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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배우는 생존 전략

단풍나무 씨앗의 ‘헬리콥터 비행’ 4억7000만 년을 그렇게 진화했다

유재우 | 229호 (2017년 7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식물의 씨앗은 생존과 성장의 노하우가 쌓인 ‘비밀문서’이다. 식물은 씨앗을 다음 세대로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다시 말해 ‘유전적 전이’ 성공률을 100%에 가깝게 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짠다. 씨앗의 크기를 키우거나 단단히 만들고, 비행 기술을 연구하고, 땅을 파헤치는 기발한 도구를 개발하는 식이다. 식물과 마찬가지로 기업도 지속적인 성장과 번영을 고민하고 있다. 조직 내 축적된 ‘성공 DNA의 전이’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 조직 구성원의 성공과 실패의 경험적 노하우를 공유 자산으로 만들고 후배 세대에 성공적으로 ‘전이’하는 것이다.



편집자주

숲속에 사는 식물들이 억겁의 시절을 견디며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너무나 치열해서 숭고하게까지 느껴지는 생존 본능 때문입니다. 기업을 유기체라고 규정하고 후세에도 번성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면 한낱 약하게 보이는 식물들에게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인재개발 교육 전문가인 유재우 대표가 ‘숲에서 배우는 생존 전략’ 연재를 통해 숲속 식물에서 배우는 지혜를 전해드립니다.



씨앗은 곧 생명이다. 씨앗을 퍼트린다는 것은 곧 생명을 퍼트리는 것이다. 그리고 생존 영역을 확장하고 지속적인 번영을 추구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자신의 세력을 확장하고, 그 권세를 오랫동안 유지하기 위한 도전은 식물의 역사에서도 끊임없이 되풀이돼 왔다. 하지만 그 도전은 수많은 실패로 이어지고, 그로 인해 많은 식물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반면 놀라울 만큼 고도화된 전략으로 씨앗을 퍼트리는 데 성공한 종(種)에게는 세대를 거듭한 지속적 번영이 허락됐다. 자연에서 저절로 이뤄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랜 세월 소리 없이 번영을 누리고 있는 식물의 확장 전략을 살펴보면서 조직 진화의 또 다른 비밀을 찾아보자.



‘초우량아’ 쌍둥이코코넛의 발아 비결은

현존하는 가장 큰 씨앗은 무엇일까? 그것은 ‘쌍둥이코코넛’으로 알려진 코코드메르(coco de mer, 바다의 코코넛이라는 뜻)이다. 쌍둥이코코넛은 농구공만 한 크기에 무게만 23㎏이다(7세 여자아이의 몸무게와 비슷하다). 가장 작은 씨앗이 10만 분의 1g으로 알려져 있으니 쌍둥이코코넛은 그보다 200억 배나 더 무겁다. 이렇게 큰 씨앗을 만들려면 오랜 시간 공들여야 한다. 꽃가루 수정 이후 씨앗이 완전히 성숙하려면 10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 또한 만들어낼 수 있는 씨앗의 수도 매우 제한된다. 쌍둥이코코넛의 경우 일생 동안 만드는 씨앗의 수는 100개를 넘지 못한다고 한다. 거대한 씨앗을 매달고 있어야 하니 엄마 나무, 즉 모수(母樹)는 씨앗의 무게 때문에 몸통이 기울어지고 가지가 부러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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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쌍둥이코코넛 나무가 거대한 씨앗을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키가 큰 식물들과 치열한 경쟁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싹을 틔우는 데 분명히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최초의 싹(떡잎)을 틔우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한데, 그 에너지가 씨앗에 저장돼 있다. 거대한 씨앗 속에 저장된 충분한 영양분은 발아(發芽, 싹을 틔우는 것)에 그만큼 더 유리하다. 하지만 그 육중한 무게 때문에 씨앗을 멀리 퍼뜨리는 것은 어렵다. 물에 떠내려갈 수도 없고, 새가 물어 나를 수도 없고, 너무 커서 동물의 배설물이 될 수도 없다. 그렇다면 쌍둥이코코넛은 처음 땅에 떨어진 바로 그 자리에 삶의 터전을 잡아야 할까? 엄마 나무와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면서? 기특하게도 쌍둥이코코넛은 처음 땅에 떨어진 바로 그 자리로부터 10m 떨어진 곳에서 발아한다. 씨앗이 10m를 굴러가서 싹을 틔운다는 것이 아니다. 쌍둥이코코넛 씨앗은 땅속 아래로 파이프(유관속)를 만들어 10m 떨어진 곳에서 최초의 싹을 틔운다는 것이다. 씨앗에서 뻗어 나온 ‘관’을 통해 영양분을 전달받아 떡잎을 틔운 것이다. 식물계에서는 어미의 품이 아늑하고 안전한 곳이 아니므로 씨앗을 최대한 멀리 퍼트릴 수 있는 방법을 끝없이 모색하며 오랜 진화의 길을 걸어왔다. 쌍둥이코코넛은 육중한 무게 때문에 씨앗을 멀리 퍼트릴 수 없으니 10m를 전진해 삶의 터전을 개척한 것이다. 10m의 거리, 이것은 생존 영역을 확장하기 위한 전략적 진화의 결실이라 아니할 수 없다.



