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ory & Practice

진정성, 카테고리의 절대 권력 보장한다

105호 (2012년 5월 Issue 2)

 




편집자주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SKK GSB 김태영 교수의 ‘Theory and Practice’ 코너를 연재합니다. 김 교수는등 저명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는 등 탁월한 연구 성과를 내고 있는 학자입니다. 학술적인 연구 결과를 쉽게 풀어내 비즈니스와 실생활에 적용한 김 교수의 글은 많은 통찰력을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1) 산업별로 특화돼 있는 재무분석가(financial analysists)들의 추천 종목으로 평가받지 못한 기업의 주가는 시장에서 어떤 영향을 받을까?

 

2) 한 영화의 장르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다. 장르에 대한 합의가 쉬운 영화와 그렇지 못한 영화 중 어느 것이 비평가와 대중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까?

 

3) 미국에서 대형 맥주회사에 대항한 마이크로 부루어리(microbrewery·소규모 양조장) 중에 생산은 외부에 아웃소싱하고 마케팅을 위주로 사업을 하는 계약형(contract) 맥주회사가 있다. 이 회사의 기업 성과는 직접 맥주를 생산하는 다른 마이크로 부루어리에 비해 기업 성과가 좋을까?

 

카테고리(category·범주) 이론은 위와 같은 질문에 대한 해답을 추구한다. 이 이론은 우리 모두 어떤 특정 카테고리에 속한다는 기본 사실에서 출발한다. 특정 지역, 학교, 문화, 회사, 성별 등이 그 예일 것이다. 카테고리에 속하는 사람은 그 카테고리에 속하는 사람들과 기본적인 속성을 공유하고 있다. 따라서 외부인의 관점에서는 그 카테고리에 속하는 사람들의 개별적인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에 기본적으로 초점을 두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어떤 회사에 다닌다고 하면 외부사람들은 그 회사의 기본적인 특징을 먼저 떠올린다. 그 회사에 근무하는 많은 사람들의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회사(카테고리)의 평균적인 속성을 먼저 떠올리고 그것을 준거점으로 삼아 개개인을 평가하려고 한다. 따라서 일단 형성된 카테고리는 사회적, 문화적 경계를 만들면서 카테고리 참여자들의 사회적 정체성에도 큰 영향을 준다.

 

일단 형성된 카테고리는 다른 카테고리와의 경계를 형성하며 다양한 사회적 대상들을 구분하고 평가하는 기준으로 작동한다. 평가기준에 맞춰 새로운 상품(혹은 기업)이 카테고리의 일원으로 인정되면 그 상품은 카테고리적 정당성(categorical legitimacy)을 획득하게 되며 사회 구성원들에게 별 부담없이 받아들여지게 된다. 또한 그 카테고리의 일원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품에는 일정한 사회적, 심리적, 경제적 제재를 가하는 역할을 한다. , 카테고리의 기본 속성을 공유하지 못한 일탈적 상품은 카테고리의 코드를 어기는 일탈자로 간주되며 처벌된다. 대중들의 마음속에 카테고리의 일원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주목받지 못하는 많은 독립영화의 운명처럼 선택의 고려에서 제외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카테고리의 절대권력(categorical imperative)이 존재한다. Categorical imperative라는 말은 본래 칸트의 보편적 도덕이념을 표현한 말이다. ,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절대적이고 무조건적이고 보편적인 도덕적 명령을 지칭한다. MIT Sloan School의 에즈라 저커만 교수는 ‘Categorical Imperative’라는 제목의 논문을 1999년에 발표했다.1  시장에서 카테고리의 절대적인 영향력을 설파한 이 논문의 제목은범주에 속하는혹은절대적인이라는 두 의미를 동시에 가진 중의적 표현으로 사용됐다. , 범주에 속하는 것이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명령이라는 것이다. 현재 이 논문은 거시 조직이론 중 카테고리 연구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카테고리와 비평가의 역할

 

