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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Manners

중국파트너가 식사에 초대했다 이제 진짜 현지친구가 생겼다

박영실 | 138호 (2013년 10월 Issue 1)

 

 

편집자주

과학화된 최신 경영기법과 최첨단 IT 솔루션을 바탕으로 비즈니스가 이뤄지는 지금 시대에도 결국 거래를 성사시키는 건사람입니다. 대한민국의 많은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활약하고 있는 요즘에는 각국과 지역의 문화와 관습을 이해하고 그에 걸맞은 매너와 에티켓을 지켜야 비즈니스에서도 성공할 수 있습니다. 고객 서비스와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비즈니스 매너를 연구하고 강의해 온 박영실 박사가 국가별 비즈니스 매너를 연재합니다.

 

 

1. 중국의 식사, ‘음화식덕(飮和食德)’을 이해하라

 

중국 비즈니스 파트너의 식사 초대가 갖는 의미

 

중국인과 10년 넘게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필자의 지인은 얼마 전 중국인 비즈니스 파트너로부터 식사 초대를 받았다며 뛸 듯이 기뻐했다.

그가 받은 초대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제가 조금 전에 탕을 진국으로 하는 단골 음식점에 전화해보니 오늘 갓 구한 신선한 재료를 푹 끓이는 데 사흘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혹시 그때 시간이 되면 진한 탕 맛을 소개해 드리고 싶은데 시간 어떠신지요?”

 

그가 기뻐했던 이유는 중국에서는 이 같은 식사 초대가 단순히 인사 차 만나 형식적으로 식사하는 비즈니스 미팅 이상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식사를 함께한다는 것은친구로 받아들인다는 의미가 있다. 중국에서는 그 의미가 더 크다. 중국 사업가와 밥 한번 먹기 어렵다는 불평을 하는 한국 사업가들이 많은데 이는 그들이 진정으로 상대를친구로 받아들이고 술 한 잔 기울이는 장시간의 식사를 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의식주(衣食住)’가 아닌식의주(食衣住)’의 중국

 

중국에서는 의식주(衣食住)라는 말 대신 식의주(食衣住) 라는 말이 보편적으로 쓰인다. 중국인들이 그만큼먹는 것의 중요성과 즐거움을 최고로 여긴다는 얘기다. 중국인들은 또 식사를먹는 예술(吃的藝術)’이라고 표현한다. 중국인에게 먹는 것은 단지 기본적인 욕구충족이 아니라 예술성을 따지는 일로 여겨진다. 그들의먹고 마시는 것에 대한 의미부여는마시고 먹는 일은 덕이라는 뜻의 음화식덕(飮和食德)이라는 사자성어에서도 잘 나타난다.

최근 중국을 국빈 방문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만찬용 수프로 상어지느러미, 제비집, 곰발바닥과 함께 ‘4대 진미재료로 꼽히는흰목이(銀耳 혹은 白木耳)을 대접받았다. 여성 대통령에 대한 각별한 배려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는 중국 지도부가 외국 정상들과의 교류에서 만찬장에 제공하는 음식은 곧예우의 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특히 어떤 수프로 대접했는가는 가장 중요한 예우의 지표다. 

단순히 어떤 음식을 먹느냐만 따져서도 안 된다. 중국에서 외교든 비즈니스든 상대방이 식사 초대와 좋은 음식을 준비해 예의를 갖췄다면 그건 비즈니스의 시작일 뿐이다. 식사에서 매너를 지키는 것, 중국 특유의 식사문화를 이해하고 함께하는 것이 결국 외교나 비즈니스의 성패를 가르게 된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처음 죽의 장막 중국을 찾았을 때 자신의 오찬 상대로 앉은 허름한 양복을 입은 두 중국인을 보자 절로 얕보게 됐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나누자 그들의 식사 매너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그의 자서전에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세련된 식사 매너는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힘이 있는데 식사 초대 하나에도 서두르지 않고 공을 들이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관계를 맺는 중국인들의 비즈니스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식사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그들 앞에서의 실수를 막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2. 한국과 비슷하면서도 많이 다른 중국의 식사 예절, 그래서 더 실수하기 쉽다

 

유사해 보이지만 많이 다른 식사 예절

 

모양은 조금 다르지만 숟가락과 젓가락을 사용하며 국물이 있는 음식까지 함께 먹는 등 일견 한국과 중국의 식사 문화에는 유사점이 많아 보인다. 실제로 유교문화의 영향으로 젓가락이나 숟가락을 그릇 가운데 세워 꽂아 놓는 것은 제사 때에만 행하는 행위로 엄격히 금지된다는 점도 비슷하다. 식사 중일 때는 젓가락을 접시 끝에 받쳐놓고 식사를 끝마쳤을 때는 젓가락 받침대 위에 올려두는 것도 한국인 입장에서 어색할 것이 없다. 그러나 세세한 부분으로 들어가면 주의해야 할 점들이 많아진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숟가락의 오목한 부분이 위로 오게 놓지만 중국에서는 사용한 숟가락은 반드시 뒤집어서 놓아두는 것이 예의다. 남에게 더러운 것을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물 음식을 먹을 때는 숟가락으로 먹는 것이 일상적인 방법이지만 중국에서는 그릇을 들어 입에 대고 젓가락으로 밀어 넣으며 먹기도 하니 이를 이상하게 쳐다보면 곧바로 실례가 된다.

