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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금쪽이

휴가 쓸 때마다 눈치 주는 회사
어떡해야 하나요?

김윤진,김명희 ,함규정 | 366호 (2023년 04월 Issue 1)

편집자주

최근 정부의 ‘주 최대 69시간 근무’를 골자로 하는 근로시간 개편안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법안에 대한 여러 우려가 제기됐지만 특히 “지금도 상사 눈치가 보여 연차를 다 못 쓰는데 장기 휴가는 실효성이 없다”면서 근로시간을 적립했다가 나중에 몰아 쉬게 한다는 내용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MZ세대 직장인들이 많았습니다. 이번 ‘직장인 금쪽이’는 여전히 법정 연차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는 독자들의 사연을 종합해 재구성했습니다. 직급 불문, 일과 쉼의 균형을 모색하는 모두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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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김 매니저(30) 소비자 회사 전략/기획팀

작년 초, 새로운 직장으로 옮겼습니다. 더 나은 경력과 보상을 찾아 택한 도전인 만큼 이직을 후회 없는 결정으로 만들기 위해 지난 1년간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처음에는 약간 헤매기도 했지만 어느 정도 적응 기간을 거치면서 지금은 이따금씩 성취감도 느끼고 일에 재미도 붙여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새 회사에는 전 회사에 없었던 한 가지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바로 연차를 며칠씩 붙여 쓰면 상사가 노골적으로 눈치를 준다는 겁니다. 회사 전체의 문화인 건지 저희 팀만의 문제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다 3일 이상 연이어 휴가를 내려고 하면 팀장이 꼬치꼬치 사유를 캐묻습니다. 팀원들도 팀장 기분을 살피기에 여념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동조하면서 젊은 직원들이 오래 자리를 비우는 것을 탐탁지 않아 합니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다들 웬만해서는 반차만 내거나 하루 이틀만 쉬고 제자리로 복귀합니다.

전산상에 휴가 사유는 쓰지 않아도 되는 게 회사 방침입니다. 그렇지만 매번 결재를 올릴 때마다 팀장이 “무슨 일 있냐” “지난번에도 어디 가지 않았냐” “요새 안 바쁘냐”면서 승인해주기 싫은 티를 냅니다. 개인적인 사유라 얼버무리거나 말끝을 흐리면 “면접 보러 다니는 거 아니냐”며 업무에 대한 몰입이나 충성도를 의심합니다. 한 번은 금요일과 월요일에 연차를 내고 나흘간 남자친구와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는데 팀장과 사수가 “누구랑 어디 좋은 데 가냐”고 연신 묻는 통에 이실직고했다가 지금까지도 후회하고 있습니다. 그 이후로는 연차를 쓸 때마다 “또 남친이랑 놀러 가냐”고 팀원들이 한마디씩 거들기 때문이죠. 처음부터 적당한 거짓말로 둘러댔어야 했는데 미숙했던 제 대처에 화가 나면서도 남의 휴가 사유에 다들 왜 이렇게 관심이 많은지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작년에는 이직한 지 얼마 안 되기도 했고 팀에서 나이도 어린 편이라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하루 이틀 쉬는 정도로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전 회사에서는 일주일 휴가를 내도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 게 당연시됐기에 불만은 컸지만 일단 새 회사의 분위기에 적응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연말까지 법정 연차 휴가도 다 소진하지 못했습니다. 저만 이런 게 아니라 다른 팀원들 처지도 비슷합니다.

주변에 고민을 털어놓으면 친구들은 아직도 그런 회사가 있냐고, 직장인의 권리이니 무조건 연차는 다 쓰고 통보하라고 합니다. 하지만 새 직장에서 경력이나 평판도 잘 관리하고 싶고 다른 팀원들이라고 안 쉬고 싶은 건 아닐 텐데 저만 유별나게 행동하면 ‘발칙한 요즘 MZ세대’로 뒷담화 대상이 될까 두렵습니다. 하지만 저에겐 일만큼이나 휴식이 중요한데 장기 여행을 떠나 기분 전환이나 재충전을 할 기회가 없다는 게 너무 속상하고 이런 삶을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일은 마음에 드는데 휴가 때문에 이직하자마자 1년 만에 또다시 새로운 직장을 알아보는 게 책임감 있는 태도인 건지도 모르겠고 답답할 따름입니다.


