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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과학동아 공동기획 Science Review

자율주행자동차, 안전 기술 어디까지 왔나

최지원 | 248호 (2018년 5월 Issue 1)
올해 3월 18일 오후 10시(현지 시각) 미국 차량 공유 업체 우버의 자율주행자동차가 보행자 사망 사고를 낸 데 이어, 5일 만에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의 ‘모델 X’가 자율주행모드로 주행하던 중 고속도로에서 사망 사고를 내면서 자율주행자동차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자율주행차 인명사고, 원인은

우버의 사고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인근 지역의 교차로에서 발생했다. 횡단보도 바깥으로 걷던 보행자가 갑자기 도로로 뛰어들면서 직진하던 차량이 보행자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차량은 ‘볼보 XC90’으로, 우버의 센서를 장착하고 자율주행모드로 운행되고 있었다. 자율주행자동차에 의한 첫 번째 보행자 인명 사고였다.

테슬라 모델 X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고속도로에서 중앙 분리대를 들이받고 뒤에 오던 차량 두 대와 잇따라 충돌한 뒤 폭발했다. 사고 당시 차량은 테슬라의 자율주행모드인 오토파일럿(autopilot) 상태였고,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두 사건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우버와 테슬라에 적용된 자율주행모드가 레벨2에 불과해 운전의 주도권이 여전히 운전자에게 있었다고 지적한다.

미국 자동차공학회(SAE)는 자율주행 기술 수준에 따라 자율주행자동차를 총 5단계로 나눴다. 그 중 레벨2는 운전자가 차량을 통제하는 상황에서 간단한 자율주행 기능이 추가됐을 뿐 엄밀하게는 자율주행자동차라고 할 수 없다.



차량 통제권이 차량으로 옮겨지는 단계는 레벨3부터다. 상용화된 자율주행자동차 중 레벨3을 구현한 사례는 아직 없다.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볼보, 현대자동차 등이 레벨3으로 넘어가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다.

사람이 운전하기 쉬운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지금까지 개발된 안전기술로도 운행이 가능하지만 눈이 오거나 빛이 너무 많이 들어오는 등 가혹한 환경에서는 안전 장비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김시호 연세대 글로벌융합공학부 교수는 “여러 극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안전 장비와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며 “이들 기술이 안정적인 수준에 이르러야 완전한 의미의 레벨3 자율주행자동차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인간을 보호할 수 있는 자율주행자동차의 대표적인 안전 기술을 정리했다.

CASE 1
시야가 제한적일 때_ 야간, 눈비, 역광

빛이 적은 야간이나, 눈비가 너무 많이 와서 차선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경우에는 사람도 운전이 쉽지 않다. 자율주행자동차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야간에는 사람의 눈보다 자율주행자동차의 ‘눈’이 조금 더 낫다는 것이다. 자율주행자동차의 눈은 크게 카메라, 레이더, 라이다(LiDAR·레이저 레이더) 등 세 가지로 이뤄진다. 이 셋이 상호보완적으로 눈의 역할을 한다.

이 중 야간에 빛을 발하는 건 단연 라이다다. 일반 레이더는 전파를 이용해 차와 물체 간의 거리를 측정하는 반면 라이다는 레이저를 이용한다. 라이다는 초당 8만∼10만 번 레이저를 쏜 뒤 물체에 맞고 반사돼 돌아오는 빛을 통해 물체의 거리뿐만 아니라 형태까지 파악한다.

시속 40km로 달릴 때 사람의 시야각은 100도, 시속 100km로 달릴 때는 40도 정도다. 야간에는 헤드라이트가 비추는 영역의 물체만 볼 수 있기 때문에 그 범위는 훨씬 줄어든다. 그 때문에 낮보다는 밤에 사고 위험이 높다.

반면 빛(레이저)을 이용하는 라이다는 빛이 많은 낮보다는 오히려 밤에 노이즈가 없어 밤에 장애물을 더 정확하게 인식한다. 전자부품연구원(KETI)이 개발한 ‘고속 3D 스캐닝 라이다’는 야간에도 최대 200m, 시야각 140도의 범위 안의 도로 상황을 실시간 3D 영상으로 볼 수 있다.

인식 오차는 10cm 내외다. 이는 세계적인 라이다 제조 업체인 벨로다인의 제품과 비슷한 수준이다. 벨로다인의 라이다는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 구글의 자율주행자동차 ‘웨이모’에 달려 있는 라이다로 유명하다.

