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주역에는 마음의 병을 해결하는 세가지 방법이 제시됐다.
1. 나만의 작은 소통 방법인 ‘납약자유(納約自牖)’를 찾아라. SNS에서 친구들의 게시글에 ‘좋아요’를 누르는 행위도 효과적인 납약자유가 될 수 있다.
2. 마음속 울화를 시원하게 쏟아내라. 먹구름이 껴 있다가 비가 내리면 하늘이 맑아지듯 우울한 마음도 한껏 표출해야 해소된다.
3. 필요하다면 스스로 어둠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마음의 병은 습관적으로 되풀이되기 쉽다. 마음의 병이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선 다양한 사람들과 연대하며 마음의 탄력성을 키워야 한다.
주역으로 마음의 병을 치료할 수 있을까? 정신과 의사이자 분석심리학의 창시자인 카를 구스타프 융에 따르면 대답은 ‘그렇다’이다. 융은 주역의 괘들이 무의식의 세계를 드러내는 상징체계라고 말한다. 그래서 주역의 괘를 통해서 인간 내면의 심층에 자리 잡고 있는 마음의 질병들을 관찰, 분석, 치료할 수 있다고 말한다. 융이 뽑아서 치료에 활용한 점괘 몇 가지를 통해 주역의 심리학적 효용 가치를 한번 따져보기로 하자.
먼저, 산을 뜻하는 간괘(☶)부터 살펴보자. 간괘는 권위나 위엄, 진중함 등과 같이 주로 긍정적인 태도나 마인드를 상징하는 괘로 쓰인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은 첫 전투인 옥포해전에 나서면서 ‘망령되이 움직이지 말라. 산처럼 무겁고 침착하라(勿令妄動 靜重如山)’는 군령을 제1성으로 내놓았다. 주역에 조예가 깊었던 이순신은 주역 간괘의 메시지를 이용해 병사들의 기강을 다잡은 후 군대를 출정시켰다. 그리고 대승을 거두었다.
그러나 산을 상징하는 간괘가 위, 아래에 겹쳐져 만들어지는 중산간(重山艮)괘는 주로 흉(凶)한 상황을 암시한다. 첩첩산중이라는 표현처럼 일이 잘 풀리지 않고 꽉 막혀 있는 상황을 가리키는 괘가 중산간괘이다. 중산간괘는 극도의 심리적 중압감을 상징하기도 한다. 혼자서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큰 고통을 당하거나 충격을 받았을 때 ‘죽고 싶다’거나 ‘가슴이 답답해 미칠 것 같다’는 극단적인 표현을 쓰는데 그러한 상황이 중산간괘다.
이토 히로부미는 중국 대륙으로 떠나기 전 다카시마를 찾아가 출행 점을 쳤다. 다카시마는 일본 내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던 역학자였으며 이토 히로부미의 정신적 멘토이기도 했다. 다카시마가 뽑은 점괘가 바로 중산간괘였다. 불길한 점괘였으므로 다카시마는 이토 히로부미의 출장을 만류했다. 그러나 이토 히로부미는 이를 무시하고 중국으로 출발했고 하얼빈에서 안중근 의사의 총에 맞아 절명했다. 안중근의 이름에 들어가 있는 중(重)자와 근(根)자에 중산간괘의 중(重)과 간(艮)이 있으니 다카시마의 점괘는 정확했던 셈이다.
물을 상징하는 감괘(☵)가 아래, 위에 중첩돼 있는 중수감(重水坎)괘도 먹구름이 꽉 낀 것 같은 암울한 상황을 뜻하는 괘다. 물 수(水)자가 단독으로 쓰인 감(坎)괘는 부드러움, 유연함, 인자함 등과 같은 긍정적 의미로 많이 쓰이지만 중수감괘는 주로 험한 물구덩이나 장애물 등과 같이 부정적이고 흉한 일을 암시한다. 심리적으로는 누군가로부터 쫓기는 것 같은 심한 압박감을 느끼는 중증의 우울증 환자를 상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