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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olumn

효율성의 지배에서 벗어나려면

강상훈 | 277호 (2019년 7월 Issue 2)

우리는 효율성의 지배를 받고 살아간다. 자본의 논리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남들보다 빠르게 더 많은 일을 처리하고, 경쟁의 우위에 서기 위해 모든 일의 ‘가성비’를 따진다. 이런 경향은 사람들과 소통을 하는 과정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난다. 커뮤니케이션의 효율성은 얼마나 많은 양의 정보를 정확하게, 빠른 시간 안에 전달하느냐에 달려 있다.

만일 누군가 “당신의 오늘 하루 일과가 어떠했나요?”라고 물어올 때, 우리는 어떻게 답변하는가. 기상-세면-아침 식사-출근-회사일-점심 식사-외근-미팅-퇴근-저녁 식사-취침.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 준비와 함께 아침을 간단히 때우고, 출근해서 일하다가 점심 먹고 일과를 마쳤다”는 식의 대답을 한다. 우리가 묘사하는 장면들은 하나같이 영화 스토리보드상의 ‘키프레임(key frame)’에 해당된다. 전체 맥락을 파악할 수 있는, 핵심만 간추린 프레임들이다. 우리는 이렇게 일상 속 대화에서도 질문하는 사람, 즉 상대방의 의도를 간파해 핵심 정보만 전달하도록 무의식적으로 훈련받아 왔다.

하지만 이렇게 효율성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많은 부분을 놓치게 된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은 지하철, B라는 사람은 버스, C라는 사람은 자가용을 이용해 출근했더라도 모두 ‘출근’이라는 한 단어로 뭉뚱그려진다.

아침에 일어나서 어제 먹다 남긴 책상 위의 컵라면을 싱크대에 옮겨 치우고, 이를 닦지 않은 채 찝찝한 기분으로 상온에 방치된 이온음료를 들이키던 오늘 나의 기상시간은 ‘기상’이라는 한 단어로 구겨진다. 미지근한 이온음료가 상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지금이 전쟁 중이거나 재난 영화 속 한 장면이라면 얼마든지 먹어도 괜찮다고 합리화하고, 음식을 버리지 않아 내심 뿌듯하기까지 했던 나의 ‘정신승리’도 금세 뇌리에서 잊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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