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2. 제프 베이조스, 일론 머스크, 리처드 브랜슨에게 배우는 ‘문샷 리더십’

취약한 주변 환경이 되레 탐험 의지 키워
‘전망의 기술’ 통해 우주 산업 날개 달다

284호 (2019년 1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이제는 더 이상 누구도 우주 산업이 인류 최대의 ‘블루오션’이라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20년 전에는 오직 극소수의 혁신가들만이 그러한 사실을 믿고서 용감하게 도전에 나섰다.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이 그 주인공이다. 이 세 명의 리더는 모두 ‘이중 특수성’이라는 심리적 특성을 지니고 있는데 이는 두 가지 상반되거나 모순되는 특성이 특정 집단 혹은 한 개인에게 공존하는 것을 말한다. 이중 특수성은 우주 산업처럼 혁신적이고 리스크가 큰 사업에 과감하게 뛰어들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필요’조건이다. 여기에 ‘전망의 기술’을 더할 때 미래를 제대로 내다보는 ‘혁신가’가 탄생할 수 있다.


인류가 막 21세기에 진입하던 시기에 실리콘밸리에는 남들보다 한발 앞서 인류 최대의 혁신적 도전을 시작한 세 거장이 있었다. 바로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이다.

2000년 제프 베이조스는 일반인이 우주여행을 할 수 있는 길을 열기 위해 민간 우주 개발 업체인 ‘블루오리진 오퍼레이션스’를 설립했다. 또 2002년에 일론 머스크는 화성에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도시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스페이스X’를 설립했다. 그리고 2004년에 리처드 브랜슨은 우주여행 사업을 위해 ‘버진갤럭틱(Virgin Galactic)’을 설립했다.

처음에 세 거장의 대담한 도전에 대한 세간의 반응은 매우 회의적이었다. 특히 일론 머스크가 화성 이주 계획을 발표했을 때, 많은 사람은 그의 계획을 공상 정도로 치부했다. 그 프로젝트에는 너무나 많은 장애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화성으로 이주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우주로 발사한 로켓을 회수해 재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난제를 해결해내야만 했는데 당시 기술로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하지만 20년도 채 지나지 않아 그들의 꿈은 더 이상 공상에 머무르지 않고 현실이 되고 있다. 2015년 11월에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은 로켓을 수직으로 발사해 약 100㎞ 고도에 도달하도록 한 뒤 발사체와 캡슐을 모두 재사용할 수 있도록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한 달 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우주로 나가는 데 그치지 않고 우주선을 우주 궤도에 올린 다음 발사체를 재활용할 수 있도록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또 2019년 2월에 리처드 브랜슨의 버진갤럭틱은 사상 처음으로 민간인 승객을 태운 뒤 우주여행을 하고 돌아오는 데 성공했다.



2017년 미국의 상업우주교통국 추정치에 따르면 우주 산업 시장의 규모는 무려 약 362조 원 수준이다. 1 2010년까지만 해도 10개 미만이었던 우주 산업체는 현재 1000개를 넘어섰다. 2017년, 스페이스X의 시장 가치는 이미 23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평가되었는데 이것은 개인 기업으로서는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수준에 해당한다. 2

이제는 더 이상 누구도 우주 산업이 인류 최대의 ‘블루오션’이라는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20년 전에는 오직 극소수의 혁신가들만이 그러한 사실을 믿고 용감하게 도전에 나설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처럼 실리콘밸리의 세 거장이 우주 산업 시대에 남들보다 앞서나갈 수 있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우주 탐험 시대를 연 세 거장의 비범한 특징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해보자.


미래의 블루오션에 도전하기 어려운 이유

왜 20년 전에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우주 산업이 블루오션처럼 보이지 않았던 것일까? 사실 20년 전에도 말로는 우주 산업이 블루오션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문제는 말로만 떠들어댔을 뿐이라는 점이다. 그러한 믿음을 실천으로 옮기는 비범함을 보인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오늘날에도 ‘블루오션을 제대로 발견해 낼 수만 있다면 기꺼이 뛰어들 마음의 준비가 돼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찾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문제는 대부분의 블루오션은 일반 사람들에게는 결코 블루오션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간에게 현재가 아닌 미래의 일을 효과적으로 예측하고 선택하는 일은 대단히 어려운 과제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두 개의 후보지 중 하나를 선택해 휴가를 떠나는 상황을 예로 들어 보자. 3 두 개의 후보지는 바로 ‘보통도’와 ‘환상도’라는 섬이다. 보통도에서는 모든 것이 평범하다. 날씨, 해변, 숙소, 쇼핑센터 등 모든 것이 평범하다. 대조적으로 환상도의 경우, 날씨와 해변은 환상적이지만 숙소와 쇼핑센터는 보통도보다 수준이 떨어진다. 이러한 조건하에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요청을 받으면 대부분의 사람은 보통도보다는 환상도를 선택한다.

