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독일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메르겔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치고 만찬장에서 “독일의 히든챔피언 모델을 배워 한국형 히든챔피언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히든챔피언’이란 ‘잘 알려지지 않은 강소기업’을 뜻하는 것으로 향후 강소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박 대통령의 이러한 의지로 정부는 오는 7월까지 한국형 히든챔피언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정부 각 부서에 걸쳐 마련한다고 한다.
사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아무리 매력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가지고 있어도 살아남기 힘든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물론 이는 최근 들어 생긴 문제라고 보긴 어렵다. 우리나라 기업 생태의 구조이고 오래된 문제라는 것이 현장 기업인들의 공통된 견해다. 그런 와중에 나온 최근 정부의 행보는 조금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큰 기대를 걸게 한다.
그렇다면 이 같은 정부 지원 속에서 중소기업은 히든챔피언이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히든챔피언의 조건인 시장점유율은 곧 매출이며, 이는 곧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비하는 소비자의 판단이다. 소비자들이 제품, 서비스를 소비하고 기업을 인정해야 결국 히든챔피언, 즉 강소기업이 탄생하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받는다고 해서 히든챔피언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한국 중소기업의 비전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문화가 비교적 발달한 대만의 경우를 살펴보는 게 도움이 된다. 대만의 중소기업들은 우리나라와는 매우 다른 기업문화를 갖고 있다. 대기업의 하청 개념이 강한 우리나라 중소기업과 달리 대만에서는 중소기업 스스로 ‘전문성’을 갖추고 해외시장 수요에 대응한다. 기본적인 기업생계를 위해서 유통망에 사활을 걸기보단 혁신을 기반으로 한 ‘전문성’에 무게를 두고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대만의 기업처럼 경쟁우위 확보와 차별화를 통한 포지셔닝을 해온 산업들이 꽤 있다. 제빵 업계가 그렇다. 대형 프랜차이즈로 인해 골목 빵집이 많이 사라지고 있지만 이런 환경에서도 번영한 빵집들은 그곳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함’을 갖고 있다. 이러한 빵집들은 정부의 골목 상권 보호 정책에 크게 집착하지 않는다. 이 빵집들은 나름의 장점을 부각시키며 전국적으로 인기 있는 브랜드가 돼 그 지역을 찾는 관광객이나 주변 소비자들의 발길을 끄는 묘한 매력을 갖고 있다.
중소기업도 바로 프랜차이즈 빵집의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남고 성공한 매장들의 장점을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 그들만의 특별함을 찾아보고 배워야 한다. 그들은 맛 혹은 디자인, 어디에도 없는 특별함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한다. 한정적인 수량의 상품만 한시적으로 공급하는 전략도 종종 사용한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낸 비결에 대해 묻자 “위대한 목수는 아무도 보지 않는다고 해서 장롱 뒤에 질이 나쁜 목재를 사용하지 않는다(A great carpenter isn’t going to use lousy wood for the back of a cabinet, even though nobody’s going to see it)”라는 명언을 남겼다.
우리 중소기업이 ‘히든챔피언’이 되는 해법은 바로 이 같은 잡스의 말 속에 숨어 있는 것 같다. 필자 역시 물티슈를 비롯한 ‘위생’과 관련된 제품을 만들면서 경쟁력과 차별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 오고 있다. 단순히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 아이가 쓰는 제품, 기업을 믿고 구매해주는 소비자들을 위해 여전히 개발과 연구에 노력 중이다.
작은 기업을 운영하며 히든챔피언을 꿈꾸고 있는 필자는 ‘히든(Hidden)’의 숨겨진 의미를 재해석하고자 한다. ‘숨겨진’ ‘비밀의’란 뜻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결국 나중에는 소비자들이 알게 되는 경쟁력이라는 것이다. 잡스가 말한 ‘장롱의 뒷판’은 숨겨져 있고 눈에 보이지 않지만(Hidden) 진짜 경쟁력을 만들어주는 핵심요소다.
김세경 아이에이커머스 대표
김세경 대표는 호주의 맥쿼리대 금융학과를 졸업했다. 호주 소재 오즈캠 프로덕션에서 광고와 마케팅을 담당했으며 ㈜팜파스의 마케팅&온라인 사업부 팀장을 거쳐 현재 아이에이커머스의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화학성분 등이 전혀 없는 물티슈 등을 만들며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에서 ‘안전한 제품’으로 소개돼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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