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DBR은 독자 여러분들의 의견과 반응을 체계적으로 수렴해 콘텐츠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비즈니스 현장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열독자를 중심으로 ‘독자패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Indepth Communication’은 독자패널들로부터 DBR 최근 호 리뷰를 들어본 후 추가로 궁금한 점에 대해 해당 필자의 피드백을 받아 게재하는 코너입니다.
김형숙 DBR 4기 독자패널(조인컨설팅)
DBR 109호 스페셜 리포트에서 다룬 ‘마음을 비워 古典의 지혜 담다’에서 ‘소(素)’의 경영으로 버버리 사례를 제시했다. ‘소’의 경영은 ‘기존의 그림이 존재하는 바탕을 하얗게 만든다’는 사고에서 출발한 개념으로 기존의 생산가치사슬(버버리의 경우는 브랜드)을 획기적으로 구조조정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결과 ‘Prorsum’이라는 Sub-Brand가 생겼다. ‘비움이 곧 창조’인 혁신사례다. 그러나 경영자에게 기존에 존재하는 가치사슬이나 시장을 비우거나 버리는 것을 통해 획기적인 혁신을 시도한다는 것은 매몰비용과 기회비용으로 인해 매우 어려운 의사결정임이 분명하다. 이에 ‘소(素)’의 경영을 하기 위해 비움을 시도할 때 위험을 낮춰 줄 수 있는 의사결정자가 유념해야 할 ‘버리기 전략’ ‘버리기 원칙’에는 어떠한 것이 있는지 궁금하다.
한상만 성균관대 경영학과 교수
‘소(素)’의 경영에서 새로운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어떻게 바탕을 희게 만드느냐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닐 것이다. 특히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취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사결정은 어렵고 중요한 의사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 가장 유념해야 하는 원칙은 바로 ‘자사가 역량을 가지고 있는 핵심 사업 분야’가 무엇이며 타깃 고객은 누구인지에 대해서 올바르게 정의를 내리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을 바탕으로 핵심적인 것은 남겨두고 부차적인 것은 모두 버리는 것이 바로 ‘소(素)’의 경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원칙을 좀 더 구체화시키면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1.역량을 가지고 있는 핵심 사업 분야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소(素)’의 경영에서 중요한 버리기 원칙 중 하나는 바로 자사가 역량을 가지고 있는 핵심 사업 분야를 잘 유지하고 이와 관계되지 않은 것들은 모두 정리하는 것이다. 버버리는 한때 브랜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라이선싱 남발로 큰 위기를 겪었지만 핵심 사업 분야를 제외하고 불필요한 아이템을 대폭 정리했다. 이러한 정리를 바탕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다시 개선해 클래식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함께 트렌디한 이미지로 재도약할 수 있게 됐다. 버버리와 비슷하게 GAP도 올바른 버리기 전략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GAP은 원래 다양한 종류의 패션 아이템을 판매하는 가족 브랜드였지만 Casual Apparel이 브랜드의 핵심 영역이라고 판단하고 다른 분야는 모두 정리한 뒤에 Casual Apparel 부문에 집중했다. 그리고 이러한 전략이 GAP의 괄목할 만한 성장을 견인하게 됐다.
2.타깃 고객
두 번째 전략은 바로 타깃 고객에 대해서 올바른 정의를 내리고 이들에게 집중하는 것이다. 스타벅스는 2000년 초반에 비즈니스가 성장하면서 핵심 고객층 외에 다양한 고객층이 함께 유입됐고 성장에 어려움을 겪었던 시절이 있었다. 고객이 다양화되면서 어떤 고객에게 집중해야 할지 초점이 흐려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타벅스는 원래 타깃 고객이었던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을 구분한 후 핵심 타깃 고객층에 집중하면서 위기를 돌파하고 다시금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다.
3.Brand Revitalization
마지막으로 ‘소(素)’의 경영을 브랜드 전략과 연관시켜 적용할 수 있는데 브랜드와 관련된 핵심 연상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불필요한 연상은 모두 제거하고 새로운 연상을 도입함으로써 브랜드를 재활성화시키는 전략이 바로 ‘소(素)’의 경영을 잘 보여주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소비자가 매우 잘 알고 있는 피로회복제인 박카스는 원래 기성 세대의 대표 음료로 인식돼 있어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그리 좋은 이미지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로회복’이라는 핵심 연상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러한 연상을 ‘젊음’이라는 키워드와 연결한 광고 전략을 실행하고 젊은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펼침으로써 성공적으로 신선하고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었다.
이처럼 ‘소(素)’의 경영에서는 회사의 핵심 역량과 브랜드 연상, 타깃 고객에 집중하면서 어떻게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박동국 DBR 3기 독자패널 (나루아토)
모든 부분에서 리더가 완벽하다면 좋겠지만 솔선수범, 투명성, 부하들의 성장에 관심과 노력을 많이 기울이더라도 사생활에서의 문란함, 세금 관계에서의 문제(상속 부분 등)가 있었거나 문제가 있는 리더라면 멘토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궁금하다. 가끔 뛰어난 능력에 비해 도덕성이 부족해 가치관에 혼동을 주는 리더를 만날 수 있다.
