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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과 실패의 상보성

성과 없는 실패조차 격려하라고?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가 아닐 수도

박종규 | 393호 (2024년 5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실패에 대한 지나친 관용은 실패의 무게를 가볍게 여기는 부작용과 낮은 성과를 가져올 위험이 있다. 리더는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1. 심리적 안전감을 보장하기 이전에 부하 직원이 주어진 과업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전문성이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살펴야 한다.

2. 실패에 대한 정의는 개인과 조직의 위험선호도 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에 부하 직원의 위험선호도를 목표 설정이나 직무 배치에 반영해야 한다.

3. 상보성의 원리에 따라 실패와 성공을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정의함으로써 자신과 타인의 실패를 열린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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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기업보다 실패한 기업이 더 많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경영학 분야에서 ‘기업 실패(Organizational failure)’에 대한 연구는 늘 성공 사례에 묻혀 부차적인 것으로 다뤄져 왔다. 대부분의 사례 연구(Case study)에서도 실패는 주로 성공을 달성하기 위해 중간에 일어난 해프닝이나 혹은 더 큰 성공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 정도로 간주되곤 한다. 중소기업청과 통계청 자료1 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중소 및 영세기업의 연간 평균 파산 건수는 약 2만 건으로 이는 매일 평균 55개 기업이 파산함을 나타낸다. 거기에 자영업까지 포함하면 매일 평균 1000개 정도의 가게가 문을 닫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사실 실패는 기업뿐 아니라 우리를 포함한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의 가장 근본적인 특징이다.2 생물학자들에 따르면 지금까지 지구상에 존재했던 모든 종 중 99.99%는 멸종이라는 방식으로 실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실패를 입에 담으면 큰일 나는, 마치 영화 해리포터(Harry Potter)에서 ‘볼드모트(Voldemort)’ 같은 단어로 치부해 버리는 것 역시 현실이다.

게다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토마스 에디슨의 명언을 비롯해서 성공한 많은 이가 강조하는 ‘과거의 실패가 없었다면 나는 이 자리에 없다’는 다소 미화된 스토리는 아직 성공하지 못했거나 그 과정에 있는 우리에게 실패에 대해 왜곡되거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이미지를 심어 주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배워야 할 것은 실패의 역경을 딛고 다시 일어선 다음에야 비로소 자신이 그 실패를 받아들였고, 또 그 실패로부터 배웠다고 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실패 그 자체가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필연적이고 아름다운 과정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실패를 안 하는 것이 좋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물론 실패를 두려워하는 마음이나 혹은 실패를 겪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긍정의 힘과 회복탄력성(Resilience)이 필요 없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우리 모두가 궁극적으로는 성공을 바라지만 어떤 개인이나 기업도 실패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에 근거해서 어떻게 하면 실패를 잘 받아들이고 감내할 수 있을지, 그리고 실패를 겪게 된다면 대체 어떻게 해야 좋은 것인지를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심리적 안전망의 함정

언젠가부터 스타트업뿐 아니라 대기업에서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실패에 관대한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는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과 심화된 경쟁 속에서 실패를 더 많이, 더 자주 겪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구성원 개인들이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을 느낄 수 있고 또 실패에 대한 비난에서 자유로운 더 나은 조직문화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1950년대 처음 등장한 ‘심리적 안전감’은 최근 몇 년 사이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의 에이미 에드먼드슨 교수의 다양한 연구와 저서를 통해 주목받았다. 그 핵심은 조직 구성원들이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위험을 감수하며, 서로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고 느낄 때 바람직한 학습이나 창의성이 높아져서 결국 혁신(Innovation)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혁신을 통해 새로운 시장과 성과를 창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조직 구성원들의 심리적 안전감이 높은 만큼 혁신을 포함한 조직 전체의 성과가 높아질 수 있을까? 그리고 조직 내 모든 기능과 직무에서 혁신 혹은 심리적 안전감이 중요할까?