Solution I   - 김명희 인피니티코칭대표

김 매니저님, 더 나은 경력과 보상을 찾아 큰 결심을 하고 이직한 만큼 새로운 직장에서 경력과 평판 관리를 잘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죠. 그간 새로운 회사에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고자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까지 포기하며 열심히 달려오셨는데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겠네요. 연차 사용을 회사에 대한 충성도를 판단하는 지표로 여기거나 구체적인 휴가 사유까지 캐물으며 사생활 침해를 일삼는 팀 분위기라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 같습니다.

답답한 마음이 크시겠지만 새로운 직장의 구성원들이 전반적으로 휴가 사용에 대해 눈치 보는 상황이라면 우선은 회사의 조직 문화를 조금은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조직 문화는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에 의해 형성되고 정착이 됐기에 한 개인의 노력으로 단기간에 바꾸기 어려워요. 연차를 사용하는 것보다 회사에 나와서 밀린 업무를 해결하는 것을 더 선호하는 사람도 있기에 현재의 조직 환경이 무조건 나쁘다고 단정할 수도 없고요. 만일 현재의 상황이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다면 새로운 직장의 분위기와 나의 니즈가 서로 일치하지 않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인간관계에서 나와 잘 맞는 사람이 있고 조금 힘든 사람이 있듯이 회사와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개인의 특성과 조직에서 주어지는 환경 간에 조화가 잘 이뤄지면 회사 생활이 만족스럽고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지만 개인이 중요하게 여기는 니즈, 가치가 존중을 받지 못하는 느낌이 들면 일에 대한 의욕도 떨어지고 신체적, 정신적 피폐함을 느끼게 되죠. 개인이 회사와 잘 맞는지를 결정하는 환경적인 요인에는 일 자체가 주는 의미와 즐거움도 있지만 조직의 가치, 목표, 규범, 분위기 등 다양한 요소가 포함돼 있습니다. 이때 개인이 직무와 얼마나 잘 맞는지는 개인-직무 적합성(Person-Job Fit), 조직과 얼마나 조화를 이루는지는 개인-조직 적합성(Person-Organization Fit), 그리고 이 두 가지는 개인-환경 적합성(Person-Environment Fit)이라는 개념으로 통합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일 자체는 잘 맞지만 팀의 분위기는 다소 이질감이 느껴진다고 하셨어요. 직무와의 적합성은 높지만 조직과의 적합성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라 생각해볼 수도 있겠네요. 물론 연차 사용 문제로 현 조직과 김 매니저님이 잘 맞는지 여부를 판단하거나 단정 짓기는 이릅니다. 우리 모두는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꽤나 복잡하게 얽혀 있는 가치 체계의 영향 아래에 살고 있기에 자신이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어떤 가치를 더 우선시하는지 경중을 먼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치를 명확하게 인식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충족됐을 때 충만감이나 만족감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최상의 삶을 살아가려면 자신의 가치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가장 원하는 것을 주도적으로 선택할 필요가 있어요.

현재 어떤 선택이 최선인지 잘 모르겠다면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다섯 가지 정도를 나열해 보세요. 그리고 가치의 우선순위를 정렬해 보는 것입니다. 만일 휴식과 재충전이 가치 체계에서 가장 상위에 차지하고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삶의 요소라면 휴식과 재충전의 기회를 지켜내기 위한 선택을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렇지 않고 재정적 안정, 흥미 있는 일, 승진, 원만한 관계 등의 가치가 더 중요하게 생각된다면 휴식이나 재충전의 기회는 조금 양보하는 편이 낫습니다. 승진이나 원만한 관계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데 연차 사용으로 안 좋은 평판을 얻거나 상사나 동료와의 관계가 틀어진다면 만족감을 느끼기 어렵겠죠.

연차를 쓰는 것은 노동법에 의해 보장이 된 근로자의 당연한 권리입니다. 업무가 지나치게 많거나 팀 운영에 지장이 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아무리 상사라고 해도 연차 사용을 못하게 하거나 불이익을 줄 수는 없습니다. 김 매니저님에게 있어서 연차 사용이 양보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하지만 이직을 결정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 팀장을 만나 사정을 허심탄회하게 나누고 연차 사용 시기를 서로 합의해서 정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연차 사용 자체보다는 사용 시기나 방법이 팀장이나 다른 구성원들에게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으로 보였을 수도 있어요.

