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중식당을 찾았다. 그저 가족과 함께 짜장면 한 그릇 먹으려고 찾은 평범한 식당이었다. 그런데 식당 입구부터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았다. 점원이 환한 미소로 응대하더니 몇 걸음 안 되는 자리까지 친절하게 안내했다. 음식을 내어주고 차를 따라주는 손길에서조차 정성이 느껴졌다. 이 점원에게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다. 그는 내가 지켜보는 동안 단 한순간도 쉬고 않고 일했다. 여유로운 미소와 분주한 손으로 손님을 맞이했다. 사실 음식 맛은 여느 중국집과 같이 평범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저 점원 때문에라도 다시 이 식당을 찾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사람들이 즐겨 찾는 식당을 흔히 ‘맛집’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사람들을 식당으로 이끄는 것은 꼭 차별화한 맛 때문만은 아니다. 그 식당이 지닌 정겨운 분위기, 자신을 반갑게 맞이하는 직원들의 역할도 크다. 일본 이자카야 ‘오카무라 로만’을 운영하는 오카무라 요시아키가 손님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주력하라고 강조하는 이유기도 하다.
오카무라 로만은 오카무라 사장의 어머니가 했던 작은 선술집으로 시작됐다. 어머니 가게에는 현란한 간판도, 인테리어도 없었다. 손님들을 더 받기 위해 가격을 낮추지도 않았다. 대신 매일 어머니의 손맛이 깃든 장아찌 한 그릇을 무심하게 단골손님들에게 내어줄 뿐이었다. 그런데도 이 가게에는 늘 손님들로 가득 찼다. 바쁠 땐 손님이 스스로 술을 갖다 마시거나, 알아서 계산하고 나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손님들은 그 시간을 행복해했고, 그 모습을 보며 일하는 어머니도 힘든 줄 모르고 장사했다. 하지만 해변에서 서핑을 즐기는 생활에 푹 빠졌던 철없던 시절, 어머니 장사를 ‘외부자’ 시선으로 바라본 오카무라는 이 행복의 비밀을 알 수 없었다.
오카무라는 어머니의 건강이 악화돼 식당을 물려받은 후에야 이 비밀을 풀었다. 손님들이 오고 싶어 하는 가게, 자꾸 생각나는 가게에는 즐겁고 행복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때부터 오카무라는 음식만큼 마인드 컨트롤에 공을 들였다. 실패를 하면 배울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했고, 교통사고가 나면 다치지 않았으니 운이 좋다고 마음을 다스렸다. 그리고 이런 생각들이 모여 오카무라는 실제로 운이 좋고 행복한 사람이 됐다. 그의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구성원들의 이런 매력이 손님들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이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것이 ‘만만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TV 프로그램을 통해 접하는 자영업자들이 범하는 흔한 실수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작은 가게에도 철학과 원칙이 필요하다. 그런 가게만이 1년을 넘기고 10년을 넘겨 100년 가게로 성장한다. 기업의 경영도 마찬가지다. 스스로를 다스리는 법을 아는 리더가 있고,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행복을 정의할 수 있는 기업과 직원이 있다면 어떤 위기도 극복할 수 있으리라. 장사의 기본은 경영의 기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