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ory & Practice
편집자주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SKK GSB 김태영 교수의 ‘Theory and Practice’ 코너를 연재합니다. 김 교수는등 저명 학술지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는 등 탁월한 연구 성과를 내고 있는 학자입니다. 학술적인 연구 결과를 쉽게 풀어내 비즈니스와 실생활에 적용한 김 교수의 글은 많은 통찰력을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1) 산업별로 특화돼 있는 재무분석가(financial analysists)들의 추천 종목으로 평가받지 못한 기업의 주가는 시장에서 어떤 영향을 받을까?
2) 한 영화의 장르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다. 장르에 대한 합의가 쉬운 영화와 그렇지 못한 영화 중 어느 것이 비평가와 대중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까?
3) 미국에서 대형 맥주회사에 대항한 마이크로 부루어리(microbrewery·소규모 양조장) 중에 생산은 외부에 아웃소싱하고 마케팅을 위주로 사업을 하는 계약형(contract) 맥주회사가 있다. 이 회사의 기업 성과는 직접 맥주를 생산하는 다른 마이크로 부루어리에 비해 기업 성과가 좋을까?
카테고리(category·범주) 이론은 위와 같은 질문에 대한 해답을 추구한다. 이 이론은 우리 모두 어떤 특정 카테고리에 속한다는 기본 사실에서 출발한다. 특정 지역, 학교, 문화, 회사, 성별 등이 그 예일 것이다. 카테고리에 속하는 사람은 그 카테고리에 속하는 사람들과 기본적인 속성을 공유하고 있다. 따라서 외부인의 관점에서는 그 카테고리에 속하는 사람들의 개별적인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에 기본적으로 초점을 두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어떤 회사에 다닌다고 하면 외부사람들은 그 회사의 기본적인 특징을 먼저 떠올린다. 그 회사에 근무하는 많은 사람들의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회사(카테고리)의 평균적인 속성을 먼저 떠올리고 그것을 준거점으로 삼아 개개인을 평가하려고 한다. 따라서 일단 형성된 카테고리는 사회적, 문화적 경계를 만들면서 카테고리 참여자들의 사회적 정체성에도 큰 영향을 준다.
일단 형성된 카테고리는 다른 카테고리와의 경계를 형성하며 다양한 사회적 대상들을 구분하고 평가하는 기준으로 작동한다. 평가기준에 맞춰 새로운 상품(혹은 기업)이 카테고리의 일원으로 인정되면 그 상품은 카테고리적 정당성(categorical legitimacy)을 획득하게 되며 사회 구성원들에게 별 부담없이 받아들여지게 된다. 또한 그 카테고리의 일원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상품에는 일정한 사회적, 심리적, 경제적 제재를 가하는 역할을 한다. 즉, 카테고리의 기본 속성을 공유하지 못한 일탈적 상품은 카테고리의 코드를 어기는 일탈자로 간주되며 처벌된다. 대중들의 마음속에 카테고리의 일원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주목받지 못하는 많은 독립영화의 운명처럼 선택의 고려에서 제외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카테고리의 절대권력(categorical imperative)이 존재한다. Categorical imperative라는 말은 본래 칸트의 보편적 도덕이념을 표현한 말이다. 즉,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절대적이고 무조건적이고 보편적인 도덕적 명령을 지칭한다. MIT Sloan School의 에즈라 저커만 교수는 ‘Categorical Imperative’라는 제목의 논문을 1999년에 발표했다.1
시장에서 카테고리의 절대적인 영향력을 설파한 이 논문의 제목은 ‘범주에 속하는’ 혹은 ‘절대적인’이라는 두 의미를 동시에 가진 중의적 표현으로 사용됐다. 즉, 범주에 속하는 것이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명령이라는 것이다. 현재 이 논문은 거시 조직이론 중 카테고리 연구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카테고리와 비평가의 역할
그럼 카테고리의 생산자는 누구인가? 시장에서 카테고리는 주로 생산자와 소비자를 중심으로 형성된다. 예를 들면, 영화산업에서 장르로 대표되는 카테고리가 대표적이다. 코미디, 로맨스, 액션, 서부 영화 등으로 구분되는 장르 카테고리는 오랜 시간 동안 생산자와 소비자 간에 형성된 일종의 합의 체계다. ‘영화 x는 코미디다’는 말은 그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에 대해 많은 정보를 준다. 맘껏 웃을 수 있고 우스꽝스러운 복장 및 대사, 그리고 만드는 제작과정, 때로는 잠재적인 관객의 범위에 대한 일반적인 사회적 합의 역시 알려준다.소비자들은 한 영화가 속한 카테고리를 통해 그 영화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는다. 제작자 역시 카테고리를 통해 영화에 참여하는 배우 및 스태프들, 그리고 영화 제작과정에 대한 공통적인 인식을 공유하면서 영화제작 과정에 참여한다. 이렇게 카테고리는 제작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작동하는 커뮤니케이션을 도와주는 일종의 인지적 체계(cognitive system)이며 소비자와 생산자 간의 사회적 상호작용를 촉진한다.
