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 창조경영
편집자주
유대인은 전 세계 인구의 약 0.2%에 불과한 소수민족입니다. 역사적으로도 모진 핍박과 시련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유대인은 천재적인 두뇌와 시대의 흐름을 볼 줄 아는 안목을 바탕으로 전 세계 각 분야에서 최고위층의 지위에 오르는 데 성공했습니다. 비주류에서 주류로, 주변부에서 핵심부로 올라선 유대인들의 지혜를 통해 초경쟁 시대의 생존 전략에 대한 통찰을 얻어 가시기 바랍니다.
어떤 국가나 민족이든 그 구성원들이 관습적으로 해오는 제도나 행동들에는 그들의 삶과 철학이 짙게 묻어 있다. 문명과 문화는 이를 반영한다. 마치 우리의 제사문화가 우리 민족의 삶과 철학을 응축해 내포하고 있는 것과 같다. 유대민족에게도 수천 년 동안 내려온 그들만의 독특한 관습이 있다. 그런 관습이 여러 가지 제도나 행동으로 나타나지만 유대인들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것 중 하나가 성인식이다. 유대인 성인식에는 그들이 생각하는 경제와 교육에 관한 철학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대인에게 관심 있는 사람들은 그래서 “유대인들의 성인식을 이해해야만 유대인을 진짜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유대인들은 만 13세부터 성인 대접을 해준다. 그래서 13세 되는 생일에 아주 성대한 성인식을 거행한다. 일생에서 결혼식과 함께 평생 중요한 날 중 하루로 꼽힐 정도다. 성인식은 보통 ‘바 미쯔바(Bar Mitzvah)’ 라고 한다. 히브리어로 바는 아들, 미쯔바는 계명을 의미한다. 즉 ‘바 미쯔바’는 계명에 따라 사는 아들이라는 뜻으로 이 행사를 마치면 종교적으로 ‘책임 있는 사람, 다시 말해 완전한 성인’이 된다는 얘기다. 여성의 경우에는 딸을 의미하는 ‘바트(Bat)’란 단어를 써서 바트 미쯔바라고 한다. 일부 종파에서는 그 나이 소녀들이 신체적으로 빨리 성숙해지는 것을 감안해 여성의 경우 12살에 성인식을 치르기도 한다.
성인식의 의미가 큰 만큼 유대인 어린이들은 1년 전부터 성인식 준비를 한다. 부모에게 기도 방법을 배우고 성인식 당일 시나고그라고 하는 유대교 회당에서 직접 읽고 설명할 토라(성경)를 공부한다. 물론 이 토라는 히브리어로 쓰인 것이다. 유대인들이 이스라엘에 살지 않더라도 대부분 성인이 되면 유창하지는 않지만 히브리어를 웬만큼 읽을 수 있다. 또한 이때 거의 1년 동안 대중 앞에서 말하는 방법을 배우는 덕에 유대인들은 대부분 토론의 달인으로 알려져 있다.
13살이면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 시절이다. 하지만 유대인 청소년들은 이때 성인식을 준비하면서 “내가 누구인가”라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책임감 있는 성인으로 살아가는 다양한 훈련을 받는다. 유대인들은 사춘기가 없다는 말이 있는데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성인식이 열리는 날에는 결혼식처럼 일가친지와 친구 등 많은 사람이 모여 축하를 해준다. 필자가 언론사 특파원으로 근무했던 미국 뉴욕 지역은 유대인들이 이스라엘 다음으로 많이 사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어떤 중학교에서는 1년 내내 성인식 행사가 있을 정도다. 유대인 학생들의 성인식이 워낙 많이 열리는 탓에 학교 측에서는 학생들의 성인식 행사 날짜가 겹치지 않도록 사전에 조정까지 해준다. 날짜가 중복될 경우 어느 한쪽 학생에게만 친구들이 몰리면 다른 한쪽 학생은 치명적인 마음의 상처를 받기 때문이다. 뉴욕 월스트리트 금융회사에 근무하는 한 유대인 직장인은 역시 유대인인 자신의 직속상관의 딸 성인식에 초대받지 못한 뒤 고민을 하다가 결국 사표를 냈다는 말이 있다. 그렇게 중요한 날 초대받지 못한 것은 그만큼 조직에서 필요 없는 사람으로 평가받았다는 생각에서다.
