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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wer of Analysis

번뜩이는 통찰도 땀과 눈물어린 노력에서 나온다

김진호 | 156호 (2014년 7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혁신,자기계발

창의성이나 영감, 직관 등 어느 날 불현듯 발현되는 것처럼 보이는 역량은 모두 분석을 토대로 한다. 수많은 계량적 분석을 반복하고 그 과정에 몰두해서 변수들 사이의 관련성을 능숙하게 판단할 수 있을 정도가 되면 비로소 창의성이라는 꽃이 피어난다. 고도의 분석 작업이 가능해야만 순수한 직관을 가질 수 있다. 따라서 창의성을 키우고 싶다면 분석 역량부터 길러야 한다. 숫자를 두려워하지 말고 끊임없이 질문하며 호기심을 갖고 탐구해야 가능한 일이다.

 

 

 

창의성은 분석에서 싹 튼다

기원전 3세기경, 한 젊은이가 목욕탕에 갔다. 그가 옷을 벗고 탕 안에 들어가자 물이 흘러 넘쳤다. 이를 본 젊은이는 갑자기 흥분해서유레카! 유레카!’라고 외치며 목욕탕에서 뛰어나와 발가벗은 채 집까지 뛰어갔다. 이를 본 사람들은 그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잘 알려진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르키메데스의 일화다.

 

많은 기업이 직원들의 창의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한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말한 바 있듯 오늘날 창의성은 기업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놀이문화를 조성하고, 배낭여행을 보내고, 창의성 프로그램을 개발해 특별한 교육을 진행하는 등 기업들이 하는 노력은 다양하다. 하지만 창의성을 높이는 방법은 의외로 복잡하지 않다. 창의성을 키우려면 분석역량을 키우면 된다. 분석역량이 바로 창의성의 바탕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창의성은 문제인식준비몰입잠복영감문제해결의 6단계를 거친다. 문제를 인식하면 문제해결과 관련된 모든 사전 지식을 검토하는 준비 작업에 돌입한다. 인식한 문제가 평소에 접하지 않은 생소한 것이라면 이 단계에서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몰입은 구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궁리하는 단계로 가장 많은 노력이 집중된다.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이라는 에디슨의 일갈 중에 99%의 노력이 집중되는 단계가 바로 준비와 몰입이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쓰고 죽어라 파고들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거의 포기 상태에 이른다. 여기가 잠복 단계다. 문제에서 손을 거의 뗀 상태지만 그동안 흘린 99%의 땀 덕분에 무의식 속에서는 여전히 문제를 곱씹고 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불현듯 영감이 떠오른다.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통찰력이 순간적으로 번뜩이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창의성의 발현이다.이 같은 창의성 발현의 단계를 아르키메데스 사례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다.

 

문제인식:시라쿠스의 헤론왕이 금 세공장에게 순금으로 된 왕관을 만들라고 명령했다. 금 세공장은 왕명을 받들어 왕관을 완성했다. 그런데 금 세공장이 순금 중 일부를 빼돌리고 은을 섞어 만들었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왕이 왕관의 무게를 달았으나 그가 하사한 순금의 무게와 같았다. 의심을 지울 수 없었던 왕은 당시 수학자이자 물리학자로 명성이 자자한 아르키메데스를 불러 왕관에 흠집을 내지 말고 왕관이 순금으로 된 것인지 알아보도록 명령했다.

 

준비:왕의 명령을 받은 아르키메데스는 순금이나 합금 등의 무게와 부피에 대한 지식을 섭렵했다.

 

몰입:왕관의 무게와 왕이 세공장에게 준 순금의 무게는 같았다. 문제의 핵심은 부피였다. 왕관과 순금의 부피가 같다면 왕관은 순금으로 된 것이다. 은을 섞었다면 은이 금보다 부피가 크므로 왕관의 부피가 더 클 것이다. 왕관을 훼손하지 않고 어떻게 부피를 측정할 수 있을까? 아르키메데스는 침식을 잊고 문제해결에 골몰한다. 왕과 약속한 날짜가 점점 다가왔다.