2023년 6월 이스라엘 텔아비브대와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공동연구팀은 회사에서 지나치게 높은 심리적 안전감은 일반적인 직무들3 의 성과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4 이 결과는 우리가 쉽게 빠질 수 있는 “심리적 안전감은 높을수록 좋다”는 고정관념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심리적 안전감의 핵심이 비록 우리가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창의성이 필요할 때 타인의 조롱이나 비난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규칙을 따르지 않거나 저성과에 대한 후속 조치가 없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과연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반드시 필요한 부서나 업무는 회사에서 몇 % 정도나 차지할까? 우리는 성공적인 조직 운영을 위해 혁신을 주도해야 하는 부서들 외에도 일반 지원 업무를 수행하는 더 많은 부서와 업무가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조직 내에는 재무, 회계, 안전관리 등 반드시 지켜야 하는 표준 가이드라인을 따라야만 하는 직무가 생각보다 많다. 이렇게 회사의 거의 모든 부서에 따라야 할 규칙과 반드시 충족해야 할 기준이 있고, 이는 혁신이 요구되는 업무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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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심리적 안전감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최근의 분위기는 일부 리더나 직원들에게 오남용될 위험도 있다. 특히 리더들에게 다음에 더 높은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실수나 실패를 해도 그냥 넘어가도 되는, 이윤과 성과라는 기업의 존재 목적 자체를 망각한 채 무조건적인 관용의 분위기를 조장하는 부작용을 가져오기도 한다. 높은 수준의 심리적 안전감으로부터 오기도 하는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분위기는 심각하게 안 좋은 성과나 실수를 덮어버릴 수 있는 핑곗거리나 변명이 되기도 한다.

우리가 경험한 대로 실수나 실패는 생각보다 더 많이, 더 크게 발생한다. 그런 상황에서 당신이 리더라면 큰 실수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뭐, 그럴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라는 태도를 보이며 이번 일은 다음의 성과를 위한 과정일 뿐이라 변명하는 부하 직원에게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대부분의 리더는 이런 태도를 가진 직원보다는 자신의 실수나 실패의 원인을 진지하게 곱씹으면서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더 신뢰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직원들이 더 많을수록 장기적으로 더 높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음은 자명한 이치다.

좋은 리더라면 과업지향적 리더십(Task-oriented leadership)과 관계지향적 리더십(People-oriented leadership) 모두를 균형 있게 발휘해야 한다.5 리더가 심리적 안전감을 포함한 관계지향적인 측면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조직이 반성보다는 변명과 책임 회피에 급급한 이들만으로 가득 찰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컨트리클럽이나 대학교 동아리가 아닌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관계지향적 리더십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인용되는 ‘좋은 관계가 더 높은 성과를 만든다’는 경영학의 오래된 지침은 과업지향적 리더십을 통해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내고 있을 때만이 유효하다. 유능한 리더라면 심리적 안전감을 보장해 주기 이전에 자신을 비롯한 부하 직원들이 주어진 과업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해 봐야 한다. ‘실패를 받아들였다’는 명제는 실패를 딛고 일어서서 그 경험을 통해 배우고 성장한 후에, 다시 말해 과거의 실패를 만회할 수 있는 높은 성과를 낸 다음에야 비로소 진정한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실패를 정의할 때 개인의 위험선호도 고려해야

경영학자들은 ‘기업 실패(Organizational failure)’나 ‘개인 실패(Individual failure)’에 대한 연구와 고민이 부족한 이유 중의 하나로 실패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거나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나마 기업의 실패는 폐업(Discontinuance), 파산(Bankruptcy), 퇴출(Exit), 강제 정리해고(Compulsory redundancies), 긴축 재정(Retrenchment) 등 확실한 현상으로 규정되는데 개인 수준의 실패는 단순히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의 부족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우며 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무엇보다도 스스로 혹은 조직에서 정해 준 목표에 따라서 다르게 정의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자동차 영업사원이 매달 10명 이상의 신규 고객 확보라는 목표를 세웠지만 결과적으로는 월평균 8명만을 확보했다면 이를 목표 달성에 실패한 것으로 봐야 할까, 아니면 10명이라는 숫자가 애당초 도전적인 목표(Stretch goal)였기 때문에 그 정도면 성공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

