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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고전 읽기

무한경쟁시대, 남보다 앞서 ‘스스로를 파괴하라’

이동현 | 84호 (2011년 7월 Issue 1)
 

편집자주 경영학이 본격적으로 학문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지 100년이 넘었습니다. 눈부시게 발전한 경영학은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 학문이자 현대인의 필수 교양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경영학 100년의 역사에서 길이 남을 고전들과 그 속에 담겨 있는 저자들의 통찰력은 무엇인지 가톨릭대 경영학부 이동현 교수가 ‘경영고전읽기’에서 전해드립니다.
 
1980년대 중반 이전까지만 해도 일본 맥주시장에서 신제품은 매년 1, 2개 정도에 불과했다. 심지어 신제품이 단 1개도 나오지 않았던 해도 있다. 그런데 1985년 이후 갑자기 신제품이 6개 이상으로 급증했다. 1989년에는 무려 12개의 신제품이 한꺼번에 선보이기도 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많은 산업에서 이처럼 경쟁이 격화됐고, 종전과는 다른 경쟁 양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1994년 미국 다트머스 경영대학원의 리처드 다베니(Richard A. D’Aveni) 교수는 이런 현상을 ‘무한경쟁(혹은 초경쟁, hypercompetition)’이라고 명명했다. 무한경쟁이란 짧은 제품 수명 주기, 새로운 기술, 예기치 못한 신생기업의 등장, 다양한 업종의 통합 등으로 시장의 경계가 애매해지고, 기업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상황을 의미한다.
 
1964년 펩시가 다이어트 펩시라는 제품을 내놓은 뒤에 경쟁사인 코카콜라가 대응 제품인 다이어트 코크를 시장에 선보인 것은 1982년이었다. 무려 18년간 펩시는 ‘다이어트’라는 제품 카테고리에서 상대적인 우위를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서는 경쟁 양상이 달라졌다. 1983년 펩시가 무(無)설탕, 무카페인 제품을 내놓자 코카콜라는 같은 해에 유사 제품인 무카페인 코크(Coke)로 바로 대응했다. 심지어 1984년 펩시가 인공감미료가 첨가된 신제품을 판매하자, 코카콜라도 단 6주 후에 비슷한 인공감미료 첨가 제품을 시장에 선보였다. 콜라 시장에서도 무한경쟁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면 무한경쟁 상황은 경영자들에게 어떤 전략적 시사점을 주는 것일까? 전통적인 경쟁에서는 선도 기업이 신제품을 내놓으면, 경쟁자들이 모방 제품을 개발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즉, 특정 기업이 경쟁우위를 유지하는 기간이 길었고, 그만큼 경쟁자의 반응속도도 늦었다. 그러나 무한경쟁에서는 특정 기업이 신제품을 개발하면 매우 짧은 시간 내에 경쟁자들이 대응 제품을 선보인다. 따라서 기업이 누릴 수 있는 경쟁우위 기간이 대단히 짧다. 앞서 콜라 전쟁의 사례에서도 다이어트 제품에서는 무려 18년이나 걸렸던 모방 기간이 인공감미료 제품에서는 불과 6주로 줄었다.
 
이런 무한경쟁 시대에 기업에 필요한 것은 원대하고 장기적인 전략이 아니라 짧은 기간 유지되는 경쟁우위를 꾸준히 창출해 시장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는 일이다. 과거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장기간 시장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컴퓨터 운영체제인 도스(DOS)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MS는 1985년 윈도(Window) 1.0을 시작으로 윈도 2.0(1987년), 윈도 3.0(1990년), 윈도 NT(1993년), 윈도 95(1995년), 윈도 98(1998년), 윈도 ME(2000년), 윈도 XP(2001년) 등 윈도 시리즈를 계속 개발했다. 면도기 시장의 강자인 질레트도 1990년 ‘센서’라는 히트 제품을 선보인 뒤에 1993년 ‘센서 엑셀’, 1998년 ‘마하3’, 2002년 ‘마하3 터보’, 2004년 ‘마하3 파워’, 2006년 ‘퓨전’에 이르기까지 혁신적인 신제품들을 꾸준히 시장에 선보였다.  

‘전통적인 장기계획은 역설적으로 장기적인 대비책이 되지 않는다. 경쟁우위가 빠르게 잠식되기 때문이다. 진정한 의미에서 장기적인 성공은 기업 자신의 경쟁우위를 쓸모없게 만들면서 경쟁사의 경쟁우위를 잠식하느냐에 달려 있다. 단순한 장기 전략이 아니라, 단기적인 경쟁우위를 계속 만들어내는 역동적인 움직임이 장기적인 성공의 핵심이다.’
 
마이크로소프트나 질레트 등 무한경쟁 시대의 특성을 잘 이해한 기업들은 두 가지 측면에서 무한경쟁에 적합한 전략을 선보였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선점(先占)을 강조했다. 무한경쟁 상황에서는 특정 기업이 신제품을 통해 수익을 영위할 수 있는 기간이 대단히 짧다. 따라서 시장을 선점하지 않으면, 고객을 확보하고 안정적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 레몬라임 음료 시장은 본래 ‘세븐업’이 선두주자였다. 그러나 코카콜라가 ‘스프라이트’를 내놓으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에 뒤질세라 펩시도 ‘시에라 미스트’라는 신제품을 선보였다. 펩시는 시에라 미스트가 더 깨끗하고 상큼한 레몬라임이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하지만 고객을 설득하는 데는 실패했다.
 
또한 이들은 기존 제품을 유지하는 데 집착하지 않고, 오히려 신제품을 통해 기존 제품을 진부하게 만드는 일(진부화)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혁신적인 신제품을 통해 기존 시장을 뒤흔들고 혼란을 조성하는 식으로 일시적인 우위를 계속 창출함으로써 산업의 주도권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인텔은 매년 1, 2개의 새로운 칩을 선보였고, 3∼4년마다 새로운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시장에 내놓았다. 또한 인텔은 초창기부터 대안이 될 수 있는 기술을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을 추구해왔다. 이는 복제품 제조업체들을 앞서 나가기 위한 인텔의 기습 작전이자 속도전이었다. 덕분에 인텔은 현세대 칩을 대량 생산하면서 차세대 칩이 개발되길 기다리기보다는 몇 세대 칩을 동시에 개발했다. 결국 인텔은 이미 새로운 칩이 시장에 나오기도 전에 그 칩을 쓸모없게 만드는 데 주력한 셈이다. 저자는 경쟁사보다 탁월한 제품을 먼저 내놓아 기존제품을 스스로 ‘진부화’시키는 것이 무한경쟁 상황에서 산업의 주도권을 잃지 않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점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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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동현dhlee67@catholic.ac.kr

    - (현)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
    - 미국 듀크대 경영대학원 방문 교수
    - <경영의 교양을 읽는다: 고전편, 현대편>, <깨달음이 있는 경영>, <초우량 기업의 조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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