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를 위한 성격심리학
Article at a Glance –자기계발, 인문학
그 누구도 성공을 의심하지 않았던 故 스티브 잡스와 존 스컬리의 조합. ‘다이내믹 듀오’로 불리던 이 두 사람의 ‘경영조합’이 처참한 실패로 끝났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성격 차이’가 핵심인데 똑똑한 두 사람이 사실은 처음에는 서로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들은 ‘선택적 친화성’의 오류에 빠져 있었다. 미국의 정신진단 관련 툴인 DSM-5에서는 10개의 성격유형을 제시한다. 스티브 잡스는 ‘스타형’에 속했고, 존 스컬리는 ‘모범형’이었다. 이 두 유형은 사실 일에 대해 ‘성취지향적’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어 얼핏 보면 궁합이 잘 맞을 것처럼 보이는 ‘선택적 친화성’을 갖고 있었지만 사실은 상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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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심리학은 현재 경영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가장 고독하게, 그리고 치열하게 경영현장에서 글로벌 경쟁을 치르고 있는 CEO들은 정작 자신의 마음을 돌아볼 시간적 여유가 없습니다. 임상심리학자이면서 각종 이론심리학에도 정통한 고영건 교수가 CEO 여러분들이 심리학 이론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도록 ‘CEO를 위한 성격심리학’을 연재합니다.
1. ‘애플의 다이내믹 듀오’
이번 글은 우리 모두가 너무도 잘 아는 한 사례로부터 시작해보려 한다.
1984년 11월 <비즈니스위크>는 표지 인물로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펩시콜라의 마케팅 구루였던 존 스컬리(John Sculley)를 선정했다. (그림 1) 이때 <비즈니스위크>는 그들의 결합에 대해 ‘다이내믹 듀오’라고 부르며 찬사를 보냈다.
존 스컬리는 와튼스쿨 MBA 출신으로 졸업 후 펩시콜라 컴퍼니에 입사했다. 그가 입사하던 당시에 펩시콜라는 코카콜라와 이른바 ‘콜라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스컬리가 입사하던 당시만 해도 펩시콜라는 코카콜라의 적수가 못 되는 만년 2등 브랜드였다. 초고속 승진을 통해 콜라전쟁의 펩시 측 수장으로 나서게 된 존 스컬리는 그 유명한 ‘블라인드 테스트’와 ‘펩시 제너레이션’ 광고를 기획했다. 이미 수많은 마케팅 관련 서적은 물론 잡스 관련 서적에서까지 언급돼 있는 스컬리 스토리를 좀 더 살펴보자. 일명 ‘펩시 챌린지’라는 마케팅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제작된 블라인드 테스트 광고에서는 처음에 행인들에게 눈을 가리고 상표가 붙지 않은 두 잔의 콜라를 마셔보라고 요청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후 어느 쪽의 맛이 더 좋은지를 물어보면 사람들은 펩시콜라를 더 많이 선택한다는 내용이 소개된다. 또 펩시 제너레이션 광고에서는 해변에서 열린 파티에서 신나게 놀던 젊은이들이 펩시콜라를 마신 후 “함께하자, 지금은 펩시 시대야!”라고 외치는 영상이 소개된다. 이 두 편의 광고가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덕분에 펩시콜라의 매출은 결국 코카콜라의 아성을 뛰어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공적을 인정받아 존 스컬리는 펩시콜라 컴퍼니의 CEO로 임명된다.
스티브 잡스는 펩시 챌린지의 마케팅 콘셉트에 열광했다. 그래서 존 스컬리에게 헤드헌터를 보내 애플의 다음 CEO가 돼달라고 여러 차례 간청했다. 하지만 존 스컬리는 매번 사양했다. 그 후에도 스티브 잡스의 구애는 계속됐으나 존 스컬리는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행동했다. 그러던 중 마침내 스티브 잡스는 존 스컬리를 직접 만난 자리에서 그에게 회심의 일격을 날린다. “당신은 겨우 설탕물이나 팔면서 남은 인생을 보내고 싶습니까, 아니면 나와 함께 세상을 바꿀 기회를 붙잡고 싶습니까?” 이 말은 존 스컬리의 마음을 움직였고 결국 그는 애플의 CEO가 되기로 결심했다.
처음 두 사람이 서로 손잡았을 때는 두 스타 CEO가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수행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존 스컬리에 따르면 두 사람은 단짝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가까워졌고 또 “굳이 완전한 문장을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하려는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관계가 됐다. 하지만 최종 결과는 예상과는 크게 달랐다.
그들이 만난 지 2년이 지난 시점인 1985년에 애플에서는 스티브 잡스가 자신이 영입한 존 스컬리에 의해 스스로 창업한 회사에서 쫓겨나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2013년 발리에서 개최된 포브스 콘퍼런스에서 존 스컬리는 1985년 잡스를 해고할 당시의 상황과 배경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당시에 스티브 잡스는 존 스컬리에게 “당신은 날 쫓아낼 수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존 스컬리는 고민 끝에 이사회로 달려갔고 곧 스티브 잡스는 해고됐다. 결국 이들의 만남은 ‘최고의 인재들이 모여 최악의 팀’을 만드는 역사적인 선례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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