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 기술 발전과 진보는 인류의 생활을 획기적으로 개선했지만 수만 년간 인류가 축적한 생체 시계에는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 불면증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최근 연구들은 우리가 병이라고 생각하는 분할 수면이 생체 시계에 더 적합하다고 밝힌다. 8시간 깨지 않고 숙면해야 건강하다는 요즘 생각과 달리 인류는 오랫동안 중간에 깼다가 다시 자는 분할 수면을 해왔으며 새벽에 깬 시간 동안 맑은 정신으로 중요한 일을 했다. 디지털 시대에 24시간 근무가 가능해지면서 수면 시간의 유연성도 커지고 있다. 필자는 분할 수면을 잘못된 습관 혹은 병으로까지 여기는 고정관념부터 재고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하루 8시간 숙면의 신화 불면증은 현대인의 고질병 중 하나다. 한국인 다섯 명 중 한 명은 수면 장애와 주간 졸음증을 호소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수면 장애로 치료받은 인구는 2012년 35만 명에서 2016년 50만 명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수면 장애의 종류는 불면증, 기면증, 하지불안증후군, 렘수면행동장애, 야뇨증, 수면무호흡증 등 상당히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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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수면 장애 환자의 절반 이상은 불면증에 시달리며 이 중 절반 가까이가 60대 이상 노인이다.
수면이 심신의 피로회복뿐 아니라 면역 체계, 인지기능 강화에 도움을 주고 따라서 적절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면 건강에 각종 악영향(당뇨, 고혈압, 비만 등의 대사성 질환과 치매, 파킨슨병과 같은 퇴행성 뇌질환, 조울증이나 ADHD 등)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들은 이미 수천 편에 달한다. 연구 결과들은 특히 중년과 노년층 건강에 양질의 수면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매일 밤 깨지 않고 7~8시간 동안 숙면해야 건강하다는 얘기가 고정관념이자 신화일 뿐임을 밝히는 연구들이 주목받고 있다. 8시간 수면은 인간의 생체 리듬에 부적합하며, 오히려 중간에 깼다가 다시 자는 ‘분할 수면’이 인간의 생체 리듬에 맞으며 건강에 좋다는 내용이다.
1990년대 초 정신과 의사인 토머스 베어(Thomas Wehr)는 광주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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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연구하기 위해 실험 대상자들을 한 달간 매일 14시간 동안 벙커 안의 어둠 속에서 지내게 했다. 평소 인공조명 덕분에 잠자는 8시간 정도만 불빛 없이 지내던 실험자들은 14시간이나 어둠 속에서 생활하게 되자 점차 원래의 생물학적 생체시계에 따른 수면 패턴으로 바뀌어 갔다. 매일 아침 15분 정도씩 늦게 일어나던 실험자들이 4주가 끝날 무렵엔 뚜렷하게 두 단계의 수면 시간으로 구성된 이상수면(bi-phasic sleep) 형태로 잠을 자게 된 것이다. 수면 패턴은 첫 번째 4시간 동안 잠을 잔 후 1~3시간 정도 깨어 있다가 두 번째 4시간 수면에 들어가는 분할 수면(split sleep)으로 바뀌었으며 실험자들은 낮 동안 졸음을 전혀 느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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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이 생체시계에 맞지 않는 현대인의 수면 습관 때문에 생긴 사회적 질병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번 깬 후 곧장 잠들려고 애쓰면서 느끼는 어려움이나 수면 중간에 자꾸 깨어나면 병인가 싶어 불안해하는 심리적 압박감이 불면증을 더 부추긴다는 것이다.
분할 수면의 기원 2001년 버지니아테크대의 역사가 로저 에커치는 16년에 걸쳐 무려 500여 편의 방대한 문헌을 조사한 후 기념비적인 논문을 발표했다. 에커치는 두 개의 수면시간으로 구성된 이상 수면이 산업화 이전까지 인류가 기나긴 밤을 보내던 보편적 습관이었음을 일기, 법정 기록, 의료기록, 문학작품 등을 통해 생생하게 복원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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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비록 첫 번째 잠에서 시작된 공포에 질려 있었지만 그걸 알았고, 자기 꿈의 증인이 아닌 이 방 너머에 있는 대상의 존재로 두려움을 떨쳐버리려 창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