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havioral Economics
CEO의 자기과신, 혁신산업에선 기업가치를 높인다Based on “Are Overconfident CEOs Better Innovators?” by D. Hirshleifer, A. Low, and S. Teoh (2012, The Journal of Finance, Vol. 67, No. 4, pp.1457-1498)
무엇을 왜 연구했나?
애플의 공동 창업자이자 전 CEO인 고(故) 스티브 잡스는 한 세기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경영혁신가로 꼽힌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말할 것도 없고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대중화에 기여한 그의 공로는 실로 지대하다. 잡스는 또한 자기 과신이 지나쳤던 CEO로 정평이 나 있다. <포천>지에 따르면 잡스는 이슈에 관계없이 자신의 방식대로 해석하고 대응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의 독특한 개성은 그를 위대한 혁신적 CEO로 만드는 데 기여를 했지만 한편으로는 애플과 투자자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자기 과신이 강한 CEO는 자신의 능력을 항상 과대평가하고, 미래에 대해 너무 낙천적이며, 쉬운 과제보다는 어려운 과제에 더 큰 관심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연구자들은 자기 과신이 강한 CEO들이 위험률이 높은 혁신적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에 망설임이 없으며 궁극적으로 기업의 가치를 제고하는 혁신의 선도자가 된다는 가설을 검증하고자 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기업경영과 기업정책 분야의 연구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수수께끼 중 하나는 기업들이 종종 과도한 자신감을 갖는 경영자에게 경영권을 이전하고 투자 및 자금조달과 관련된 의사결정의 전권을 부여한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성장지향형 기업의 상당수는 자기 과신 성향이 강한 CEO들을 경영 전면에 내세운다. 대부분 사람들이 편견 없는 의사결정을 선호한다는 사실에 비춰 볼 때 자기 과신처럼 편향된 감정의 소유자에게 경영을 맡기는 현상은 이해하기 힘들다. 이에 대해 설명하려면 자기 과신 성향의 CEO들이 성공적인 혁신에 더 적합하다는 증거가 필요하다.
연구자들은 1993년부터 2003년까지 2577명의 미국 CEO들을 스톡옵션의 행사 여부 및 주요 금융 관련 전문잡지 및 신문(예: Financial Times, Fortune, Forbes, NYT, WSJ 등)에서의 인용횟수 등을 근거로 자기 과신이 강한 CEO들과 그렇지 않은 CEO들로 구분한 후 세 가지 가설에 따라 각 그룹별 혁신적 투자와 성과를 비교 분석했다.
첫 번째 가설은 CEO의 자기 과신이 기업의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분석 결과, 실제 자기 과신 성향의 CEO를 고용한 기업들의 주식수익률 변동성은 그렇지 않은 기업들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두 번째 가설은 CEO의 자기 과신이 혁신적 투자(연구개발비로 측정)를 더 많이 하게 하며 혁신적 투자의 성과(특허·특허인용)도 높인다는 것이다. 연구 결과, 자기 과신 성향의 CEO가 이끄는 기업은 그렇지 않은 CEO가 이끄는 회사보다 연구개발비를 27% 더 지출했고 특허 수도 28%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인용 측면에서도 자기 과신이 강한 CEO를 고용한 기업들이 많게는 40%, 적게는 11% 더 높은 인용횟수를 기록했다.세 번째 가설은 자기 과신과 기업가치 간 관계다. 기존의 연구들은 자기 과신이 강한 CEO들이 무분별한 기업 인수합병을 통해 기업가치를 감소시켰다고 주장한다. 본 연구는 이와 반대로 ‘긍정적 자기 과신 효과’에 주목했다. 즉, 자신감이 충만한 CEO는 혁신적 투자와 성과를 통해 성장 동력을 이끌어 내고 그 결과 기업가치를 상승시킬 것으로 봤다. 실제로 토빈의 Q(기업가치 측정변수)와 주식가격대 순이익 비율(성장기회 측정변수)을 이용한 회귀분석 결과에 따르면 성장기회를 기업가치로 승화시킨 유일한 그룹은 자기 과신이 가장 강한 CEO 그룹이었다. 또한 특허당 인용횟수를 기준으로 혁신 산업(에너지, 생산장비, IT를 포함한 통신 등)과 비혁신 산업(광산, 도매, 중공업 등)을 구분한 후 자기과신형 CEO의 기업가치 창출 효과를 비교해 본 결과 자기과신형 CEO가 기업가치를 상승시킨 경우는 혁신산업에 집중돼 나타났다.