하지만 차량에 붙일 만큼 작은 연구용 라이다는 5000만 원대로 가격이 비싸다. 상용화된 차 중 라이다를 부착한 건 지난해 출시한 아우디 A8이 유일하다. A8은 145도 회전이 가능한 저가형 라이다를 이용해 운전자의 안전을 높였다.

최현용 KETI IT융합부품연구센터장은 “시야각을 넓히기 위해서는 센서의 수를 늘리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인데, 아직은 가격 때문에 불가능하다”며 “기술이 더 성숙하는 2020년쯤에는 양산 가능한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주행자동차가 쥐약인 시간대는 해가 막 뜨기 시작하는 오전 7∼9시, 해가 지기 시작하는 오후 5∼7시다. 이 시간대에는 차가 빛을 정면으로 받아 물체 인식 능력이 떨어진다. 더구나 출퇴근 시간이라 교통량도 어마어마하다. 실제로 2016년에 발생한 테슬라 ‘모델 S’의 자율주행자동차 사고도 역광인 상태에서 안전 센서가 하얀색 트럭과 하늘을 구분하지 못해 발생했다.

역광 상태에서는 라이다도 사람의 눈처럼 먹통이 되기 십상이다. 라이다가 쏘는 레이저가 물체에 부딪힌 뒤 반사해 돌아오는 빛의 파장과 햇빛의 여러 광선 중 일부 파장이 일치하기 때문이다. 라이다 입장에서는 이 빛이 햇빛에서 온 것인지, 물체에서 반사돼 온 것인지 판단할 수 없다.

KETI 라이다 센서 연구팀은 라이다로 들어오는 여러 파장의 빛 중 가장 에너지가 큰 것을 물체로 인식한다는 점을 이용해 역광일 때 라이다의 성능을 높이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레이저의 파장은 905nm(나노미터·1nm는 10억 분의 1m)로, 햇빛에서 동일한 파장을 갖는 빛의 에너지는 10μW(마이크로와트·1μW는 100만 분의 1W) 정도다.

연구팀은 빛이 정면으로 들어올 때 물체에 반사돼 돌아오는 레이저의 에너지가 10μW 이상이 되도록 레이저의 출력을 조절했다. 최 센터장은 “물체의 색상이나 코팅된 물질에 따라 반사되는 정도가 다르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10μW 이상의 에너지를 유지하도록 테스트를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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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올해 3월2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고속도로에서 테슬라의 자율주행차 ‘모델X’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테슬라는 당시 자율주행모드가 켜져 있었다고 밝혔다.

CASE 2
사고 다발 지역_ 교차로와 비보호 차선 변경

운전을 처음 시작했던 당시를 떠올려보자. 가장 진땀 나는 상황은 교차로에서 신호도 없이 ‘눈치껏’ 가야 하는 비보호 좌회전을 할 때였을 것이다.

자율주행자동차는 인공지능(AI)으로 이 상황에 대처한다. 기존의 차량 제어 시스템은 센서가 전방의 물체를 인식하면 속도를 줄이거나, 차선을 넘어가면 핸들을 옆으로 꺾어주는 정도가 전부였다. 하지만 AI 시스템에서는 교차로나 비보호 등 복잡한 상황에서 운전자의 판단을 학습해 스스로 판단하고 제어한다.

김시호 교수팀은 딥러닝 학습법을 이용한 AI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딥러닝은 2016년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에서 4대 1로 압승한 구글 ‘알파고’의 학습법으로 유명하다. 인간의 신경망을 모방한 네트워크로, 이전의 출력값이 다음 층의 입력값으로 들어가는 계층 구조를 가진다. 주로 이미지와 영상을 학습하는 데 사용된다.

가령 여러 가지 비보호 상황의 이미지를 학습한다고 하자. 딥러닝의 첫 번째 층에서 사진을 인식하고 이 중 일부 중요한 정보는 다음 층에서 가중치를 얻는다. 각 층을 통과할 때마다 이 작업이 반복되고, 마지막 출력값으로 가장 가중치가 높은, 즉 개발자가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비보호 상황인 경우에는 핸들의 각도 등이 최종 출력값이 된다. 이 값에 대한 피드백은 다음 데이터를 학습하는 데 사용된다. 김 교수는 “최대한 다양한 상황을 반영할 수 있도록 많은 데이터를 모으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학습 시 너무 많은 데이터를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알파고는 이세돌 9단과의 경기에서 중앙처리장치(CPU) 1202개와 그래픽프로세싱유닛(GPU·그래픽 연산 전용 프로세서) 176개로 이뤄진 슈퍼컴퓨터를 사용했다. 차량에 들어가는 배터리 용량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이런 방대한 시스템은 사용할 수 없다. 그 때문에 차량용 AI 시스템에는 그래픽 처리를 위해 고성능 처리장치인 GPU를 주로 사용한다.