그럼 카테고리의 생산자는 누구인가? 시장에서 카테고리는 주로 생산자와 소비자를 중심으로 형성된다. 예를 들면, 영화산업에서 장르로 대표되는 카테고리가 대표적이다. 코미디, 로맨스, 액션, 서부 영화 등으로 구분되는 장르 카테고리는 오랜 시간 동안 생산자와 소비자 간에 형성된 일종의 합의 체계다. ‘영화 x는 코미디다는 말은 그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에 대해 많은 정보를 준다. 맘껏 웃을 수 있고 우스꽝스러운 복장 및 대사, 그리고 만드는 제작과정, 때로는 잠재적인 관객의 범위에 대한 일반적인 사회적 합의 역시 알려준다.소비자들은 한 영화가 속한 카테고리를 통해 그 영화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는다. 제작자 역시 카테고리를 통해 영화에 참여하는 배우 및 스태프들, 그리고 영화 제작과정에 대한 공통적인 인식을 공유하면서 영화제작 과정에 참여한다. 이렇게 카테고리는 제작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작동하는 커뮤니케이션을 도와주는 일종의 인지적 체계(cognitive system)이며 소비자와 생산자 간의 사회적 상호작용를 촉진한다.

 

이러한 카테고리의 인지적 체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과정에 전문적인 지식으로 무장한 비평가가 존재한다. 비평가들은 제작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카테고리를 유지 혹은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각종 상품에 대해 카테고리를 부여하는 작업을 하고 소비자에게 상품에 대한 각종 정보를 제공한다. 나아가 새로운 상품에 대해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2 이러한 비평가의 역할은 영화, 와인, 음식, 음악, 문학, 미술 분야 등 개인의 주관적인 경험과 느낌이 중요시돼 상품이 주는 가치에 대한 일반적인 합의에 도달하기 힘든 시장에서 더 큰 영항력을 발휘한다. 전문적인 지식을 소유한 비평가들은 그러한 시장에 존재하는 상품들을 인도하는 일종의 평가 시스템을 만들고 해당 상품에 대한 평가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기업은 새로운 상품을 출시할 때 비평가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자 하는 인센티브를 지니고 있다. 소비자는 비평가의 논평을 통해 상품의 가격들이 상품의 품질에 대한 우수함을 충실하게 반영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된다. 이때 비평가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매우 중요하다. 시대적 조류에 따라 사용하는 언어도 변화하며 언어를 통해 그들이 사용하는 분석틀에 관한 일련의 단서를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제공하기도 한다. 우리가 논의하려는 진정성(authenticity)이라는 용어도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카테고리와 진정성(authenticity)

 

그렇다면 카테고리는 어떤 시장에서 보다 효과적으로 작동하는가? 간단하게 말하면 소비자의 개인적 해석, 감성, 그리고 체험이 중시돼 객관적인 평가의 기준이 애매하고 다른 사람들의 주관적인 평가가 평가자 자신에게 큰 영향을 미칠수록 카테고리의 위력이 세다.

 

잠시, 위에서 제기한 세 가지 질문의 공통점을 파악해보자. 첫째, 상품 혹은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일이 기술적으로 단순하지 않다. 미술작품처럼 사회적 행위자들의 주관적인 해석, 체험과 느낌이 상품의 가치 평가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3  둘째, 상품에 대한 정보와 판단을 위한 평가기준이 되는 카테고리적 인지체계가 존재한다. 주식시장에서는 재무분석가의 전문 영역인 산업분류가, 영화에서는 장르가, 그리고 맥주산업에서는 대형 회사와 소규모의 마이크로부루어리(소규모 양조장)라는 카테고리가 존재한다. 셋째,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소비자와 생산자 사이에 비평가라는 직업군을 가진 전문가가 존재한다. 이 비평가들은 소비자와 생산자 중간에 위치한 상품과 카테고리와의 일치 여부를 논의하며 상품의 가치와 가격에 대해 전반적인 평가를 수행한다. , 개인의 주관적인 체험과 느낌이 상품의 가치 평가에 영향을 많이 주는 시장에서 평가기준의 근거를 제공하는 카테고리의 존재 및 경계가 중요한 가이드 역할을 하게 된다. 나아가 다양한 상품에 카테고리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독특한 임무를 지닌 비평가(및 소비자)가 존재할 때 카테고리의 절대권력은 작동한다.

