 만에 하루 판매량 3배에 달하는 일 6만 개 판매 기록을 세웠고, 20년이 지난 현재 연 매출 1000억 원을 자랑하며 7배 이상의 성장을 달성했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간 다마고야는 어떻게 업계의 대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책은 그 비결을 무분별한 확장을 경계하고 단단한 성장을 추구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저자는 매출 증가는 기쁜 일이지만 1.5∼2배에 달하는 급격한 성장은 오히려 회사 경영에 마이너스가 된다고 봤다. 매출이 급성장하는 만큼 기업 내 시스템이 감당하지 못하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가 질적으로 하락하고, 결국 불만을 품은 고객이 이탈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는 고객 중심의 기업 철학에도 위배되는 일이었다. 그래서 다마고야는 주문량을 늘리는 데 신중을 기했고 회사의 이익률을 5%로 유지했다. 잉여 이익은 설비에 재투자해 주문량을 늘릴 수 있는 시스템을 세우는 데 썼다. 그 결과 다마고야는 전국 체인점보다도 월등한 생산 라인을 갖출 수 있었으며, 이는 매출이 퀀텀 점프하는 데 원동력이 됐다.
그렇다면 스탠퍼드 MBA는 다마고야의 어떤 점에 주목했을까? 다마고야의 비즈니스 모델을 스탠퍼드대 MBA의 SCM(공급망 관리) 강의에 소개한 황승진 교수는 자기 효율성, 고객 중심 사고, 사회적 책임을 이 기업의 핵심 가치로 꼽았다. 다마고야의 기업 철학은 ‘산포요시’로 1994년 존 엘킹턴이 제안한 인간, 환경, 이윤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경영의 성과를 측정하는 ‘트리플 보텀 라인(Triple Bottom Line)’과 일맥상통한다. 다마고야는 기업의 자기효율성을 높이고, 고객 중심 사고로 시스템을 개선하며, 사회적 책임을 고민한다. 이 세 가지를 현실에서 균형 있게 달성하는 건 쉽지 않다.
다마고야는 직원을 뽑을 때 학력이나 경력을 보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인재는 뽑는 게 아니라 키우는 것’이라는 인재 경영 원칙 덕분이다. 다마고야의 채용 기준은 단 세 가지로 ‘정직함, 감사하는 마음, 남 탓하지 않는 태도’다. 이것만 갖추고 있다면 다마고야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칠 수 있는 직원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고 자신한다.
불황 속 오프라인 기업의 약세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는 현재, 작은 가게로 시작해 강한 기업으로 성장한 다마고야의 경영 스토리는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위기의 시대를 극복할 힌트와 용기를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