 

잠복:아무리 애를 써도 왕관의 부피를 잴 방법이 없자 아르키메데스는 거의 포기 상태에 이르렀다. 도무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무의식 속에서 그의 머리는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다.

 

영감:지쳐버린 심신을 달래려고 아르키메데스는 목욕탕에 갔다. 옷을 벗고 탕 안에 들어갔을 때 물이 흘러넘치는 것을 본 순간 영감이 떠올랐다. 물체가 물속에 잠기면 부피만큼 물이 흘러넘친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문제해결:물을가득 채운 두 그릇 속에 왕관과 순금을 각각 넣은 후 흘러나온 물의 양을 비교했더니 왕관을 넣은 그릇의 물이 더 많이 흘러넘쳤다. 왕관은 순금으로 만든 것이 아니었다. 부정이 폭로된 금 세공장은 처벌을 받았다.

 

위와 같은 창의성의 발현 단계는 지난 편에 소개한 계량적 분석의 단계와 일치한다. 단지 창의성 단계는 추상적으로, 분석의 단계는 구체적으로 표현됐을 뿐이다. 두 단계를 그림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그림 1 창의성과 분석의 단계

 

<그림 1>에서 볼 수 있듯 관련 연구 조사와 변수 선정의 일부는 준비 단계에 포함된다. 몰입은 변수 선정과 변수 측정, 자료 분석 단계를 포함한다. 잠복은 문제해결이 난항을 겪을 때 일어난다. 마지막으로 영감이 번뜩이면 문제가 해결된다. 이제 아르키메데스 이야기를 분석의 6단계로 설명해보자.

 

● 문제인식: 왕관을 훼손하지 않고 순금으로 만들어졌는지 확인.

● 관련 연구 조사: 순금이나 합금 등의 무게와 부피에 대한 기존 지식들을 섭렵.

● 변수 선정: 왕이 금 세공장에게 준 순금의 무게, 부피, 왕관의 무게, 부피.

● 변수 측정: 왕관의 부피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탕의 물이 넘치는 것에서 영감을 얻어 왕관 부피 측정이 가능해짐. 영감이 자료 분석 단계가 아닌 측정 단계에서 작용함.

● 자료 분석: 물을 가득 채운 두 그릇 속에 무게가 같은 왕관과 순금을 각각 넣은 후 흘러나온 물의 양을 비교. 왕관을 넣은 그릇의 물이 더 많이 흘러넘침. 왕관이 순금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 흘러넘친 물 양의 차이를 분석해 왕관에 들어가 있는 순금의 양도 정확히 계산.

● 결과 제시: 왕관이 순금이 아니라는 사실과 금이 얼마만큼 들어 있는지 보고.

 

필자는 창의성을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게 하는 수단이 바로 분석이다. 분석을 통해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변수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감의 중요성이 부각된 창의성 단계에서와는 달리 분석에서는 영감에 대한 언급조차 없다. 왜일까? 분석에서는 영감이 몰두와 고심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일 것이다. 영감이란 순간적으로 번뜩여서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게 하는 통찰력으로 땀과 눈물이 어린 노력에서 나온다. 영감은 따로 존재하는 어떤 능력이 아니라 99%의 땀을 흘렸을 때 찾아오는 보상이다. 여기서 99%의 땀이란 계량적 분석의 핵심인 선정된 변수를 측정해 변수 간의 관련성을 파악하려고 열심히 몰두하는 과정이다. 이렇게 치열한 과정 속에서 몰입하고 몰두하고 안 풀리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매달려 있으면 어느 날 우연히 영감이 떠오른다. 세계적인 무용가 트와일라 타프가 노력 없는 창의성은 없다고 말했고, 뉴턴이 중력에 빠져 수년간 고생한 끝에 사과나무 아래서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영감을 얻은 것처럼 말이다.

