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에게 가장 두려운 장애물이 무엇이냐고 <뉴요커>지(紙) 칼럼니스트가 질문하자 그는 ‘누군가 지금 차고에서 전혀 새로운 것을 개발하고 있지 않을까가 가장 두렵다’라고 대답했다. 빌 게이츠가 가장 두려워한 것은 큰 빌딩도 아니고 대규모 자본도 아닌 차고에서 차가운 피자를 먹으며 잠도 안자고 새로운 것을 개발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스티브 잡스는 2005년도 스탠퍼드대 졸업식 축사에서 여러분 앞날에 좋은 길이 있더라도 편안한 길보다는 힘들고 어려운 길을 선택하라고 하면서 “Stay hungry!”를 외쳤다. 편안하고 안락한 선택보다는 배고픈 선택이 오히려 인생을 더욱 위대하게 만들 것이란 경험에서 나온 충고였다.
동양의 병법서 <손자병법>에서는 승리의 전투력은 안락하고 편한 환경에서 커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힘들고 어려운 극한 상황에서 더욱 강해질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파부분주(破釜焚舟)!’ 밥해 먹을 솥을 깨고, 타고 갈 배를 스스로 침몰시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절박함을 만들면 오히려 승리할 수 있다는 역경전략이다. 지금의 역경과 고통은 조직을 힘들게 하지만 먼 안목으로 보면 조직을 단련시키고 성장하게 하는 커다란 동력이 될 수 있다.
역경이 오히려 생존의 근거가 된다는 이론 중에 메기 효과(catfish effect)가 있다. 냉장 시설이 없던 시절, 유럽 북해지역 어부들이 청어를 먼 곳으로 운송할 때 수조에 청어의 천적인 메기 몇 마리를 집어넣어 청어가 오히려 살기 위한 몸부림으로 더욱 싱싱하게 살아 있을 수 있게 했다는 이론이다. 아놀드 토인비 박사와 이건희 회장이 자주 인용함으로써 유명해졌다. <맹자>는 위대한 조직은 모두 역경 속에서 꽃을 피웠다고 정의하면서 지금의 걱정과 근심이 오히려 나를 긴장시켜 살리게 만들 것이고 편안함과 즐거움이 오히려 나를 죽게 할 것이란 화두를 던지고 있다. ‘생어우환(生於憂患)! 사어안락(死於安樂)!’ ‘우환이 나를 살리게 할 것이고, 안락이 나를 죽음으로 인도할 것’이란 뜻이다. 안락사(安樂死)! 조직이 편안하고 즐거운 상황이라면 조직의 생존에 이미 빨간불이 들어온 것이다.
조선 전기 문신이었던 강희맹(姜希孟) 선생은 어느 도둑의 이야기를 통해 역경과 우환이 오히려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어느 도둑이 아들을 데리고 부잣집에 도둑질을 가르치러 갔다. 부잣집 보물창고에 자식을 가두고 일부러 소리를 내어 집주인에게 발각되게 한 후에 본인은 먼저 빠져 나왔다. 창고에 갇힌 아들은 살아나가기 위해 온갖 꾀를 부려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했고 집으로 돌아와서 자신을 가둔 아버지를 원망했다. 도둑은 자식에게 이렇게 말했다. ‘오소이군여자(吾所以窘汝者), 내가 너를 그런 위기에 빠뜨린 것은, 내소이안여야(乃所以安汝也)! 너에게 어떤 위기가 닥쳐도 정신 차릴 수 있는 능력을 기르게 함이었고, 오소이함여자(吾所以陷汝者) 내가 너를 함정에 빠뜨린 것은, 내소이증여야(乃所以拯汝也) 너에게 앞으로 닥칠 수 있는 위기에서 구원하고자 함이었다.’ 군색(窘塞)함이 오히려 훗날 편안(安)하게 할 것이고, 역경(陷)이 훗날의 위기에서 구출(拯)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란 도(盜) 선생 철학이었다. 자식을 편안하고 아무 고생 없이 키우는 것이 결국 자식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고 자식에게 비록 고통을 주고 어려운 상황을 주었지만 그것이 자식의 성장에 더 큰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교육법이었다.
안락과 편안함만을 추구하는 세상이다. 직장은 안정이 우선이고 인생은 안락해야 성공했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의 역경과 근심이 오히려 긍정적인 생존의 계기가 될 것이란 생각도 해봐야 한다. 안락사(安樂死)! 우환생(憂患生)! 안락은 죽음이요, 우환은 생존이다! 지속적인 생존을 꿈꾸는 자, 안락과 우환 속에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너무나 자명하다.
박재희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
필자는 조부에게 한학을 배우고 성균관대에서 동양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중국 사회과학원에서 수학했다. 고전의 재해석을 통한 새로운 미래사회 가치를 연구하고 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지내고 현재 포스코 전략대학 석좌교수,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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