연구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자기 과신은 일반적으로 판단오류나 비효율성을 일으키는 바람직하지 않은 인지 편향(cognitive bias)으로 간주돼 왔다. 매스컴에서는 종종 고집스럽고 자신감에 사로잡힌 CEO들의 경영철학과 기업의 흥망성쇠를 재미있는 소재로 다루곤 한다. 하지만 실패와 성공은 별개의 독립된 개념이 아니다. 쓰라린 실패의 가능성을 감수하지 않으면 위대한 성공의 가능성도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혁신산업에서는 CEO의 자기 과신이 기업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데 실제로 기여한다.본 논문은 혁신이 요구되는 기업에서 CEO의 자기 과신이 성장과 성공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많은 기업들이 왜 CEO의 자기 과신을 용인해 왔고, 왜 자기 과신 성향의 CEO들이 성장지향형 기업들의 러브콜을 받아 왔는지에 대한 의문 역시 어느 정도 해소했다고 할 수 있다.
곽승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swkwag@sookmyung.ac.kr
필자는 연세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와 텍사스공과대에서 정치학 석사와 경영통계학 석사, 테네시대(The University of Tennessee, Knoxville)에서 재무관리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유타주립대 재무관리 교수로 11년간 재직했다.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행동재무학/경제학, 기업가치평가, 투자, 금융시장과 규제 등이다.
Psychology
마음챙김 명상을 통해 매몰비용의 압박에서 벗어나자
Based on “Debiasing the Mind Through Meditation: Mindfulness and the Sunk-Cost Bias” by Andrew C. Hafenbrack, Zoe Kinias and Sigal G. Barsade (Psychological Science, in press).
무엇을 왜 연구했나?
의사결정은 기업과 개인의 미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중요하다. 그래서 누구나 좋은 의사결정을 내리고 싶어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할 때가 많다.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리면 매몰비용이 발생한다. 매몰비용은 이미 투자된 비용 중에서 이후에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이다. 이미 사라져서 되돌릴 수 없는 돈인 셈이다. 그런데 문제는 사람들이 매몰비용에 대해 장밋빛 희망을 품고 이후 이런 생각의 연장 선상에서 옳지 않은 결정을 내릴 때가 많다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가치가 없는 사업이라는 게 명백해도 과거에 투자했다는 이유만으로 투자를 계속한다. 미래에 사정이 나아질지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또 과거에 내린 결정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으려는 성향도 보이고 있다. 실제 주식의 가치가 계속 떨어지고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당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이를 일부 감수하고 주식을 팔아야 결과적으로 손해를 덜 보기 마련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고 오히려 값이 떨어진 주식을 더 사들여서 이후 주식값이 오르면 이전에 발생한 손해를 만회하겠다는 결정을 내린다. 그러다가 더 큰 손실이 발생하기도 한다. 매몰비용에 대한 잘못된 의사결정(오류)은 개인에게 국한되지 않는다. 정부와 기업도 매몰비용의 오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미 투자한 기업의 미래가 비관적이라는 게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청산하지 못하고 자본금을 더 늘리고 정부는 사업성이 떨어지는 대규모 토목사업을 지속하기도 한다. 문제는 매몰비용에 대한 잘못된 의사결정이 인간의 심리작용에서 발생한다는 데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매몰비용의 오류를 극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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