 

직관도 마찬가지다. 직관의 사전적 의미는판단, 추리 등의 사유작용을 거치지 않고 대상을 직접적으로 파악하는 작용(엣센스 국어사전)’이다. 아무 근거도 없고 이유도 없지만 그럴 것이라는 확신이 드는 것이 직관이다. 하지만 필자는 직관 역시 자기 전문 분야에서 오랫동안 수많은 계량적 분석을 반복했을 때 갖게 되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변수를 측정해서 분석해보지도 않고도 변수 간의 관계를 즉각적으로 판단할 정도가 되면 직관이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닐까. 철학자 헤겔은고도로 분석적인 사유를 하는 사람만이 순수하고 진정한 직관을 소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고도로 분석적인 사유는 수많은 계량적 분석의 경험을 일컫는 다른 표현이다.

 

창의성의 바탕이 분석이라는 사실은 창의성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한다. 일반적으로 창의성은새로우면서 유용한 아이디어를 산출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되지만 계량적 분석 측면에서는문제 해결과 관련된 변수를 선정해 이를 측정한 뒤 변수들 사이의 새로운 관련성을 파악하는 능력으로 정의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눈에 보이지 않는 변수들 사이의 관계를 분석을 통해 찾아내는 것이 창의성이다. 따라서 창의적으로 업무를 하는 것은 연습하고, 훈련하고, 가르치고, 배울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계량적 분석역량을 키우려는 노력을 통해서, 기업 측면에서는 계량적 분석역량을 향상시키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계량적 분석이 일상화된 기업 문화를 조성해서 달성할 수 있다.

 

분석역량 키우기

분석역량은 어느 한순간에 하나의 행동으로 키워지지 않는다. 즉 평소에 갖고 있는 분석적 태도가 분석적 습관을 형성하고 이 습관은 분석능력이 뛰어난 전문가로 만들어준다. 이 과정에서 분석적 지식과 기법은 각 단계와 상호작용을 하면서 연마되고 향상된다.

 

1. 분석적 태도

분석적 의사결정을 할 때 계량적 기법에 대한 지식은 확실히 도움이 된다. 하지만 평소에 숫자에 대해 배우려하고 숫자로 근거를 확인하려는 태도를 갖는 것 역시 중요하다. 숫자나 방정식에 맞닥뜨리더라도 당황하거나 두뇌의 가동을 중단하지 말아야 한다.

 

숫자를 두려워하지 마라 많은 사람들이 숫자를 대하면 자신 없어 한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 공부한 과목이 바로 수학일 텐데도 그렇다. 수학은 융통성이 없다. 다시 말하면 정확히 맞지 않으면 틀린다. 따라서 많은 사람에게 불편한 과목이다. 하지만 유능한 분석가가 되는 데 수학은 결코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심지어 수학은 초등학교 6학년 수준이면 충분하다는 주장도 있다. “수학적 지식과 분석적 사고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수학적 지식과 분석적 사고 간의 차이를 강조하는 이유는 분석적 사고를 잘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초등학교 6학년 수준 이상의 수학은 거의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1

 

분석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수학적인 지식보다는 분석적 사고와 태도를 통해서 숫자에 근거를 두고 유용한 정보를 추출할 수 있는 능력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수학적 기량이 어느 정도 필요하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우리가 고등학교 때까지 배운 수학적 지식으로도 충분하다. 분석 전문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수학적 지식의 많은 부분을 이미 알고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행여 모르는 부분이 나오면 그때마다 추가로 하나씩 익히면 된다.

