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ychology
Based on “Rituals Enhance Consumption” by Kathleen D. Vohs ,Yajin Wang, Francesca Gino, & Michael I. Norton (In press, Psychological Science).
왜 연구했나?
생일을 맞은 사람은 생일 케이크를 자르기 전 촛불을 켜고 바람을 불어 끄고 소원을 빈다. 삶에는 이처럼 크고 작은 의례가 많다. 고대부터 현재까지 의식은 꾸준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논리적으로만 따지면 의례에는 생산성이 없다. 오히려 자원을 낭비하는 측면도 있다. 생일이라는 것과 촛불에 바람을 불어 끄는 행위에는 상징만 있을 뿐 실용적인 의미는 없다. 심지어 촛농 때문에 케이크를 먹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런 의례를 매년 반복하고 있다. 비록 의례 자체는 아무런 의미가 없고 직접적으로 어떤 산출물을 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의례가 단순한 미신이 아니라 긍정적인 기능이 있다고 믿고 있다. 무의미하게 보이는 의례가 정말 긍정적인 기능이 있을까? 만일 있다면, 왜 그럴까?
무엇을 연구했나?
의례는 그 자체로는 아무런 목적이나 의미가 없는 상징적인 행위를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의례의 수행이 소비의 만족도를 높이는 사례는 프랑스의 음식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 프랑스인들은 음식에 대한 사랑으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식사와 관련된 의례가 발달돼 있다. 이는 프랑스 어린이들이 편식하지 않는 이유로 거론되기도 한다. 의례가 소비만족을 높이는 이유는 의례를 통해 소비행위 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즐거움은 반드시 단기적이고도 직접적인 효용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장기적이고도 간접적인 효용을 통해서도 즐거움을 경험한다. 장기적이고 간접적인 효용은 단기적으로는 무의미하게 보이고 심지어 비용이나 고통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꼭 필요한 것이다. 이런 효용은 내재적인 즐거움을 통해 나타난다. 즉, 행위를 통해 얻는 산출물보다는 행위 그 자체에서 즐거움을 경험하고 해당 행위를 하는 것이다. 의례가 소비 만족도를 높이는 이유는 바로 소비행위에 의미를 부여해 내재적 흥미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어떻게 연구했나?
미국 미네소타대와 하버드대 공동연구진은 4차례의 실험을 통해 의례가 소비에 미치는 영향과 심리과정을 밝혔다. 참가자들은 크게 2가지 조건에 할당됐다. 의례집단은 소비하기 전에 의례를 치렀고 대조 집단은 의례라는 절차 없이 곧바로 소비했다. 예를 들어, 초콜릿을 제공한 뒤 의례집단은 껍질을 까지 않고 반으로 쪼개는 행동을 하도록 했고 대조집단은 자유롭게 초콜릿을 먹도록 했다. 이후 얼마나 초콜릿을 음미하는지, 전반적으로 얼마나 즐겼는지, 초콜릿에 대한 비용은 얼마를 치를 의향이 있는지 등 두 집단의 차이를 비교했다. 또 당근을 먹였다. 의례집단에는 특정한 행동을 계속하도록 했고, 대조집단에는 다양한 행동을 무작위로 하라고 했다. 이와 함께 의례의 직접적인 수행과 다른 사람의 의례수행 관찰도 비교했다. 예를 들어, 의례직접수행 집단은 레몬 가루를 물에 타서 주스를 만들어 마실 때, 물을 컵에 반만 채우고 레몬가루도 컵에 반만 붓고 저은 다음 30초간 기다렸다가 나머지 반을 마저 채우고 다시 30초를 기다렸다가 마시도록 했다. 의례수행 관찰 집단은 다른 사람이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을 보고 레몬주스를 마셨다.
무엇을 발견했나?
특정한 의례를 수행한 집단의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초콜릿과 당근 등 음식을 더 맛있게 음미하면서 먹었다. 가격도 더 많이 지불하려고 했다. 또한 의례를 직접 수행하는 사람들이 똑같은 행동을 관찰한 사람보다 음식을 더 맛있게 음미하면서 먹었다. 반면 의례수행은 긍정적 혹은 부정적인 기분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의례를 수행한 집단의 사람들은 먹는 행위 그 자체에 흥미를 가졌고, 이를 통해 소비하는 경험을 즐기고, 소비대상에 대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의사를 보였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의례는 삶을 더 좋게 해줄 수 있다. 같은 소비라도 의례를 통해 소비 만족도를 더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초콜릿이나 당근처럼 사소한 음식도 간단한 의례로 맛을 더 즐기도록 했다. 이는 의례라는 절차를 거칠 때 소비 대상에 대한 내재적인 흥미, 즉 소비행위 그 자체에 대한 흥미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 연구는 음식점 경영에 직접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의례가 음식에 대한 만족도를 높인다면 고객들이 식사를 하기 전 간단한 의례를 하는 장치를 마련해 두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때 주목해야 할 것은 고객이 직접 의례를 수행하는 것이 다른 사람의 의례수행을 관찰하는 것보다 효과가 더 크다는 점이다. 즉, 종업원이 수행하는 의례를 고객이 지켜보도록 하기보다는 고객이 직접 무엇인가를 하도록 만드는 게 더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종업원이 포도주의 코르크 마개를 따주는 것보다는 고객이 코르크 마개를 직접 뽑도록 하는 것이 포도주 소비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 연구는 의례의 효과에 대한 연구를 음식 소비에서만 실시했지만 적용 범위를 더 넓힐 수 있다. 시험과 면접, 협상, 발표 등 다양한 상황에 적용할 수 있다. 또 조직에도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신입사원이 처음 출근하는 날 의례를 치르는 것은 신입사원이 조직에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안도현 소셜브레인 대표 dohyun@SocialBrain.kr
필자는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Colorado State University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 석사, University of Alabama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설득에 미치는 영향이다. 심리과학의 연구성과를 기업경영 등 현실에 접목하는 과학커뮤니케이션(기고, 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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