또한 팀장의 업무와 책임 범위는 매니저 직급과 다소 차이가 있기에 팀장의 입장에서 상황을 바라볼 필요도 있습니다. 팀장은 전체 업무를 총괄하고 성과를 내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연차 사용으로 인해 구성원 한 사람의 공백이 생기면 업무 추진에 불편함을 겪을 수 있어요. 팀장의 입장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고 최대한 팀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는 방향으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려는 노력을 보인다면 팀장 역시 김 매니저님에게 더 우호적인 태도를 보일 수도 있습니다.

만일 이러한 모든 노력에도 팀장과 동료들이 연차 사용에 부정적인 태도를 고수한다면 매니저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의 우선순위에 따라 조직에 순응하거나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것을 선택하면 됩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 잊지 말아야 하는 점은 매니저님 스스로가 삶의 주인이기에 본인의 행복에 가장 도움이 되는 선택을 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건투를 빕니다.


Solution II  - 함규정 씨앤에이엑스퍼트 대표

비즈니스 교육·훈련 기관 씨엔에이엑스퍼트C&A EXPERT의 대표이자 성균관대 경영학부 겸임교수다. 감정 코칭 전문가로서 직장 내 감정 관리 및 소통 기술에 대해 CEO와 임원, 팀장 및 팀원을 대상으로 컨설팅과 교육을 진행한다. 저서로는 『감정 관리도 실력입니다』, 『감정에 휘둘리는 아이 감정을 다스리는 아이』 『제가 겉으론 웃고 있지만요』 『서른 살 감정공부』 등이 있다.


혹시 10~15년 전의 직장 문화에 대해 알고 계시나요? 아마도 김 매니저님 같은 MZ세대, 특히 Z세대 직장인분들은 직접 겪어보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잘 모르는 게 당연할 텐데요.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지금은 상상도 잘 안 되는 일들이 회사에서 버젓이 일어났죠. 우선 당시엔 마음 편한 출퇴근도 쉽지 않았답니다. 상사가 퇴근하기 전까지는 일이 없어도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곤 했으니까요. 점심시간엔 지금처럼 각자 원하는 동료들과 삼삼오오 모여서 회사 근처 맛집 탐방을 하지 못했어요. 상사에게 “점심 식사는 어떤 메뉴로 드시겠어요?”라고 묻고 상사를 모시고 점심을 먹었습니다. 당시에는 회식도 자주 했는데 상사가 앉은 옆자리와 앞자리에는 서로들 앉지 않으려고 눈치작전을 벌였어요. 회식 장소에 늦게 가면 혹여나 그런 자리들만 비어 있을까 일찌감치 식당에 도착해서 상사로부터 최대한 멀리 자리를 잡는 사람들도 꽤 있었습니다. 1차로 회식이 마무리되면 그나마 다행인데 저녁밥과 소주를 먹고 나면 2차로 맥주를 마시고 3차로 노래방까지 가는 경우들도 종종 있었죠. 아무리 비싼 소고기를 사준다고 해도 상사와 함께하는 그 시간은 솔직히 편하지 않잖아요. 그래도 상사가 “자~ 3차 갑시다!” 하면 불평도 못하고 끌려가곤 했습니다.

여름휴가를 마음 편히 가기 위해서는 적어도 2주 전부터 나름의 작전을 펴야 했죠. 일은 미리미리 처리해서 쌓이지 않게 하고, 혹시 업무가 갑자기 많아질 경우를 대비해 동료나 후배 팀원들에게 커피를 사며 미리 양해를 구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법적으로 보장된 휴가를 가는 건데 왜 그렇게 눈치를 봐야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요. 하지만 진짜로 그땐 그런 행동과 문화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졌습니다.