 

모르는 것은 바로 검색해서 찾아봐라 글로벌 경제의 성숙기에 접어든 요즘은 각종 경제/경영 용어와 숫자가 방송과 신문, 심지어는 사람들 간의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흔히 등장한다. 그런 용어와 숫자 중에 잘 모르는 것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별 고민 없이 넘어간다. 분석 전문가를 지향하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용어나 숫자가 나왔을 때 절대 그냥 넘어가면 안 된다. 숫자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주 좋은 공부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구글 등 검색엔진을 이용하면 한두 번의 클릭만으로도 모르는 용어나 숫자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바로 얻을 수 있다. 이런 태도로 용어나 숫자를 대하면 짧은 기간 내 자신도 놀랄 정도로 기본적인 용어나 숫자에 능통해진다. 검색한 내용은 분야별로 노트를 만들어 정리해두면 좋다.

 

호기심을 확장하라 호기심은 어느 분야에서나 배움의 보증서지만 분석능력을 키우는데도 호기심을 최대한 발휘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물가지수를 검색해서 찾았다면 거기서 그치지 말고 그와 관련된 생활물가지수 등을 함께 찾아 동시에 이해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숫자를 접할 때는 늘 호기심을 발휘해서 그 숫자가 추가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우사인 볼트의 100m 달리기 세계기록이 958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이 기록이 시속으로는 얼마나 될지 호기심을 발휘한다. 그러면 다음과 같이 시속 36㎞가 약간 넘는다는 결과를 쉽게 얻을 수 있다.

 

 

 

 

육상에서 가장 장거리를 뛰는 마라톤( 42)은 세계 기록이 2시간4분 정도다. 이것을 시속으로 환산하면 약 20㎞다. 이런 계산을 해보면 100m 달리기의 빠르기와 마라톤의 속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이런 호기심을 발휘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용어의 개념과 숫자의 의미를 더 확실히 이해하고 숫자와 친해지기 위해서다.

 

확률과 친해져라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일기예보, 로또, 질병, 사고, 보험 등 많은 현상이 확률과 관계가 있다. 프랑스 수학자인 라플라스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들은 대부분 확률적 선택의 문제라고 했듯 확률은 우리 생활과 매우 관계가 깊다. 문제는 확률에 대한 이해는 그다지 깊지 않다는 데 있다.

 

확률이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는 확률이 사람들의 직관과 크게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어떤 그룹에서 두 사람의 생일이 같을 확률은 얼마일까. 1년을 365일이라고 할 때 만약 366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면 그 집단에서 적어도 두 사람은 틀림없이 확률 100%로 생일이 같을 것이다. 그런데 이 확률이 100%가 아니고 50%라고 해보자. 그렇다면 이 집단에 몇 명이 있어야 할까? 사람들은 직관적으로 366명의 절반인 183명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정답은 23명이다. 다시 말해 아무렇게나 모인 23명의 사람 중 적어도 두 사람의 생일이 같을 확률은 50%. 우리나라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 수가 대부분 25명 전후이므로 평균적으로 두 학급마다 생일이 같은 학생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 반에 생일이 같은 학생이 있다는 것은 놀랄 만한 인연이 아니라 자주(50%의 확률로) 발생하는 일이다.

 

확률과 친해지려면 역시 많이 찾아보고 알아보고 이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신문과 방송에는 로또 1등 명당, 머피의 법칙, 위성 발사가 실패할 확률, 흡연자가 폐암에 걸릴 확률 등 확률과 관련된 숫자, 용어, 정보 등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이런 기사를 접할 때마다 관련 자료를 찾아서 읽고 이해한다면 시나브로 확률과 친해지게 될 것이다.

 

2. 분석적 습관

태도가 중요하지만 습관화하는 것은 더 중요하다. 새로운 행동을 생각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생각으로 행동하는 것이 더 어려운 법이다. 다음에 제시하는 분석적 습관을 몸에 배게 한다면 분석가로서 필요한 기본 자질을 함양할 수 있을 것이다.

