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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를 위한 성격심리학

“나는 할 수 있다” ‘학습된 낙관주의’ 조직에 심어라

고영건 | 175호 (2015년 4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자기계발

 

 

마틴 셀리그만 교수가 만들어낸학습된 낙관주의이론은 심리학 분야에서 예측력과 설명력이 뛰어난 이론 중 하나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수영선수 실험에서, 하버드대 성인발달 연구 과정에서 그 위력이 검증됐다. 타고나는낙천적 기질과는 달리 분명 학습 가능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매우 많다. 셀리그만 교수가 개발한 ABCDE 모델에서 ABCDE는 나쁜 일(Adversity), 신념 (Belief), 결과(Consequences), 반박(Disputation), 활력(Energization)에서 영어 단어의 제일 앞 글자를 따온 것이다. 이 모델에 따르면 사람들은 부정적인 사건(A)이 일어나면 자동적으로 부정적인 사고(B)가 나타나고 그 결과로서 부정적인 감정(C)을 경험하게 된다. 비관적인 사람들의 특징은 ABC까지만 진행하고 거기서 멈춰버린다는 점이다. 반면에 낙관적인 사람들은 비관적인 사람과 마찬가지로 ABC를 똑같이 경험할지라도 그 후에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 D E 단계를 추가한다. 기업에서는 낙관성 검사를 통해 이미 학습된 낙관주의를 갖고 있는 직원을 적절히 배치하는 한편 ABCDE 모델을 활용해 낙관주의를 조직에 심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편집자주

심리학은 현재 경영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가장 고독하게, 그리고 치열하게 경영현장에서 글로벌 경쟁을 치르고 있는 CEO들은 정작 자신의 마음을 돌아볼 시간적 여유가 없습니다. 임상심리학자이면서 각종 이론심리학에도 정통한 고영건 교수가 CEO 여러분들이 심리학 이론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도록 ‘CEO를 위한 성격심리학을 연재합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012년에 대졸자 18050명을 대상으로 추적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젊은이들이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을 2년 이내에 그만두는 비율은 무려 75.4%에 달한다. 그중 절반에 가까운 47.3% 1년도 채 안 돼서 직장을 그만두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임시직처럼 일자리가 불안정할수록 첫 직장에서의 이직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들이 첫 직장에서 이직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남녀 모두더 나은 경제적 보수를 얻기 위해라는 답변과일에서의 불만족 때문에라는 답변을 가장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에 소개하는 메트라이프(MetLife)생명보험사의 사례는 이러한 이직률 문제와 관련해서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메트라이프생명보험사의 낙관성 실험

1982년 메트라이프생명보험의 CEO 크리돈(John J. Creedon)은 펜실베이니아대의 심리학자인 셀리그만(Martin E. P. Seligman) 교수에게 당시 보험업계가 직면하고 있는 난제에 관한 자문을 의뢰했다. 크리돈은 셀리그만 교수에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보험 판매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에요. 웬만해서는 이 일을 버텨내기 힘들지요. 매년 저희는 약 5000명의 신규사원을 채용합니다. 6만 명쯤 되는 지원자들 중에서 검사와 면접, 그리고 집중 훈련 등을 거쳐 매우 신중하게 선발하지요. 그래도 이렇게 채용한 인원의 절반 정도가 1년 안에 회사를 떠납니다. 그나마 남아 있는 사원들의 실적도 점점 감소하다가 입사한 지 4년이 지나면 80%가 회사를 그만둡니다. 이직 문제 때문에 회사가 사원 한 명을 채용하는 데 드는 비용도 무려 3만 달러가 넘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저희 회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사실상 보험업계 전체가 그렇습니다.”

 

크리돈은 셀리그만 교수에게 왜 보험회사 사원들이 입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부터 이직을 하는지에 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가장 훌륭한 영업사원들조차도 하루에 수차례씩 사람들로부터 거절을 받게 됩니다. 사실상 거절하는 사람들이 줄지어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이러한 상황에서는 평범한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의욕이 꺾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매일 꾸준히 고객들에게 전화를 걸고 그중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거절을 당하더라도 결코 좌절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들만 영업의 세계에서 성공할 수 있습니다.”

 

짧은 만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셀리그만과 크리돈은 자신의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학습된 낙관주의(learned optimism)’가 보험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해 줄 결정적인 열쇠라는 데 동의했다. 문제는 낙관적인 사람과 비관적인 사람을 어떻게 구분하는가 하는 점이었다. 두 사람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예비 연구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

 

셀리그만은 귀인양식(attribution style)1 의 원리를 바탕으로 제작된 낙관성 척도를 갖고 메트라이프생명보험사의 경력사원들에게 테스트를 실시했다. 그들 중 절반은 실적이 우수한 사원들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실적이 저조한 사람들이었다. 그 결과, 낙관성 점수가 높은 집단이 낮은 집단보다 영업 실적이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영업사원의 낙관성 수준이 영업 실적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만으로는 낙관성이 영업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해석하기는 어려웠다. 왜냐하면 영업실적이 좋은 사람들이 주로 낙관적인 성향을 나타내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두 사람은 그 다음 단계로 이동해 낙관성이 실제로 미래의 영업실적을 효과적으로 예측해주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메트라이프생명보험사는 연구비로 약 300만 달러를 투자했다.

 

그들은 메트라이프생명보험사의 신입사원으로 지원한 약 15000명을 대상으로 전통적인 신입사원 선발방식에 더해 추가로 낙관성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들은 지원자들을 두 집단으로 구분했다. 한 집단은 전통적인 선발방식을 통해 입사가 결정된 신입사원들이었다. 또 다른 집단은 전통적인 신입사원 선발방식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선발되지는 못했지만 낙관성 테스트에서는 높은 점수를 나타낸 특수 인력 129명이었다. 보험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메트라이프생명보험은 이 129명을 추가 채용했다. , 이렇게 입사한 일반 사원과 특수 인력은 누가 어느 집단에 속하는지 아무도 모르도록 비밀에 부쳐졌다.

 

 

입사한 첫해에 낙관성 점수가 높은 일반 사원들은 비관적인 일반 사원들에 비해 약 8% 더 우수한 영업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2년이 지났을 때 그 격차는 더 벌어졌다. 2년이 지났을 때 낙관성 점수가 높은 일반 사원들은 비관적인 일반 사원들에 비해 무려 31%씩이나 더 우수한 영업실적을 나타냈다. 이보다 인상 깊은 것은 오직 낙관성 점수만을 가지고 선발했던 특수 인력의 영업실적이었다. 2년이 지났을 때 특수 인력은 전통적인 방법으로 선발된 일반 사원들에 비해 27% 더 높은 판매실적을 나타냈으며 비관적인 일반 사원들에 비해 57% 더 높은 판매고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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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영건

    고영건elip@korea.ac.kr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

    필자는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삼성병원 정신과 임상심리 레지던트를 지냈고 한국임상심리학회 임상심리 전문가와 한국건강심리학회 건강심리 전문가 자격을 취득했다. 미국 예일대 심리학과에서 박사 후 과정을 마쳤다. 한국임상심리학회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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