다음으로 우리에게 보통도로 여행 갈 수 있는 패키지 상품권과 환상도로 여행갈 수 있는 패키지 상품권이 둘 다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리고 불가피한 사정이 생겨 둘 중 하나를 취소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사람들은 둘 중 어느 쪽을 취소하겠는가? 이 경우 대부분의 사람은 환상도 티켓을 취소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좋아하는 것을 선택할 때는 장점에 초점을 맞추고서 결정한다. 동시에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단점에 주안점을 두고 결정을 내린다. 이러한 사실은 사람들이 행동하는 방식에 대해 다음의 두 가지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첫째, 대부분의 사람은 미래에 자신이 쉽게 포기해 버릴 수 있는 것을 스스로 좋아한다고 착각하고서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즉, 사람들은 자신이 충분히 좋아하지 않는 것을 스스로 좋아한다고 믿어버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사람에게 블루오션은 선호하는 동시에 쉽게 포기해 버릴 만한 대상에 해당한다. 그래서 20년 전에 많은 사람은 우주 산업이 블루오션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민간인 우주 탐사 프로젝트가 가진 단점들도 알고 있었기에 결국 포기해 버렸다.

둘째, 사람들이 좋아하기 때문에 선택했던 것을 나중에 가서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는 목표 대상이 가지고 있는 장점의 가치를 깨닫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즉, 목표 대상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을 만큼 목표 대상의 단점을 견뎌낼 수 있는 힘도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블루오션은 그러한 시장 안에 잠재돼 있는 단점을 견뎌낼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제 모습을 드러내는 경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미래를 다르게 전망한다!

사람들마다 미래를 전망하는 구체적인 방식은 다르다. 철학자 닉 보스트롬(Nick Bostrom)은 인간이 미래를 전망하는 방식을 네 가지로 분류했다. 4 [그림 1]에는 그 4가지 패턴이 소개돼 있다. 당신이 생각하는 인류의 미래 모습은 네 가지 중 어디에 해당하는가?



미래를 전망하는 네 가지 유형 중 블루오션을 찾아 도전하는 혁신가들이 선택하는 유형은 D 무한 성장 모형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D 그래프의 형태로 미래를 전망해내지 못한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미래를 효과적으로 그려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건 미래는 현재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미래를 현재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미래를 미래로서 바라보지 못하고 현재의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면 무한성장의 가능성 또는 블루오션은 발견해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사 발견하더라도 그 세계로 뛰어들지 못하게 된다.

1950년대에 미래학자들이 저술한 미래 예측서들을 살펴보면 이러한 점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5 보통 이러한 예측서들은 미래의 실제 모습보다는 그 책이 집필될 당시의 현재 모습을 더 잘 드러내 주는 경향이 있다. 역사적으로 비행기, 텔레비전, 전자레인지, 심장이식 등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 과학자들은 셀 수도 없이 많다. 이것을 바로 ‘클라크 제1법칙’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어떤 전문가가 ‘가능하다’고 대답하면 그것은 대체로 사실이지만 ‘불가능하다’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은 점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이러한 법칙이 존재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미래를 현재와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오류다. 만약 우리가 50년 후의 미래 모습을 예측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를 기준으로 50년 후의 모습을 예측하는 것보다는 20년 후의 모습을 먼저 생각해 낸 다음 이 시점을 기준으로 해서 다시 30년 후의 모습을 예측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정확성을 더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이때 미래를 지혜롭게 조망하기 위해서는 20년 후의 모습이 지금과는 상당히 다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일론 머스크가 화성에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도시를 건설하겠다고 2002년에 주장했을 때, 많은 사람이 허황된 꿈이라고 조롱했다. 하지만 그 후로 불과 15년도 채 지나지 않은 2016년에그는 국제우주비행학회(International Astronautical Congress)에서 ‘행성 간 운송 시스템(interplanetary transport system)’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안을 제시했다. 6 그는 화성으로 이주하는 비용이 첫 번째 발사 때는 1인당 약 2억4000만 원 수준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약 1억2000만 원 수준까지 감소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리고 늦어도 2026년 이전에 화성으로 가는 우주선이 첫 비행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머스크는 이러한 전망을 바탕으로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2056년이면 화성에 지구인을 위한 도시가 탄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다면 제프 베이조스, 일론 머스크, 리처드 브랜슨이 우주 산업 시대에 관해 남다른 비전을 갖게 된 비결이 무엇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그 세 사람이 독특하게 공유하고 있는 심리적 특성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중 특수성

일반적으로 어느 특성을 강하게 드러내는 사람들과 약하게 드러내는 사람들의 빈도를 조사하면 [그림 2]와 같은 정상분포 곡선이 나타난다. 정상분포 곡선은 공감적인 특성을 중간 수준으로 드러내는 사람의 숫자가 가장 많고 공감을 높은 수준으로 나타내거나 냉정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의 숫자는 양극단으로 갈수록 점차 줄어드는 양상을 보여준다.