 

숫자를 요구하라 분석적 사고를 갖춘 사람은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키우고 싶은 조직은) 누군가 아이디어, 직감, 이론, 인과적 관찰을 제시할 때 항상 숫자를 요구해야 한다. “당신의 가설을 지지하는 데이터를 갖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달고 다녀라. 숫자는 경험이나 주관적인 판단보다 많은 것을, 더 정확하게 말해주기 때문에 항상 숫자를 보여 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숫자 속에는 상대방이 무엇에 대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함축돼 있으므로 상대방의 주장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수량화한 데이터 없이 결론으로 바로 가려는 충동을 억제해야 한다.

 

숫자를 요구하는 습관에 더해 자신의 주장도 언제나 근거가 되는 숫자와 함께 제시하는 습관을 키워야 한다. 주장하는 바를 확정하기 전에 확고한 데이터를 찾으려는 욕심을 가져야 한다. 그렇게 해야 주의 깊은 계량적 분석으로 아이디어를 강화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있다.

 

 

 

숫자를 믿지 마라 많은 사람이 숫자를 대하면 숫자가 주는 과학적인 이미지와 권위에 주눅 들어 그냥 받아들인다. 하지만 숫자는 일단 의심해야 한다. 의심을 통해서만이 확신을 얻을 수 있다. 새롭게 만난 사람을 대하듯 숫자에 대해 좀 더 알기 전까지는 숫자를 믿지 마라. 영국 시인이자 비평가인 앤드루 랭(Andrew Lang)사람들은 마치 비틀거리는 술주정꾼이 가로등을 이용하듯 숫자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술 취한 사람이 가로등을 비틀거리는 몸을 가누는 데 사용하듯 사람들이 자신의 주장을 그럴듯하게 포장하기 위해 숫자를 이용한다는 의미다. 사람들은 종종 숫자를 이용해서 거짓말을 하거나 숫자를 자신의 의도에 맞춰 해석하기 때문에 숫자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또한 오래 된 숫자는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숫자가 적절하지 않은(즉 설명하고자 하는 모집단을 대표하지 않는) 표본에서 수집된 것일 수도 있다. 특히 당신을 놀라게 하거나 예외적인 숫자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 숫자는 다음의 세 가지 기준으로 의심해야 한다.

 

● 관련성: 숫자가 중요한 의미를 가지려면 해당 문제와 직접 관련돼야 한다. 해결하려는 문제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숫자가 아니라면 그 숫자는 무의미하다.

● 정확성: 문제와 관련됐더라도 정확하지 않으면 없느니만 못하다. 숫자의 정확성은 누가, 어떻게 그 숫자를 만들었고, 왜 그런 방법을 사용했는지, 혹시 어떤 의도가 개입되지 않았는지 확인해서 판단할 수 있다. 이런 의문을 설득력 있게 통과하지 못한 숫자는 효용 가치가 없다.

● 올바른 해석: 숫자는 그 자체로서 아무런 의미가 없고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중요하다. 문제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숫자라도 잘못 해석되면 엉뚱한 결론을 낳을 수 있다. 특히 다른 의도를 가진 사람들은 숫자를 의도적으로 왜곡해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보자. 미국의 한 선거에서 부부 22명의 아내 중에 단 한 명만 남편과 다르게 투표를 했고 나머지는 모두 남편과 같이 (남편이 표를 던진 후보에게) 투표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를 놓고 여성 운동가들이 불만스러워했다. 자기 의견에 따라 투표하는 여성이 22명 중 단 한 명뿐이라는 사실은 여성운동이 갈 길이 멀다는 현실을 반영한다는 불만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여성운동이 매우 큰 성공을 거뒀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22명의 남편 중에 부인과 다르게 투표할 용기를 가진 남성은 겨우 한 명뿐이었으니 말이다. 22쌍의 부부 중 한 쌍만 서로 다르게 투표했다는 숫자는 누가 누구를 쫓아 투표했는지 말해주지 않는다. 숫자를 다르게 해석하는 것은 의도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숫자에 대한 해석이 적절한지 항상 의심해야 한다.

