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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디자인 전략

‘꾸미기’보다 ‘메시지’에 집중하라

김효기 | 137호 (2013년 9월 Issue 2)

 

 

 

 

 

편집자주

‘디자인’이라는 말을 듣고아름답게 꾸미는 것이라고 떠올린다면 수주 경쟁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안서 디자인은 단순히 문서를 잘 꾸미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제안 입찰 분야의 글로벌 컨설팅사 쉬플리 한국지사(www.shipleywins.co.kr)가 제안성공 노하우와 제안 디자인 전략을 번갈아 연재합니다.

 

 

 

입찰 제안은 전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제안서 작성과 제안 프레젠테이션이 중요한 산업은 시스템통합(SI), 플랜트, 방위산업 정도에 한정돼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컨설팅, 교육뿐 아니라 회계, 법률, 서비스, 급식, 물류/유통 등 전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제안서와 제안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를 디자인하는 제안 디자인의 영역도 확장되고 있으며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제안 컨설팅 회사인 쉬플리코리아가 한국의 제안 시장에서 발견한 제안 디자인의 문제점은 디자인을 전략적 관점이 아닌 심미적 관점으로 접근한다는 것이었다. 바른 기준 없이는 바른 판단과 적용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디자인을 제공하는 것과 동시에 디자인에 잘못된 인식에 대한 전환을 바꿀 수 있도록 조언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제안 디자인에 대한 전반적인 원리를 정리해 연재한다.

 

제안 디자인에 관한 이해와 활용이 필요한 사람

 

1.제안사업의 PM(프로젝트매니저)을 비롯한 주요 의사결정자

 

성공하는 제안 디자인을 위해서는 제안 사업 PM을 비롯한 주요 의사결정자들의 인식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다른 이들도 다들 디자인을 하기 때문에또는편집을 맡기기 위해서정도의 이유로 디자인을 의뢰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디자인을 하는 이유는 내용을 전략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다. 그저다른 이들도 제안서 디자인을 해오니까라고 생각하는 의사결정자들은 값싸고 눈에 띄는 디자인을 찾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경우 디자이너를 단지 제안서를 꾸며주는 사람 정도로 인식하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지시하게 된다. 일을 맡은 디자이너도 자연스럽게 그저 요청한 만큼만 일하게 되는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게 된다. 최악의 경우 말 그대로 ‘() 받은 만큼만 일하게 되는상황이 발생한다. 그러나 전략적인 전달을 위해 디자인을 고민하는 결정자들은 내용에 대한 분석과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디자인을 찾게 되고 자연스레 디자이너를 전문가로 인식하고 존중한다. 디자이너 역시 사업성공을 위해 거래 관계를 넘어선 도움을 주고 싶어 하고 서로 멋진 파트너로서 시너지를 낼 수 있게 된다.

 

2.디자이너와 협업하는 실무자

 

“멋지게 해주세요.”

 

이 말은 필자가 프로젝트 참여 시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을 듣고 요청하는 사람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디자이너는 거의 없다. 제안 초기단계부터 디자이너가 참여해 사업을 이해하고 디자인을 기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급박한 프로젝트 일정 중에서도 맨 마지막 단계에 디자이너들이 투입돼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분량의 디자인을 해내야 한다. 당연히 사업과 전략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할 여유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인을 요청할 때는 정확하고 구체적인 표현을 하지 않으면 원하는 결과물을 얻기 힘들고 보통 여러 차례의 재작업이 필요해진다. 디자인에 대한 전문적인 관점 없이 구체적인 요청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디자인을 직접 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디자인을 맡기는 사람 또한 전문적인, 혹은 그에 준하는 수준의 이해가 필요하다. “멋지게 해주세요보다는이 페이지는 중요한 전략부분입니다. 페이지 전체를 다른 페이지와 차별화해서 강조해주세요. 형태는 통일성을 유지하고 컬러를 차별화하면 어떨까요?” 정도의 수준으로 디자이너와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다면 의도한 결과물을 훨씬 더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3.제안서, 제안 프레젠테이션 디자이너

 

제안 디자인은 제안과 디자인의 결합이기 때문에 양쪽을 모두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어떻게 잘 꾸밀까만을 고민하는 디자이너가 있다면 그는 제안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것이다. 제안 디자인은어떻게 잘 꾸밀까가 아닌어떻게 잘 전달할까에 대한 고민의 결과여야 한다.