동일한 원리를 한 개인의 특성분포에 적용해 보면 일반적으로 개인은 다른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평균 수준에 해당하는 특성들을 상대적으로 많이 가지고 있고 매우 긍정적이거나 아주 부정적인 특성들의 숫자는 극단으로 갈수록 상대적으로 적어지는 분포를 나타낸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두 가지 상반되거나 모순되는 특성이 특정 집단 혹은 한 개인에게 공존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을 심리학에서는 ‘이중 특수성(dual exceptionality)’이라고 부른다. 7 이러한 이중 특수성을 나타내는 분포는 보통 정상분포곡선을 뒤집은 형태가 된다. 8 (그림 3)



이 가운데 이중 특수성을 나타내는 집단은 일반적으로 긍정적인 특성과 부정적인 특성을 상대적으로 많이 보이는 반면 중간 수준의 특성은 상대적으로 적게 보인다. 또 이중 특수성을 나타내는 개인은 일반적으로 긍정적인 특성과 부정적인 특성을 상대적으로 많이 갖고 있는 반면 중간 수준의 특성은 상대적으로 적게 갖고 있다. 우주 산업 시대를 연 실리콘밸리의 세 거장은 이러한 이중 특수성을 보이는 대표적인 예에 해당한다.

제프 베이조스, 일론 머스크, 리처드 브랜슨은 모두 우주 산업을 위한 사업체를 경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각 아마존, 테슬라, 버진그룹 등 다른 사업에서도 탁월한 실적을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CEO로서 탁월한 역량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이들은 각각 서로 다른 취약성을 지니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너드(nerd), 제프 베이조스

제프 베이조스는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너드(nerd) 중 한 명이다. 너드는 지적으로 우수하지만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살거나 사교성이 떨어지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9

제프 베이조스는 열일곱 살의 어머니와 역시 십 대였던 아버지 사이에서 출생했다. 10 하지만 친아버지는 그가 겨우 18개월이 됐을 때 이혼을 하고 집을 떠났다. 그 후 그의 모친은 재혼을 했고 양부와의 사이에서 두 명의 동생을 두었다. 제프 베이조스는 10살 때 자신이 동생들과 친부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친부가 아니라는 점에 대해 겉으로는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의 사회생활은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인상을 줬다.

제프 베이조스는 어려서부터 외할아버지인 기스(Gise)를 거의 우상처럼 따랐으며 외할아버지가 자연스럽게 일종의 롤모델 역할을 해줬다. 기스는 인터넷의 기초가 되는 아파넷(ARPAnet)을 개발한 정부기관에서 우주공학 및 미사일 방어 시스템 전문가로 일한 경력이 있었다. 그가 인터넷 사업을 하고 로켓 산업에 빠져들게 된 데는 외할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초등학교 시절 제프 베이조스는 한번 과제에 빠져들면 마치 외부 세계와 단절된 것처럼 행동을 해서 할 수 없이 선생님은 다음 과제를 위해 그가 의자에 앉아 있는 채로 자리를 옮겨줘야 했다. 또 그는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지키고자 하는 욕구가 남달라서 자신의 동생이 자기 방에 들어오려고 하면 알려주는 경보 장치를 방에 설치하기도 했다. 그는 독서광이었지만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면서 너무 큰소리로 웃는다는 이유로 도서관 출입을 금지당하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그의 유년 및 젊은 시절 모습은 전형적인 컴퓨터 괴짜와 유사했다. 그는 여자들에게 별로 인기 없는 타입이었다. 그래서 그는 나름대로 대안을 모색했는데 그 방식도 전형적인 너드 스타일이었다. 그는 이성 파트너를 찾기 위해서 마치 투자자들이 투자 회사를 찾을 때 사용할 것 같은 방법을 썼다. 일종의 거래 흐름 차트를 작성하는 것이다. 그는 여성 흐름 차트를 만들어 ‘거래’를 맺기 전, 파트너가 지녀야 할 요건을 정리했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지략이 풍부한 여성이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지략이 풍부한 여성을 찾고 있어’라고 말하면 무슨 뜻인지 이해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만일 나를 제3세계 국가의 감옥에서도 구해줄 수 있는 여성을 찾고 있다고 말하면 상대방은 로스 페로(Ross Perot)를 떠올립니다.” 11 로스 페로는 미국의 억만장자이자 대통령 후보이기도 했던 정치인으로서 이란의 미국 대사관 인질 사건 때 고립된 자사 직원들을 구출한 것으로 유명하다.

