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보험은 ‘인지산업’으로 불렸다. 사람(人)과 종이(紙)로 이뤄진 산업이란 뜻으로 그만큼 보험설계사를 통한 영업이 중요했다. 타 금융업종에 일찌감치 디지털 혁명이 불어닥칠 때도 보험업계는 특유의 보수성으로 대면(對面) 영업에 집중해왔다. 그러나 몇 해 전, 설계사를 통하지 않고도 고객이 온라인으로 직접 가입할 수 있는 온라인 보험이 국내에 등장하면서 보험업계에 새로운 변화가 시작됐다.
온라인보험의 등장이 불러온 가장 큰 변화는 보험 트렌드가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소비자가 중간 단계 없이 보험사와 직접 거래하는 구조로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대면채널 상품에 비해 인건비나 중간 수수료가 적기 때문에 보험료가 합리적으로 책정되며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손쉽게 상품 가입부터 보험금 지급 신청까지 원스톱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오늘날 보험소비자들은 상품비교 사이트를 통해 각 보험사들의 상품 보장내역과 보험료를 직접 비교해보고 PC와 스마트폰으로 보험사 홈페이지에 접속한 뒤 온라인 추천 설계 기능으로 자신에게 꼭 맞는 상품을 고른다. 공인인증서만 있으면 상품 가입 완료까지 걸리는 시간은 10분이 채 되지 않는다. 가입한 상품과 관련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즉시 고객센터 담당자와 카카오톡 메신저나 홈페이지 채팅을 통해 문의하고 소통할 수 있다. 통신과 정보기술(IT)의 발달이 가져온 스마트시대 보험의 신(新)풍속도라 할 만하다.
이처럼 뛰어난 가격경쟁력과 편의성을 바탕으로 국내 온라인 생명보험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온라인을 통한 보험 판매액은 75억5500만 원으로 전년도의 47억여 원에 비해 60% 이상 성장했다. 모바일로의 확산 속도도 빠르다.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은 데다 온라인 보험의 주 고객이 모바일 쇼핑이나 모바일 금융서비스에 익숙한 젊은 층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최초로 모바일슈랑스(모바일+인슈어런스의 합성어)를 도입한 교보라이프플래닛의 경우 고객의 절반 이상이 모바일로 보험을 설계하고 5명 중 1명은 모바일로 가입한다. 상품 구조를 단순화해 고객이 이해하기 쉽게 만들고 홈페이지 시스템을 편리하게 구축한 것이 주효했다.
앞으로 온라인 보험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단순히 오프라인 보험 상품을 온라인에서 파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 보험만이 할 수 있는 혁신적인 상품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여야 한다. 비근한 예로 중안보험 등 중국의 온라인 보험사들은 거대 IT 기업들과 협력해 온라인 플랫폼과 축적된 빅데이터를 활용함으로써 소비자들의 니즈를 꿰뚫으면서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고 있다. 중국 최대 인터넷 쇼핑몰인 타오바오(Taobao)를 통해 1억8600건을 판매한 ‘운송손실 보상보험’이 대표적으로 대형 보험사들이 진입하기 어려운 틈새시장을 파고들어 성공을 거둔 사례다.
상품 외에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 시스템과 상담 서비스도 중요하다. 특히 온라인보험은 보험사 홈페이지에서 직접 가입하게 돼 있으므로 소비자가 가입할 상품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하며 쉽고 편리한 사용자 인터페이스 및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보험업계의 스마트대전은 이제 막 시작됐다. 온라인을 선택하는 고객들의 성향을 잘 이해하는 보험 상품과 서비스로 고객의 선택을 받아야 생존할 수 있는 만큼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학상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 대표
필자는 미국 메릴랜드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코네티컷대 대학원에서 수학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교보생명에서 상품지원실장, e비즈니스 사업추진단 담당 임원을 역임했으며 2013년 12월 출범한 국내 최초 인터넷 전업 생보사 라이프플래닛의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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