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제조업 키워드

빅데이터•3D 프린터•사물인터넷…굴뚝산업 “스마트 옷” 입고 부활하다

166호 (2014년 1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운영관리

제조업의 변화 트렌드

‘저임금 국가 생산, 선진국가 소비패턴에서글로벌 생산, 글로벌 소비패턴으로 변화, 소비자 니즈의 고도화 및 다양화, 빅데이터·사물인터넷 등 자원 제약을 극복해 낼 수 있는 기술의 진보

스마트 제조업(Smart Manufacturing) 3가지 핵심 키워드

1) IT-OT Integration(제조 현장과 관리 현장 간 끊김 없는 정보의 교환이 이뤄질 수 있게 하는 정보계와 현장계의 통합) 2) Human-Robot Collaboration (인간과 로봇 간 협업 통해 유연성과 생산성 동시 추구) 3) Service-Embedded Product Manufacturing (서비스를 내재한 제품 생산 통해 차별적 부가가치 창출) 

 

제조업의 변화 트렌드와 미래

제조업이 부활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가 상승하면서 산업 전체의 회복 가능성마저 기대되는 상황이다. 주목할 점은 전통적인 굴뚝산업(Brick-and-Mortar Industry)이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글로벌 산업 환경 변화와 맞물려 새롭게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본고에서는 그동안 한국은 물론 글로벌 경제 성장의 근간이었던 전통 제조업의 변화 트렌드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한국의 제조업과 관련 산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제조업의 변화 트렌드

1) 글로벌 생산-글로벌 소비의 시대

제조업을 단순히 생산과 소비로 나눠보면 생산에서의 최근 가장 큰 화두는 리쇼어링(reshoring)이다. 최근 글로벌 제조업계에 나타나고 있는 가장 눈에 띄는 변화 트렌드는 저임금 국가로 나갔던 선진국의 제조 공장(오프쇼어링·offshoring)이 일부 선진국으로 되돌아오고 있다(리쇼어링)는 점이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 경제는 주로 디자인, 개발, 서비스 산업을 중심으로 움직였다. 인건비가 저렴한 국가에서 제조하는 오프쇼어링은 기업 경영의 상식처럼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해외로 나갔던 공장이 유턴하고 있다. 제조 오프쇼어링의 대명사인 애플은 2012년 말부터 조립이 어려운 신형 아이맥을 미국에서 생산하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애플 제품을 생산하던 폭스콘이 미국에 공장을 세운 것이다. 애플이 생산 라인을 직접 소유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지키되 애플 제품을 미국에서 미국인 노동자가 조립한다는 점은 최근 들어 나타나기 시작한 미국 기업의 리쇼어링 현상을 대변하는 일대사건이다. 애플 이전에는 포드가 2015년까지 중국, 멕시코 등에 있던 공장을 모두 미국으로 옮긴다는 발표를 했다. 가전업체 월풀도 중국 광둥성에 있던 믹서 생산라인을 미국 오하이오 주 그린빌로 이전했다. GE는 루이스빌 공장의 제조 기능을 대폭 늘렸다. 그 밖에도 다우케미컬, 에어버스, 애슐리 가구 등 미국 내 직접 제조나 자국 내 제조 협력 업체와의 관계를 강화하는 변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리쇼어링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해외 제조 비용의 증가다. 제조에 필요한 모든 투입 요소, , 노동력, 원료, 에너지, 기술력 등은 개도국 시장에서도 이미 이전과 달리 희귀하고 값비싼 리소스가 됐다. 특히 중국의 경우 급격한 경제 성장과 함께 노동자들의 평균 임금이 지난 10년간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저임금에 대한 매력이 사라지고 있다. 유럽의 대표적인 제조 기업이라 할 수 있는 롤스로이스와 폴크스바겐이 중국이 아닌 미국 공장에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은 중국의 저임금 요소보다 미국의 비()임금 요소의 가치를 더 크게 평가한다는 뜻이다. 이들 기업에는 인건비보다는 제조 공장이 위치한 곳의 노동생산성, 노동유연성, 고객접근성, 지자체 지원 사항, 현지 시장 트렌드 등이 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과거 제조 강국이었던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이러한 리쇼어링은 앞으로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 경제권이 급부상하면서 과거저임금국가 생산, 선진국가 소비패턴에서 점차글로벌 생산, 글로벌 소비패턴으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업체들은 전 세계 소비자 및 시장 변화에 대응해 적시에 적합한 글로벌 생산 및 물류 관리 조정을 하는 것이 큰 숙제가 됐다.