결국 그는 스스로 자신이 찾던 조건(로스 페로)에 부합된다고 믿었던 매켄지 터틀을 만나 1993년에 결혼했다. 그들은 25년간 4명의 아이와 함께 가정을 이루고 살다가 2019년에 제프 베이조스가 방송국의 유명 앵커와 불륜을 맺고 있던 것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이혼을 하게 됐다. 12 그 과정에서 베이조스는 아내에게 역사상 최고 수준의 위자료인 43조 원을 지급해야 했다. 13 그 결과 그의 전처 매켄지는 이혼과 동시에 세계 4위의 여성 부호가 됐다.


일론 머스크의 불안정한 애착

일론 머스크의 전기 작가 애슐리 반스가 전기를 집필하기 위해 머스크의 지인들을 인터뷰했을 때, 그들 중 수십 명이나 일론 머스크에게 자폐증 혹은 아스퍼거증후군(고기능 자폐증)이 있다고 주장했다. 14 하지만 반스는 머스크 전기에서 그들의 주장에 동의하는 대신, 그에게 씌워진 오명(汚名)이 실리콘밸리에서 무분별하게 유행하는 특이한 천재들에 대한 꼬리표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반스의 기록에 따르면 외견상 일론 머스크의 유년 시절 행동 특징 중 일부는 자폐스펙트럼 장애에서 나타나는 몇 가지 특징과 유사한 면이 있다. 일론 머스크는 어려서부터 책을 읽으면 마치 복사하듯 기억해내는 놀라운 능력이 있었다. 그는 또 어린 시절 또래 관계에서 사회적 기술이 부족한 편이었다. 그래서 친구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선택했던 방법이라는 게 친구들의 단점을 지적하는 것이었다. 또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지낼 때는 주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알아차리지 못할 뿐만 아니라 사실상 자폐적 상태에 있는 것처럼 주위 사람들과 적절한 관계를 맺지 못했다. 결국 그는 사회적으로 고립된 채 학창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가 성인이 됐을 때 보여준 모습은 그가 사회적 관계를 맺는 데 결함을 보이는 자폐증 혹은 아스퍼거증후군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그저 친밀한 사회적 관계에 대한 관심과 욕구가 넘쳐나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예를 들면, 그는 첫 번째 부인인 윌슨과 8년에 걸친 결혼 생활을 하는 동안 6명의 자녀를 얻었다. 그 후 윌슨과 이혼하고 라일리와 재혼을 한 후 2년 뒤 이혼을 하고 1년 뒤 재결합을 했다. 그리곤 3년 후에 또다시 이혼을 했다. 머스크에 대해서 특별히 정신과적 진단을 내리기는 어려울지라도 그가 유년 시절에 정서적으로 심한 상처를 받았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일론 머스크는 어린 시절 그의 성(姓)이 특이했기 때문에 또래 아이들에게 심한 놀림을 받았다. 15 또 그의 부모님은 그가 8살 무렵 이혼을 했다.



일론 머스크는 아버지로부터 정서적으로 심한 상처를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아버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는 괴팍해요. 완전히 제정신이 아닙니다. (중략) 어린 시절이 원만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하겠네요. 한마디로 비참했어요. 아버지는 삶을 비참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죠.” 16 특히 머스크는 청소년 시절에 3년이 넘도록 학교 내 불량배 집단에게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했다. 한 번은 그들에게 폭행을 당해 코 성형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만신창이가 된 적도 있었다.

일론 머스크의 정서적인 상처 경험들을 고려해 볼 때, 그의 변덕스러운 기행, 결혼과 이혼을 반복한 것, 10년 넘게 자신을 분신처럼 보살펴 준 비서를 잔인하게 해고한 것, 자신을 공개적으로 비난한 사람을 근거 없이 아동 성도착자로 욕하는 트윗을 올려 거액의 소송을 당한 것 17 등은 그의 불안정한 애착 이슈를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애착은 아기가 부모를 포함한 양육자와 정서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말한다. 18 어린 시절에 형성되는 이러한 애착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사회적인 관계를 안정적으로 맺는지, 아니면 불안정하게 맺는지 여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리처드 브랜슨의 난독증

리처드 브랜슨에게는 난독증이 있었다. 19 난독증은 뇌의 기능적 장애로서 읽기와 쓰기에서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 것을 말한다. [그림 4]는 책을 읽을 때 일반인과 난독증 환자가 보이는 뇌 활동에서의 차이를 나타낸 것이다. 20



A는 일반인이 책을 읽을 때 뇌가 활동하는 모습이다. B는 난독증 환자의 뇌 활동 모습이다. C는 일반인과 난독증 환자가 책을 읽을 때 뇌 활동에서 차이를 보이는 영역을 표시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난독증은 뇌 기능 장애로서 단순히 환자가 의도적으로 노력한다고 해서 쉽게 개선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리처드 브랜슨이 학교를 다닐 때는 교사들 사이에서조차도 난독증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그는 자서전에서 학창 시절에 학업이 부진한 것 때문에 교사들로부터 게으르다고 야단을 맞았다고 적었다.

