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도 일회성 컨설팅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구독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데이터의 비즈니스적 가치를 고려할 때는 대표성이나 활용 범위, 품질, 연결성, 지속적 제공 가능성 등 다양한 요소를 감안해야 한다. 아무리 구하기 힘든 고가의 데이터라도 활용이 제한적이고 찾는 이가 없다면 비즈니스적 가치는 결코 크다고 볼 수 없다. 데이터의 표준화를 통해 데이터 결합을 쉽게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면 데이터의 비즈니스적 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다.
최근 데이터 3법이 통과되고 디지털 뉴딜 등 데이터를 활용해서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적, 정책적 환경이 조성되면서 데이터 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1990년대 말 금융권 신용평가 모형을 개발하면서 데이터 분석 업무를 시작한 필자는 현재까지 다양한 업종의 데이터를 다루고 활용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이전까지 기업은 데이터를 주로 기업의 리스크나 성과 같은 주요 지표를 측정하고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내부 인프라 요소로만 여겨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신사업을 발굴하고, 데이터 직접 판매를 통한 수익화를 꾀하게 되면서 데이터를 기업의 중요한 자산 중 하나로 인식하고 그 가치를 높이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데이터 분석 및 활용 업무는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 IMF와 카드 대란 사태를 겪으면서 금융권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시 개인 대출과 신용카드 같은 소매 상품에 대한 정확한 리스크 관리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정밀한 평가 모형과 자동화된 모니터링 프로세스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금융권 데이터는 비교적 정형화된 형식을 갖추고 있고 장기간 정보가 보관돼 있어 원인과 결과에 대한 설명이 용이한, 상당히 깔끔한 형태다. 또 대부분 기관이 관리하는 항목 형태와 방식이 비슷하게 표준화돼 있어 활용하기가 쉽다. 하지만 최근에는 데이터의 활용 범위와 사업 범위가 빠르게 확대돼 금융권은 점차 마케팅과 비정형 신용평가 부문으로, 비금융권에서도 통신, 유통, 제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데이터 활용에 대한 새로운 시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본 글에서는 최근 빅데이터 컨설팅 트렌드를 중심으로 데이터가 비즈니스 의사결정에 어떻게 실질적인 역할을 하면서 가치를 높일 수 있을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빅데이터도 구독경제 시대
기업들의 데이터 수요와 관련한 비즈니스 행태가 달라지고 있다. 과거 기업들은 특정 목적에 따라 구성된 다양한 외부 시장 데이터를 백화점식으로 납품해왔다. 데이터 사업도 고객별 맞춤 서비스라기보다는 최대한 다양한 분석 경험을 제공하고 고객이 직접 맞는 형태를 탐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식이었다. 그래서 초기 빅데이터 사업은 시장 분석, 경쟁사와의 비교, 정책 수행 후 효과 분석 등 기존에 설문 조사나 리서치를 통해 수행하던 업무를 대량의 데이터를 통해 정확하고 신속하게 수행하는 형태가 많았다. 하지만 이런 데이터들은 그때그때의 궁금증을 해결하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한번 인사이트를 뽑아낸 다음에는 재활용할 이유가 사라지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데이터 분석 경험들이 쌓이면서 외부 빅데이터와 내부 데이터를 결합해 내·외부 통합적인 지표를 생성하고 그것을 전략적 목적으로 활용하려는 니즈가 커지고 있다. 시장을 거시적으로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각종 지수를 내부의 성과값과 연동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빅데이터 분석 능력은 처음 분석을 준비하고 시작하는 도입 단계, 다양한 분석 결과를 실제 업무에 적용하는 확산 단계, 전사적인 성과 관리 및 최적화 전략과 연동하는 성숙 단계로 발전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각 분석 프로세스와 전략의 기획·실행 과정이 잘 연계된 순환적 연결구조(Closed Loop)를 갖추는 것이다. 즉, 단계별 모든 활동은 수치화해 개인이나 조직의 성과 측정 과정과 연결돼야 한다. 그렇게 측정된 성과는 외부 지표와 비교해 상대평가하고 정확하게 포지셔닝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이처럼 기업의 내부 프로세스에 외부 데이터가 록인(Lock-in)되면 비로소 데이터에 대한 꾸준한 쓰임새가 마련되고 매달 또는 매 분기 데이터를 정기적으로 구매해 활용하는 데이터 구독(Subscription)도 가능해진다.
앞으로 일회성 프로젝트 기반에서 정기적 수수료 기반(Fee-biz 방식) 데이터 제공 비즈니스의 비중이 점차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이 반복적인 데이터 탐색 과정을 통해 마침내 지속적인 데이터의 활용처를 발견하게 되면 정기적이고 안정적인 데이터 공급을 원하게 된다. 이렇게 데이터 구독경제가 정착되면 데이터 공급자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고객과의 발전적인 관계를 보다 쉽게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즉, 지속적인 고객과의 네트워킹 과정은 새로운 니즈 발굴과 추가적인 서비스 개발로 연결될 수 있으며 이는 컨설팅 사업에서 데이터 사업으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필수적인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빅데이터의 시대, 데이터 산업 측면에서는 대량의 데이터를 발굴하고 최첨단의 빅데이터 기술을 발전시켜 복잡한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일반 기업 입장에서는 분석과 적용, 예측 및 피드백의 과정을 통해 순환하는 데이터 중심의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확립하고 이런 기업 문화를 내재화함으로써 핵심 비즈니스로 활용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야 빅데이터 구독 서비스가 기업의 실질적인 의사결정에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