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기기는 인간의 편의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도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청소기, 냉장고, 에어컨은 인간이 힘을 덜 들이면서 편리한 생활을 추구할 수 있게 도와준다. 인간의 명령이나 작동 지시에 따라 움직이며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한다.
최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전자기기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인간과의 ‘새로운 관계 맺기’를 시도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인공지능 등 다양한 로봇 기술을 활용해 인간과 상호작용한다. 이런 제품들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 사람과 반려동물의 관계 등을 차용해 기계와 사람이 친밀한 관계를 맺도록 해준다.
사용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하는상상 속 토스터
2017년 말,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대에 재학 중인 레온 브라운(Leon Brown)은 4가지 컨셉의 토스터 8종을 디자인했다. 브라운은 이 상상 속 토스터들에 ‘새로움을 관리하다(Managing the newness)’는 제목을 붙였다.
첫 번째 관계는 공생(Commensalism)이다. 공생은 둘 이상의 관계에서 서로에게 해를 가하거나 악영향을 주지 않고도 이익을 볼 수 있는 관계다. 공생 컨셉의 토스터는 스스로 사용자에게 더 좋은 이익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며 사용자와 공존한다.
브라운이 고안한 이 토스터는 돈을 내야 빵을 구워준다는 설정을 갖고 있지만 실제로는 공짜로 빵을 구워서 주인에게 내민다. 빵 위에는 ‘풍요로움을 즐겨라(Enjoy the Rich)’는 응원의 메시지도 잊지 않는다. 이 토스터는 자신의 자원을 아낌없이 활용해 사용자를 즐겁게 해준다. 빵을 구운 후 나온 부스러기를 모아서 사진 찍기에 좋은 아트워크를 남겨 준다. 기한이 지나 버리는 빵을 토스터에 넣으면 그 빵을 태워 전력을 생산해 스마트폰을 충전해주는 그의 상상 속 토스터도 함께 소개됐다.
길들이기(Domestication)란 정서적인 애착을 형성해 서로에게 의지하는 관계다. 이 감정으로 설정된 토스터는 사용자에게 애정을 느끼며 사랑받기 위해 노력한다. 예를 들어, 토스트를 구우려면 사용자는 부드럽게 토스터를 쓰다듬으며 애정을 표시해야 한다. 토스터는 본체를 마구 흔들며 사용자에게 아양을 떨어 관심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