 

2) 소비자 니즈의 고도화 및 다양화

물건을 파는 사람 입장에서 물건을 사는 사람이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고 더 많은 경험을 했다는 것은 수익을 남기고 장사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소비자는 구매 대상 물건을 접하기도 전에 미디어와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간접 경험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설령 그렇지 못했더라도 그 자리에서 모바일 인터넷과 통신을 통해 이전에 구매 혹은 경험했던 사람에게 그 제품에 대해, 또는 경험에 대해 즉석에서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답을 찾아낼 수 있게 됐다. 이렇듯 다양한 기술 발달과 혁신에 대한 노출, 경험 축적으로 인해 소비자의 니즈가 다양해지고 기대 수준 또한 날로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는 개개인의 서로 다른 욕구와 니즈를 맞출 수 있는 제품을 요구하고 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제조업체들은 과거의 대량 생산 시스템을 탈피해 대량 고객맞춤(mass customization) 방식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한편 전자상거래(e-commerce)의 발달로 주문과 요청에 대해즉각 대응을 기대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어 업체는 더욱 빠른 고객 주문과 물류 처리를 통한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1일 배송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이렇듯 고객을 위한 제품과 서비스의 질은 기존 대비 몇 단계를 높이는 한편 기본적인 구매 매력도 유지를 위해 낮은 원가를 고수하면서도 고객 욕구에 부응하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3) 자원 제약을 극복해 낼 수 있는 기술의 진보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앞서 언급한글로벌 생산-글로벌 소비눈높이가 높아진 소비자가 달가운 트렌드일 리 없다. 제조업체가 활용할 수 있는 자원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의 주요한 투입자원인 노동력과 원료라고 하는 것은 필요에 따라 무한정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장과 고객이 원하는 모든 자원을 투입할 경우 원가 상승이 불가피하다. 그렇게 되면 역설적이게도 다시 모든 소비자들은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 , 글로벌 무한 소비에 대응하는 지구 자원의 제약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는 범인류적인 고민임과 동시에 제조기업들이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다.

 

 

 

다행스러운 점은 제조업이 현재 직면해 있는 도전 과제의 많은 부분에서 최근의 눈부신 정보 기술 발전이 많은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컴퓨팅과 네트워킹의 지속된 발전에 따른 사물인터넷(IoT)으로 모든 생산·물류 현장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집계할 수 있게 됐다. 온라인상 소셜(social) 정보의 급증으로 소비자 접점에서의 정보 집계가 가능해졌다. 이러한 무한히 많은 정형·비정형 데이터를 빅데이터(Big Data) 기술을 통해 컨텍스트(context)화할 수 있게 됐고, 이에 기반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건에 대한 선험적(prescriptive) 통찰(insight)을 도출해 내는 게 가능해졌다. 이렇게 도출된 인사이트는 모바일과 클라우드 기술을 바탕으로 언제 어디서나 어떤 매체로든 활용할 수 있다. 정보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바이오 기술, 나노 기술, 3D 프린터 등 설비·로보틱스 기술이 발달하면서 제조업의 미래 숙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풀 수 있게 됐다.