여기에서 개인이나 조직의 위험선호도(Risk preference)가 실패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조직의 위험선호도, 즉 조직 전체에 걸쳐 있는 위험부담(Risk taking)의 분위기는 개인의 위험선호도와 상관없이 각 개인이 실패를 어떻게 정의하고 받아들이는지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는 조직 전체의 위험선호도가 개인의 목표 설정 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발생한다. 성과 관리(Performance management)의 시작이 되는 개인 목표 설정을 할 때, 대부분 기업은 정렬(Alignment)의 관점에서 전체의 목표가 하위 조직 단위로 쪼개지고 개인에게까지 마치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Cascade) 방식을 일반적으로 활용한다. 그런데 이런 하향식(Top-down) 목표 설정 방식은 개인의 상황, 특히 개인의 위험선호도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이때 목표에 자연스럽게 포함돼 있는 조직의 위험선호도와 개인의 위험선호도가 불일치하는 경우 갈등이 야기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신의 위험선호도는 낮지만 조직 목표나 분위기상 어쩔 수 없이 불가능한 목표를 설정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거나 충분히 위험을 감당하고 도전해 보고 싶지만 보수적인 분위기 속에서 안전한 목표를 설정할 수밖에 없는 경우 등이다. 이런 경우, 결국 개인의 성과는 목표 달성 여부와 그 정도로 평가받기 때문에 실제 실패한 것이 아니라도 실패라고 간주되는 경우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이는 결국 개인이 실패가 아닌 것을 실패로 받아들여야만 하거나 확실한 실패를 실패로 인식을 못하는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조직과 개인의 위험선호도가 불일치하는 경우 해당 개인은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더 성장하거나 자신이 가진 더 큰 능력을 발휘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게 될 가능성도 크다.

따라서 그 불일치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 각각의 개인이 가지고 있는 위험선호도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사실 조직의 위험선호도를 파악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비전이나 미션, 창업주나 CEO의 위험선호도나 불확실성에 대한 내성 혹은 기업이 속해 있는 사업 영역이나 과거의 히스토리 등을 살펴보면 비교적 쉽게 드러난다. 반면 개인의 성격만큼이나 실패나 리스크에 대한 개인의 태도는 다양하기 때문에 리더들은 부하 직원이 가진 도전 정신이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 수준 등을 평소에 관찰이나 대화를 통해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개인의 위험에 대한 태도의 차이를 이해하고 존중할 필요가 있다.

개인의 위험선호도는 목표를 설정할 때 참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구체적인 업무를 부여하고 조정해야 할 때도 활용이 가능하다. 만약 조직 전체에 창의성과 혁신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우선 위험을 선호하거나 심리적 안전감이 높은 사람을 그 최전선에 활용하고 상대적으로 위험선호도가 낮은 사람들은 한 발짝 떨어져 있는 업무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변화를 시도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개인의 위험선호도를 파악하라는 것이 위험선호도가 낮은 직원에게 계속해서 도전이 필요 없거나 낮은 목표를 부여하라는 말은 아니다. 기존 연구들은 개인의 위험선호도가 유전적 요인에 의해 타고나는 부분도 있지만 주로 환경적인 요인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충분히 바뀌거나 개발이 가능함을 밝혀냈다.6 위험 부담이나 위험 관리에 대한 교육 훈련뿐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통해 개인의 위험감수성7 을 높일 수 있으며 위험선호도 역시 변화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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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과 실패의 필수불가결 관계, 상보성의 관점에서 이해해야

