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와 인터넷 검색 엔진업체 바이두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여전히 중국 기업들을 남의 것을 모방하는 ‘카피캣’이라고 폄하한다. 실제로 알리바바는 이베이를, 바이두는 구글을, 동영상 플랫폼 업체인 유쿠는 유튜브를 모방했다.
일부는 중국 정부가 인터넷 검열 시스템인 ‘만리방화벽’을 통해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 디지털 기업의 진출을 막았기 때문에 성장이 가능했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중국의 움직임을 결코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고 경고한다. 이미 모바일 분야에선 한국보다 더 앞선 기술력과 서비스를 자랑한다. 중국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으로 택시와 숙소를 예약하고 음식을 배달시켜 먹는 것이 생활화됐다. 모바일 결제 시스템은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서나간다는 평가도 받는다. 드론, 전기자동차와 같은 기술도 글로벌 선두로 우뚝 섰다. 구글, IBM 등 수많은 글로벌 IT 기업도 앞 다퉈 베이징, 선전 등에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과 관련된 연구개발(R&D) 센터를 세웠다.
중국은 어떻게 4차 산업혁명의 중심지로 거듭났을까? 중국 스타트업의 역동성과 혁신 역량이 1등 공신이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급부상한 중국 기업들은 거대 국영 기업이 아니다.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처럼 스타트업에서 출발한 경우가 많다. 이들은 공유경제, 핀테크, O2O(Online to Offline) 등 다양한 서비스를 거쳐 이제는 AI, 가상현실,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최전선에서 활약하고 있다.
중국 스타트업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린스타트업’ 전략이다. 이들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빠르게 시제품으로 만들어낸 뒤 시장의 반응을 살핀 후 제품 개발에 반영한다. 잘못된 가정이나 예상은 접어두고 새로운 전략을 구사한다. 이는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 문화가 있기에 가능하다. 실무 부서에 과감히 권한과 책임을 위임하고 혁신적인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중국 정부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중국은 장기적인 계획으로 중국의 산업구조의 근본부터 바꾸고 있다. ‘중국제조 2025’가 대표적인 예다. 저임금·저기술에서 탈피해 세계 최고의 제조기술을 확보하겠다는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세웠다. 4차 산업혁명 기술과 관련해서도 전폭적으로 지원한다. 중국 정부는 규제된 것 외에 모든 것을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택한다. 규제가 필요한지 여부가 확실하지 않을 경우 시장이 커질 때까지 기다렸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규정을 마련한다.
중국의 혁신은 무서운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저자는 중국과 한국의 기술 격차가 좁혀진 것을 감안하면 5년 내 우리와 중국의 상황이 역전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중국에 진출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다. 한국 기업들이 중국의 혁신을 면밀히 분석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야 하는 이유다.
2017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4%를 넘으면서 한국은 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출산율은 몇 년째 세계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인구 절벽’의 위기론이 실감 난다. 이 이론에 따르면 생산 가능 인구가 줄어들면서 국가 재정이 악화되고, 노인 빈곤 문제가 심각해진다. 급기야 나라가 없어질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일본을 대표하는 경제학자인 저자는 이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한다. 그는 인구, 인구와 국내총생산(GDP) 추이, 인구와 수명의 관계 등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구와 경제 성장은 무관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에 따르면 경제성장은 노동의 ‘생산성’에서 비롯된다. 새로운 경제 성장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사람의 일손을 거들고, 노령 인구에게 필요한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상하이와 베이징 등지에 사는 부유한 사람들 주머니에서 돈은 빼내는 일은 쉽다. 가난한 사람들이 돈을 벌어 쓰게 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의 말이다. 두 저자의 고민도 맥을 같이한다. 이들은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해 볼 때라고 말한다. 신발 한 켤레를 사면 개도국 맨발 어린이에게 한 켤레를 기증하는 방식의 마케팅으로 2016년 전 세계에서 7000만 켤레를 판매한 탐스슈즈가 대표적인 예다. 일본 화장품 기업 시세이도는 원폭 피해로 고통받는 화상 환자들을 돕다가 흉터를 가릴 수 있는 파운데이션을 개발했다. 이외에도 사회공헌을 통해 혁신한 기업 사례 40여 개를 분석해 비즈니스 모델로 정리
했다.
이미영 기자 mylee0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