 

제조업의 미래: Smart Manufacturing

전통적인 제조업에서는 핵심적인 제조업의 가치창출 영역을 ‘PQCD(productivity, quality, cost, delivery)’로 봤다. , 생산성, 품질, 비용, 납기와 관련된 기술의 발전을 통해 PQCD를 집중 개선함으로써 사업 환경 및 소비자 니즈 변화에 대응하고자 했다. (그림 1 상단) 반면, 미래의 제조업은 복잡도와 난이도 측면에서 점점 고도화되고 있는 도전을똑똑한 제조업(smart manufacturing)’으로 대응하고 있다. 우선 제조업에서 관리해야 할 요소를 전통적인 PQCD 영역 외에, 글로벌한 수요공급의 변화에 대해 민첩하고 안전하고 지속가능 하도록 대응할 수 있는 역량까지를 목표로 삼는다. 한발 더 나아가 제조업의 관리 범위를 단순한 제조 프로세스에서 벗어나 사전적인 수요 및 공급 대응으로까지 확장해 접근한다.(그림 2 하단) 이에 따라 고객 니즈 파악 및 신제품 개발, 글로벌 생산 및 공급망 관리에서의 가시성 확보에 이르기까지, 기업활동의 전 영역에서 전방위적인 혁신과 가치창출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똑똑한 제조업의 혁신 방향성은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으며 다음에서 차례로 알아 보도록 하겠다.

 

1) IT-OT Integration: 정보계와 현장계의 통합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글로벌 생산, 글로벌 소비는 많은 글로벌 업체들에 숙제를 안겨줬다. 어떻게 하면 전 세계 공장에서 동일한 품질을 담보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중국 A 공장에서 발생할 로봇의 고장을 미국 본사에서 미리 감지해 조업 정지시간(down-time)을 최소화할 수 있을까? 몇 년 전 도요타의 생산량을 30% 이상 뒷걸음질치게 했던 대규모 리콜 사건도 알고 보면 글로벌 공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사람의 힘으로 하던 도요타 생산방식(TPS·Toyota Productivity System)이 글로벌 생산체계에서 효과적으로 돌아가지 못한 데 큰 이유가 있었다. 이는 비단 도요타뿐 아니라 다수의 글로벌 제조기업이 겪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기존 제조업에선 실질적인 제조와 생산이 이뤄지는 현장계와 정보가 수집되고 처리돼 통찰(insight)을 도출하는 정보계가 이원화돼 있었다. (그림 2-과거) , 현장계의 로봇 등 설비 자동화는 상당수 이뤄졌지만 설비 제어는 설비제조사의 고유한 제어언어로 컨트롤되고 있어 정보계의 최적화 인사이트가 도출돼도 별도로 프로그래밍해야만 작동하는 형태였다. 또한, 생산 현장에서 발생하는 온도, 압력, 작업 정보는 각각 모니터링되고 있지만 그와 연관되는 무수히 많은 사람과 설비에 적합하게 공유되지 못한 채 생산현장에 단순 기록으로 남아 있었다. 근래 제조업에서 많은 투자가 이뤄졌던 정보계의 정보 또한 현장계에 제대로 전달돼 활용되지 못했다. 전사적자원관리(ERP)나 제조실행시스템(MES) 등 과거 20년간 많은 제조업체가 투자해 구축했던 정보시스템 정보도 생산 현장으로 끊김 없이(seamless) 연계되지 않았다. , MES에서 작업지시서를 생산관리직이 발행하면 작업자들은 작업지시서를 보고 직접 작업하거나 로봇만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다시 프로그램을 짜서 작업을 지시해야 했다. 이렇게 제조현장과 관리현장 간 다수의 정보 누수가 발생하면서 조업 정지시간(downtime), 준비시간(set-up time)이 증가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결국 생산성 저하로 이어진다.

