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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wer of Analysis

내일 비올 확률 50%… 그 뜻은? 숫자가 정보다, 확률을 이해하라

김진호 | 164호 (2014년 1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혁신, 자기계발

불확실한 일을 측정하기 위해 활용되는 개념이 확률이다. 확률 개념은 확률을 이용하는 상황이나 관점에 따라 다음과 같은 세 가지로 구분된다.

 

1) 선험적 확률

경험하지 않고도 이론적으로 미리 알 수 있는 확률. 동전을 던질 때 앞면이 나올 확률은 굳이 실험하거나 계산하지 않아도 2분의 1이다.

2) 경험적 확률

오랜 기간에 걸쳐 동일한 상황이나 조건하에서 어떤 사건이 일어나는 비율을 계산한 결과. 어느 공장에 1년 동안 화재가 발생할 확률, 20대 여성운전자가 자동차 사고를 낼 확률 등이 여기에 속한다.

3) 주관적 확률

개인이 어떤 사건의 발생 가능성을 믿는 정도. 동일한 사건이라도 개인별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영국의 소설가이자 문명비평가인 허버트 웰스(Herbert G. Wells)는 언젠가는 숫자를 올바로 이해하는 능력이 쓰기나 읽기처럼 유능한 시민이 되는 데 꼭 필요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언젠가가 바로 오늘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는 숫자를 만들어내느라 하루 종일 분주히 일한다. 생산된 수많은 숫자 속에 묻혀 그것들을 올바르게 이해하려고 애를 쓴다. 바야흐로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이 숫자를 위한, 숫자에 의한 행위들로 가득 차 있다고 할 수 있다. 흔히 현대를 정보화시대라고 하지만 대부분 정보는 결국 숫자로 요약되므로 현대는 숫자정보사회 혹은 숫자화사회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따라서 웰스가 말한 대로 숫자를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은 읽고 쓰는 능력 못지않게 현대사회에 효과적으로 적응하며 살아가는 데 있어서 이미 기본적이며 필수적인 자질이 됐다.

 

현대인에게 제공되는 수많은 숫자 정보 중에서 확률은 작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일기예보, 특정 질병에 걸릴 확률, 각종 사고(번개, 자동차, 다리 붕괴 등)를 당할 확률 등은 우리가 매일 대하는 정보들이다. 실제로 사람들이 꽤 오래전부터 확률을 인식하면서 생활했다는 사실을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아마도’ ‘혹시나’ ‘행운등의 단어에는 어떤 식으로나마 확률에 대한 개념이 들어 있으며, ‘십중팔구’ ‘구사일생’ ‘만에 하나’설마가 사람 잡는다등은 좀 더 구체적인 확률에 대한 이해를 표현하고 있다. 범위를 사회 전체로 넓혀보더라도 특정 산업, 예를 들면 보험이나 복권, 카지노 사업 등은 철저한 확률 계산에 바탕을 두고 번성하고 있다. 개인적 측면에서도 확률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매우 중요하다. 프랑스 수학자 라플라스가 말했듯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들은 대부분 확률적 선택의 문제일 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명한 선택을 하려면 확률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수다. 그런데 확률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는 매우 낮은 편이다. 아마도 중학교 때부터 교과서에 나오는 문제들, 예를 들어 항아리 속에서 검은 공, 빨간 공을 꺼내는 문제를 풀다가 확률에 싫증을 느낀 경험 때문일 것이다. 확률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면 확률과 관련해 잘못된 판단을 흔하게 내릴 수 있다. 앞으로 2회에 걸쳐 사람들이 잘못 이해하고 있는 생활 속 확률들을 다양한 사례와 함께 다루려고 한다.

 

확률의 개념

확률이란, 불확실한 것을 재는 것이다. 확률은 0에서 1까지의 값을 갖는데(그래서 %로도 많이 표시된다) 그 값이 커질수록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확률이 0이라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예컨대 사람이 헤엄을 쳐서 지구를 한 바퀴 돌 확률은 0이다. 반대로 확률이 1이라면 반드시 일어난다는 의미다. 어떤 사람이 죽을 확률은 1이다. 그러나확률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확률을 명확히 정의하기 위한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정의는 아직 내려지지 않고 있다. 일반적으로 확률 개념은 확률을 이용하는 상황이나 관점에 따라 선험적 확률, 경험적 확률, 그리고 주관적 확률이라는 세 가지로 나뉜다. 이 개념들을 하나씩 집중적으로 알아보자.

