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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Biz Books

코끼리를 날게하라 外

고승연 | 259호 (2018년 10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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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혁신’에 대해 말하는 시대다 보니 혁신담론 자체에 대한 피로감이 생긴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이 만들어지고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해가는 과정, 기존의 대기업이 스스로의 관성을 벗어던지고 관행을 깨뜨리며 새로운 비즈니스로 신성장 동력을 찾는 모든 과정에는 ‘혁신’이 필요하다. 그리고 여전히 많은 기업은 혁신에 실패한다. 지금까지 나온 ‘혁신 방법론’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집대성한 이 책은 대기업의 TF팀에 있는 사람들부터, 이제 창업을 막 준비하는 젊은 청년들, 은퇴 후 새로운 비즈니스를 고민하는 이들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될 내용을 담고 있다. ‘꿈쩍 않던 코끼리’도 ‘유니콘’처럼 날 수 있게 한다는 뜻에서 책 이름도 ‘코끼리를 날게 하라’다. 저자는 포브스지가 선정한 글로벌 10대 액셀러레이터이자 인스타그램을 초기부터 인큐베이팅한 파운더스 스페이스의 CEO이기도 하다. 책 전반에 걸쳐 실리콘밸리 혁신 기업들의 다양한 사례와 깊은 얘기가 가득 실려 있는 이유는 바로 저자가 가진 경험 때문이다. 우선 다음 본문 내용을 살펴보자.

“창의성은 분명히 혁신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좋은 아이디어를 인지하고 그걸 실행하기 위해 반드시 창의적 천재가 될 필요는 없다. … 사진 공유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인스타그램을 예로 들어보자. 그곳의 창업자들이 창의적 천재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그들이 무엇이 효과적이고 효과적이지 않을지를 배우기 위해 사용자 데이터 분석 과정에 몰두했다는 점이다.”(p.108)

창의적 천재 몇 명이 아이디어를 내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인스타그램 역시 비교적 평범한 사람들이 열심히 데이터를 들여다보고 분석해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직접 인스타그램을 인큐베이팅한 저자의 말이니 반박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이처럼 이 책에는 기존의 ‘혁신 방법론’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면서도 종종 통념을 깨는 조언도 많이 나온다. ‘또 혁신 얘기냐’고 덮어버리기에는 시사점과 교훈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혁신의 의미’부터 성공하는 기업가의 역발상 방법,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처럼 생각하고 실행하는 방법, 저자가 강조하는 ‘급진적 혁신’ 방법론이 자세하게 제시된다.

저자는 “실리콘밸리는 특정 장소가 아니라 사고방식”이라며 “당신의 조직에 실리콘밸리 DNA를 심으라”고 말한다. 이 DNA를 심을 수만 있다면 ‘위대한 모험가’가 리더로 나서지 않아도, 대기업도 충분히 혁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그가 이와 관련해 대기업에 주는 조언이다. 울림이 작지 않다.

“흔히 모험적 기업가에게는 대기업은 상대도 안 될 정도로 엄청나게 강력한 힘이 있다고들 믿는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크건 작건 거의 어떤 조직에나 재능 있고 혁신적인 사람이 존재한다. 그들에게는 단지 기여할 방법이 필요할 뿐이다. 애플, 구글, 아마존은 대기업이다. 그리고 이들은 21세기의 가장 중대한 혁신 몇 가지를 이뤄냈다.”(p.208)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스카이72’라는 골프장은 늘 화젯거리다. 한국을 대표하는 만화가 이현세 화백은 이 책의 서평에 “스카이72에는 늘 바람이 붑니다. 많은 것을 바꾼 유쾌한 바람입니다. 그 바람이 좋습니다”라고 썼다. 기존 골프장이 갖는 엄숙함을 깨고 유머와 유쾌함으로 골프문화 자체를 바꾸는 데 기여했다는 스카이72의 탄생과 성장 과정, 발전 전략을 정리한 책이다. 고객 우선의 경영 철학을 ‘동심경영’으로 표현했다. 국내 최초, 최고의 문화마케터로 불리는 황인선 작가가 스카이72의 팬이자 마케터의 입장에서 상세하게 분석했다. 다 읽고 나면 골프장계의 사우스웨스트항공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국 광고계에 혁신적 발자취를 남긴 광고인이자 카피라이터 고(故) 제임스 웹 영이 남긴 짧고 강렬한 책이다.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자 ‘5단계 발상법’이다. 영이 제시한 ‘수집’과 ‘소화’ ‘부화’ ‘유레카’, 마지막으로 ‘증명’에 이르는 과정은 광고인뿐 아니라 모든 혁신가와 과학자, 예술가에게 적용 가능한 일반적 사고 모형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목 그대로 60분 만에 읽을 수 있는 분량의 짧은 책이지만 여운은 길다. 책상 위에 올려놓고 아이디어가 막힐 때마다 펴 봐도 좋을 듯하다. 아이디어 창출에 관한 책이다 보니 서문도 유명한 뇌 과학자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가 직접 썼다.

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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