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havioral Economics

은메달이 때론 동메달보다 불행한 까닭

345호 (2022년 05월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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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Faster, Higher, Stronger... and Happier Relative Achievement and Marginal Rank Effects”(2021) by P. Dolan et al. in Journal of Behavioral and Experimental Economics.

무엇을, 왜 연구했나?

‘행복 체감의 법칙’에 따르면 소득이 증가할수록 행복에 대한 주관적 판단도 긍정적으로 변하지만 행복의 증가 속도는 점차 감소한다. 반면 ‘행복 감소의 법칙’은 비교 그룹의 소득이 증가할수록 자신의 행복은 반비례로 낮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웃이나 동료의 소득이 불어나는 것을 보면 속이 편하지 않다든지, 평균 또는 중위 소득은 상승하는데 내 소득은 제자리걸음일 때 씁쓸함을 느끼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상향적 비교에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이나 고통이 이러한 부정적 효과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소득만큼 중요한 행복의 결정 요인이 순위, 계급, 또는 계층이다. 이 세 가지가 높은 사람은 낮은 사람보다 보통 더 행복하다고 생각하며 이를 ‘순위 효과(Rank Effect)’라 한다. 이때 순위 사이의 격차에 따라서 느끼는 행복의 정도가 달라지는 현상을 ‘한계 순위 효과(Marginal Rank Effect)’라 한다. 영국 런던정경대 연구팀은 순위 효과와 한계 순위 효과를 시상대에 선 올림픽 참가 선수들로부터 느껴지는 행복도를 평가해 검증했다. 올림픽 선수들을 연구 대상으로 함으로써 얻는 효익은 생각보다 크다. 선수들의 성취는 메달에 따라 상대적, 객관적으로 명확히 정의되기 때문에 평가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적다. 또한 선수들 간 성적 격차, 예를 들어 은메달리스트의 성적이 금메달리스트에 가까운지, 동메달리스트에 가까운지 여부는 행복에 미치는 영향을 밝혀내는 데 최적의 실험 환경을 제공한다.

무엇을 발견했나?

연구팀은 대학 학부생과 대학원생, 지역사회 주민으로 구성된 756명의 참가자를 모집했다. 피험자들은 영국 런던에 있는 한 대학의 행동연구소에서 2012 런던올림픽과 패럴림픽에서 영국팀 메달리스트들의 시상식 영상을 보고 수상자들이 느끼는 행복도를 평가했다. 영국팀은 런던올림픽에서 65개, 패럴림픽에서 120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이 중 런던올림픽 39명(60%)과 패럴림픽 메달리스트 74명(61.7%)의 시상식 영상이 연구 자료로 사용됐다. 영상은 피험자의 편향적 평가를 최소화하기 위해 화면의 문자 정보와 음향을 제거하고 5초 동안 선수의 머리와 어깨만 드러나도록 편집됐다. 영상을 본 후 피험자들은 해당 선수의 행복도에 대한 평가를 0(전혀 행복하지 않은 상태)부터 10(최고의 행복도)의 척도로 기록했다.

분석 결과, 피험자들은 예외 없이 금메달리스트가 가장 행복하다고 인식했다. 1등은 다른 순위와의 격차에 상관없이 항상 제일 행복한 집단으로 여겨졌다는 뜻으로 분명한 순위 효과를 나타낸다. 반면 은메달리스트에게선 순위 효과와 한계 순위 효과가 모두 관찰됐다. 은메달리스트의 성적이 금메달리스트보다 동메달리스트에 더 가깝고 2, 3위 간 치열한 경쟁으로 성적 격차가 작은 경우, 피험자들은 은메달리스트가 동메달리스트보다 더 행복해 보인다고 판단했다. 2위와 3위 간 순위 격차가 작아 은메달의 가치가 더욱 돋보였을 것이고 이는 은메달리스트의 표정과 태도에 그대로 투영됐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은메달리스트가 금메달을 아깝게 놓친 경우, 즉 은메달리스트와 동메달리스트 간 순위 격차가 큰 경우에 피험자들은 은메달리스트와 동메달리스트가 느끼는 행복도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 응답했다. 은메달리스트는 상향 비교로 인한 아쉬움, 실망감, 후회가 3위를 제치고 은메달을 획득했다는 기쁨을 압도하는 상황을 직면한 반면 동메달리스트는 ‘노(No) 메달’을 면했다는 안도와 환희의 감정이 충만해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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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올림픽 선수들의 행복도 평가 결과는 소득과 행복 간의 관계에도 적용할 수 있다. 소득이 비슷할 때는 더 높은 순위의 소득이 더 큰 행복으로 이어지지만 순위 간 소득 격차가 클 때는 더 높은 순위의 소득이 반드시 더 큰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두 번째로 높은 급여를 받는 직원의 행복도는 최고 연봉자와 세 번째로 높은 급여를 받는 직원과의 급여 격차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즉, 2위 연봉자의 급여가 3위 연봉자보다 최고 연봉자에 더 가까운 경우, 2위와 3위 연봉자 간 연봉 격차가 큼에도 불구하고 2위, 3위 연봉자의 행복도는 별 차이가 없을 수 있다.

행복 평가에서 맥락(Context, 부분적, 단편적 관점에 대비되는 전체적, 전반적 관점)은 매우 중요하다. 스포츠 경기에서 1등이 되면 가장 행복할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1등이 어렵다면 차라리 1위와 간발의 차로 2위가 되기보다는 격차가 큰 2위가 되는 것이 정신 건강에 더 유익할 수 있다. 행복은 성적 순위뿐만 아니라 순위 간 격차, 즉 맥락에 따라서도 좌우됨을 명심하자. 행복은 비교하기 나름이다.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swkwag@sookmyung.ac.kr
필자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와 텍사스공과대에서 정치학 석사와 경영통계학 석사, 테네시대에서 재무관리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유타주립대 재무관리 교수로 11년간 근무한 후 현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행동재무/경제학, 기업가치평가, 투자, 금융시장과 규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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