 

 

‘상좌존동(尙左尊東)’을 기억하라

 

바쁜 비즈니스 일정이나 다급한 사정으로 코스 메뉴의 저녁 약속에 늦었을 때는 진행 중인 음식을 먹으면서 일행과 속도를 맞추는 것이 좋다. 특히 여러 명이 원형 테이블에서 함께 하는 중국식 비즈니스 식사에서는 부득이하게 늦게 도착했을 경우에 한 사람에 의해 식사 순서가 많이 지연되지 않도록 진행되는 순서대로 달라고 웨이터에게 부탁하는 것이 좋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뿐더러 먹는 속도를 맞춤으로써 공통 화제를 나누기가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회전테이블은 반드시 시계 방향으로 돌리는 것이 원칙이고 이 또한 상석부터 돌리는 것이 예법이다. 차를 마실 때는 받침까지 들고 마시되 뚜껑을 반쯤 덮어두면 계속 마시겠다는 의미라는 것도 기억하자. 음식을 모두 한 번씩 던 후에는 몇 번이고 더 덜어 먹을 수 있으나 덜어 온 것은 남기지 않고 모두 먹는다. , 식사 후 마지막 접시에 소량의 음식을 남겨두는 것은 더 먹기 힘들다는 신호이자 주최자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가 되므로 우리나라에서처럼 음식을 깨끗하게 비우려고 하지 않도록 하자. 만약 중국인을 초대한 상황이라면 그릇을 비웠을 때에는 반대로더 음식이 필요한 지권해보는 것이 낫다.

초대를 했을 때에는 몇 가지 생각해야 할 것이 더 있다. 주빈은 방문과 마주 보는 곳에 배정하고 본인은 문 쪽에 앉도록 한다. 최근에는 서양식으로 귀빈을 오른쪽에 앉히는 추세도 많이 보이지만 전통을 중요시하는 중국인은 아직도상좌존동(尙左尊東)’의 원칙을 지킨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주빈 다음으로 중요한 사람은 주빈의 왼쪽에 앉히고 주빈을 기준으로 왼쪽에는 중요한 순서대로 2, 4, 6번이, 오른쪽은 3, 5, 7번이 앉도록 해야 한다. 테이블이 많은 넓은 홀이라면 동쪽에 주빈을 앉혀야 한다. 중국 음식은 큰 접시에 담아 순서대로 한 가지씩 식탁에 내어 놓는데 음식은 주빈부터 서빙되도록 해야 한다. 이때 주의할 점은 한 원형식탁에 13명이 함께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숫자를 중요시하는 중국에서 13의 숫자는 사리 분별을 하지 못하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좋지 않은 의미를 뜻하기 때문이다. 이 전통은 최근에도 비교적 잘 지켜지는데 이는 서양에서도 13이라는 숫자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것에 대한 배려 차원이기도 하다.

 

 

3. 중국인과의 식사는 비즈니스의 최대 기회

 

얼핏 까다로워 보이지만 몇 가지만 주의하면 중국인 파트너와의 비즈니스는 식사 자리에서 상당 부분 많은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일단 정식으로 식사 초대를 주고받았다는 자체가 중국인들에게는 큰 의미이기 때문이다. 편안한 식담(食談)이 공식 협상장에서의 치열한 셈법보다 때론 훨씬 중요하고 또 거래 성공을 높인다는 점을 기억해 두면 비즈니스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08 8월 미국 올림픽위원회(USOC)가 베이징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596명의 선수단 전원을 대상으로 사상 유례없이 이틀간 음주문화를 가르치고젓가락으로 음식을 찌르면 무례한 행동이라는 것 등을 비롯해 다양한 중국 문화 관련 집중교육을 실시했던 것은 실제 기업의 흥망을 걸고 비즈니스를 진행하는 기업가들에게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박영실 PSPA(박영실서비스파워아카데미) CEO osil0928@pspa.co.kr           

연세대에서 교육학 석사 학위를, 숙명여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된 연구 분야는 고객서비스와 커뮤니케이션, 비즈니스 매너 등이다. 삼성에버랜드 경영지원실 서비스아카데미 과장, 호텔신라 서비스아카데미 과장 등으로 일했다. 현재 숙명여대 경영학부직업과 능력개발멘토 교수 겸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 박영실 | - (현)PSPA(박영실서비스파워아카데미) CEO
    - (현)숙명여대 취업능력개발원 자문위원 및 멘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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