사실 실패를 100% 회피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방법이 있다. 그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Do nothing)”이다. 하지만 기업 경영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자체가 커다란 리스크이다. 경영자와 직원들을 포함해서 회사 운영을 위해 마련해 놓은 자원들, 수많은 실패와 성공의 경험을 통해 쌓은 노하우를 활용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는 또 다른 실패를 의미한다. 게다가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현상 유지를 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고, 앞으로 경영을 계속하고 기업이 존속하기 위해서는 변화와 도전이 불가피하다. 이런 이유로 성장을 꾀하는 모든 개인이나 조직이 실패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진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래서 실패를 대하는 가장 바람직한 자세를 얘기할 때 실패를 겪어도 좌절하지 말고 교훈을 얻어 앞으로 성장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클리셰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는 결국 성공을 보완하는 장치다” “성공을 하려면 실패는 필수불가결하다”라는 이 불편한 진실을 개인과 조직이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특히 직접 실패를 겪은 상황에서 좌절하지 않고 이번의 실패는 더 큰 성공을 위한 과정에 불과하다고 스스로를 납득시키는 것은 웬만한 정신력과 의지, 긍정적인 마인드 없이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왜 성공을 위해서는 실패가 반드시 필요할 수밖에 없는지를 납득하기 위해 덴마크 출신 물리학자인 닐스 보어가 주장한 ‘상보성의 원리(Complementarity)’를 살펴보도록 하자. 보어는 양자물리학 이론을 발전시키고 원자 구조의 이해에 큰 기여를 한 인물로 1922년에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그가 원래 양자물리학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 상보성의 원리는 양자 물질은 입자성과 파동성을 함께 갖고 있지만 그 두 성질을 동시에 관찰할 수는 없다는 것을 기본 전제로 한다. ‘상보성’이라는 이름이 붙은 까닭은 양자의 두 성질이 상호 배타적이면서도 상호 보완적이라는 점에서 나왔다. 다시 말해, 우리는 관찰 방식에 따라 두 성질 중 하나만을 관측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하나의 성질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관찰자는 하나의 현상을 입자성과 파동성을 발견하려는 각기 다른 두 가지 관찰 방식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때 이 두 관찰 방식은 서로가 서로를 배척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서로 보완하기도 한다. 관찰자가 서로 다른 두 가지 관찰 방식을 병행함으로써 비로소 하나의 현상에 대한 온전한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상보성의 원리는 빛을 포함한 양자 물질의 입자성과 파동성을 서로 다른 관찰 방식으로 이해하고, 이를 병행해 현상에 대해 좀 더 완벽하게 해석할 수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양자물리학에 생소한 사람들이 이 상보성의 원리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보어가 양자물리학의 범주에서 벗어나 하나의 철학적 세계관으로 확대 발전시킨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왜 실패와 성공이 서로 보완하는 관계에 있는지 그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다.

보어는 상보성의 원칙에 근거해 “진실성과 명료성은 상보적이다(Truth and clarity are complementary)”라는 말을 남겼다. 사실, 그 둘은 상호 배타적인 관계로 얼핏 보면 둘 중 하나를 취하면 다른 하나가 희생될 것 같다. 예를 들어, 신문기자가 기사를 쓸 때 진실에 가까운 정보를 전달하려면 상세하고 정확하게 설명해야 하지만, 그렇게 하면 간단명료함이 떨어지고 기사 내용이 난해해 질 수 있다. 반대로 간단명료하면서도 사실에 가깝게 설명하는 것도 어렵다. 이렇게 진실성과 명료성이라는 두 가지를 동시에 달성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다른 예로 ‘신속성’과 ‘정확성’도 그렇다. 신속성은 빠른 행동과 결정이고, 정확성은 올바른 정보와 결정이다. 좀 더 정확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걸릴 것 같고, 빠른 결정을 내려야 할 때는 정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만 같다.

하지만 보어의 상보성의 원리에 따르면 이건 틀린 생각이다. 보어는 그 배타적이고 모순적인 두 가지가 상호 보완되는 관계라고 주장했다. 두 개는 공존하면서 서로를 돕는 관계라는 말이다. 잘 생각해 보면 이렇다. 우리는 ‘진실성’과 ‘명료성’이 함께 있을 때 정보를 더 잘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진실성은 사실의 정확성을 의미하고, 명료성은 정보가 전달되고 이해되는 방식을 말한다. 명료성이 부족하면 사실이 왜곡되거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사실이 명확하고 명료하게 전달되면 우리는 그것을 더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 이렇게 얼핏 보면 상호 배타적이고 모순적인 것들의 관계가 결국 상호보완적일 때가 많다.

실패와 성공도 마찬가지다. 실패는 고통스럽지만 실패로부터 얻는 교훈과 경험은 개인이나 조직이 성공을 이루는 과정에서 중요한 자산이 된다. 성공 역시 실패에 의해 정의되는 경우가 많다. ‘내가 성공했다’라고 인식하거나 말할 수 있는 것은 실패를 경험한 과거의 자신과 비교해서 내린 결론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성공은 실패와 그로 인한 학습 과정을 거쳐야만 이뤄지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이나 조직이 성공 가도만을 달려서 성공에 취하거나 안주하게 되면 그 자만으로 인해 다시 실패를 하게 될 가능성도 높아지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실패와 성공 역시 보어의 상보성 원리를 따른다고 볼 수 있다. 실패와 성공은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연결돼 있으며 서로가 서로를 강화하고 보완함으로써 개인이나 조직의 전반적이고 장기적인 발전에 기여한다.