 

선험적 확률

먼저 동전을 던질 때 앞면이 나올 확률은 얼마일까? 계산을 하지 않아도 2분의 1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들을 낳을 확률도 마찬가지로 2분의 1이다. 정육면체인 주사위를 던질 때 3이라는 숫자가 나올 확률은 계산해보지 않아도 6분의 1이다. 이처럼 경험하기 전에 미리 알 수 있는 확률을 선험적(先驗的) 확률 개념(혹은 고전적 확률 개념)이라고 한다. 선험적 확률을 적용할 때는 경험하지 않고도 이론적으로 미리 알 수 있는 확률과 실제로 일어나는 확률을 비교하는 과정이 핵심이다. 만약 실제 일어나고 있는 확률이 이론적으로 알 수 있는 확률과 다르다면 뭔가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차이가 나는 원인을 분석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실제 사례를 들어보자.1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의학 학술지인 미국 의학협회지(Journal of American Medical Association: JAMA)에 논문을 게재하려면 연구 능력이 뛰어난 의사나 최소한 관련 분야의 박사 학위 소지자로서 매우 우수한 논문을 써서 엄격한 심사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겨우 초등학교 3학년인 아홉 살 소녀가 논문을 게재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그 소녀, 에밀리(Emily Rosa)의 얘기를 해보자.2

 

어느 날 에밀리는 엄마와 같이 그 당시 한창 인기를 끌었던 기()치료(therapeutic touch, 편의상 기치료라고 번역)에 대한 비디오를 보고 있었다. 비디오에서는 기치료를 환자의 에너지장()을 잘 다스리면 병이 치료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환자가 가만히 누워 있는 상태에서 기치료사가 환자의 몸 10cm 정도 위에서 양손을 모아 머리에서 다리 쪽으로 움직이면서 기를 감지하고 병을 일으키는 나쁜 기운을 제거하면 치료가 된다는 것이었다. 기치료는 세계적으로 100여 개 간호대학에서 가르치고 있으며, 북미에서만 최소한 80개 병원에서 간호사들이 정식으로 치료에 사용하고 있었고, 여러 간호기관에서도 기치료 사용을 권장하고 있었다. 에밀리는 기치료 효과를 실험을 통해 테스트하고 싶었고 간호사인 엄마는 방법상 조언으로 격려해줬다. 기치료가 정말 효과가 있는지 검증하려면 정교하고 복잡한 임상실험이 필요하므로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 하지만 에밀리는 좀 더 근본적이고 간단한 의문에 초점을 맞췄다. 즉 기치료사들이 주장하는 대로 기치료가 효과가 있다면 그들은 최소한 에너지장, 즉 기()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만약 그들이 기()조차 느끼지 못한다면 치료효과가 있다는 주장에는 근거가 없다. 에밀리는 기치료사들이 과연 기()를 느끼는지 실험하기로 했다. 에밀리는 광고 등을 보고 콜로라도 북동부에서 시술하는 기치료사들과 접촉했고, 초등학교 3학년 과학경시대회에 출품할 실험이라고 설명하며 접촉 상대 중 21명이 실험에 참여하도록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실험은 아래의 그림과 같이 진행됐다.

 

기치료사와 실험자(에밀리)가 책상에 마주 앉았다. 그 사이를 높고 불투명한 가리개(screen)로 막았다. 가리개 밑은 터져 있어서 손을 넣을 수 있도록 했다. 그 위는 수건으로 덮었다. 기치료사는 가리개 밑으로 두 손을 넣어 책상 위에 손바닥을 위로 하고 손을 내려놓았다(양손 간격은 25∼30cm). 에밀리는 자신의 오른손을 기치료사의 한 손 위에 8∼10cm 정도 떨어뜨려 뒀다. 기치료사의 어느 손 위에 에밀리가 오른손을 올려놓을지는 실험을 할 때마다 동전던지기로 결정했다. 기치료사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에밀리 손의 에너지장, 즉 기를 느껴서 자신의 어느 손 위에 에밀리의 손이 있는지 판단했다. 21명에게 총 280회 실험을 해서 기치료사들의 판단 결과를 기록했다. 이 실험에서 기치료사들이 에밀리 손의 위치를 정확히 맞힌 비율은 44%에 불과했다. 이 비율은 기치료를 할 자격이 없는 보통 사람들이 우연히 맞힐 수 있는 50%의 확률보다도 낮다. 에밀리는 기치료의 효과에 대한 주장에는 근거가 없으며 기치료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에밀리는 이 실험결과를 과학경시대회에 발표해 우수상(blue ribon)을 받았다. 이 연구는 2명의 공저자(엄마 포함)가 함께 논문으로 작성했으며 2년 뒤 에밀리가 11살 때기치료에 대한 심층 연구(A Close Look at Therapeutic Touch)’라는 제목으로 JAMA에 게재됐다. 논문 심사자들이 실험의 간단함과 결과의 유용성을 인정한 결과였다. 에밀리는 최연소로 유명 과학학술지에 연구를 게재한 사람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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