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디자인의 미래

사용자 경험 3大 키워드 : 적응, 공유, 성찰

128호 (2013년 5월 Issue 1)

 

 

만약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컴퓨터에서 마우스 커서가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 스마트폰의 아이콘들이 모두 글자로 바뀐다면 지금처럼 스마트폰을 잘 사용할 수 있을까? 마우스 커서나 스마트폰의 그림 아이콘처럼 현재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은 불과 10∼15 년 전만해도 존재하지 않았거나 기술에 밝은 일부 사람들에게만 통용되는 방식이었다.

 

마우스 커서나 스마트폰 인터페이스 같은 것을인터랙션이라 부른다. 주로 디지털 제품 및 서비스의 기획, 개발, 디자인 분야에서 통용되는 개념으로 사람과 제품 간의 대화, 서비스 및 시스템 간의 대화, 그러한 소통들에서 나오는 부가적인 활동들을 일컫는다. ‘대화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서로 주고받는 행동과 정보들이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에서 뉴스를 보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스마트폰의 뉴스 앱 아이콘을 클릭하는 활동을 하고 시스템은 그에 반응해 콘텐츠 정보를 화면에 띄워준다. 화면상에 구성돼 있는 뉴스 서비스의 얼개(링크, 사진, 기사 섹션의 배치 등)들은 사용자의 다음 활동을 유발한다. 디지털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개발자, 디자이너, 기획자들은 이러한 작은 인터랙션들을 촘촘하게 고려해 최종 결과물을 창작해 낸다.

 

좋은 인터랙션 설계가 비즈니스에 끼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대표적인 사례로 아마존의원클릭 결제(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단 한 번의 클릭으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게끔 설계된 서비스 기능)’는 아마존이 세계 최대 온라인 리테일 업체로 성장하는 데 엄청나게 기여했다. 쇼핑몰 자체의 매출 증대에 공헌한 것은 물론이고 이 인터랙션을 특허로 등록해 이와 같은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고자 하는 다른 전자상거래 서비스로부터 받는 로열티 수익도 상당하다. 라이선스 비용을 지급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애플의 iTunes와 앱스토어다. 또 아직도 진행 중인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 분쟁에서도 논란의 소지가 되고 있는 주요 특허들은 대부분 제품 및 서비스와 사용자 간의 인터랙션 방식에 대한 것이다.

 

인터랙션은 1990년대, 개인용 컴퓨터와 인터넷이 범용화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인터랙션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설계하는인간-컴퓨터 상호작용(HCI)’ 인터랙션 디자인(IxD)’ 분야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2000년대 말부터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전 세계적으로 보급되면서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스마트폰은 시장뿐 아니라 사람들의 생활양식 그 자체를 바꾸고 있다. 그간 새로운 하드웨어 기술과 효율성 중심으로 혁신돼 오던 IT 산업에서 소프트웨어 및 사용자경험(UX)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사람들의 새로운 사고방식을 빚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스마트폰 이후, 10년 후의 인터랙션은 어떤 모습일까? 향후 어떤 분야에서 사람들의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을까? 여전히 지금과 같이 사용자경험(UX)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을까? 미래의 사람과 컴퓨터, 사람과 기술 사이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카네기멜론대에서 인터랙션 관련 연구를 이끌고 있는 세 명의 교수를 찾았다.

 

1. 빅데이터 기반의 적응형 서비스

(adaptive service)

영화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미래의 범죄 수사가 어떻게 이뤄질 것인지를 상상해보는 영화다. 이 영화에서 경찰 수사대는 범죄가 일어나기도 전에 범죄를 저지를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들을 체포한다. 영화 속에서는 이런 예측을 위해 초능력자들이 이용되지만 현실에서는 컴퓨터와 빅데이터를 이용한 범죄 예측 시스템이 개발 중에 있다. 로스엔젤레스 경찰은 최근 사회과학자들과 수학자들이 구축한 범죄 데이터 모델 기반의 스타트업 회사인 Predpol(http://www.predpol.com)의 솔루션을 도입했다. UCLA, UC어바인 등 캘리포니아 지역의 수학자들과 사회학자들, 범죄학자들과 경찰 출신들이 모여서 만든 이 회사는 마치 기상청에서 날씨를 예측하듯이 실시간으로 범죄가 일어나기 쉬운 지역을 예측해 그곳으로 경찰력을 재배치하도록 지시한다. 이처럼 빅데이터의 활용은 어느새 현실이 돼 가고 있다. (그림1)

 

 

