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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tup Trend in South East Asia

‘길티 플레저’를 ‘헬시플레저’로
건강과 맛의 공존 비결

권혁태 | 363호 (2023년 0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건강관리를 하면서도 먹는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니즈에 부응하기 위해 건강한 음식은 맛이 없다는 편견을 깨려 노력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싱가포르 푸드테크 스타트업 ‘알케미’는 당뇨 환자나 고위험군, 건강에 민감한 대중을 위해 저혈당지수(Low GIycemic Index) 식품을 내놓되 창업 초기부터 맛과 식감에 있어 타협은 없다는 원칙을 갖고 연구개발에 매진했다. 5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환자를 상대로 하는 병원, 의료 관계자뿐 아니라 대중을 상대로 하는 식당, 식품 회사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차별화된 포지셔닝을 구축하고 있다.



글로벌 최대 샌드위치 체인점의 쿠키가 바뀐다

1965년 설립돼 전 세계 104개국에 3만7000여 개가 넘는 매장을 보유한 글로벌 샌드위치 체인점 ‘서브웨이’는 샌드위치 못지않게 쿠키로도 유명하다. 그런데 2023년 2월, 이 브랜드의 쿠키가 바뀌었다. 브랜드 역사상 처음으로 설탕 함량을 50% 이상 대폭 줄인 새 쿠키를 싱가포르 전역 130여 개 매장에 선보이면서 기존 쿠키를 완전 대체한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서브웨이는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이 새로운 쿠키를 아시아 2300여 개 매장에 출시하는 한편 더 건강한 샌드위치 빵 같은 추가 제품군도 확장하려는 계획이다.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싱가포르의 사람들은 커피나 밀크티의 당도를 조절해서 마시는 것을 좋아하고 ‘siew dai(少底)’라고 불리는 당도가 덜한 옵션을 단계별로 선택하는 데 익숙하다. 서브웨이가 브랜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간판 상품인 쿠키에 변화를 주기로 결정한 것은 이런 소비자들의 수요를 전격 반영한 결과다. 실제로 서브웨이가 올해 개시한 ‘siew dai’ 캠페인은 그동안 샌드위치와 함께 초콜릿 칩 쿠키를 구매하고 싶었지만 높은 당도로 인해 망설였던 소비자들을 겨냥해 설탕 함량을 기존의 50% 이하로 낮춘 쿠키를 출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단순히 저당 옵션을 내놓는 게 아니라 기존 쿠키를 교체하는 이 같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어렵지만 중요한 전제가 먼저 충족돼야 했다. 바로 맛과 식감은 변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맛과 식감이 변하면 서브웨이 쿠키를 찾던 기존 고객들이 실망해 이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어려운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서브웨이가 선택한 파트너가 바로 싱가포르의 푸드테크 회사 ‘알케미’다. 서브웨이는 처음 제품 기획 단계부터 연구개발과 출시의 전 여정을 알케미와 함께 진행했다. ‘맛에 타협 없는 더 건강한 식품’이라는 알케미의 미션이 서브웨이의 니즈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알케미는 창업 후 5년간 자체 연구개발을 통해 쌓은 100여 개의 식물성 기반 식이섬유 믹스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서브웨이가 지향하는 쿠키의 맛, 질감, 풍미를 보존하면서 탄수화물 및 당 조절 목표에는 부합하는 맞춤형 레서피를 만드는 데 매진했다. 이번 쿠키 출시는 1년 이상 진행된 양사의 개발 노력 끝에 나온 성과다. 그렇다면 신생 스타트업 알케미는 어떻게 글로벌 최대 샌드위치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의 깐깐한 눈높이를 만족시키며 회사의 쿠키를 교체하고 장기적인 협업 파트너로 자리 잡는 데 성공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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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식은 맛없다는 편견을 깨다

알케미의 창업자 앨런 푸아(Alan Phua)는 친척 중 7명 이상이 당뇨병을 앓고 있어 오랜 기간 당뇨병이 환자와 가족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고민해 왔다. 또한 가족력으로 인해 본인의 당뇨병 예방에도 관심을 가져야 했다. 그중 가장 중요한 문제는 환자들의 식단 관리였고 꾸준한 식이요법으로 혈당을 관리하는 게 치료 및 예방의 핵심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렇지만 통계에 따르면 싱가포르에서 당뇨 고위험군에 속하는 사람들은 현미밥이 흰쌀밥보다 몸에 좋은 것을 알면서 8% 정도만 정기적으로 현미밥을 먹고 있었다. 이는 건강에 도움이 되더라도 맛이 보장되지 않은 건강 식단을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실천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준다. 이제껏 수많은 식품 회사가 당이 낮게 함유된 당뇨병 특화 제품을 출시하고도 시장의 외면을 받아온 이유이기도 하다. 기존 제품의 동일한 맛과 향을 유지하는 게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다.