이 분야의 선두주자는 1999년 GPU를 처음 개발한 엔비디아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독일에서 열린 ‘GTC 유럽’에서 완전자율주행 택시를 위한 최초의 AI 컴퓨터 ‘엔비디아 드라이브 PX 페가수스’를 공개했다. 초당 320조 회의 딥러닝 연산이 가능하다. 이때 사용하는 전력은 20W(와트) 이하다. 김 교수는 “전력 문제만 해결되면 AI 시스템은 인간이 판단하기 어려운 복잡한 상황을 스스로 판단해 사고 위험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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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3
사각지대_ 갑자기 보행자가 뛰어들 때

차량의 사각지대에서 보행자가 뛰어드는 경우, 레이더나 라이다 등 아무리 성능이 좋은 장비를 갖추고 있더라도 이를 빠르게 인지하기란 쉽지 않다. 이런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갑자기 튀어나올 수 있는 사람에 대해 차가 미리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연구자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적외선 카메라다. 김 교수는 “열 감지 적외선 카메라는 큰 물체가 사람을 가리고 있더라도 물체 뒤에 있는 사람을 인지할 수 있다”며 “미리 서행을 하는 등 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2017년 이스라엘 스타트업 아다스카이(Adasky)는 고화질 적외선 열화상 센서 ‘바이퍼(Viper)’를 개발했다. 기존에 자동차에 쓰이는 적외선 카메라의 화질은 최신 스마트폰 카메라 화질의 1만 분의 1 정도(0.08 메가픽셀)였지만 바이퍼는 화질을 4배 가까이 끌어올렸다(0.3 메가픽셀).

김 교수는 “열 감지 적외선 카메라인 점을 감안했을 때, 사람을 구분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우버에 적외선 카메라가 달려 있었다면 최근 사고와 같은 동일한 상황에서 위험이 절반 이하로 낮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량과 사물 간 연결시스템(V2X)은 또 다른 해결 방식으로 꼽힌다. V2X는 차량 간 연결(V2V), 차량과 인프라(V2I), 이동단말기(V2P) 등 모든 사물과의 연결을 통칭한다.

센서의 가시거리는 최대 200m지만 V2X는 통신 시스템으로 연결된 만큼 인지 범위에 한계가 없다. 1km, 10km 밖에 있는 도로 상황까지 알 수 있다. V2X 기술의 관건은 얼마나 빨리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사람의 반사신경이 작동하는 시간은 10ms(밀리초·1ms는 1000분의 1초) 이내다. 즉 자율주행자동차 역시 10ms 내에 사고 가능성이 있는 장애물에 대한 정보를 받아야 사고를 막을 수 있다.

현재로써는 이 시간 안에 정보를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통신 연구자들은 5G에 주목한다. 5G로 차량이 연결되면 1ms 안에 정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SK텔레콤에서 모바일 망을 기반으로 하는 5G V2X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김진철 SK텔레콤 네트워크기술원 비이클테크랩 박사는 “와이파이 망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도로마다 기지국을 설치하는 등 인프라 구축이 어렵다”며 “모바일 망을 이용해 차량에 정보를 보내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5G V2X 기술이 현실화되면 앞차에 가려 보이지 않는 사고 상황을 미리 알고 서행을 하거나 다른 길로 우회하는 등 사고를 피할 수 있다. 또한 차가 볼 수 없는 범위에 있는 위험 물체나 사람에 대한 정보도 도로 정보를 취합하는 관제소를 통해 받을 수 있다.

김 박사는 “5G V2X 기술이 있으면 신호등도 필요 없고, 사고 위험도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며 “현재는 5G 통신 규약을 정하고 있는 단계로, 이 기술이 전국적으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10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주행자동차 사고 개요

도로 운행 중 일어난 최초의 자율주행자동차 사고는 2016년 2월 14일 발생한 구글의 자율주행자동차와 버스의 접촉사고였다. 같은 해 5월에는 테슬라의 ‘모델 S’가 대형 트레일러를 인식하지 못해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해 운전자가 사망했고, 올해 3월 처음으로 우버의 자율주행자동차가 보행자 사망사고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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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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