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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es

타고난 영업사원? 그냥, 타고났다고 믿어라

김진환 | 326호 (2021년 08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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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ed on, “Are good salespeople born or made? A new perspective on an age-old question: implicit theories of selling ability” (2016) by Novell, Corinne A., Karen A. Machleit, and Jane Ziegler Sojka, in Journal of Personal Selling & Sales Management, 36 (4), 309-20.

무엇을, 왜 연구했나?

시쳇말로 영업사원은 타고나야 한다고들 한다. 말쑥한 정장과 청산유수와 같은 말솜씨, 거기에 빠른 눈치와 특유의 친화력은 덤이다. 20년 이상 근무한 영업 베테랑들의 대화에서는 영업통은 따로 있다는 말들이 종종 나온다. 임기응변, 상황 대처 능력, 노련한 화술은 배운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판매왕 출신인 웅진그룹의 윤석금 회장은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며 노력을 통한 영업 실적의 개선 가능성을 언급했고, 의약품 유통사인 지오영의 이희구 회장은 절대 타고난 영업사원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사실 이런 인식 차이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영업사원을 채용하고 훈련할 때 이미 영업통은 정해졌다고 생각하는 팀장과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팀장의 판단은 크게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훌륭한 영업사원은 타고나는 것일까, 만들어지는 것일까?

미국 퍼듀대의 코린 노벨(Corinne A. Novell) 교수팀은 암묵적 이론(Implicit Theory)과 사회적 인지 이론(Social-Cognitive Model)을 이용해 오래된 논쟁에 대한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 두 이론에 따르면 타고난 재능을 가진 이들은 성과 목표(Performance Goal)에 대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하고자 실패가 예상되는 상황을 회피하고 자기방어적인 모습을 보인다. 반면 후천적인 재능을 가진 이들은 자신의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학습 목표(Learning Goal)에 집중하며 도전적인 기회를 찾는다. 연구를 위해 이론을 체계화한 ITSA(Implicit Theories of Selling Ability) 기법을 이용했다. ITSA는 6점 척도의 8개의 설문 항목으로 구성돼 있으며 ITSA의 점수가 높을수록 영업 능력은 타고난 결과라고 믿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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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발견했나?

연구는 2단계로 진행됐다. 1단계에서는 154명의 정규직 영업사원을 대상으로 ITSA와 영업 성과와의 관계를 확인하고자 했다. 목표 지향성과 관련해 3개의 질문이 주어졌고, 피드백 회피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4개의 질문이 부여됐다. 판매 자신감에 대한 질문은 1개였다. 분석 결과 영업 능력이 타고났다고 생각하는 믿음은 불리한 상황을 회피하고 피드백을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ITSA 점수가 높을수록 학습 목표와 판매 능력에 대한 자신감은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요컨대 영업 능력에 대한 선천성을 주장하는 것은 어려운 업무에 대한 회피와 부적응을 낳을 수 있으며 이는 개인의 성과는 물론 조직의 성과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2단계 연구에서는 ITSA를 통해 영업사원의 변화 가능성을 탐구했다. 80명의 참가자는 무작위로 선천적 능력 혹은 후천적 능력 그룹으로 나누어져 연구자들이 정해 놓은 영업 사례에 대한 글을 읽었다. 두 그룹에게 주어진 내용은 상반됐다. 선천적 능력 그룹의 참가자들은 “영업 능력은 태생적으로 주어진 것이기에 능력의 보유 여부가 빠르게 확인된다”는 주제의 글을 읽었고, 후천적 능력 그룹의 참가자들은 “영업 능력은 인내와 노력, 연습의 결과”라는 내용이 담긴 글을 읽었다. 그리고 참가자들은 다시 ITSA 설문에 응답했다. 그 결과 후천적 능력 그룹의 참가자들이 선천적 능력 그룹의 참가자들에 비해 판매 능력에 대한 확신이 더 높게 나타났고, 불리한 기회를 회피하는 비율은 현저히 낮게 나왔다. 피드백에 대한 회피 역시 선천적 능력 그룹이 후천적 그룹에 비해 3배 이상 높게 나왔다. 다만 학습 목표에 있어서는 두 그룹 간 차이가 없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비단 본 연구 결과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연구는 타고난 존재나 역량은 없다고 단언한다. 타고난 영업사원도, 타고난 프로파일러도, 타고난 교육자도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영업사원이 타고나는지,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논쟁은 이제 접어둘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 말이 선천적인 믿음이 잘못됐고 능력의 후천성이 무조건 옳으므로 교육 훈련을 통해 직원들의 정신 교육을 강화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2단계 연구에서 ITSA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언급하기는 했지만 사람은 그렇게 쉽게 변하는 존재가 아니다. 제대로 된 영업 팀장이라면 자신의 직원이 어떠한 믿음을 가졌는지 면밀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가령 선천성을 믿는 직원은 본인의 명성에 위협을 가하는 리스크를 피하려는 경향이 있으므로 가급적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고 칭찬을 곁들여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반면 후천성을 믿는 직원의 경우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하거나 안 좋은 소식을 전하더라도 문제가 없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상대적으로 수월할 수 있다. 능력의 선천성을 강력하게 믿는 이들을 배척하거나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비슷한 믿음을 가진 고객이나 팀장을 만날 때 훨씬 더 강력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영업 조직 내의 업무를 맡기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한 자신이 남들보다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드는 업무를 맡으면 더 좋은 성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무조건 능력의 후천성을 믿어야 한다고 강요할 필요는 없다. 결정적으로 믿음은 강요의 영역이 아니다.


김진환 더세일즈랩 대표 verhoyansky@gmail.com
김진환 대표는 고려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기술경영전문대학원에서 석사를 받은 후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존슨앤드존슨메디칼과 TNS코리아 등 외국계 대기업과 국내 스타트업 기업에서 13년 이상 영업과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영업과 마케팅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하는 일을 연구하고 있다. 영업사원 40명을 인터뷰해 『팔자생존』이라는 책을 펴냈으며 현재는 세일즈 대행 및 컨설팅 기업 더세일즈랩의 대표로 근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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