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에서 배우는 발상의 전환:모비딕
#1. 클로즈업
내 이름은 이슈멜(Ishmael). 나는 우울할 때마다 바다로 나가곤 한다. 바다를 보면 마음이 편해진다. 먼바다를 바라보며 선원이 되는 내 모습을 꿈꿔왔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고래잡이 작살꾼을 만나게 됐고, 그를 졸라 배에 올랐다.
이슈멜이 탄 포경선에는 그를 놀라게 한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흰고래, 모비딕을 잡기 위해 인생을 건 남자였다. 고래잡이를 하다 모비딕에게 한 쪽 다리를 잃은 선장 에이햅(Ahab).
“나는 악마가 붙은 미치광이다. 이제 나는 예언한다! 내 다리를 자른 놈의 몸통을 잘라버릴 거라고.”
그는 무리한 항해를 말리는 일등 항해사의 충고를 뿌리친 채 대서양에서 희망봉을 돌아 인도양으로, 다시 태평양으로 끝없이 오직 모비딕만을 추격한다. 긴 항해에 지쳐가던 어느 날, 일본 근해 갑판 위 망대에서 들려온 외침,
“물줄기다! 하얀 고래가 물을 뿜고 있다!”
“모비딕이다!”
에이햅과 모비딕의 쫓고 쫓기는 사흘간의 대추격전이 시작된다.
추적 첫째 날 아침, 에이햅 선장의 보트가 산산이 부서지고, 선원 한 명이 목숨을 잃었다.
추적 둘째 날 정오, 모비딕을 잡기 위해 나선 보트 세 척이 부서졌다.
이제 남은 것이라고는 에이햅 선장을 비롯한 몇 명의 생존자, 그리고 본선 ‘피쿼드호(Pequod)’뿐.
“지옥 한복판에서 너를 찔러 죽이고, 내 마지막 입김을 너에게 뱉어주마.
너와 함께 나는 산산조각으로 부서지겠다.”
추적 셋째 날 저녁, 피 말리는 처절한 승부 끝에 선원 대부분이 목숨을 잃고, 포경선 피쿼드호마저 끝내 침몰한다.
이 처절한 대결에서 최후의 승자는 과연 누구였을까?
에이햅 선장은 사투 끝에 작살로 모비딕을 명중시키고야 만다. 그러나 승리의 기쁨도 잠시, 작살의 줄이 순식간에 선장의 목을 휘감으면서 에이햅 선장 역시 고래와 함께 바닷속으로 사라진다.
그리고 남은 단 한 명의 생존자 이슈멜.
‘모비딕’을 쫓는 항해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청년 이슈멜은 동료들의 죽음을 대가로 얻게 된 삶의 비밀을 우리에게 전한다.
자연의 힘에 대항해 인간이 무모한 오만을 부릴 때 돌아오는 예정된 비극을.
그릇된 목표를 향해 돌진했을 때 돌아오는 참담한 결과를.
에이햅 선장과 모비딕이 대결을 벌인 바다는 이슈멜에게 자연과 인생의 섭리를 가르쳐주는 거대한 무대이자 학교였다.
#2. 깊이 읽기
집착과 광기에 사로잡힌 한 인간의 투쟁과 파멸을 그린 허먼 멜빌(1819∼1891)의 전율적인 모험소설 모비딕. 24만 단어로 이뤄진, 고래에 대한 방대하고도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으로도 불린다. 작가 허먼 멜빌은 실제로 고래잡이배를 타고 5년간 선원으로 일했다.
“내가 죽은 후 빚쟁이들이 내 책상 속에서 이 귀중한 원고를 발견한다면, 나는 모든 명예와 영광을 포경업에 돌린다고 미리 밝혀두겠다.
그 이유는 포경선이야말로 나의 예일대학이며 하버드대학이기 때문이다.”
멜빌이 대학에 비유한 포경 산업은 19세기 미국에서 호황기를 맞았다. 그러나 ‘고래사냥’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던 목숨을 건 무모한 사투, 바다에서 그 거친 현장을 체험한 멜빌은 우리에게 말한다.
만약 당신의 목표가 옳지 않은 길이라면 그보다 더 위험한 일은 없을 것이다.
혹시 지금 당신은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지는 않은가? 그렇다면 그 길은 과연 옳은 방향인가?
#3. 비즈니스 인사이트 2016년 미국 굴지의 은행, 웰스파고가 고객 동의 없이 약 350만 개의 은행계좌를 개설하고, 56만 개의 신용카드를 발급한 사실이 폭로됐다. 이른바 유령 계좌 스캔들이다. 웰스파고는 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존 스텀프 사장의 퇴진과 더불어 5000명의 직원을 해고했고, 총 1억4000만 달러의 배상금을 피해 고객에게 지불했다. 회사의 신용이 실추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10년이라는 긴 기간, 무려 5000명이 연루된 이번 범죄는 잘못된 직원 평가 및 보상 제도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웰스파고는 같은 고객에게 다양한 은행상품을 판매하는 이른바 교차 판매 실적을 중시하는 평가 및 보상제도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 때문에 직원들은 신규 고객 유치보다 기존 고객에게 더 많은 상품을 권유하고 판매하는 관행을 가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관행이 무서운 이유는 “그 정도 부정행위는 해도 된다”는 도덕 불감증을 구성원들에게 전염시키기 때문이다. 웰스파고 경영진은 일찍이 2012년에 이런 부정행위를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왜 그랬을까? 단기 실적 하락, 피해 보상 같은 후폭풍을 감당하고 책임질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폭풍이 두렵다고 계속 쉬쉬하고 덮으면 결과적으로 만회하기 어려운 엄청난 인재의 손실, 브랜드 가치 하락 같은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모비딕만을 쫓다가 파멸한 에이햅의 사례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국내외 유명 기업들도 기존 관행이라는 이유로 잘못된 방식의 일 처리를 지속하다가는 모비딕의 에이햅 선장처럼 파멸할 수밖에 없다. 수십 년 동안 쌓아온 기업 이미지를 실추시킬 뿐 아니라 평생 조직에 헌신한 인재들이 조직을 떠나는 가슴 아픈 일을 겪고, 뒤늦게 후회해도 소용없다. 지금 하는 업무 방식이 과연 옳은 방식인지 관행으로 행해지는 일을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그래야만 나와 조직의 파멸을 막을 수 있다. 당신 역시 무모한 오만으로 그릇된 목표만을 보고 달려가고 있진 않은가. |
강신장 모네상스 대표 ceo@monaissance.com
필자는 삼성경제연구소 시절 대한민국 최대 CEO 커뮤니티 ‘SERI CEO’를 만들었다. ㈜세라젬 사장일 때는 몸을 스캐닝한 후 맞춤 마사지하는 헬스기기 ‘V3’를 개발했다. IGM세계경영연구원장 시절에는 경영자를 위한 ‘창조력 Switch-On’ 과정을 만들었다. 2014년 2월 복잡한 인문학 지식을 ‘5분 영상’으로 재창조하는 콘텐츠 기업 ㈜모네상스를 창업했으며 한양대 경영학부 특임 교수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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