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경기 침체기에 기업 리더들은 어떤 옷차림을 해야 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침체기에 옷은 대충 입어도 되지 뭐’ 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불황일수록 평소보다 더 정갈하게 차려 입어야 한다. 스스로의 자신감을 높이는 것은 물론 직원 및 거래처에도 신뢰와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대공황 당시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라고 말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불황기의 가장 큰 걸림돌은 두려움이다. 최고경영자(CEO)의 의연하고 품격 있는 옷차림은 직원들의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해주고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이는 해외출장 때도 마찬가지다. 해외출장은 성취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어 떠나는 여행이다. 그러므로 상대방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옷차림이 가장 중요하다. 격식에 맞는 클래식한 옷차림이야말로 비즈니스 파트너의 신뢰를 부른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수트(suits)의 선택이다. 상·하의를 모두 같은 소재로 만든 옷을 뜻하는 수트는 세계 어디에서도 공유하는 비즈니스 ‘격식’이다. 수트는 입는 사람의 신분과 성격, 능력을 반영한다. 수트는 대화를 나눌 때 상대방의 시선이 머무는 곳인 상체를 덮고 있기 때문에 가장 핵심적인 옷이며, 권위·직위·권력이라는 개념과 연관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트의 색상·패턴·아이템이 클래식하고 보수적인 것을 선호한다. 비즈니스맨의 드레스 코드는 클래식임을 명심해야 한다. 성공한 비즈니스맨들은 오랫동안 이 스타일을 고수해 왔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 명문화되지 않은 룰은 엄격하게 적용된다.
수트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반드시 몸에 꼭 맞는 옷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소위 말하는 ‘피팅감’이 살기 때문이다. 몸에 꼭 맞는 수트를 입었을 때 당신의 말은 훨씬 설득력을 갖는다. 재질은 폴리에스터 혼방보다 순모 소재가 좋다. 모양은 무늬가 없는 솔리드나 핀 스트라이프, 색상은 차콜 그레이(짙은 회색)나 미드나이트 블루(어두운 청색)가 좋다.
단 비즈니스 상대가 여성이라면 약간 트렌디하게 입어도 좋다. 여성들은 유행하는 스타일에 점수를 더 주는 경향이 있다.
넥타이는 품격을 좌우하는 도구이므로 세심하게 고르는 것이 좋다. 셔츠는 순면 소재의 몸에 꼭 맞는 셔츠가 빈틈없고 예리한 인상을 준다. 구김이 가지 않는다고 해서 사람들이 여행 때 선호하는 형상기억 셔츠는 입지 않는 것이 좋다. 또 아무리 더운 지역이라 하더라도 반팔 셔츠는 금물이다. 반팔 셔츠는 하류층 이미지를 내포하고 있으므로, 출장지에서 훌륭한 대접을 받기 어렵다.
액세서리는 브랜드의 로고가 드러나는 것을 피하도록 한다. 벨트의 경우 구두색상에 맞추도록 하고, 버클은 가능한 한 심플하면서 브랜드가 새겨져 있지 않는 것이 좋다. 양말은 바지 색상과 맞추고, 다리를 꼬고 앉았을 경우에도 피부가 드러나지 않을 정도로 충분히 길어야 한다. 시계는 반드시 고급스러운 시계를 차라. 고급 시계가 없으면 아예 시계를 차지 않는 편이 좋다.
필자는 국민대 의상디자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제일모직과 삼성패션연구소에서 12년간 근무했으며 2000년부터 국민대 의상디자인과에서 강의하고 있다. 현재 고급 맞춤복 숍 ‘정명숙 비스포크’를 운영하며 남성복 칼럼니스트 및 스타일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