세상이 좋아졌으니 무조건 감사한 줄 알고 만족하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시대가 바뀌면서 조직 문화도 변화했고, 그에 맞게 직장인들의 행동 방식과 눈높이도 빠르게 달라졌죠. 동아일보가 진행한 직장인 대상 설문 결과를 보면 10명 중 6명은 기업 내 문화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퇴사를 고민하거나 실행에 옮긴 적이 있다고 합니다. 즐겁고 자발적으로 업무에 몰입하는 조직 문화가 아니라면 퇴사라는 선택지를 고민해보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중에서도 휴가 문화와 관련해서는 많은 기업이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추세이고, 직장인들이 조직 문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 1위가 ‘연차, 대체 휴가 등 휴무 보장’이라는 데이터 플랫폼, 오픈서베이의 조사 결과를 봐도 일만큼이나 휴가를 중시하는 게 김 매니저님만의 이야기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인재를 놓치고 싶지 않은 회사라면 이런 기대치를 충족시켜 줘야겠지요.

하지만 이렇게 변화가 급격하게 나타나고 기업마다 적응 속도가 다르다 보니 조직 문화가 다 같을 수는 없다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휴가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의 행동과 문화가 ‘당연한’ 것인지에 대한 기준은 회사마다 다릅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잘 아는 넷플릭스의 경우 아예 휴가 규정 자체가 없이 본인이 알아서 쉬고 싶은 만큼 쉽니다. 업무 성과를 근무시간으로 평가하지 않겠다는 회사의 의지가 반영된 부분이에요. 국내에도 당근마켓 같은 스타트업은 휴가 무제한 제도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직급 체계가 없어 상사의 승인조차 필요 없다고 해요. 휴가에 대한 제재가 없는 대신 정기적인 성과 평가가 이뤄질 때 본인의 목표 달성과 성과를 충분히 입증해내면 되죠. 하지만 우리가 모두 이런 회사에만 다니는 건 아니고, 또 이렇게 자율성이 큰 회사에는 그만큼 큰 책임이 따르기 때문에 장점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현실적으로 아직까지도 여전히 연차 휴가를 맘 편히 쓰지 못하는 직장인들이 꽤 많습니다. 2022년에 진행된 한 조사 결과를 보면 10명 중 3명꼴인 30.1%는 ‘법정 유급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으니까요.

이렇듯 조직 문화의 스펙트럼이 넓기 때문에 단순히 친구의 회사, 다른 회사와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수 있습니다. 김 매니저님이 어떤 조직 문화까지 받아들일 수 있고, 휴가가 어느 정도의 의미를 가지는지 스스로를 알아야 합니다. 어느 한 개인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지금 분위기에서 상사나 동료를 탓하는 것은 본인에게 큰 도움이 안 될 수 있습니다. 이에 김 매니저님의 상황을 토대로 아래 3가지 방안을 우선 제시해 드려요. 살펴보시고 어떤 방법이 현 상황에서 가장 적합할지를 고려해주세요.

첫 번째 방법은 현재 직장의 휴가 문화에 일단은 최대한 참고 순응하며 근무하시는 겁니다. 김 매니저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이직한 지 이제 1년 정도 지났지요. 대부분의 기업 HR에서는 잦은 이직에 대해 혹시 개인상 문제나 다른 이유가 있는지에 대한 의심을 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우선은 옮기신 현 직장에서 일정 기간 근무하는 게 나을 수 있어요. 게다가 성공적인 적응 기간을 거쳐서 업무에 대해 성취감과 재미까지 느끼기 시작하신다고 하니 바로 또다시 이직을 생각하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당분간은 “이런 문화를 가진 회사도 있을 수 있다”고 조금은 마음을 비우고 현 직장에서 경력을 쌓으신 후 일정 기간이 지난 후 다시 이직을 도모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두 번째 방법은 이직은 고려하지 않는 대신 휴가만큼은 사람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본인이 원하는 대로 사용하는 겁니다. 김 매니저님은 일 못지않게 휴식이 중요하다고 했지요. 반차나 하루 이틀 정도의 휴가로는 여행을 떠나기도 어렵고 재충전을 하기에도 현실적으로 빠듯합니다. 휴가를 쓸 때마다 상사가 노골적으로 싫은 티를 내고 사유를 집요하게 묻는다고 하셨는데요. 그런 기분 나쁜 상황을 매번 겪긴 하지만 결국 휴가를 승인은 해주는 거라면 그걸로 김 매니저님의 1차 목적은 달성했다고 볼 수는 있어요. 다른 팀원들이 장기 휴가를 거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혼자 이렇게 행동하시면 당연히 눈에 띄고 뒷담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어요. 그러나 일정 시간이 지나고 상사와 다른 선배 팀원들에게 “김 매니저는 원래 장기 휴가를 간다”라는 인식이 한번 자리 잡으면 그 이후는 지금보다 훨씬 수월해질 겁니다. 원래 처음이 힘든 법이니까요.