 

 

 

미래의 제조업 현장은 빅데이터를 선봉으로 한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모바일 등 정보·통신장비 기술의 발달 덕택으로 이런 단절을 해소시켜 현장계와 정보계의 통합이 가능해질 것이다. 최근 BMW, 벤츠 등 독일계 자동차 제조사들에서 추진되고 있는 혁신에서 현장계·정보계 간 통합 움직임을 살펴볼 수 있다. BMW와 마이크로소프트가 공동 제작한 ‘Manufacturing future vision’ 동영상을 보면 IT-OT integration이 향후 어떻게 이뤄질지 쉽게 알 수 있다. (그림 3)

 

예를 들어 특정 조립라인의 로봇에 작업 피로도가 상승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예전 같으면 지나쳤을 현장 정보, 로봇이 피로도에 노출돼 있다는 정보가 로봇에 연결된 사물인터넷과 로봇 주위의 스마트 더스트를 통해 MES에 전달된다. 이러한 컨텍스트 정보가 전달되면 인간의 별도 지시 없이도 실시간 빅데이터 분석이 구동되면서 과거 유사한 피로도 컨텍스트 발생 시 어떠한 일이 벌어졌는지(: 향후 24시간 이내에 10%의 확률로 기계 고장이 발생)에 대한 통찰(insight)을 도출해 낸다. 이후 로봇과 작업자들 간 지그비(Zigbee, 근거리 통신을 지원하는 데이터 네트워크 표준 기술) 통신을 통해 로봇으로부터 가장 가까이에 있는 유지보수 작업자를 찾아내 그 사람의 스마트 글라스에 경고 메시지를 띄워준다. 스마트 글라스에는 로봇의 위치뿐 아니라 유지보수 작업을 위해 필요한 장비 리스트가 나타난다. 작업자가 필요한 장비를 선택하고 스마트 글라스에 나타나는 최단 경로를 따라 피로도가 상승한 로봇으로 이동한다. 로봇 앞에는 AGV(무인이송차량)가 대기하고 있다가 필요한 도구 리스트에 따라 장비를 픽업해 준비해 준다. 그러면 작업자는 그 도구를 들고 스마트 글라스에서 제시하는 위험 부위와 열 상태를 확인한 후, 향후 6시간 중 가능한 시간에 30분 정도의 다운타임을 예약, 기계 고장을 방지하는 식이다.

 

 

 

 

리서치 전문기관인 가트너(Gartner)에서는 위에서 설명한 기술을 설비생산성 보전(APM·Asset Performance Management)이라고 명하며 IT-OT 간 정보 통합을 통해 최우선적으로 유망한 기술로 고려하고 있다. APM이 현실화될 경우 설비 중심 제조회사의 꿈인 예방보전이 가능해질 뿐만 아니라 고가 비의 총소유비용(TCO)에 대한 명확한 계산이 가능해져 개도국에서의 자동화 가속화, 노후설비에 대한 재투자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BMW, 벤츠, 폴크스바겐 등 독일계 자동차 OEM과 재건을 꿈꾸는 GM 등 미국계 자동차 OEM IT-OT 통합에 상당한 노력을 들이고 있다. 이러한 기술을 선도하는 대표적인 기업들로는 쿠카(Kuka), 지멘스(Siemens), 록웰(Rock-well) 등 로봇 기업이나 자동화 설비 업체, IBM, 오라클(Oracle), SAP 등 선도 B2B IT 기업, AT&T 등 통신 기간망 회사들을 꼽을 수 있다.

 

미래 제조현장에서 일어날 현장계와 정보계의 완전통합은 설비와 정보시스템 간뿐 아니라 설비와 작업자, 작업자와 정보시스템 간의 통합도 포함한다. , 스마트 글라스와 모바일, 클라우드 기술을 통해 공장 내 중요한 경고(alert) 사항에 대한 메시지 전달, 개별 설비 및 공정 조립 라인에 대한 위치감지 및 추적, 설비 상태 및 설비·제품 재료표(bill of material) 정보의 실시간 파악, 현장 의사결정을 위한 실시간 통찰(insight) 전달 및 그에 따른 현장 중심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것까지를 뜻한다.

