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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은 '만점 서비스'를 다시 찾는다

56호 (2010년 5월 Issue 1)

미국 품질관리협회의 재미있는 통계가 있다. ‘고객이 왜 떠나는가’ 하는 이유를 조사한 것인데, ‘제품이 나빠서’(14%)보다 ‘직원의 사소한 실수나 태도’(68%)가 훨씬 많았다. 많은 고객들이 제품 불만이 아니라 서비스 불만 때문에 떠난 것이다.
고객에게 전화해주는 것을 잊어버리는 것, 약속 시간에 늦는 것, 퉁명스런 말투 등 작은 부주의 때문에 많은 고객을 잃어버릴 수 있다. 이런 사소한 일들이 한 회사의 성공과 실패를 판가름할 수도 있다. 제대로 관리하고 싶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 서비스,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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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마커블 서비스>의 저자인 장정빈 씨는 서비스 전문가이다. 그는 이 책에서 물 한 잔을 얻어 마시더라도 “물 좀 갖다 달라”고 해야 하는 곳과 미리미리 알아서 채워주는 곳을 고객들은 구분한다고 이야기한다. 즉, 고객의 요구는 니즈(needs)와 원츠(wants)로 나뉜다. 물을 갖다 달라고 하는 직접 신호는 니즈고, 미리 알아서 채워주기를 바라는 간접 신호는 원츠다. 일류 서비스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원츠에 바로 응해야 한다. 그래야 고객들은 리마크(remark)를 한다. 한 번 더 언급하는 것이다. “그 회사 참 잘하네”라는 칭찬을 계속 들을 수 있는 서비스가 바로 리마커블 서비스이다.
 
리마커블 서비스를 만드는 첫 번째 방법은 바로 상대를 배려하는 고객 중심의 말하기이다.“면회 시간이 끝났으니 방문객은 나가주십시오”라는 말보다 “작별 인사를 나눌 때까지는 5분이 남아 있습니다”라는 말이 듣기에 훨씬 부드럽다. ‘사람은 말투에서, 옷감은 염색에서, 술은 냄새에서, 꽃은 향기에서 그 됨됨이를 알 수 있다’는 독일 속담도 있다. 말은 곧 그 사람의 정신이고 품격이다. 인간은 말로 사유하고, 사유한 것을 말로 전달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고객을 배려하는 마음을 말로 제대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고객에게 항상 긍정형으로 대답하는 것이다. 일상적으로 고객에게 사용하는 평범한 인사말도 긍정형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고객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보다는 “고객님, 기다려주셔서 고맙습니다”가 훨씬 듣기에 좋다.
 
월트디즈니에서는 설령 고객에게 문제가 있다 해도 “안내문을 읽지 않았습니까?”, “팸플릿에 나와 있는 내용입니다”, “안내를 받지 못했습니까?” 등의 고객을 민망하게 만드는 대응은 절대 금물로 하고 있다. 오히려 고객에게 실례가 되지 않도록 배려하면서 자기 잘못인 것처럼 고객의 말을 들어준 뒤 정중하고 밝게 다시 한 번 안내한다.
 
세 번째는 설명하지 말고 실감나게 묘사하는 말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겨울에 보일러를 구입할 사람에게 “무슨 식 난방으로 온도가 몇 도까지 올라간다”고 설명하는 것은 효과적인 설득 방법이 아니다. “영하 10도가 넘는 겨울에도 세 살짜리 지윤이가 맨몸으로 데굴데굴 굴러도 좋을 만큼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는 식으로 고객이 장면을 머릿속에 그릴 수 있도록 묘사해야 한다.
 
고객의 인상에 남을 만한 단어, 생동감 넘치는 표현은 구매욕을 자극하는 중요한 포인트다. 가령 ‘이만기 장사가 올라타도 끄떡없고(견고성), 담배갑만 한 사이즈(크기)밖에 안 되며, 최경주가 신었던 신발(인기도), 김연아의 스케이트를 본뜬 귀걸이(디자인), 국가대표 축구선수들이 먹는 물(신뢰성)’ 같은 표현이 좋은 예다.
 