자연스럽게 그는 또래들과는 다른 형태의 사회적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자서전에서 학창 시절 자신의 심경을 이렇게 기록했다. “학교의 교육방식이나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그래서 젊은 패기에 그것들을 바로잡고 싶었다.” 21

결국 리처드 브랜슨은 학업보다는 사회적 활동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불과 열다섯의 나이에 창업을 선택해 ‘스튜던트’라는 학생용 잡지를 창간했다. 그리고 다음 해인 열여섯 살 때 학업을 완전히 중단하기로 결심했다.

그 후로 그는 자서전에서도 인정하고 있듯이 “세상에 존재하는 규칙들을 잘 지키며 살진 못했다”고 회고했다.22 그가 다니던 학교의 교장 선생님은 그에 대해 이러한 예언을 남기기도 했다. “너는 아마도 백만장자가 되거나, 아니면 감옥에 갈 것이다.” 23

남극탐험대를 이끌었던 로버트 스콧과 친척임을 늘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리처드 브랜슨은 극단적인 모험을 즐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직접 열기구나 요트로 대서양과 태평양을 횡단하거나 죽을 고비를 여러 차례 넘기기도 했다.

한편 CEO로서 리처드 브랜슨은 ‘경영계의 이단아’라는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있기도 하다. 그는 버진콜라를 홍보하기 위해 뉴욕 타임스퀘어 한복판에 탱크를 몰고 나타나 콜라를 쏘아 대는 이벤트를 연출했다. 그리고 버진모바일을 홍보하기 위해 영화 ‘풀 몬티’에 착안해 국부만 간신히 모바일로 가린 자신의 알몸 사진을 세상에 뿌리기도 했다. 또 그는 버진애틀랜틱 항공사를 홍보하기 위해 자신이 직접 다리털을 깎고, 스튜어디스 복장을 하고 나타나 기내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전 세계 언론으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이중 특수성과 우주산업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제프 베이조스, 일론 머스크, 리처드 브랜슨은 모두 CEO로서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제각각 서로 다른 형태의 취약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이들 모두 ‘이중 특수성’ 집단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21세기 초에 남들보다 한발 앞서 우주 산업에 뛰어들었던 실리콘밸리의 세 거장이 모두 이중 특수성 집단에 속한다는 것을 단순한 우연으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아마도 상처 경험과 탁월한 재능이 결합된 이중 특수성 집단의 특성과 우주라는 무한성의 세계가 갖는 독특한 특징이 서로 내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인간이 우주라는 무한성의 세계에 이끌리게 되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다음의 일화가 좋은 예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아폴로(Apollo) 우주선의 달 착륙은 20세기를 상징하는 역사적인 사건 중 하나일 것이다. 당시에 지구인 중 12명이 달 표면에 직접 발을 내딛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흥미로운 점은 그 후에 12명의 ‘월면 보행자’ 중 6명이나 그러한 경험에 의해 자신의 삶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근본적으로 변화되는 경험을 했다고 보고했다는 것이다. 24

블루오리진의 로비 벽을 장식하고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말은 월면보행자에게서 일어난 변화가 어떤 것이었을지를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도록 해준다. “단 한 번이라도 하늘을 날아 본 적이 있다면 땅을 걸을지라도 눈은 하늘을 향해 있으리라. 가 본 적이 있었고 언젠간 돌아가길 열망하는 그곳으로.” 25

한편, 우주라는 물리적인 공간은 치유의 힘도 갖고 있다. 보이저(Voyager) 1호가 우리에게 전해준 선물은 이러한 점을 잘 보여준다.

1990년 2월14일 보이저 1호는 지구에서 61억㎞나 떨어진 거리에서 지구를 촬영한 후 그 사진을 지구로 전송했다. 바로 ‘창백한 푸른 점(The Pale Blue Dot)’이라고 불리는 사진이다. 그 한 장의 사진은 지구가 무한한 우주 속에서는 겨우 먼지만큼이나 보잘것없는 존재라는 점을 보여준다. 천체물리학자 칼 세이건은 그 사진을 본 소감을 다음과 같이 남겼다.