 

인과적 주장에 유의하라 분석적 추론에서 가장 의심해야 할 것 중 하나는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어려움이다. 실험을 할 때 실험집단과 통제집단을 만들어 무작위로 사람들을 배치하고 두 집단의 결과에 차이가 있다면 대개는 실험조건을 원인으로 여기기 쉽다. 그러나 단순히 두 요인 사이에 통계적 관계가 있더라도 그것이 인과관계일 가능성은 낮다. 상관관계(correlation)는 인과관계(causality)가 아니다. 두 요인 간의 인과관계를 확인하는 유용한 기법은 사람들이 두 집단 중 하나에 무작위로 배정됐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만약 무작위로 배정하는 것이 불가능했거나, 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거나, 윤리적으로 의심스러웠다면 그 인과적 추정은 입증되지 않은 것이다. 예를 들어 “10년 연구 결과 과음이 암의 원인이다라는 기사를 읽었다면 실험 대상자가 집단에 무작위로 배정돼 10년 동안 과음을 하거나, 혹은 완전 금주를 했는지 의문을 가져야 한다. 그렇게 했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따라서 연구자가 10년 이상 관찰한 모집단에서 과음(아마 스스로 보고한)과 암의 상관관계를 발견했다는 것으로 봐야 한다. 그 연구자는 상관관계가 다른 변수들에 (예를 들면 과음자는 담배도 심하게 피우는 사람이었을 수 있다) 설명될 수 있다고 신중히 경고했을 것이다.

 

질문하라 사람들이 질문하는 이유는 명확히 알기 위해서다. 마찬가지로 숫자를 의심해서 의문이 생기면 주저하지 말고 질문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숫자에 대해 질문했다가 자칫 바보처럼 보일까봐 두려워한다. 하지만 질문을 해보면 그런 질문을 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이 존경하는 시선으로 바라볼 것이다. 더욱이 어떤 숫자들은 반드시 추가적으로 질문을 해야만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퍼센트는 비율에서 기준량을 100으로 봤을 때 비교하는 양을 나타낸 수로 2개 혹은 그 이상 숫자의 상대적 크기를 명확하게 비교해준다. 하지만 퍼센트를 대할 때는 퍼센트가 계산된 실제 숫자를 알아야만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다. 67% 사람들이 찬성했다고 했을 때 3명 중 2명이 찬성한 경우와 1000명 중 670명이 찬성한 경우는 그 질적인 면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 또한 누군가 평균을 얘기한다면 분포나 표준편차를 항상 함께 물어봐야 한다. 평균을 해석할 때는 자료들이 어느 정도로 흩어져 있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어떤 병에 걸린 환자에게 의사가 이 병에 걸린 사람은 평균 5년밖에 못 산다고 말했다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평균 생존기간만 알고 생존기간의 분포를 모른다면 환자는 그에 맞는 투병계획을 세울 수 없다. 평균 생존기간이 5년이라도 4년 반에서 5년 반 사이에 분포하는 경우(대개 5년 내외에 사망) 1년에서 20년 사이에 분포하는 경우(일찍 사망할 수도 있고 꽤 오래 생존하기도 함)는 완전히 다르다고 볼 수 있다. 단지 평균만으로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없으며 평균 주위의 흩어진 정도까지 함께 봐야 한다는 의미다.

 

김진호서울과학종합대학원 빅데이터 MBA 주임교수 jhkim6@assist.ac.kr

저자는 서울대 경영대학을 졸업하고 펜실베이니아대(Wharton School)에서 경영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통계학 부전공). 사회와 기업의 다양한 문제들을 계량 분석적으로 접근하는 연구를 주로 했다. 개인의 분석능력을 키워주는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 여러 기업에서 운영하기도 했다. 저서에 <말로만 말고 숫자를 대 봐(엠지엠티북스)> 등이 있으며 역서에 <빅데이터@워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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