그렇다면 말이 아닌 행동으로는 어떻게 해야 리마커블한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역시 최고봉은 ‘신사 숙녀에게 봉사하는 신사 숙녀’라는 리츠칼튼의 유명한 모토이다. 서비스를 잘하는 직원을 만드는 최고의 방법은 존중이다. 즉, 직원들을 전문가로서 대접해야 한다.
미국의 트럭 운송 회사인 PIE에서 있었던 일이다. 회사 간부들은 운송 계약의 60%가 잘못되는 바람에 매년 25만 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회사는 품질 관리의 대가인 에드워드 데밍 박사를 고용해 집중적인 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이러한 실수의 56%가 회사 일꾼들이 컨테이너를 제대로 식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데밍 박사는 일꾼들의 실수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그들을 ‘인부’ 혹은 ‘트럭 운전사’ 대신 ‘물품 분류 전문가’, ‘물품 배송 전문가’라고 부르게 했다. 처음에는 모두들 새 이름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호칭을 바꾼다고 무엇이 달라질까라고 의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놀라운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새 호칭을 일상적으로 사용한 결과, 일꾼들은 자신을 ‘전문가’라고 생각하기 시작했고, 한 달도 되지 않아 56%나 되던 배송 관련 실수는 10%로 줄어들었다. ‘전문가’라는 단어로 인해 마음가짐이 바뀌었다.
 
머슴을 주인처럼 만드는 첫 번째 방법은 ‘지구를 청소하는 청소부’와 같은 표현처럼 자신의 일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게 프레임을 바꿔주는 일이다. 직원들의 호칭을 바꿈으로서 그들을 ‘전문가’로 성장시켜 그들의 업무 프레임을 바꿀 수 있다. 회사로부터 존중받는 직원들만이 고객을 존중하고 사랑할 수 있다. 직원들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듯 고객을 응대하면 그것이 곧 최고의 서비스이다.
 
메리어트 호텔의 사례도 리마커블 서비스의 좋은 예다. 한 고객이 자정이 넘은 시간에 호텔에 도착했다. 배가 고팠지만 식당은 이미 문을 닫은 후였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호텔 직원 한 사람이 고객의 방으로 푸짐한 음식을 가지고 들어왔다. 다음 날 아침, 고객은 호텔 매니저에게 어제 저녁 직원이 이 호텔의 규칙이나 규정을 어기지 않았느냐고 걱정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매니저는 “예. 그 직원은 분명히 규정을 위반했습니다. 하지만 메리어트 호텔에 근무하는 모든 직원은 필요한 경우에는 규정을 어겨서라도 문제를 해결하라고 배웁니다. 호텔은 직원들이 올바르게 판단하기만을 바랍니다”라고 대답했다. 탁월한 기업은 이처럼 ‘때로는 규정을 어기라’고 가르친다. 각양각색의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은 고객의 상식에 입각하여 모든 규정을 깰 수 있을 때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규정을 넘어선 서비스가 가능하려면 무엇보다 현장에 있는 직원이 권한과 유연성을 갖는 게 중요하다. 직원은 기계적으로 시키는 일만 하는 보조 수단이 아니라 고객을 흡족하게 하기 위해 스스로 판단하는 현장 책임자이며 회사를 대표하는 실제 결정권자이기 때문이다.
 
1980년대 중반 제록스는 제품과 서비스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투입된 막대한 비용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고객 만족도 조사를 실시했다. 제록스는 설문 조사에서 제록스에 4점을 준 고객과 5점을 준 고객들의 재구입 의사를 서로 비교해보고는 깜짝 놀랐다. 5점(매우 만족)을 준 고객들이 4점(만족)을 준 고객들에 비해 무려 6배나 많은 재구입 의사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족과 고객 충성도의 상관관계는 일직선을 그리는 비례 관계가 아니라 하키 스틱처럼 활 모양을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4점으로 응답한 고객들은 별 의미가 없는 집단이었다. 그러므로 5점을 받아내야 한다. 5점은 어떻게 받을 수 있을까? 바로 ‘리마커블한 서비스’를 통해서 가능하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50호 Smart Worcation 2022년 08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