헬리콥터 비행하는 단풍나무

쌍둥이코코넛과 달리 바람을 이용해 씨앗을 퍼트리는 식물의 씨앗은 대부분 가볍다. 풍매화(바람을 이용해 수정하는 식물)의 씨앗은 날개가 붙어 있는 경우가 흔하다. 씨앗의 날개는 마치 곤충의 날개처럼 얇고 가볍지만 모양과 구조는 각기 다르다. 세상에서 가장 긴 씨앗 날개를 가진 지브라나무(Centrolobium robustum)의 경우 씨앗 날개가 30㎝에 달하기도 하는데 이는 모두 씨앗의 비행을 위해 만들어진 특별한 도구다. 그런데 ‘움직이지 않는 날개’를 가지고 어떻게 비행을 할 수 있을까? 단풍나무 씨앗의 비행 기술을 통해 식물의 고차원적인 영역 확장 전략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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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나무 씨앗이 떨어지는 모습은 볼 때마다 신기하다. 땅 위로 그냥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빙글빙글 돌면서 떨어지는 모습이 멀리서 보면 영락없이 헬리콥터 같다. 두 개의 씨앗에는 3∼4㎝ 정도의 날개가 달려 있고, 씨앗은 서로 맞붙어 있는데 그 모양이 부메랑처럼 생겼다. 두 개의 씨앗은 부메랑의 무게중심을 잡아주고, 두 개의 날개는 두께가 약간 다르다. 이러한 V자 모양의 구조와 날개 두께의 차이 때문에 단풍나무 씨앗은 떨어지면서 회전력을 갖고, 공중에 떠 있는 시간도 그만큼 길어지게 된다. 이러한 회전력과 공중 부력을 이용하면 2가지 이로운 점이 있는데, 첫째는 씨앗이 땅에 떨어질 때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씨앗이 멀리 날아간다는 것인데, 이 원리가 신기하다. 단풍나무 씨앗은 비행 후 땅 위로 착륙하더라도 적당한 바람만 만나면 언제든 다시 상공으로 떠올라 비행을 할 수 있다. 네덜란드 와게닝덴대와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의 공동 연구진은 단풍나무 씨앗의 독특한 비행 전략의 핵심은 ‘앞전 와류(leading edge vortex)’라는 소용돌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공동연구진은 실험 결과 회전하는 씨앗의 윗면에 소용돌이가 생기고, 이 소용돌이가 씨앗 아래쪽 공기를 빨아들여 씨앗 날개가 공중에 떠오르는 힘을 만든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마치 토네이도(회오리바람)가 회전하면서 땅 위의 자동차를 빨아들여 공중에 떠오르게 만드는 것과 같은 원리다. 회전하지 않는 씨앗에 비해 회전하는 씨앗의 양력은 2배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단풍나무 씨앗 날개는 선풍기 프로펠러처럼 매끈하지 않고 표면에 일정한 결을 만들어놓았는데, 그 덕분에 공기 저항을 최소화해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다. 이렇게 단풍나무 씨앗은 더 오래 공중에 떠서, 최대한 멀리 날아가고, 언제든 다시 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날개를 움직이지 않고도 바람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단풍나무 씨앗의 비행 전략이 우연한 진화적 결과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정교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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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재우

    유재우supia_eco@naver.com

    - 인터브랜드에서 브랜드 경영 컨설턴트, 인컴브로더에서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 역임
    - 2006년 국내 최초로 숲에서 배우는 인재개발 교육전문기관인 ㈜수피아에코라이프를 설립하고 조직개발 및 리더십 교육프로그램을 개발, 보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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