 

그렇다면 카테고리의 영향력이 큰 시장에서 비평가 혹은 소비자에게 좋은 평판을 이끌어내는 방법은 무엇인가? 이에 대해 일정한 해답은 글렌 캐롤과 데니스 휘튼 교수의 최근 연구에서 찾아볼 수 있다.4  그들에 따르면 카테고리 영향력하에서 기업은 진정성(authenticity)을 획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정성은 성실하고 진실되게 기업의 본질적 가치를 추구하는 행위다. 이 글에서는 두 가지 종류의 진정성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제작자의 정체성과 그 제작자가 만든 상품이 특정 카테고리에 속한다는 의미의 타입 진정성이다.5  예를 들면, 진정성 있는 중식당은 다른 나라의 음식과 섞인 퓨전 음식을 취급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중식만을 판다는 의미다. 한 카테고리에 대한 제작자의 헌신과 노력, 그리고 전문성이 상징적으로 전달되는 효과가 있다. 둘째, 특별한 훈련 과정을 거친 셰프, 요리 및 서비스 인력이 소유한 장인적 지식, 기술과 경험을 총칭하는 장인(craft) 진정성이다. 스페인의엘 불리같은 레스토랑 등이 이해 해당된다.6  최근 진정성에 대한 논의는 상품의결과에 초점을 두는 형식적인 타입 진정성을 벗어나 상품을 생산하는과정에 초점을 두는 실질적인 장인 진정성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 카테고리 이론에 의하면 비평가 및 일반 대중들은 타입 및 장인 진정성이 높은 기업의 상품에 우호적인 평가를 하는 경향이 있다.

 

 

 

 

영화, 와인, 음식,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진정성이라는 용어가 등장한 지는 오래됐으나 최근에 더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왜 최근에 소비자는 진정성에 관심을 갖게 되는가? 첫째 이유는 소비자는 대량 생산된 상품에서는 찾기 힘든 소비자 자신의 개인적인 자아를 진정성을 가진 상품에서 발견하기 때문이다. 대량으로 생산되고 유통되는 비슷한 상품에서 자신만의 톡특한 개성을 찾기 어렵다. 수공업적 방식으로 만들어진 제품은 소량 생산되기 때문에 희소성이 있으며 세월에서 묻어나는 역사성까지 결합되면 소비자에게 호소력이 크다. 둘째, 사용하는 상품의 진정성이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준다는 인식 때문이다. 대량 생산된 물건과는 달리 진정성이 있는 상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상품에 대해 일정 정도 추가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과 결합돼 진정성 있는 상품에 대한 지식은 소비자의 지위를 높여 준다는 인식이 존재하면서 그 자체가 상품 구매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진정성은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상품 그 자체를 넘어 자아의 또 다른 표현이며 사회적 지위와 정체성의 반영으로 간주된다.

 

레스토랑과 <미슐랭 가이드>

 

현재 가장 영향력 있는 음식 비평 가이드 중의 하나는 단연 <미슐랭 가이드>. 2006년 뉴욕을 시작으로 프랑스를 벗어나 세계화를 추구하는 <미슐랭 가이드>는 도쿄, 홍콩 등에 이어 서울의 레스토랑에 대한 레드가이드도 발간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슐랭 가이드>의 평가자는 <미슐랭 가이드>에 소속된 요리와 음식에 전문적인 소양을 지닌 전문가이다. 전문적인 지식 이외에 시식 후 느낌을 표현하는 언어학적 능력 역시 요구된다. 레스토랑에는 알리지 않은 채 여러 번 방문해 음식을 시식하는 전문가의 의견에 의존하는 엘리트적 평가방법을 이용한다. <미슐랭 가이드>는 최고로 별을 세 개를 준다. 별 한 개의 레스토랑은 좋은 식단, 별 두 개는 우회해서 갈 만한 가치가 있는 레스토랑이며, 별 세 개의 레스토랑은 그 레스토랑을 가기 위해 특별한 여행을 해도 될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위의 분위기나 환경이 아니라 음식 그 자체다. <미슐랭 가이드>는 별을 주기도 하고 뺏기도 한다. 별을 소유한 레스토랑이 별을 잃으면 그 레스토랑의 셰프에게는 매우 큰 고통이다. 하지만 별을 줄 때와는 달리 별을 잃을 때 <미슐랭 가이드>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다. 만약, 별을 받은 레스토랑의 셰프가 다른 레스토랑으로 옮기면 원래 별을 받았던 레스토랑이 별을 소유한다. 하지만 다음 해에 재평가를 받게 된다. <미슐랭 가이드>는 그 스스로가 진정성의 가치를 대변하는 좋은 예다. 다양한 비평을 같이하는 <뉴욕타임스> <뉴욕매거진>과는 달리 <미슐랭 (레드)가이드>는 한 분야에 헌신한 진정한 음식 가이드이며(타입 진정성), 일반 소비자들의 평가를 기반으로 하는 대중적인옐프(Yelp)’와는 달리 전문적인 인력과 독립적인 운영, 그리고 타협하지 않는 매우 높은 판단 기준으로 오랜 세월 스스로의 권위를 지켜왔다(장인 진정성).