앞서 말했듯이 문화는 계속해서 변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분위기가 바뀔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다른 팀원들도 김 매니저님의 장기 휴가와 용기를 부러워하며 어느 순간 본인들도 따라 할 수도 있고 더 어린 후배 팀원이 입사해 휴가 문화를 바꾸는 데 일조할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업무는 차질 없이 수행하되 휴가만큼은 주위 눈치 보지 말고 당차게 사용하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휴가로 얻은 즐거움이 본인에게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면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방법은 회사를 옮기는 거예요. 사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도 하지요. 업무가 마음에 들더라도 회사의 일하는 방식과 문화가 비효율적이고 구태의연한지를 차분히 살필 필요가 있어요. 휴가 규정 하나만의 문제인지, 아니면 회사의 시스템, 의사결정 방식, 인재 육성 및 복지제도 역시 효율적이지 못한지를 살펴보세요. 만약 총체적인 문제가 있다면 비록 옮긴 지 얼마 안 됐지만 빠르게 이직 준비를 하시는 것이 낫습니다. 시대에 뒤떨어진 조직에 근무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비합리적인 사고와 방식에 물들게 되니까요. 다만 곧 이직을 하기로 결정하셨다면 현재 직장에 몸담고 있으면서 조심스럽고 은밀하게 준비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꼼꼼히 다른 직장들을 살피고 선택할 수 있으니까요.

김 매니저님은 위 3가지 방안 중 어떤 선택을 하고 싶으신가요? 김 매니저님 본인만이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신중히 선택하셨다면 더 이상 갈등하지 마시고 행동으로 옮기세요. 김 매니저님을 응원합니다!


김명희 인피니티코칭대표 cavabien1202@icloud.com
독일 뮌헨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동 대학원에서 조직심리학 석사, 고려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고려대, 삼성경제연구소,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강의와 연구 업무를 수행했으며 현재 인피니티코칭의 대표 및 비즈니스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코칭 리더십, 정서 지능, 성장 마인드셋, 커뮤니케이션, 다양성 관리, 조직 변화 등이다.

함규정 씨앤에이엑스퍼트 대표 hahm21@hotmail.com
비즈니스 교육·훈련 기관 씨엔에이엑스퍼트C&A EXPERT의 대표이자 성균관대 경영학부 겸임교수다. 감정 코칭 전문가로서 직장 내 감정 관리 및 소통 기술에 대해 CEO와 임원, 팀장 및 팀원을 대상으로 컨설팅과 교육을 진행한다. 저서로는 『감정 관리도 실력입니다』, 『감정에 휘둘리는 아이 감정을 다스리는 아이』 『제가 겉으론 웃고 있지만요』 『서른 살 감정공부』 등이 있다.
  • 김윤진 | 동아일보 기자
    truth3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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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명희 | 인피니티코칭 대표

    필자는 독일 뮌헨대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동 대학원에서 조직심리학 석사, 고려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고려대, 삼성경제연구소,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강의와 연구 업무를 수행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코칭 리더십, 정서 지능, 성장 마인드세트, 커뮤니케이션, 다양성 관리, 조직 변화 등이다.
    cavabien1202@iclou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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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규정 | 씨앤에이엑스퍼트 대표

    비즈니스 교육·훈련 기관 씨앤에이엑스퍼트(C&A EXPERT)의 대표이자 성균관대 경영학부 겸임교수다. 감정 코칭 전문가로서 직장 내 감정 관리 및 소통 기술에 대해 CEO와 임원, 팀장 및 팀원을 대상으로 컨설팅과 교육을 진행한다. 저서로는 「감정 관리도 실력입니다」 「감정에 휘둘리는 아이 감정을 다스리는 아이」 「제가 겉으론 웃고 있지만요」 「서른살 감정공부」 등이 있다.
    hahm21@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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