 

2) Human-Robot Collaboration: 인간-로봇 간 협업

미래 제조업에서설비-작업자-시스템간 완벽한 연계를 이룰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인간-로봇 간 협업(HRC·Human robot collaboration)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현재는 대개 유연성이 요구되는 작업은 완전 수동 방식으로 사람들이 수행하고, 생산성이 필요한 작업에는 로봇을 활용해 완전 자동화하는 식으로 생산이 이뤄지고 있다. 자동차 생산 라인을 예로 들어보자. 용접이 많이 필요한 차체 공정이나 대형 설비 기반의 프레스 공정, 도장 공정은 전통적으로 자동화된 로봇이 작업을 수행한다. 하지만 조립 공정은 대개 수동 작업으로 진행한다. 보통 자동차 한 대를 조립하려면 수백 단계의 TACT(Transient Area Control Table, 조립 작업자에게 할당돼 특정 조립 작업이 이뤄지는 작업 단위)가 연결돼야 한다. 수백 개의 TACT 중 어느 한 군데에만 문제가 생겨도 전체 라인이 중단된다. 따라서 문제 없이 완제품을 만들려면 생산성(throughput)을 확보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이것만 생각한다면 당연히 자동화된 로봇을 써서 생산성을 최대한 높이고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도 수동 작업으로 진행하는 이유는 뭘까. 하나의 자동차 모델에 대해서도 고객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주문(색상, 옵션, 엔진크기) 사항을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 조건을 만족시키려면 어쩔 수 없이 수동 작업을 통해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 TACT별로 할당된 조립 작업자가 자신에게 주어진 각각의 작업지시서를 보고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유연성 확보를 위해 수동 작업을 함으로써 생산성 및 품질상 변동 리스크를 일정 부분 감내하는 것이다.

 

 

 

하지만 미래에는 로봇에 자유자재로 회전할 수 있는 관절(joint torque)을 도입하고 여기에 스마트 센서를 부착함으로써 사람-로봇-정보 시스템 간 통신·컴퓨팅 강화를 꾀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인간과 로봇이 각각 따로 수행했던 작업, 즉 수동 작업과 자동 작업 간 벽을 허물 수 있게 된다.

 

HRC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는 업체는 글로벌 로봇 선도업체인 쿠카다. 이 회사가 2013년 내놓은 LBR(Light Weight Robot·초경량로봇) ‘iiwa’ 시리즈 제품의 경우 전기·기계 장치에 조인트토크센서(joint torque sensor, 자유 자재로 회전할 수 있는 기계 관절에 스마트 센서를 부착한 것)를 다단계로 결합함으로써 자동차 라인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 HRC가 현실화되면 조립작업은 다음과 같이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작업자의 스마트 글라스에 e-작업지시서가 나타나고 e-작업지시서는 블루투스나 지그비 등 근거리 통신을 통해서 옆에 있는 로봇에 공유된다. 작업자가 작업점 근처로 로봇을 움직이면 인터넷에 연결된 로봇은 토크(Torque·회전력) 및 작업점과의 거리 등을 계산해 e-작업지시서에 제시된 지시 사항을 가장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해 내고, 그에 따라 빠르고 정확하게 작업을 수행한다. 이렇게 인간과 기계가 협업을 하게 되면 과거엔 서로 이율배반적(trade-off) 관계라 여겨졌던 유연성과 생산성·품질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그림 4)

 