데이터 기반의 새로운 서비스는 개개인의 일상 생활에도 곧 깊숙이 파고들 것으로 전망되는데 가장 촉망받는 분야는 헬스케어다. 예를 들어보자. 피트니스센터에 있는 피지컬 트레이너는 고객이 자신의 목표, 그리고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맞춤화된 운동 솔루션을 제공한다. 고객이 힘이 넘치는지 피곤한지, 어느 부위에 어떤 운동이 필요한지에 따라 운동의 종류와 운동량을 조절해준다. 미래에는 이와 같은 역할을 일정 부분 지능형 서비스가 해결해 줄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 만보계라고 볼 수 있는 핏빗(Fitbit), 나이키 퓨얼 밴드(Nike Fuel Band)와 같은 장비들은 개인의 생체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이들은 미국뿐 아니라 한국 시장에서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건강 관리에서 목표설정, 동기부여와 같은 심리적·사회적인 요소들의 중요성을 파고든 서비스도 있다. 마이피트니스팔(My Fitnesspal)이라는 서비스는 친구들끼리, 혹은 익명의 사람들끼리 오늘 어떤 운동을 얼마큼 했는지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게 해서 서로의 경쟁심리를 자극하고 운동을 꾸준히 하게 만든다. 또 같은 질병을 앓고 있거나 병력이 겹치는 사람들 간에 유대 관계를 형성하고 유용한 정보를 공유하게 해주는 페이션트라이크미(Patient Like Me)도 있다.

 

이와 같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들을 설명할 때에 단순히스마트라는 표현만으로는 뭔가 부족함이 느껴진다. 방대한 정보 수집과 분석을 바탕으로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나의 상태에 꼭 맞는 가치를 제공하는 점, 나와 전혀 모르는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도움이 되는 가치를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함께 만들어 나가는 점 등이 새로운 패턴이다. 이와 같은 특징들을적응형 서비스(adaptive service)’ 라고 조디 폴리지 교수는 설명한다. (인터뷰 1)

 

 

 

2. 공유 경제(Sharing Economy)

지속 가능한 사회

스마트폰과 태블릿 다음으로스마트화가 될 것으로 보는 제품으로 흔히 자동차를 꼽는다. 실제로 차량 내의 대시보드, 운전자의 스마트 기기 등과 연동되는 다양한 IT 서비스와 시스템이 시장에 속속들이 선보여지고 있다. 구글을 비롯한 여러 기관과 기업에서 무인자동차를 연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래 사회에서 자동차와 연관해 생각할 수 있는 인터랙션의 발전은 기술적 측면뿐 아니라 사회적 측면에서도 바라봐야 한다.

 

최근 미국 대학가의 주차장에서는 자동차 공유 서비스인 집카(Zip Car)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웬만한 대학 주차장에는 멀리서도 눈에 쉽게 띄는 집카 사용 팻말이 있다. 회원카드만 있으면 언제든 주차장에 있는 차량을 활용할 수 있다. 반납 방식도 편리하다. 여러 장소에 위치한 집카 주차장 어느 곳에나 차를 가져다 놓으면 된다.

 

이와 같이, 특정 제품의소유를 촉진하는 것이 아니라공유를 촉진하는 서비스들이 전 세계적으로 촉망받고 있다. 앞서 언급한 집카와 더불어 개인 주택을 숙박 용도로 공유하는 에어비엔비(AirBnB)가 대표 주자다. 이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의 무한 경쟁을 가정한 사업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의 사업 모델을 확립했기 때문이다. 2013 1, 집카는 그 잠재력을 인정받아 세계 최대 렌터카 업체 중 하나인 AVIS 5억 달러(5600억 원)에 인수됐다. 에어비엔비 역시 지역 정보 공유 서비스인 네이브와이즈(Nabewise)를 인수하는 등 사업 영역을 확장 중에 있다.

 

이렇듯 인터랙션을 첨단 기술이 아니라 새로운 사업 모델 혹은 사회적 가치와 더불어 고려하는 것이 새로운 경향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캐머런 턴킨와이즈 교수는 이야기한다. (인터뷰 2)

 

 

 

 

 

3. 개인의 성찰과 숙고를 돕는 미디어

2012년 개봉한 영화프로메테우스는 큰 인기를 끌었던 영화에이리언시리즈의 프리퀄이었다. 미래의 인간들이 치밀한 연구 조사 끝에 자신들을 창조한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추적하고 그들을 만나러 우주선을 타고 나간다는 내용의 공상과학 영화다. 여느 공상 과학 영화가 그렇듯 미래의 최첨단 기술과 인터랙션 발전상이 인상적으로 묘사돼 있다.

