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MBA 통신

오퍼레이션 글로벌화의 함정

김진달래 | 139호 (2013년 10월 Issue 1)

 

 

편집자주

DBR은 세계 톱 경영대학원의 생생한 현지 소식을 전하는 ‘MBA 통신코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명문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하는 젊고 유능한 DBR 통신원들이 따끈따끈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통신원들은 세계적 석학이나 유명 기업인들의 명강연, 현지 산업계와 학교 소식을 전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MIT 슬론경영대학원의 오퍼레이션전략(Operation Strategy) 수업에서는 어떻게 세계 오퍼레이션을 최적화할 있는지, 글로벌 전략을 수립할 고려해야 리스크와 트레이드오프(tradeoff) 무엇인지를 관심 깊게 다룬다. 수업에서 글로벌 생산시스템의 반면교사로 다룬 사례로 최근 안전문제로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는 보잉 787 드림라이너(Boeing 787 Dreamliner) 여객기를 소개한다.

 

보잉 글로벌 생산시스템의 문제

보잉 787은 혁신적인 기술과 소재를 적용해 연료 효율이 기존의 비슷한 기종 대비 20%나 높아 꿈의 항공기라 불리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프로젝트는 800대 이상의 주문을 받으며 시작됐지만 이후 거듭 지연되며 계획보다 3년 후에 첫 비행이 이뤄졌다. 그 과정에서 보잉은 수조 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적용이 어려운 기술을 써서 늦어진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글로벌 아웃소싱 생산시스템을 전격 도입한 것이 문제였다. 787기는 보잉사의 92년 역사에서 최초로 설계와 생산의 대부분을 아웃소싱한 항공기다. 전체 부품의 약 70%가 외주 생산됐고 설계와 R&D도 전략적 파트너들에게 위임했다. 고도화된 컴퓨터 설계 시스템과 통신 시스템 덕택에 보잉사의 프로젝트 매니저들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하도급 업체들을 진두지휘하면서 부가가치가 높은 시스템 통합자(system integrator)의 역할만 담당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글로벌 생산체제를 이용해 원가를 낮추고 납기를 단축시킨다는 계획은 쉽게 실행되지 않았다.

 

생산시스템의 운영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보잉사는 2006년 하도급 업체를 3800개에서 절반 이하로 줄이기로 했다. 그러나 선정된 하도급 업체들이 재하도급 계약를 주면서 보잉사는 전체 생산시스템에 대한 가시성(visibility)을 현저히 잃었다. 한 예로 보잉사의 주 공급업체인 보우트(Vought)사가 이스라엘 업체에 동체 바닥의 설계 및 생산을 재하도급을 맡겼는데 이게 문제가 됐다. 이 회사가 공급하는 6000여 개의 부품이 보잉사의 설계 기준에 미달하자 각각의 부품을 재검토하고 승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했다. 이를 위해 보잉사는 지구 반대편 이스라엘로 설계팀을 보내야 했고 또 중간에 있는 보우트사와도 조율해야 하는 등 한층 더 복잡한 상황에 직면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2007년에 첫 787기를 최종 조립하기 위해 각각의 부품이 보잉의 에버렛 공장에 도착했을 때 엔지니어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1200개의 모듈을 받아 조립하기로 한 계획과는 달리 여러 개의 구성품이 미완성으로 납품돼 3만여 개의 부품이 공장에 도착했다. 결국 보잉은 초도 항공기의 수천 개의 부품을 자체 인력으로 생산할 수밖에 없었고 아웃소싱에 반대해왔던 보잉사 노조는 2008년 두 달 가까이 파업했다.

 

글로벌 생산시스템의 이점들

물론 잘만 운영하면 글로벌 생산시스템은 강력한 핵심역량이 될 수 있다. 첫째, 보잉사는 고부가 가치의 시스템 설계와 통합에 집중하고 제조와 단순 설계는 아웃소싱해 보다 효율적인 생산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 보잉사는 제조기업에서 기술기업으로 거듭나는 한편 제조는 제조에 전문성이 높은 공급업체에 위임한다. 이와 같은 전략적 목표를 가지고 보잉은 2000년대 초부터 꾸준히 자체 생산시설을 축소했다.

 

둘째, 글로벌 아웃소싱은 시장 접근성을 높이는 중요한 수단이다. 787기 주문의 90% 이상이 미국 밖에서 왔다. 특히 개발도상국 정부들은 자국의 항공업을 발전시키고 고급 인력을 위한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관심이 많다. 보잉의 비행기를 사주는 대신 자국 업체들로부터 부품을 사도록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 보잉사 입장에서 글로벌 아웃소싱은 인건비를 낮추면서 동시에 수주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방편이다.

 

마지막으로, 보잉사는 글로벌 생산체계를 갖춤으로써 생산원가를 낮출 뿐만 아니라 개발에 드는 천문학적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봤다. 항공기의 신기종을 개발하는 일은 평균 6년의 시간과 10조 원 이상의 막대한 비용이 든다. 그런데 소재기술, 전기전자 기술, 연료기술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이 모든 기술 발전을 보잉사 스스로 따라가기는 힘들다. 각 요소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공급사와 파트너십을 체결함으로써 첨단 기술을 신기종에 적용하고 막대한 초기투자 비용과 재무적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봤다.

 

가입하면 무료

인기기사

질문, 답변, 연관 아티클 확인까지 한번에! 경제·경영 관련 질문은 AskBiz에게 물어보세요. 오늘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Cl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