 

단지: 진정성(authenticity)을 택하다

 

2011 105, 뉴욕에 위치한 한식당단지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별 한 개를 부여받았다. 한식으로는 전 세계에서 첫 번째로 미슐랭 스타를 받은 레스토랑이다.7  2012년 현재 뉴욕에는 241개의 한식당이 존재한다.8  뉴욕의 수많은 한식당 중에 왜단지일까? 기존의 한식당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카테고리 이론적 입장에 바라보면 단지는 전통(tradition)을 버리고 진정성(authenticity)을 선택한 레스토랑이다. <1>은 단지와 한식을 대표하는 다른 레스토랑과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정리한 것이다. 우선, 뉴욕에서 기존 식당 중에 한식을 취급하는 식당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 한인타운에 위치한큰집같은 식당이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통적인 한식당이며 주요 손님은 한국인을 포함한 동양인이다. 경쟁 식당은 주변에 위치한 한식당이며 번화가에 위치해 임대료는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다. 둘째, ‘모모후쿠 쌈바(이하 쌈바)’처럼 한식이라기보다는 한식에 미국식과 일식 및 다른 나라 음식을 주로 내놓는 퓨전스타일의 식당이다. 쌈바는 아시아인과 미국인이 거의 반반씩 거주하는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주변의 경쟁식당은 미국식과 일식이 주류를 이루고 최근에는 일식이 증가 추세에 있다. 이에 비해 단지는 미국인 거주지역에 위치하며 한국인 음식을 프랑스식 스타일로 내놓는다는 점에서, 음식은 정통 한식이고 스타일은 프랑스식이다.9  단지의 주변 경쟁식당은 여러 나라의 식당들이다. 그렇다면 환경적 차이 이외에 진정성(authenticity) 측면에서 바라본 단지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우선, 타입 진정성 (type authenticity) 관점에서 살펴보자. 단지와 큰집의 상호는 순수 한국말이다. 모모후쿠 쌈바는 모모후쿠10 가 일본말이고, 쌈은 한국말이며, 바는 영어로 퓨전음식을 암시하는 상호명이다. 이미 상호에서 각 식당의 지향점이 뚜렷히 보인다. 나아가 음식점 간판도 큰집은 한글로 크게 붙여놓은 반면 쌈바와 단지의 간판은 영어다. 음식의 가격대는 10∼20달러 정도이며 단지의 메뉴는 전통(tradition)과 모던(modern) 한식 두 가지 종류가 있다.11  큰집은 전통한식이며 쌈바는 거의 퓨전메뉴이고 음료수도 이러한 음식의 성향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단지의 음식은 일인용인 반면에 큰집과 쌉바는 큰 접시에 음식을 놓고 덜어먹는 스타일도 제공한다. 정통한식을 주메뉴로 하지만 큰집과 단지는 고객이 다르다. 큰집의 고객은 주로 한인이며 단지의 고객은 미국인이라는 점이다. 미국에 사는 한국인의 시각에서는 큰집은 한식이라는 타입 진정성에 가장 잘 부합한다.