보어는 이런 말도 남겼다. “참의 반대말은 거짓이지만 심오한 진리의 반대말은 또 다른 심오한 진리일지도 모른다(The opposite of a correct statement is a false statement. But the opposite of a profound truth may well be another profound truth).”8 상보성의 원리에 비춘다면 확실해 보이는 진리조차 참과 동의어가 아닌 것으로 받아들일 때만이 우리는 또 다른 심오한 진리를 발견할 가능성을 열고 탐구를 계속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 말 역시 우리가 성공을 거뒀더라도 더 큰 성공이나 발전을 위해서는 현재의 성공에 안주하지 말아야 하며 또 다른 실패의 가능성이 언제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이렇게 대립하는 것이 결국 상보적이라는 것은 음(陰)과 양(陽)이 서로 대립되면서도 상보적이라는 동양의 음양이론과도 일맥상통한다. 『주역』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있다. “물체들의 시작과 모든 것의 근원인 큰 세계의 상태인 ‘태극(太極)’이 있다. 이 태극이 존재하면서 양과 음이 만들어지며 양과 음이 또다시 음과 양을 만든다. 양과 음은 서로 보완적으로 존재하며 양에서 음으로, 음에서 양으로 계속해서 변화한다(大哉乾元, 萬物資始, 乃統天. 太極生兩儀, 兩儀生四象, 四象生八卦, 八卦定吉凶, 吉凶生大業. 是故易有太極, 是生兩儀, 是生四象, 是生八卦, 八卦成達而天下平).”

상보성의 원리는 대립되거나 서로 다른 것들이 결국 갈등과 대척의 관계가 아니라 공존하며 서로를 보완한다는 측면에서 타인의 실패에 대한 관대함 내지는 열린 마음과도 연결된다. 상보성의 원리의 핵심인 상호 보완은 상대방이 본질적으로 나와 다르고, 나는 맞고 상대방은 틀렸다는 닫힌 마음에서는 실현되기 어렵다. 우리 자신의 실패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실패 역시 좀 더 관대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앞서 말한 것처럼 심리적 안전감을 무기로 사용하는 경우는 철저하게 구분해야겠지만 여러분의 부하 직원이 나름의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실패를 했다면 그 실패를 성공이라는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한 과정으로 인정해주고 위로를 건네 줄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실패’라는 현상을 냉엄하게 받아들이는 세 가지 접근 방법에 대해서 살펴봤다. 먼저 심리적 안전감에 대한 지나친 강조는 실패의 무게를 가볍게 여기는 부작용과 낮은 성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관계지향적 리더십과 과업지향적 리더십 사이의 균형을 잘 맞춰야 함을 지적했다. 다음으로 개인이나 조직의 위험선호도 수준은 해당 조직에서 내리는 실패의 정의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개인이 가진 위험선호도에 대한 평가를 목표 설정이나 직무 배치를 할 때 참고해야 한다. 그리고 개인의 위험선호도는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통해 변화할 수 있다는 사실 역시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우리 중 어떤 개인이나 조직도 자유로울 수 없는 실패를 보는 바람직한 관점으로 ‘상보성의 원리’를 제시했다. 실패와 성공을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정의함으로써 자신과 타인의 실패를 열린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석할 수 있다.

우리는 개인과 조직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필수불가결하게 발생하는 실패와 성공에 대해 일희일비(一喜一悲)하기보다는 그 두 가지 반대되는 현상이 공존할 수밖에 없고 서로 보완이 가능한 것이라는 것을 깊이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성공과 실패를 인정하게 된다면 비록 자신이 목표로 하는 성공에 도달하지 못했더라도 실패를 통해서 배웠다고 떳떳하게 말하면서 성장하는 더 나은 개인과 조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박종규 | 뉴욕시립대 경영학과 조교수

    필자는 성균관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LG인화원에서 근무했으며 타워스왓슨과 딜로이트에서 HR과 전략 컨설팅을 수행했다. 현재 미국 로스웰앤드어소시에이츠(Rothwell & Associates)의 파트너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리더십과 조직개발이다. 저서로 『무엇을 바라볼 것인가: 천재들을 이끈 오펜하이머 리더십(2024, 터닝페이지)』이 있다.
    jonggyu.park@csi.cuny.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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