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경영하라2
최종학 지음/ 원앤원북스/ 1만9500원
#1. 금융위기는 숫자에 대한 신뢰를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장부에 나타난 숫자만 믿고 해당 기업을 철석같이 믿었던 투자자들은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으로 전락한 주가에 망연자실해야 했다. 온전한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 포장돼 있던 각종 채권들은 그 가치를 잃고 수많은 채권들을 연쇄 몰살시켰다. 숫자만 믿고 있다가는 눈 뜨고 코 베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힘을 얻었다.
#2. 전략이나 기획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 중 재무나 회계에 도통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있다. 경영은 직관이나 창의성이 필요한 분야로 일종의 아트(art)에 가깝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숫자를 나누고 쪼개고 분석하는 일은 경영의 본질이 아니며 숫자에 매몰되면 오히려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갈수록 숫자가 설 자리를 잃어가는 지금, 숫자를 제대로 파악하고 관리하는 일이야말로 경영의 핵심이라고 주장하는 책이 나왔다. 저자는 “기업의 모든 활동은 결국 숫자로 표시되며 숫자는 모든 경영 내용을 요약해서 전달하는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작은 개인사업이나 늘 하던 일이라면 모르겠지만 수백억, 수천억 원의 자금을 투자해야 하는 현대의 주식회사가 경영상 중요한 결정을 직관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며 “숫자를 잘 파악하는 것은 경영의 대단히 중요한 분야”라고 강조한다.
CJ가 운영하는 제과점 뚜레쥬르의 베트남 진출 사례를 보자. 뚜레쥬르는 2009년 베트남에 처음 발을 디뎠다. 진출하기 전 현지 지역전문가를 파견해 철저하게 사전조사를 했다. 조사를 마친 후 어느 정도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한 뚜레쥬르는 호찌민시 중심에 있는 유명 제과점 바로 옆에 첫 점포를 냈다. 뚜레쥬르는 현지에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이므로 유명 제과점 옆에 있으면 빵을 사러 온 고객들이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뚜레쥬르를 찾는 손님이 늘면서 이웃에 있던 유명 제과점은 문을 닫았다. 이 결과에 자만하지 않고 뚜레쥬르는 호찌민시 최고급 백화점 내 숍인숍(shop in shop) 형태로 2호점을 냈다. 그리고 전혀 다른 상권과 특성을 가진 지역에 3호점과 4호점을 열고 시장 반응을 계속 살폈다. 여기저기서 입점 요청이 들어왔지만 뚜레쥬르는 당초 계획했던 대로 실험을 계속했다. 현지 특성을 완벽히 파악했다고 자평한 후에야 본격적으로 대규모 진출 준비에 나섰다.
CJ의 사례는 서두르지 않고 철저히 연구한 후 시장에 진입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준다. CJ가 꼼꼼한 시장 조사 없이 일단 의사 결정을 내린 후 상당한 자금을 투입해 베트남 곳곳에 한꺼번에 매장을 열었다면 그 결과는 지금과 달랐을 수 있다. 직관에 의존해 과감하게 결정을 내리느냐, 장기간 공을 들여 숫자를 모으고 그 결과를 분석해 신중하게 접근하느냐의 차이다.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미국 프린스턴대 심리학과 대니얼 카너먼 교수는 “직관으로 성공했다는 사례 중 다수는 그냥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말한 바 있다. 물론 직관도 중요하다. 한국의 다수 대기업은 오너 한 사람의 직관과 추진력에 기대 현재 위치까지 오를 수 있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 오너도 무턱대고 아무렇게나 의사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양한 정보를 수집해서 의사결정을 내리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성공할 수 있는 직관을 배운 것이다. 결국 우리가 직관이라고 생각하는 일련의 사고들은 경험과 지식의 산물이다. 그 밑바탕에 바로 숫자가 있다. 숫자를 제대로 파악하고 관리하는 일은 금메달을 목에 걸기 위해 4년간 땀 흘리는 선수들의 연습처럼 결정적인 순간의 직관을 돕기 위해 소홀하지 말아야 할 작업이다.
슬링샷
가버 조지 버트 지음
좋은책만들기/ 2만원
거인 골리앗에 맞선 어린 다윗은 물맷돌 다섯 개만 골라들고 중무장한 거구 앞에 거침없이 섰다. 저자는 만족을 모르는 소비자를 좀 더 풍요롭게 만드는 혁신적인 사고야말로 골리앗에 맞서는 다윗이 지닌 패기와 같다고 말한다. 혁신적인 사고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우선 상품이 지니는 현재의 전략적 지형을 보여주는 아코디언 차트를 분석한다. 그리고 통념을 뒤집어 경쟁자가 따라올 수 없는 블루오션을 창조해야 한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혁신에 성공한 다양한 사례가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집요한 상상
최종일•김용섭 지음
쌤앤파커스/ 1만5천원
대한민국은 올 연말 새 대통령을 맞지만 어린이 세계에서는 한 대통령이 10년째 장기 집권 중이다. 주인공은 다름 아닌 ‘뽀로로’다. 떼쓰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휴대폰으로, DVD로 뽀로로를 틀어주는 일은 이제 흔한 않은 풍경이 됐다. 이 책은 뽀로로를 탄생시킨 최종일의 경험과 노력을 담았다. 그는 “흔히 크리에이티브라고 하면 ‘유레카의 순간’을 연상하곤 하는데 크리에이티브는 철저한 노력과 고민의 산물”이라며 “노력과 고민이 선행되지 않고 즉흥적으로 나온 창의력은 진정한 창의력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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