성인식 날 종교행사가 끝난 뒤에는 통상 연회장이나 대형 식당을 빌려 축하모임을 갖는다. 결혼식 피로연과 비슷한 형태로 진행된다고 보면 된다. 흥미로운 것은 이날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이 결혼식 때와 마찬가지로 부조금을 낸다는 점이다. 친구들은 물론 가족들도 대부분 현금 부조를 한다.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가까운 친척들은 이때 아예 유산을 물려준다는 생각으로 적지 않은 돈을 건네기도 한다.
뉴욕에서 알고 지내던 유대인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뉴욕 일반 직장인의 경우 부조금으로 일인당 평균 200달러 정도를 낸다고 한다. 축하객이 200명 왔다면 모두 4만 달러의 돈이 들어온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친척들은 조금 더 많은 돈을 내기 때문에 뉴욕 중산층의 경우 성인식 한 번 하면 평균 5만∼6만 달러가 들어온다고 보면 된다. 물론 가난한 집안에서는 1만∼2만 달러가 들어오기도 하고 맨해튼 고급 호텔을 빌려 행사를 할 정도의 부자 집안에서는 수십만 달러가 들어오기도 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성인식 때 들어오는 돈이 행사를 치른 부모가 아닌 이날부로 성인이 된 13살짜리 주인공의 몫이라는 사실이다. 행사 준비에 들어간 비용을 빼고 나머지는 모두 성인이 된 청년의 이름으로 된 통장에 넣고 예금이나 주식, 채권 등으로 운용한다. 이 돈은 이들이 20대 초반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쯤이면 대략 두 배 안팎으로 불어나 있다. 어림짐작으로 따져보면 뉴욕 중산층 유대인 청년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할 때는 대략 우리 돈 1억 원 안팎의 종잣돈을 가지고 있다는 계산이다.
게다가 부모들은 이 통장에 들어 있는 자산의 관리를 자녀와 함께하거나 아니면 자녀에게 직접 맡긴다. 그러다 보니 유대인 청년들은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실물경제나 금융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고 돈을 어떻게 운용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감각을 키우게 된다. 자녀들이 사회에 진출하기 이전에 종잣돈을 마련해 주는 것은 물론 실전을 겸비한 경제 교육까지 자연스럽게 시켜주는 것이다.
결국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유대인 청년들의 고민은 ‘내 통장에 있는 돈을 어떻게 활용할까’에 모아진다. 똑똑한 청년들이 젊은 시절부터 창업의 길로 나서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스라엘 대학생의 80∼90%가 창업을 희망하고 미국에서도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 구글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등 20대 창업 아이콘의 상당수가 유대인들이라는 점은 이런 문화권에서 보면 결코 놀랄 일이 아니다. 성인식으로 상징되는 유대인 문화에선 아주 자연스런 현상이다. 주머니에 한 푼도 없이 일단 무조건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사회에 뛰어드는 한국의 젊은이들과는 안타깝게도 사회생활의 출발부터가 다른 셈이다.
유대인들의 지혜서인 <탈무드>에서는 ‘돈은 버는 게 아니라 불리는 것’이라고 가르친다. 눈사람 만들 때 처음에 한번 눈을 모아 뭉치는 것이 어렵지 뭉쳐진 것을 잘 굴리면 그야말로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원리다. 돈도 마찬가지다. 돈을 크게 불리기 위해선 우선 종잣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데 유대인들은 이미 성인식을 통해 자연스럽게 종잣돈을 형성할 수 있도록 관습적이고 제도적인 틀을 만들어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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