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의 본질은 이름, 즉 껍데기에 있지 않고 실재에 있다. 명성에 집착하는 것은 인정 욕구에 지나치게 목말라 하는 것이다. 원만한 인간관계의 지름길은 마음속의 과도한 인정 욕구를 비우고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이다. 과도하게 자신의 욕망을 타인에게 투사하는 것이 각종 분쟁을 유발하는 근본 원인이라는 게 장자의 가르침이다. 내 일과 남의 일을 엄격하게 구분하고 타인의 업무에 임의로 끼어들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서로를 존중하게 되고 인간관계가 덜 피곤해진다. 바로 아들러 심리학에서 말하는 ‘과제 분리’의 요체다. 동료들끼리 선을 지키면서 철저하게 과제를 분리하는 자세로 업무에 임해야 인간관계에서 상처도 덜 받고 일의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갓난아기 시절의 인간은 무한히 약한 존재다. 부모의 도움 없이는 혼자 힘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일어서는 것은 고사하고 몸을 마음대로 뒤척일 수도 없다. 이때부터 자연스럽게 열등감이 몸에 밴다.
다른 사람보다 자신이 열등한 존재라는 무의식적인 콤플렉스는 어른이 된 후에도 좀처럼 없어지지 않는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조금씩 열등감을 갖고 산다. 하지만 열등감이 반드시 나쁘게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긍정적인 에너지로 발현될 경우 열등감은 삶의 추진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더 나은 상태로 진화하려는 인간의 욕망이나 의지는 모두 열등감에서 비롯된다. 말처럼 빨리 달릴 수 없기에 인간은 자동차를 발명했고, 새처럼 훨훨 날 수 없는 존재이기에 비행기를 발명했다.
문제는 과도한 경우다. 정도가 심한 열등감은 우월 콤플렉스로 쉽게 탈바꿈된다. 자신이 남들보다 더 특별하고 우월한 존재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의 뿌리에도 열등감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게 정신의학자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의 진단이다.
이렇게 되면 간단치 않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매사에 타인의 업무에 간섭하고 타인을 지배하려 든다. “열등감이 극심해지면 과잉 보상을 추구하게 되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타인을 압도하고 말겠다는 정복욕을 품게 된다.” (알프레드 아들러 『인간이해』)
박영규chamnet21@hanmail.net
인문학자
필자는 서울대 사회교육학과와 동 대학원 정치학과를 졸업한 후 중앙대에서 정치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승강기대 총장과 한서대 대우 교수, 중부대 초빙 교수 등을 지냈다. 동서양의 고전을 현대적 감각과 트렌드에 맞게 재해석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있다. 저서에 『다시, 논어』 『욕심이 차오를 때 노자를 만나다』 『존재의 제자리 찾기; 청춘을 위한 현상학 강의』 『그리스, 인문학의 옴파로스』 『주역으로 조선왕조실록을 읽다』 『실리콘밸리로 간 노자』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