 

그렇다면미국인의 시각에서큰집과 단지의 타입 진정성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큰집은 타입 진정성이 높지 않고 단지는 높다고 말할 수 있다. 그 이유는 한식은 아직 미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하나의 카테고리로서 완전히 정립된 음식이 아니다. 물론 한두번 먹어본 사람들은 많겠지만 다른 음식카테고리에 (일식, 중식, 이탈리아식, 프랑스식 등) 비해 존재감이 적어서 가족모임이나 행사 때 자주 고르는 식당이 아니다. 단지는 뉴욕에서 한식이 일식의 일부로 취급되거나 큰집처럼 한국인들을 주로 상대하는 일반 식당만 존재하는 현실에 대한 문제 제기에서 시작된 사업이다. “친구들을 데리고 갈 만한 좋은 한식당이 없어서 단지를 시작했다는 셰프 김훈의 말이 이를 증명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미국인은 한식을 먹기 힘들어하기 때문에 한식당보다 한식이 가미된 퓨전식당12 을 선호한다. 이러한 흐름과는 오히려 반대로 단지는진정한한식에 초점을 두면서 한식당이라는 카테고리를 미국인들의 마음속에 정립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미슐랭 가이드> 뉴욕편에서 한국 음식의 진정성을 고수하는 단지에 별점을 줬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슐랭 가이드>는 단지라는 식당을 통해 미국시장에서 한식을 미국인들의 마음속에 카테고리화하는 데 기여했다.큰집은 음식의 내용과 형식의 모든 면을 전통적으로 고수한 반면에 단지는 음식의 진정성을 택하고 형식의 전통을 버렸다. 이 덕분에 의도치 않게 <미슐랭 가이드>의 입맛에도 맞았다.

 

정립된 카테고리가 없으면 타입 진정성이 생기지 않는다. 타입 진정성이 생기지 않으면 한식은 한식의 카테고리 기준이 아닌 다른 종류의 음식과의 비교에서만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에서 단지는 존재감이 적었던 한식이라는 카테고리의 초석을 가장 영향력 있는 <미슐랭 가이드>를 통해 세움으로써 한식 카테고리의 종주자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카테고리 이론에 의하면 타입 진정성이 높으면 비평가에게 호의적인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크며 이는 기업의 매출증가에 실질적으로 기여한다. 한식 분야에서 단지는 타입 진정성의 선구자라 할 만하다. 한국 음식을 일식 등과 섞는 퓨전 스타일로 타협하기보다는 당당히 카테고리의 리더가 되고자 한 것이다.13

 

 

타입 진정성에 이어 장인 진정성을 살펴보자. 우선 단지는 셰프 오너인 김훈이 직접 운영한다. 요리사인 동시에 식당 오너이다. 김훈은 <미슐랭 가이드> 별 세 개 식당 대니얼(Daniel)과 마사(Masha)에서 9년 동안 근무한 경험을 가진 베테랑 셰프다. 쌈바 역시 <미슐랭 가이드> 스타 셰프 데이비드 창이 운영한다. 이런 점에서 셰프와 오너가 분리돼 있는 큰집은 셰프의 자질면에서 지향점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김훈 셰프는 “음식을 만드는 데 셰프의 정체성이 중요하다. 뉴욕에서 오래 살았지만 어렸을때부터 한국을 자주 방문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정체성을 강조했다. 큰집은 주로 라틴 계통의 요리사가 한국 음식을 만든다. 뉴욕의 또 다른 한식당은 셰프가 미국인, 일본인, 한국인 등으로 다국적이다. 근무시간에 따라 일하는 셰프가 다르기 때문에 조금씩 다른 음식이 나오고 결과적으로 음식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단지는 중요한 식재료를 직접 조달한다. , 된장 및 김치는 손수 담근 거래처를 통해 직접 확보하고 있다. 또한 단지의 음식에 쓰이는 야채는 Satur Farm에서 유기농의 품질을 담보하는 셰프 출신의 농장주가 직접 키운 것이다. 그리고 단지의 모든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역시 Creekstone Farms에서 항생제 혹은 호르몬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자연사료로 키운 것을 공급받는다. 따라서 음식값에서 음식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35∼40%로 다소 높다. 쌈바는 요리용 김치는 대량 생산품이고 샐러드식 김치는 직접 만든다. ‘큰집에서는 된장 등 일부 식재료를 대량 생산된 제품으로 사용한다. 단지의 분위기는 쌈바에 비해서는 소리 데시벨이 낮고 흥겨운 분위기지만 큰집에 비해서는 소리 데시벨이 높은 편이다. 단지의 요리방법은 손맛에 정확한 시간, 온도, 타이밍 등의 프랑스식 과학적 기법을 섞어 조리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쌈바는 단지와 비슷한 편이며 큰집은 한식의 전통적인 기법과 손맛에 의존한다. 단지에서 음식은 일인용 접시에 각각 담아져 나오며 셰프가 음식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주방에서 나와 직접 설명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서버(server)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서버는 셰프를 대변하는 중간자로서 음식을 서빙하며 음식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함께 고객과의 신뢰를 구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음식의 일관성은 셰프가 책임지지만 서비스의 일관성은 서버가 책임진다고도 볼 수 있다. 나아가 새 음식에 대한두려움기대심리로 전환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하지만 한식당 큰집에서는 주로 한국 음식의 이해도가 높은 고객들이 찾기 때문에 음식에 대한 설명이 크게 필요하지 않다. 이렇듯 단지는 음식의 진정성을 살리면서 주요 고객인 미국인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방법을 구사한다. , 음식의 장인 진정성을 강하게 고수하는 한편 음식을 먹는 방식 및 분위기, 그리고 서빙 등은 현대적으로 바꿨다. 단지는 김치, 김치볶음밥, 갈비찜, 부대찌개, 된장 등 한국 음식을 미국인에게 한국 음식의 맛을 제대로 살려 제공하겠다는 생각이다. 단지 셰프 김훈은 우리와의 인터뷰에서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과의 신뢰이다. 고객은 10번을 만족해도 11번째 만족도가 낮으면 다시 찾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음식의 질이 떨어지기 시작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고객이 매번 모든 음식에서 만족감을 얻도록 일관성(consistency)과 신뢰성(reliability)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고객을 향한 정직성(integrity) 역시 매우 중요하다”며 강조했다. 이런 점에서 단지는 음식의 맛과 본질을 추구하는 장인적 진정성도 매우 높은 편이며 이 역시 비평가와 대중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카테고리의 붕괴:

 

컨템포러리(Contemporary) 레스토랑의 증가

 

최근의 시카고 혹은 뉴욕 레스토랑 산업의 흐름 중의 하나는 컨템포러리 레스토랑의 증가이다. Contemporary American, Progressive American, Avant Garde, Progressive Modern, 혹은 Modern같이 다양한 이름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세 개를 받은 스페인의엘 불리(El Bulli)’ 레스토랑도 그중 하나다. ‘컨템포러리타입은 기존의 카테고리를 부분적으로 해체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통적인 방법에 기초하면서도 대중의 입맛에 맞게 각국의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기도 하고 분자요리(molecular gastronomy)처럼 요리방법에서 과학적 혁신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최근의 뉴욕과 시카고 최고급 레스토랑 업계의 자료를 보면 미국식 중식당의 감소 이외에도 컨템포러리 레스토랑의 부상을 꼽을 수 있다. 우리의 조사에 의하면 뉴욕에서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별을 받은 컨템포러리 레스토랑의 비중은 2006년에 12, 32% 정도에서 2011 23, 39%로 증가했다. 또한 시카고의 최고급 레스토랑 업계에서 2009년 현재 두 번째로 많은 프랑스 레스토랑 18개를 제치고 전체 레스토랑 중에서 컨템포러리가 가장 많은 38개를 차지하고 있다. 절충을 선호하는 컨템포러리 타입의 레스토랑이 수적으로 많아지면 타입 진정성은 예전보다 의미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카테고리의 경계가 무너지는 그 시점에서 진정성에 대한 논의가 오히려 힘을 싣기 시작했다. 캐롤과 휘튼만의 연구에 의하면 컨템포러리식의 절충식 음식들이 유행을 타기 시작하면서 비평가들이진정성이란 어휘를 사용하는 빈도가 최근 20∼30년 동안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매니지먼트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퓨전레스토랑은 일반적으로14 전문 음식점보다 타입 전통성이 낮기 때문에 비평가와 대중의 좋은 평가를 이끌어내기 힘들다. 물론, 켄템포러리 레스토랑 중에서 장인 진정성이 높은 곳은 좋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화두: 카테고리적 진정성

 