3) Service-Embedded Product Manufacturing: 서비스 내재 제품 생산

과거 제조기업의 제품 출하는 판매의 완료 행위였다. 그러나 사물인터넷의 발달로 미래 제조업에서의 제품 출하는 새로운 판매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 과거에는 확보되지 못했던 고객의 제품사용 정보를 적극 활용해 미래 제조업은 단순히 제품을 잘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향후 추가 수익원이 될 수 있는 관련 서비스 요소들을 제품에 내재해 개발, 제조하는 것으로 영역을 확장할 것이다. 제품의 판매 이후 고객의 제품 사용 현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축적된 고객사용 및 고장·교체에 대한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찾아가는 서비스를 통해 제품 출하 이후의 추가 매출을 발생시키는 것이다. 특히 고가의 설비를 판매하는 중공업 중심으로 이미 이러한 트렌드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글로벌 항공·선반 엔진 선도 업체인 롤스로이스의 토털 케어 솔루션이다. 과거 롤스로이스는 엔진 제조에서 90% 이상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던 회사였다. 그러나 지금은 이미 제조 50%, 서비스 50%로 부가가치의 상당수가 서비스에서 발생하고 있고, 이를 통해 2.5배에 달하는 수익 개선을 이뤘다. (그림 5 ①) 2014년 현재 납품되고 있는 엔진에 대해 제품 전체 수명주기 안에서 거둬들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총예상매출액은 서비스가 제조 매출의 4배에 이를 것으로 기대될 정도다. 이러한 롤스로이스의 혁신은 다음과 같이 이뤄졌다. 제조 단계에 제품에 내재시킨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해 고객에게 공급한 전 세계 항공기·선박의 엔진에 대한 위치, 상태 정보를 실시간으로 취합해 전 세계 3군데에 있는 데이터센터로 정보를 보낸다. 데이터센터에서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장 가능성과 보전 필요성에 대한 통찰(insight)을 뽑아내 해당 항공기·선박의 도착지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롤스로이스 보전 기사를 보내 항공기·선박이 도착하는 즉시 바로 정비할 수 있도록 한다. (그림 5 ②) 그 결과 롤스로이스는 단순 엔진 제조사가 아니라 토털 솔루션을 내재한 제품을 제조해 전 세계 30∼40개 대형 고객사를 대상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업체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고객 사용에 대한 실시간 정보확보 채널을 내재시킨 제품을 개발, 판매함으로써 롤스로이스에게 있어 엔진의 출하는 판매의 끝이 아니라 판매의 시작이 돼가고 있다.

 

한국 산업에 대한 시사점 및 맺음말

과거 한국의 전통적인 제조업은 중국으로 인해 많은 수혜를 보기도 했고 반대로 피해를 보기도 했다. 세계 최대 수요 시장으로서 중국으로의 수출품 증가는 한국 경제의 큰 버팀목이 됐다. 반면 값싼 노동력을 기반으로 한 중국산 제품이 물밀듯 들어오자 한국산 제품은 경쟁력을 잃기 시작했다. 그나마 간간히 높은 품질을 내세워 생명을 연장했던 제품마저 중국산 제품의 품질 경쟁력 향상으로 점차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동화와 첨단화를 뛰어넘는 스마트화와 같은 미래 제조업으로의 방향 설정과 혁신에 있어 한국의 제조업이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면 지금의 열세는 더욱 심화돼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빠져버릴지도 모른다. 세계의 공장 역할을 수행하던 중국 역시 미래 제조업으로의 도약과 진화를 위해 많은 변화와 시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국내 공장 자동화 관련 업계 및 정보통신 관련 업계에는 폭발적인 수요 증가와 다양한 사업모델 및 제품 혁신의 테스트베드로 활용될 수 있다. 이 기회를 잘 활용한다면 미래의 제조업 환경에서 다시 한번 한국이 주역이 될 수 있는 도약의 발판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기회를 놓친다면 전 세계 경쟁에서 그 위상은 점차 빛을 바래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정수 베인앤컴퍼니 상무 jeongsoo.choi@bain.com

최정수 상무는 서울대 재료공학부에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미국 IBM연구소와 MIT연구소에서 연구원을 지냈다. 2007년 베인앤컴퍼니 서울오피스에 입사한 후 제조업 프랙티스의 주요 멤버로서 화학, 석유화학, 종합 소재 등 제조업 분야에서 포트폴리오 전략, 신사업·신증설 타당성 검토, M&A 실사, R&D 혁신 등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재후 베인앤컴퍼니 팀장 jaehoo.lee@bain.com

이재후 팀장은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했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및 에너지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ERP/CRM 등 기업용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했으며 2007년 베인앤컴퍼니 입사 후, 자동차, 철강, 제지, 소비재, 중간재 등 다양한 제조업 분야와 IT 서비스, 통신 등 IT 분야에서 비전, 사업개발 전략, 고객 전략, 생산성 혁신, M&A 등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83호 Future Food Business 2019년 10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