이에 알케미는 고혈당 수치의 주요 원인인 흰쌀밥, 국수, 식빵 같은 필수 주식을 저혈당지수(Low GIycemic Index)의 다이어트식으로 전환하되 사업 성공의 필수 요소는 기존 음식과 동일하거나 더 좋은 맛과 식감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리고 창업 초기부터 연구개발에만 집중했다. 이렇게 5년간 연구개발을 한 끝에 회사는 원재료의 맛을 크게 바꾸지 않으면서도 당을 낮추는 섬유질 ‘알케미 파이버(Alchemy Fiber)’를 식품에서 추출했다. 쌀, 국수, 빵, 케이크, 요구르트, 음료 등 완제품에 이 섬유질을 첨가해 출시할 수 있는 레서피를 100여 가지 이상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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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케미는 이 기술을 가지고 17개국에서 특허를 획득한 뒤 동남아 40여 개 식품회사와 제품 개발 및 판매를 시작했다. 알케미 연구팀이 5년의 시행착오와 심층 연구를 통해 구축한 핵심 역량은 다음과 같다.

• 광범위한 식물성 식이섬유 및 전분의 특성과 효능 극대화 노하우. 식물성 식이섬유 원료로는 치커리 뿌리, 완두콩, 옥수수, 타피오카, 괴경 뿌리, 콩 등이 포함돼 있음.

• 쌀, 국수, 빵, 케이크 등 수많은 제품의 다양한 조리 과정과 제조 여건에서 적용할 수 있는 식품 유형과 효능 측정에 관한 적합성 분석 데이터. 가령, 빵을 구울 때 오븐의 온도가 섭씨 230도가 넘어가더라도 혹은 케이크를 구울 때 섭씨 180도가 넘어가더라도 고온에서 알케이 파이버가 동일한 효능을 낼 수 있게 만드는 기술.

• 알케미 파이버를 활용해 탄수화물의 당 전환율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기술. 당지수(GI)가 높은 음식은 혈당을 빠르게 높여 인슐린 분비를 급격하게 유발하고 당 지수가 낮은 음식은 혈당을 서서히 높여서 인슐린이 혈당을 안정적으로 조정. 당 지수가 높으면 혈당 상승으로 인슐린이 분비되고, 과다한 인슐린이 혈중 포도당을 지방으로 축적시켜 폭식을 유발. 이에 같은 칼로리라도 당 지수를 낮춘 음식은 인슐린 분비를 최소화하고 인슐린으로 인한 반응성 저혈당(극심한 공복감)과 지방 축적을 막아 다이어트에 도움을 줄 수 있음.

알케미의 대표 제품으로는 알케미 파이버 라이스 블렌드가 있다. 치커리 뿌리, 구아콩 및 캐롭에서 추출한 혼합물인 알케미 파이버를 백미에 첨가하면 섬유질을 10배 높이고 전분에서의 당분 배출을 현미와 같은 수준으로 늦추면서 백미밥과 동일한 맛을 낸다. 이 제품은 호주 시드니대 GI 연구소(SUGiRS)에서 임상 테스트를 통과해 자스민 백미의 높은 GI를 현미와 비슷한 중간 GI로 낮춘 것을 인정받았으며 흰쌀밥을 찾는 당뇨병 환자와 위험군이 더 손쉽게 혈당 관리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 밖에도 케이크와 쿠키의 밀가루와 설탕을 부분 대체하는 알케미 파이버 위티(WITTY), 아이스크림의 크리미한 맛을 강하게 만들거나 요구르트의 신맛을 줄여줌으로써 설탕 등을 대체하는 알케미 노비(Nobby) 등도 회사의 대표 제품이다.

이처럼 평소 흔히 섭취하는 음식의 대안을 제공한다는 점, 환자들의 식이요법을 도우면서도 환자를 상대하는 병원뿐 아니라 대중을 상대하는 식품 회사, 식당 체인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는 게 알케미의 차별화 요인이다. 실제로 알케미의 파트너 중에는 싱가포르에서 가장 큰 치킨 라이스 레스토랑 체인 ‘Boon Tong Kee’도 있다. 이렇게 대중화된 큰 프랜차이즈 식당이 선뜻 알케미와 파트너십을 맺는 까닭도 맛을 해치거나 가격 부담을 지우지 않으면서도 건강한 옵션을 제공한다는 이점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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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시 플레저’로 시작된 무가당 전쟁과

알케미의 가능성

당뇨 인구가 늘어나고 식이요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해외 얘기만이 아니다. 한국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대한당뇨병학회가 2020년 발간한 보고서(Diabetes Fact Sheet in Korea, 2020)에 따르면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 7명 중 1명이 당뇨병을 앓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당뇨병 환자 가운데 3분의 1은 본인이 당뇨병인지조차 모르고 있었고 제대로 혈당 수치를 관리하고 있는 비중은 30%에도 못 미쳤다. 여전히 이미 약으로 질환을 조절하고 있기 때문에 식단 관리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환자도 있다.