이제 글 앞머리에서 제시한 질문 세 가지에 답을 할 차례다. 카테고리에 기반한 진정성의 관점에서 보면 첫 번째와 두 번째는 타입 진정성에 관한 질문이고 세 번째 질문은 장인 진정성에 관한 질문이다. 에즈라 저커만은 시장에서 파이낸셜 애널리스트들에게 평가받지 못한 기업의 주가는 카테고리적 정당성의 상실로 인해 저평가된다고 주장했다. 영화산업에서 장르적 합의를 도출하기 힘든 영화 역시 카테고리적 정당성의 손실로 비평가와 대중에게 호의적인 평가를 받기 어렵다. 소비자는 제조는 하지 않으면서 마케팅과 판매를 위주로 사업을 하는 계약형(contract) 맥주회사는 장인 진정성에서 문제가 있다고 본다.이러한 계약형 맥주회사 중에는 대형 맥주회사가 자신의 정체성을 감춘 채 상업적 이익을 위해 만든 계약형 맥주회사도 포함된다. 이러한 계약형 맥주회사의 맥주맛이 다른 마이크로 부루어리보다 좋다 하더라도 소비자에게 외면받는다. 소비자는 낮은 장인 진성성에 높은 점수를 주지 않는다. 소비자는열정헌신으로 진정성을 이뤄나가는 기업에 호의적인 평가를 하는 경우가 많다. 결론적으로 타입 및 장인 진정성의 카테고리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비평가(및 소비자)들에 의해 평가받지 못하는 기업 및 상품은 진정성의 손실로 인해 사회적 경제적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진정성(authenticity)이 기업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진정성은 기업 내 소수 경영자의 자질 혹은 품성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진정성을 찾아서라는 논문의 저자인 리처드 피터슨이 주장했듯이 진정성은 상품의 내적 특성으로도 설명되지 않는다. 진정성은 상품과 서비스의 카테고리를 둘러싼 생산자, 소비자, 비평가 등 다양한 참여자들과의 관계 속에서 이해해야 하며 기업의 전사적 혁신과정에 의해 전략적으로 다뤄져야 한다. 소비자의 주관적 해석, 감성과 체험이 중시되는 산업에서 상품의 가치에 대한 일관된 합의는 어렵다. 따라서 이런 산업에서는 카테고리의 영향력이 중시된다. 분명한 사실은 카테고리가 생산자, 소비자, 비평가 등의 상호작용으로 사회적으로 형성되듯이(socially constructed) 진정성 역시 이들 사회적 상호작용의 산물이라는 점이다.

 

이런 관점에서 커피 산업의 선두주자인 스타벅스는 타입/장인 진정성에 오랜 세월 동안 정통한 기업이다. 좋은 커피를 만들기 위한 과정에서 지속적인 연구, 전문적인 인력, 원두 조달방법 등 진정성을 포기하지 않았으며 커피에 대한 헌신으로 커피전문점 카테고리에서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해왔다. 스타벅스를 따라 전 세계 커피산업은 이제 누가 더 진정한(authentic) 방법으로 커피를 만드는가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뉴욕에 위치한 단지의 성공은 현재진행형이다. 단지는 한식 카테고리의 선두주자로서 한식 분야의 스타벅스가 될 수 있을까? 카테고리 이론은 단지의 출발점에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김태영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SKK GSB 교수 mnkim@skku.edu

김태영 교수는 현재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SKK GSB에서 매니지먼트 교수로 활동하며 경영전략, 조직설계, 네트워크 분야의 연구와 강의를 하고 있다. 고려대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제/조직 사회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도교수인 스탠퍼드대 경영학과 교수 마이클 해난(Michael Hannan) MIT 경영대학인 Sloan School의 에즈라 저커만(Ezra Zuckerman)의 학문적 영향을 받아 주로 기업성과와 조직분석에 대한 생태학적/네트워크적 연구를 진행했다. 홍콩과학기술대(HKUST) 경영학과에서 경영전략 담당 교수로 근무한 바 있다.

 

류종현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SKK GSB MBA class of 2013

류종현 씨는 The Culinary of Institute of America (New York) 에서 Hospitality/Culinary Art를 전공하고 뉴욕에서 미슐랭 3 스타 레스토랑인 MASA 를 비롯해 David Chang Momofuku Ssam Bar JW Marriott 등에서 근무했다. 현재 SKK GSB MBA에서 전략 및 마케팅을 전공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29호 Fly to the Metaverse 2021년 09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