 

꾸미는 것과 전달하는 것의 차이를 쉽게 이해하려면 포장지(Wrapping)와 포장디자인(Packaging)의 차이를 생각하면 된다. (그림1) 포장지는 겉을 싸서 고객을 반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면 포장디자인은 내용물을 잘 담고 특징을 잘 표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특징은 보통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강하게 전달하고 싶은상품의 장점과 같은메시지. 백화점에 진열된 상품의 경우 포장지라는 첫인상을 통해 고객을 구매로 끌어낼 수 있다. 하지만 제안 디자인이 그저 겉을 꾸미는 포장지가 돼서는 안 된다. 수주는 첫 인상이 아닌 내용에 따라서 결정되기 때문에 제안 디자인은 내용의 장점을 잘 드러내는 포장디자인이 돼야 한다. 평가자는 디자인이 아닌 내용을 보기 원한다. 제안 디자인은 평가자가 보고 싶은 것을 보여줘야 하며 제안 디자이너는 어떻게 잘 보여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제안의 특징 따라 변화하는 제안 디자인

 

그렇다면 제안 디자인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제안의 특징을 통해 제안 디자인의 특징을 정리해 보자.

 

1. 제안의 목적은수주!

 

제안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은 그 목적이수주에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제안 디자인은 보기 좋은 슬라이드를 만드는 것이 목표가 돼선 안 되며 수주를 도와주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패션은 패셔너블해 보이지 않기 위한 것이다. 허름한 드레스를 입으면 그 옷을 기억하지만 멋진 드레스를 입으면 그 여자를 기억한다.”

 

코코 샤넬이 한 말이다. 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어떤 사람을 보고옷 참 별로야보다옷 참 멋지군이라는 반응을 할 수 있는 쪽이 더 나은 패션이다. 하지만 그보다 옷을 통해 옷이 아닌 그 사람을 드러내고 기억하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패션이라는 말이다. 제안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그림2) 제안서나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를 보았을 때디자인 엉망이군보다는디자인 참 잘된 제안이군이라는 평가를 얻는 것이 낫다. 하지만 디자인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디자인을 통해 내용과 전략을 드러나게 하고 기억하게 하는 것이 최고의 제안 디자인인 동시에 제안 디자인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제안 디자인의 목적은 수주를 도와주는 것이기 때문에 디자인의 탁월함이 아닌 내용과 전략의 탁월함을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

 

안타깝게도 현재 한국의 제안 디자인은 디자인 그 자체를 드러내는 요소들로 가득하다. 전략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컬러를 전달하고 아름다움을 전달한다. 이런 불필요한 요소들을 걷어내고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꼭 필요한 최소한의 요소만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을 미니멀리즘(Minimalism·간결함)이라고 한다. 예술이나 디자인 전체에서 미니멀리즘은 하나의 사조나 트렌드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제안 디자인이라는 영역에서는 이것은 트렌드 수준이 아니다. 미니멀리즘을최소한의 요소로 탈락 없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재정의해야 하고 기호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 아닌 반드시 지켜야 할 원리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간결함은 사물을 명확하게 만드는 강력한 힘이 있고 간결하게 디자인된 슬라이드는 평가자를 분산시키지 않고 핵심 메시지에 집중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간결함을 적용하면서 허전한 인상을 주지 않도록 하는 제안 디자인이야말로 가장 실력 있는 디자이너들이 구현해내는 기술이며 제안 디자인을 위해 지불한 돈의 가치일 것이다. 미니멀리즘은 무조건 심플하게 만드는 것과는 다르다. 100가지 컬러를 넣은 디자인도 미니멀리즘의 결과가 될 수도 있다. 문제는 포함된 디자인의 요소가 본질적인 것인가, 내용 또는 콘셉트의 전달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인가 하는 점이다. 이처럼 미니멀리즘은 단지 100가지 컬러 대신 한 가지 컬러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100가지 컬러 중 비본질적인 요소를 세심하게 제거하는 과정을 통해 이르는 것이다.

 

 

 

2. 특징이 아닌 효용 중심으로 접근하라!

 

쉬플리에서 제안 컨설팅을 입문하게 되면특징이 아닌 효용으로 접근하라는 점을 중요한 원리로 배운다. 효용은 특징을 통해 결과적으로 고객이 얻게 될 이득이다. 예를 들어 전동드릴을 표현할 때 특징은이 드릴은 건전지를 사용한다는 것이고 효용은전기가 닿지 않는 곳에서도 구멍을 뚫을 수 있다가 된다. , 효용 중심이라는 말은 목적 중심이라는 말과 상통한다. (그림 3)

 

제안 디자인에서도 같은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다. 내용에서 목적이 효용이라면 디자인에서 목적은 효과다. 그렇기 때문에 제안 디자인도 요소의 특징이 아닌 효과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 왜 그런가? 특징으로 접근할 때 표현방법은 그 특징에서 잘 벗어나지 못하지만 효과 중심으로 접근할 때 다양한 특징들이 창의적 아이디어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컬러를 쓸까를 고민하면 결과가 컬러라는 범위에 한정된다. 반면 어떻게 강조할까를 고민하면 컬러, 이미지, 애니메이션, 스토리 등 다양한 특징을 가진 요소들 가운데 가장 적합한 것을 찾을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고객이 적합하지 않은 디자인을 요청할 때도 고객이 요청하는 목적에서 출발하면 디자이너는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할 수도 있게 된다.