 

이 영화에는 매우 흥미로운 로봇, ‘데이비드가 등장한다. ‘웨이랜드 인더스트리즈라는 가상의 회사에서 개발한 로봇 데이비드는 인간과 완벽히 동일한 외모를 가지고, 인류 역사에서 쓰인 모든 언어를 학습하고, 심지어 영화를 보면서 기쁨과 슬픔을 느낀다. 데이비드는 어려운 임무를 맡은 인간들에게 논리적으로, 또 감정적으로 도움을 주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그림 2)

 

 

영화 중반부에 매우 흥미로운 장면이 등장한다. 자신들의 창조자(외계인)를 만나러 가는 인간에게 인간의 피조물인 로봇 데이비드가 묻는다. “당신들은 왜 저를 만들었나요?” 그때 돌아오는 수석 과학자의 답변은 이렇다. “왜냐면, 우리가 너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지.” 영화를 아직 보지 않은 독자들을 위해 구체적인 결말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 대개의 SF 영화가 그렇듯 로봇 데이비드는 창조자인 인간을 성실하게 돕기도 하지만 결정적인 위험에 빠트리기도 한다는 정도만 밝힌다.

 

우리도 데이비드와 같은 질문을 던져볼 때가 됐다. 최근 몇 년간 인간이 체감하고 있는 기술의 변화는 실로 어지러울 정도다. 스마트폰이 제공하는 편리하고 보기 좋은 인터랙션 기술들에 사람들이 중독되는 데는 3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사람들의 기술 개발 추이 및 그에 대한 수용 추세가 유사하게 지속된다고 가정하면 앞으로 3년 후인 2017년에는 모든 사람들이 구글 글래스와 애플의 아이워치를 차고 다니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와 같은 새로운 디지털 기기와 서비스들을 개발할 때 왜 그런 것을 만드냐고 물으면왜냐면, 만들 수 있으니까. 당장 편리하고 새로운 경험을 잔뜩 제공해 줄 것 같으니까와 같은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할까? 애슬링 켈리허 교수는 급격한 기술 발전과 수용에 대한 반작용으로 사람들의 성찰을 돕는 인터랙션 기술과 미디어가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인터뷰 3)

 

 

결론

각기 다른 연구 분야와 다른 시각을 가진 세 교수이지만 이들 모두 미래 사회에서는 기술과 인간의 인터랙션의 성격이 단지 IT 산업 내 혁신을 촉진하거나 신규 기술에 대한 좋은 사용자 경험을 만드는 것을 넘어서는, 더욱 다양한 방향으로 진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첫째, 빅데이터를 통해 IT 외의 영역에서 사람들의 다양한 요구와 상태에 더 잘 적응하는(adaptive) 서비스를 돕는 인터랙션이 주목받을 것이다. 둘째,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사람과 사람, 집단, 나아가 사회 시스템과의 관계에서 장기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줄지에 대해 특정 가치가 개입된 인터랙션이 조명을 받을 것이다. 셋째, 이에 대한 성찰적 태도가 초기 연구개발 단계에서부터 중시되면서 필연적으로 인문학과 디자인 및 기술 간 융합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생각된다.

 

글을 맺으며 세계적인 디자인 컨설팅 회사 프로그 디자인의 인터랙션 디자이너 제니퍼 더냄(Jenifer Dunnam)의 생각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는 지난 3월 첨단 기술과 스타트업 및 문화 예술의 각축장인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를 둘러본 후 미국 전문 IT 경제지 <패스트컴퍼니(Fast Company)>에 기고한 칼럼에서 아래와 같이 말했다.

 

“기술은 우리들의사람다움을 더 잘 드러낼 수 있도록 (그 자체가 중심이 되지 않고) 주변부로 이동하고 있다. 기술은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우리들의 삶에 깊숙하게 침투해 있다. 이제 우리의 새로운 목표는 그 기술들이 우리 인간의 자연스러운 확장으로 보이게끔 하는 것이다.”

(“Technology goes peripheral, to reveal our humanness. Technology is more pervasive than ever. Now the goal is to make it seem like an extension of ourselves.”)

 

미래 사회에서 사람들이 누릴 가치를 고민할 때 사람-사물-시스템 간의 인터랙션은 빼놓을 수 없는 주제가 됐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는 이제 더 이상 기술의 새로움과 편리함, 유용함에 대한 문제보다는 우리 스스로의 가치관과 취사 선택의 문제가 더 중요한 시기에 돌입해 있는지도 모른다.

 

 

 

정은기 카네기멜론대 연구원 eunkic@andrew.cmu.edu

필자는 연세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애플 마케팅, 삼성전자 신규 서비스 기획, 스타트업을 거쳐 현재 카네기멜론대에서 인터랙션 디자인, 서비스 플랫폼 및 생태계 디자인을 연구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34호 세계관의 세계 2021년 12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