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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부등식

제갈정웅 | 15호 (2008년 8월 Issue 2)
사진학을 가르치는 한 대학 교수는 아직까지도 디지털 카메라를 구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1년마다 모델이 변해서 아날로그 카메라를 줄기차게 고집하고 있다고 한다.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제품의 ‘수명주기(product life cycle)’가 계속 짧아지고 있다. 휴대전화 같은 전자 제품 모델은 거의 6개월마다 바뀌고 있다.
 
이런 변화는 제품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라 지식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학을 졸업하고 3년만 지나도 대학에서 배운 지식이 ‘구식’으로 되는 시대다. 개인적으로 잘 아는 교수는 3개월 전에 정부 기관의 중책을 맡아 연구실의 짐을 정리했는데, 경제학 교과서가 전혀 쓸모가 없어 그냥 버렸다고 했다. 지식도 이제는 고정자산이나 기계 장치처럼 고속 감가상각을 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그런데 이런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은 큰 다행이다. 주5일 근무제가 되면서 모든 조직의 근로자들에게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이틀 쉬는 주말에 새로운 지식을 학습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것이다. 과거에는 건강을 위해 쉬라고 주어진 연차나 월차 휴가조차 사용하기 매우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이제 주 5일 근무제가 되면서 이런 관행은 사라지고 있다.
 
근로자들의 소득에서 소득세를 차감하고 남은 부분을 가처분소득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뜻에서 근로자들이 조직에서 일해야 하는 5일을 제외한 주말의 이틀을 가처분시간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이제는 매주 이틀씩 쉴 수 있으니 1년에 104일의 가처분시간이 생긴 것이다. 이렇게 주어진 시간을 활용해 공부하려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주말에 석·박사 과정을 개설하는 대학도 늘고 있다. 사이버 또는 주말 학위 과정이 생기는 것은 시대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늙은 개에게는 새로운 재주를 가르칠 수 없다”는 속담이 있다. 나이든 사람에게는 새로운 것을 가르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속담도 고쳐야 할 것 같다. “늙은 개도 열심히 새로운 재주를 배우지 않으면 밥을 먹을 수 없다”로 말이다. 지식 경영학자들은 이 지구상의 지식이 7년마다 두 배가 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새로운 지식이 많아지면서 그만큼 옛날 지식이 쓸모 없어진다.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들의 평생교육 시간은 아직도 다른 나라보다 훨씬 적다. 대학 졸업 후에 재충전을 그만큼 게을리한다는 이야기다. 세상의 지식이 빠른 속도로 새로워지고 있는데 과거의 지식만 가지고 국제 사회에 나가서는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필자는 1988년 미국 일리노이주 피오리아에 있는 캐터필러 공장에 견학을 갔다. 당시 캐터필러는 트랙터를 만들던 직원들에게 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을 가르치고 있었다. 미국은 근로자 해고가 우리나라보다 유연한 데도 여유 인력을 해고시키지 않고 교육을 통해 새로운 노동력으로 재생산하는 것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회사에서 여유 인력들을 공부시켜 새로운 직종에서 일할 수 있게 하면 가장 좋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는 각 개인이 시대 변화에 맞춰 자기의 상품 가치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식경제시대의 생존 부등식은 새로운 지식의 습득 속도가 지식의 변화 속도보다 커야 한다. 개인뿐 아니라 어떤 조직이나 국가도 이 생존 부등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필자는 서울대 상대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이달 말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에서 ‘합병 후 통합(Post Merger Integration)’ 관련 논문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는다. 한국지식경영학회장과 한국M&A 협회장을 역임했다.
한국문인 협회, 국제펜클럽, 현대시인협회 회원이다. 저서로는 <중소기업의 M&A 전략> 등과 시집 <대관령 연가>, 수필집 <하늘에 띄우는 연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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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갈정웅

    - (현) 대림대학 이사장
    - 한국지식경영학회장
    - 한국M&A 협회장 역임
    - 한국문인 협회 회원
    - 국제펜클럽 회원
    - 현대시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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