 

3.제안은 경쟁이다. 따라서 상대적이다.

 

제안은 경쟁이기 때문에 상대적이다. 상대보다 잘해야 한다. 디자인 역시 상대보다 잘해야 한다. 상대보다 잘한 디자인이란 어떤 디자인인가?

 

이를 설명하기 위해 두 소녀의 패션을 보여 주며 어느 쪽이 더 나은가를 질문한다. (그림 4) 리본, 구두, 꽃 등 더 많은 요소로 잘 꾸몄다는 이유로 오른쪽의 소녀를 선택하는 사람들도 있고, 앞에서 미니멀리즘에 대한 설명을 했기 때문에 명확한 이유는 설명하지 못하지만 왼쪽의 소녀를 선택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어서 두 소녀의 배경인 해변을 보여줬을 때 사람들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왼쪽의 소녀가 더 나은 패션이라는 것을 안다. 왼쪽의 소녀가 상황에 적합한 옷을 입었기 때문이다.

 

<그림 5>에서도 두 사람의 모습만 보여줬을 때는 어느 쪽이 나은가를 판단하기 어렵지만 어떤 상황인지를 보여줄 때 더 적합한 쪽이 명확해진다. 제안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상대보다 더 잘한 디자인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더 많은 요소를 넣은 디자인이나 더 공을 들인 디자인이 아니다. 상대보다 더 잘한 디자인은 상대보다 더적합한 디자인이다.

 

4.청중은 평가자다.

 

제안의 청중은 평가자다. 일반적인 발표에서 인상적인 디자인으로 청중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낸다면 좋은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제안 디자인은 청중의 좋은 반응이 아니라 평가의 좋은 점수를 얻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평가자의 유형을 아는 것은 좋은 점수를 받는 것에 도움이 된다.

 

남자가 여자에게 하는 프러포즈(제안)를 생각해보자. 여자가 승낙하는 경우를 두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 “끌린다” “느낌이 온다와 같은 전체적인 직관이 이유인 사람들이 있다. 반면 성격, 관심사, 진로, 배경, 등 상대의 많은 특징을 꼼꼼히 따져서 판단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림 6)

 

제안의 평가자도 이와 마찬가지의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제안을 보며 전체적으로 좋은 인상이나 신뢰, 공감대가 형성돼 좋은 점수를 주는 평가자가 있다. 반면 전략, 역량, PM의 경력 등을 세밀하게 분석해 점수를 주는 평가자가 있다. 쉬플리에서는 전자를 통합적 평가자, 후자를 분석적 평가자라고 부르고 있다. (그림 7)

 

통합적 평가자는 전체적인 그림을 보고 점수나 순위를 정한 뒤 세부항목에 배분하는 방식으로 점수를 준다. 분석적 평가자는 평가 항목 하나하나에 점수를 매긴 뒤 합산하는 방식으로 점수를 준다. (그림 8)

 

이러한 평가자의 유형을 고려할 때 제안 디자인은 통합적 평가자와 분석적 평가자를 모두 만족시키는 것에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우선 통합적 평가자에게 신뢰,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감성, 메시지, 스토리 등이 필요하다. 동시에 분석적 평가자가 제안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각화도 매우 중요하다. 이런 이유로 제안 디자인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시각화(Visualization) 영역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What to say)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How to say)에 해당하는 영역 전체가 그 범위가 돼야 한다. 전략적 관점에서는 솔루션 개발에 이은 커뮤니케이션 개발에 해당한다.

 

앞으로 10여 차례에 걸쳐 How to say의 범위에서 크게 Message (주장이 분명한 디자인) → Story (설득력 있는 디자인) → Visualization (이해하기 쉬운 디자인)의 순서로 제안 디자인에 대한 이론과 실무의 사례들을 공유할 예정이다. (그림 9)

 

 

 김효기 쉬플리코리아 디자인센터 팀장 kelly@shipleywi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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