“여기가 우리의 고향이다. 당신이 사랑하는 모든 이들, 당신이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 당신이 들어봤을 모든 사람들, 예전에 살았던 모든 사람들이 이곳에서 삶을 누렸다. 역사 속의 모든 성인과 죄인들이 태양 빛 속에서 부유하는 먼지의 티끌 같은 곳에서 살았던 것이다. 지구는 광활한 우주 속에 있는 지극히 자그마한 무대에 불과하다. 이 작은 점의 어느 한구석에 살던 사람들이 반대편 구석에 살던 사람들에게 보여줬던 잔혹함을 생각해 보라. 서로를 얼마나 자주 오해했는지, 서로를 죽이려고 얼마나 애를 써왔는지, 그 증오가 얼마나 깊었는지 모두 생각해 보라. 아마도 우리가 아는 유일한 고향을 잘 보존하고 소중하게 다루며 서로를 따뜻하게 대해야 한다는 책임을 이 창백한 푸른 점보다 더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없을 것이다.” 26

아마도 인간이라면 누구든지 우주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한 지적인 호기심을 넘어서 우주라는 무한성의 세계를 바탕으로 한 비즈니스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탁월한 재능을 갖고 있는 동시에 상처 경험을 치유하고자 하는 강렬한 욕구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단순히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다고 해서 우주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되는 것도 아니고, 상처 경험이 있다고 해서 모두 우주와 관계된 특별한 활동을 하는 것이 심리적으로 치유적인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남들보다 한 걸음 앞서 우주 비즈니스에 뛰어들기 위해서는 이중 특수성의 두 가지 요소가 모두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이중 특수성과 전망의 기술

주의해야 할 점은 이중 특수성이 우주 산업의 선구자가 될 수 있는 필요조건이라는 것이지, 필요충분조건이 된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우주 산업 시대를 연 세 거장이 이중 특수성의 특징을 갖고 있다는 것일 뿐이며 이중 특수성을 갖고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우주 산업 시대의 선구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이중 특수성을 갖고 있는 사람이 우주 산업 시대의 주인공이 되는 데 추가적으로 필요한 중요한 요건 중 하나는 바로 ‘전망(prospection)의 기술’이다. 기본적으로 우주에서의 시간과 지구에서의 시간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우주와 관계된 활동에서는 미래에 대한 특별한 조망을 필요로 한다.

심리학에서는 과거 사건에 대한 정신적 표상을 ‘기억’이라고 하고, 현재 사건에 대한 정신적 표상을 ‘지각(知覺)’이라고 하며, 미래 사건에 대한 정신적 표상을 ‘전망’이라고 한다. 27 이러한 전망의 기술은 미래의 삶에 적응적으로 대처하는 데 누구에게나 중요한 삶의 기술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중 특수성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전망의 기술은 더욱 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중 특수성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상처 경험이 있기 마련인데 전망의 기술은 이러한 삶의 비극적인 조건하에서도 미래에 대해 지혜로운 ‘전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즉, 이중 특수성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전망의 기술은 극심한 스트레스 조건하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현실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것’과 ‘기대할 수 없는 것’ 등을 지혜롭게 구분할 수 있게 해준다. 물론 이러한 것들을 구분하는 일이 쉽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하버드대 졸업생들의 삶을 평생 추적 조사한 그랜트 스터디(Grant Study)의 연구책임자인 조지 베일런트(George E. Vaillant) 교수는 전망의 기술이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사는 데 중요한 비결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그랜트 스터디 참여자들 중에는 전망의 기술이 상대적으로 더 잘 발달하는 사람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28 그런데 참여자들 중 전망의 기술을 잘 활용한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이 자신의 일을 매우 좋아했고, 정신과적인 문제를 나타낸 적이 없었으며, 행복한 생활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제프 베이조스, 일론 머스크, 리처드 브랜슨은 모두 이중 특수성에 따른 상처 경험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망의 기술을 잘 갖추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세 사람은 과거의 상처에도 불구하고 삶에서 결코 절망에 빠진 적이 없었다.

제프 베이조스는 자신의 대학 졸업 앨범 사진에 SF소설에서 따온 다음과 같은 인용구를 적어 넣었다. “우주는 우리에게 ‘No’라고 말한다. 그에 대한 답으로 우리는 온몸으로 대항하며 ‘Yes’라고 외친다!” 29 이 말은 제프 베이조스가 좀처럼 좌절하지 않을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또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스페이스X의 모토는 다음과 같다. “담대하고 불가능에 가까운 목표를 세워라. 포기하지 마라. 앞만 바라보며 헤치고 나아가라. 그게 바로 스페이스X다.” 30 그리고 리처드 브랜슨은 자신의 자서전에서 다음과 같이 적었다. “도전하라. 그러면 성장할 것이고, 인생이 바뀔 것이며, 긍정적인 시각을 갖게 될 것이다. 목표를 이루는 것은 언제나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31


미래에 대해 생각하는 모든 것이 다 전망은 아니다!