정동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이 세상에 완벽한 리더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성공한 리더라 해도 장점과 단점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리더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점을 극복하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내가 가진 장점을 어떻게 하면 잘 활용하고 극대화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많은 리더들에게 조언한다. 위기에 빠진 영국을 전쟁에서 승리로 이끌고 국민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줬던 윈스턴 처칠은 위대한 리더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도 인내심이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부하들에게는 물론이고 자녀들에게도 인내심이 없어 툭하면 화를 내고 소리를 질러대는 성품 고약한 상사 내지는 아버지에 불과했다. 만약 처칠이 인내심이 없다는 자신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면 영국은 전쟁을 승리로 이끌 위대한 리더를 얻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필자가 여기에서 말하려고 하는 바는 ‘처칠은 위대한 리더가 될 수는 있지만 좋은 멘토는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멘토란 나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바탕으로 내가 성장할 수 있게 지속적인 도움과 기회를 줄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따라서 능력이 뛰어나다 해서 좋은 멘토가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특히 여러 가지 윤리적인 면에서 문제가 있는 상사라면 관찰을 통해 성공 노하우라든지 역량에 대해 학습할 이유는 있지만 내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멘토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누구를 멘토로 삼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데 참조할 수 있는 필자 나름의 가이드라인은 다음과 같다.
1.내게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
2.내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다양한 경험 혹은 좋은 결과를 창출한 경험이 있는 사람
3.내가 하는 일 혹은 의사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아서 사심 없이 조언해 줄 수 있는 사람
4.지속적인 만남이 가능해 내게 끊임없이 자극과 도전을 줄 수 있는 사람
5.윤리적으로나 업무적으로 높은 기준을 설정해 솔선수범을 실천하는 사람
이 밖에 멘토링에 있어서 베스트셀러 중의 하나인 Chip Bell이란 분이 지은이라는 책을 보면 좋은 멘토가 가지고 있는 특성으로 겸손(humility), 호기심(curiosity), 단정짓지 않는 의사소통(judgment-free communication), 타인 지향적 태도(other-centeredness) 등을 꼽았다.
물론 이런 조건을 다 충족하는 멘토를 찾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능력이 뛰어나거나 좋은 성과를 낸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멘토는 아니라는 것이다. 내게 관심을 가져주고 도덕적으로나 역량 면에서 나에게 도전을 줄 수 있는 그런 분을 찾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말씀 드리면 멘토링을 비공식적(informal)으로 개인적인 차원에서 하지 말고 일정한 단계와 방식을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하는 게 훨씬 더 좋은 결과를 얻는다는 사실이다. 멘토링을 통한 부하들의 역량 개발에 대해서는 나중에 별도의 칼럼을 통해 다룰 예정이다.
남궁은 DBR 4기 독자패널 (알리안츠생명)
DBR 109호 ‘언리더십: 직원을 경영의 대상으로 보지 마라’에서 일반적인 기업들이 당근과 채찍으로써 보상과 공포를 사용한다는 필자의 말에 100% 공감한다. 특히 보상으로 자주 사용되는 금전적인 인센티브가 과연 동기부여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는가 없는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황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필자의 말처럼 이러한 보상과 공포 대신 동료들 간의 경쟁심을 이용하고 동료로부터 ‘평범한 성과를 내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은 HR담당자나 경영자로부터 받는 평가보다 더 가혹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런 또 다른 종류의 ‘공포’로부터 자유로워지면서 더 나은 성과를 발휘하게 하려면 어떤 사전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궁금하다.
닐스 플래깅 MetaManagement Group 대표
우리가 일반적으로 ‘경영(management)’이라 부르는 것은 직원을 감독하고 조종하는 것이다. 이런 전통적인 경영에서는 관리자와 상사, HR 부서에서 개인을 평가하는 것이 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과학적인 증거들은 이러한 직원에 대한 평가가 전혀 성과를 향상시키지 못함을 보여주고 있다. 직원 평가는 조직 내에서 서로를 비난하고, 리스크를 피하려 하고, 사내 정치를 조장하는 문화를 만듦으로써 오히려 회사의 성과를 떨어뜨린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성과평가를 통해서 의욕을 상실하고 기분 상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동료들 간의 압력(peer pressure)이란 말은 직원들끼리 서로가 서로를 평가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관리자든 직원이든 간에 직원 개인의 성과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 모두가 팀으로 함께 일하고, 공동의 성과를 내고, 그렇게 나온 결과에 대해 모두가 함께 책임감을 느끼는 문화를 만들라는 것이다.
이런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HR 프로세스를 과감히 바꿔야 한다. 개인의 성과 리뷰와 연간 목표를 없애고 성과급도 없애야 한다. 개인의 행동이 아닌 오로지 팀의 성과에만 초점을 맞추고 동시에 조직을 아주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 각 팀에 많은 자율권을 준다면 건강한 사회적 압력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먼저 경영자들이 자신의 신념체계를 과감히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직원들, 즉 인간은 스스로 일하고 싶어하며 일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함께 큰 성취를 이뤄내고 싶어 하는 존재라는 것을 진정으로 믿을 수 있어야만 이런 변화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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