그렇지만 이렇게 당뇨 환자와 고위험군이 늘어나고 소비자의 인식이 개선될수록 건강을 생각한 여러 옵션이 필요해질 것임은 자명하다. 요즘 어딜 가나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제로’ 음료 열풍도 이를 반영한다. 제로 음료는 설탕이나 액상과당 대신 알룰로스, 에리트리톨, 아스파탐 등 인공 대체 감미료를 사용해 단맛을 유지하되 칼로리와 당 함량을 줄인 음료를 말한다. 2018년 코카콜라가 설탕을 완전히 배제하고 100% 스테비아만으로 단맛을 낸 ‘코카콜라 스테비아 노 슈가’를 뉴질랜드에서 처음 선보인 이래 제로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국의 식품 업계도 지금 ‘무가당 전쟁’이 한창이다. 주류 업계에서도 2022년 9월 롯데칠성음료가 기타 과당을 빼고 에리트리톨을 추가한 ‘처음처럼 새로’를 출시했으며, 2023년 1월에는 진로가 ‘제로슈거 진로’를 출시하며 전쟁에 가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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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중 무엇이 성공하는 제품이 될 것인지 여부는 ‘맛’이 판가름할 것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제로 음료는 맛없다”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지만 최근에 이런 편견을 깨고 인공감미료의 씁쓸하고 찜찜한 뒷맛까지 없앤 제품들이 등장하는 것도 치열한 경쟁의 산물이다. 다만 탄산음료나 소주는 식감이 거의 없는 인공감미료로 대체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반면 밀크티, 요구르트, 오트 우유, 햄버거 빵, 국수, 케이크같이 단맛만큼 식감도 중요한 식품의 경우 인공감미료로 대체하기가 더 까다롭다. 밀가루가 식감을 내고 구조를 만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에 밀가루를 줄이면 균형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맛과 식감 평가를 둘 다 통과하기 어렵거니와 가까스로 시장에 출시해도 재구매율이 낮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의미에서 무가당 전쟁이 식품 전반으로 확산될수록 식감과 구조를 훼손하지 않고 탄수화물 부하를 없애주는 알케미 파이버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코로나19를 지나며 2030세대를 중심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고 즐겁게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건강관리를 하는 방법, 소위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에 대한 수요가 많아졌다. 많은 소비자가 건강한(Healthy) 식단을 선택하더라도 즐거움(Pleasure)을 포기하지 않고 건강관리의 괴로움보다는 즐거움을 찾고자 한다는 얘기다. ‘건강관리는 고통스러운 것’으로 생각해 고강도 운동을 하고 맛있는 음식을 포기하며 힘겨운 시간을 견뎌야만 한다고 생각하던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는 맛있는 저칼로리 음식, 편안한 멘탈 관리법, 재미있는 운동 등 즐겁게 몸과 마음을 챙기도록 돕는 건강관리 제품과 서비스의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트렌드에 맞춰 2023년 알케미는 야심 찬 확장 계획을 가지고 있다. 현재 다수의 글로벌 주요 식품 브랜드 및 공급 업체와 식품 개발을 논의 중이며 회사의 특허 기술을 다양한 필수 식품에 접목할 채비를 하고 있다. 2022년 말 중국의 코로나 봉쇄가 풀리면서 다양한 중화권 식품 회사와 협력에 속도를 높이고 있으며 관련 인원을 확충해 한국 시장에도 곧 진출할 계획이다. 점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헬시 플레저를 겨냥하는 기업들이라면 맛과 식감에 집중한 기술력으로 승부하려는 알케미의 행보를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 권혁태 | 파인벤처파트너스 대표

    필자는 캐나다 퀸즈대 경영학과 를 졸업하고 골드만삭스 일본 및 싱가포르 오피스에서 일했다. 이후 싱가포르 금융통화청(Monetary Authority of Singapore)에 등록된 금융 투자회사인 파인벤처파트너스를 설립했다. 시장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스타트업이 있는 동남아, 미국, 중국,한국 회사들에 장기적으로 투자하며 글로벌 진출을 돕고 있다.
    ht@pinev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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