전망은 객관적인 증거가 없거나 오히려 자신이 기대했던 것과는 정반대되는 자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래에 대해 희망적으로 떠올리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에디슨은 알칼리 축전지 개발 과정에서 수천 번의 실패를 반복했다. 어느 날 그의 동료인 몰러리(Walter S. Mallory)는 에디슨에게 그렇게 많은 시도를 하고도 특별한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는 것은 연구자로서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에디슨은 웃으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무슨 소리! 나는 수많은 결과를 얻었다네. 나는 효과가 없는 수천 가지 방법을 찾아낸 것이라네.” 32 에디슨은 수천 번의 실패라는 분명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끝끝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굳게 고수했다. 그리고 마침내 에디슨전지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리처드 브랜슨이 지적한 것처럼 무모한 도전은 진정한 도전이 될 수 없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33 그냥 도박은 의미 있는 도전이 될 수 없다. 안전한 삶에는 대가(代價)가 주어지지 않기에 인생에서 도전은 불가피한 선택이 될 수밖에 없지만 대담하되 어리석어서는 안 되며 실패 속에서도 교훈을 축적해 나갈 수 있는 형태의 도전이 필요하다.

전망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미래에 대한 희망은 과거의 의미 있는 경험과 ‘미래를 그려내는 마음의 능력’ 34 을 결합해냄으로써 탄생한다. 단, 우리는 합리적인 사고와 객관적인 증거를 바탕으로 세상에 대한 신뢰와 희망을 배우는 것이 아니다.

미래에 대한 전망은 사실상 ‘믿음’의 문제에 속한다. 2000년에 제프 베이조스가 블루오리진 오퍼레이션스를 설립했을 때, 2002년에 일론 머스크가 스페이스X를 설립했을 때, 2004년에 리처드 브랜슨이 버진갤럭틱을 설립했을 때, 그들은 모두 우주 산업의 시대가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빨리 열릴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믿음(faith)’은 ‘신념(belief)’과는 다르다. 신념은 인지(認知)에 속한다. 반면에 믿음은 신뢰감이라는 말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일종의 정서(情緖)에 해당한다. 인생의 겨울이 찾아왔을 때, 단순히 봄에 대해 알고 있거나 봄을 그저 기다리는 것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전설적인 재즈 피아니스트 빌 에번스(Bill Evans)가 지적한 것처럼 우리는 봄을 믿어야만 한다! 35

단, 우리가 미래에 대해 생각하는 모든 것이 다 전망은 아니다. 먼저, 전망은 실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래의 일을 유추해내는 ‘예측’과는 다른 것이다. 이런 점에서 스포츠 전문가가 과거 성적에 기초해 특정 선수의 승률을 추론하거나 주식이 오를지 여부를 추측하는 것은 전망과는 관계가 없다.

또 전망은 낙관성과도 구분된다. 낙관성은 경험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해 합리적인 추론을 긍정적으로 하는 것이다. 반면에 전망은 경험적인 데이터가 결코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 혹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데이터 자체가 없는 불확실성하에서 미래에 대해 희망적인 믿음을 갖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전망은 낙천성과도 다른데 낙천성은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나는 기질에 해당한다. 대조적으로 전망은 인생이라는 학교에서 반드시 한 번은 배워야만 하는 일종의 삶의 지혜다.



이중 특수성 집단을 위한 혁신 기업의 조직문화

모든 비즈니스 활동에 반드시 전망의 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비즈니스 활동과 관련해서 경험적으로 풍부한 데이터가 존재하고 관습과 전통을 계승하는 것이 중요한 영역에서는 전망의 기술보다는 합리성에 기초한 판단이 더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라 20년 전에 우주 산업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처럼 기존의 데이터로는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전망의 기술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전망의 기술은 혁신 기업에서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된다.

그렇다면 혁신 기업의 경우 전망의 기술과 관련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실리콘밸리의 세 거장이 보여주듯이 심리학적으로 전망의 기술은 이중 특수성의 문제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누구나 전망의 기술을 사용할 수 있지만 이중 특수성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전망의 기술을 지혜롭게 활용하는 데 유리하다. 이중 특수성 집단은 긍정적 특성과 부정적 특성의 양극단을 동시에 갖고 있어서 경험의 폭이 일반 사람들보다는 더 넓기 때문이다.

아웃워드바운드(Outward Bound) 프로그램의 효과는 이중 특수성 집단의 그러한 이점(利點)을 잘 보여준다. 이 프로그램은 청소년들을 경험이 많은 코치와 함께 몇 주간 야생으로 보내서 생활하는 훈련을 하는 것을 말한다. 36 이처럼 대자연 속에서 다양한 위기와 역경을 겪으면서 경험의 폭을 넓혀나가는 활동은 불굴의 추진력과 포기하지 않는 정신을 길러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특수성 집단이 부정성 문제(장애 혹은 상처 경험 등)를 극복해내기만 한다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지혜로운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유리할 수 있다. 지혜에서 중요한 측면 중 하나는 바로 문제의 양면을 동시에 고려할 줄 아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혁신적인 기업일수록 조직문화가 개방적이고 융통성이 있으며 강점을 중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이유도 바로 이중 특수성 집단과 관계가 있다. 이중 특수성은 유전적인 특성과도 연관돼 있기 때문에 그 어떤 기업도 이런 집단 자체를 육성하기는 어렵다. 다만 ‘너드’에 대한 편견 때문에 제프 베이조스 같은 인재를 선발하지 않기로 결정하거나, 정서적으로 불안정하다고 해서 일론 머스크 같은 인재를 배척하거나, 책을 잘 못 읽는다고 해서 리처드 브랜슨 같은 인재를 배제하는 식의 오류를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중 특수성 집단이 잠재력, 즉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데는 지지를 해주는 환경이 필수적이다. 이중 특수성 집단에게는 필연적으로 대인관계에서의 상처 경험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프 베이조스에게는 외할아버지가 있었고, 리처드 브랜슨에게는 수용적인 부모님이 있었으며, 일론 머스크에게는 멘토인 피터 니컬슨(Peter Nicholson)이 있었다는 점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일론 머스크와 피터 니컬슨의 일화는 이중 특수성 집단이 잠재력을 발휘하는 데 필요한 지지해주는 환경이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일론 머스크는 대학생 시절 신문에서 눈여겨봤던 생면부지의 사람들에게 불쑥 전화를 걸어 점심식사를 함께하자는 엉뚱한 제안을 하고는 했다. 37 당시에 많은 사람은 그의 제안을 무시했지만 은행 임원이었던 피터 니컬슨은 느닷없이 전화를 건 일론 머스크를 무시하지 않았다. 그 대신 그는 일론 머스크가 진취적인 대학생이라고 생각해 함께 점심 식사를 했을 뿐만 아니라 나중에 인턴 자리도 제안해 주고 든든한 조언자 역할도 해줬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괴짜들의 기행을 무조건 수용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비범함을 식별할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미래를 전망한다는 것의 의미

“인생에는 두 가지 비극이 있다. 하나는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것을 얻는 것이다.”38 그에 따르면 인생의 비극은 사람들이 절대로 얻지 못할 것들을 간절히 바라거나 결국에 가서는 자신에게 별로 쓸모없는 것들에 집착하는 데 있다(서두의 보통도와 환상도 이야기 참조). 이러한 인생의 비극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해서는 전망의 지혜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39



미래를 전망한다는 것은 신기에 가까운 혜안을 가지고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시간이 지나고 나면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는 것에 대해 ‘정서적인 예측’을 실감 나게 진행하는 것을 뜻한다. 이런 점에서 전망의 기술은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기보다는 실제로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심리적인 기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망의 기술이 중요한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은 이러한 삶의 지혜가 부족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존주의 철학자 키르케고르(Soren A. Kierkegaard)는 인생의 근본 문제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인생은 앞을 보면서 살아가야 하지만 정작 뒤돌아볼 때라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40 그의 말은 전망의 기술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스티브 잡스의 스탠퍼드대 졸업 연설은 왜 삶에서 전망의 기술이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그는 인생의 점들을 연결하는 얘기로 연설을 시작했다.

“제가 대학에 있을 때는 앞을 바라보면서 인생의 점들을 연결하는 것이 불가능했습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다음에 과거를 되돌아봤을 때는 모든 것이 아주, 정말로 명확했습니다. 다시 말해, 여러분은 앞을 내다보면서 인생의 점들을 연결할 수는 없습니다. 단지 과거를 되돌아보면서 인생의 점들을 연결할 수 있을 뿐입니다. 따라서 여러분은 미래엔 결국 인생의 점들이 어떻게든 연결될 것이라는 것을 믿어야만 합니다. 여러분은 믿음을 가져야만 합니다. 직감이든, 운명이든, 인생이든, 업보(業報)든, 혹은 그 무엇이든지. 왜냐하면 인생의 점들이 서로 연결될 것이라고 믿는 것은 여러분이 가슴이 이끄는 길을 따라갈 수 있도록 자신감을 심어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믿음이 당신을 험한 길로 이끌지라도 말입니다. 바로 그것이 인생의 차이들을 만들어냅니다.” 41 그가 남긴 교훈은 기업의 운명에 적용해도 마찬가지다.

필자소개 고영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elip@korea.ac.kr
필자는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삼성병원 정신과 임상심리 레지던트를 지냈고 한국 임상심리학회 임상심리전문가와 한국건강심리학회 건강심리전문가 자격을 따기도 했다. 미국 예일대 심리학과에서 박사 후 과정을 했으며 현재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86호 Leadership for the New Era 2019년 12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