이러한 카테고리의 인지적 체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과정에 전문적인 지식으로 무장한 비평가가 존재한다. 비평가들은 제작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카테고리를 유지 혹은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각종 상품에 대해 카테고리를 부여하는 작업을 하고 소비자에게 상품에 대한 각종 정보를 제공한다. 나아가 새로운 상품에 대해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2 이러한 비평가의 역할은 영화, 와인, 음식, 음악, 문학, 미술 분야 등 개인의 주관적인 경험과 느낌이 중요시돼 상품이 주는 가치에 대한 일반적인 합의에 도달하기 힘든 시장에서 더 큰 영항력을 발휘한다. 전문적인 지식을 소유한 비평가들은 그러한 시장에 존재하는 상품들을 인도하는 일종의 평가 시스템을 만들고 해당 상품에 대한 평가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기업은 새로운 상품을 출시할 때 비평가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자 하는 인센티브를 지니고 있다. 소비자는 비평가의 논평을 통해 상품의 가격들이 상품의 품질에 대한 우수함을 충실하게 반영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된다. 이때 비평가들이 사용하는 언어는 매우 중요하다. 시대적 조류에 따라 사용하는 언어도 변화하며 언어를 통해 그들이 사용하는 분석틀에 관한 일련의 단서를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제공하기도 한다. 우리가 논의하려는 진정성(authenticity)이라는 용어도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카테고리와 진정성(authenticity)
그렇다면 카테고리는 어떤 시장에서 보다 효과적으로 작동하는가? 간단하게 말하면 소비자의 개인적 해석, 감성, 그리고 체험이 중시돼 객관적인 평가의 기준이 애매하고 다른 사람들의 주관적인 평가가 평가자 자신에게 큰 영향을 미칠수록 카테고리의 위력이 세다.
잠시, 위에서 제기한 세 가지 질문의 공통점을 파악해보자. 첫째, 상품 혹은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일이 기술적으로 단순하지 않다. 미술작품처럼 사회적 행위자들의 주관적인 해석, 체험과 느낌이 상품의 가치 평가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3 둘째, 상품에 대한 정보와 판단을 위한 평가기준이 되는 카테고리적 인지체계가 존재한다. 주식시장에서는 재무분석가의 전문 영역인 산업분류가, 영화에서는 장르가, 그리고 맥주산업에서는 대형 회사와 소규모의 마이크로부루어리(소규모 양조장)라는 카테고리가 존재한다. 셋째,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소비자와 생산자 사이에 비평가라는 직업군을 가진 전문가가 존재한다. 이 비평가들은 소비자와 생산자 중간에 위치한 상품과 카테고리와의 일치 여부를 논의하며 상품의 가치와 가격에 대해 전반적인 평가를 수행한다. 즉, 개인의 주관적인 체험과 느낌이 상품의 가치 평가에 영향을 많이 주는 시장에서 평가기준의 근거를 제공하는 카테고리의 존재 및 경계가 중요한 가이드 역할을 하게 된다. 나아가 다양한 상품에 카테고리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독특한 임무를 지닌 비평가(및 소비자)가 존재할 때 카테고리의 절대권력은 작동한다.
그렇다면 카테고리의 영향력이 큰 시장에서 비평가 혹은 소비자에게 좋은 평판을 이끌어내는 방법은 무엇인가? 이에 대해 일정한 해답은 글렌 캐롤과 데니스 휘튼 교수의 최근 연구에서 찾아볼 수 있다.4 그들에 따르면 카테고리 영향력하에서 기업은 진정성(authenticity)을 획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정성은 성실하고 진실되게 기업의 본질적 가치를 추구하는 행위다. 이 글에서는 두 가지 종류의 진정성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제작자의 정체성과 그 제작자가 만든 상품이 특정 카테고리에 속한다는 의미의 타입 진정성이다.5 예를 들면, 진정성 있는 중식당은 다른 나라의 음식과 섞인 퓨전 음식을 취급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중식만을 판다는 의미다. 한 카테고리에 대한 제작자의 헌신과 노력, 그리고 전문성이 상징적으로 전달되는 효과가 있다. 둘째, 특별한 훈련 과정을 거친 셰프, 요리 및 서비스 인력이 소유한 장인적 지식, 기술과 경험을 총칭하는 장인(craft) 진정성이다. 스페인의 ‘엘 불리’ 같은 레스토랑 등이 이해 해당된다.6 최근 진정성에 대한 논의는 상품의 ‘결과’에 초점을 두는 형식적인 타입 진정성을 벗어나 상품을 생산하는 ‘과정’에 초점을 두는 실질적인 장인 진정성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 카테고리 이론에 의하면 비평가 및 일반 대중들은 타입 및 장인 진정성이 높은 기업의 상품에 우호적인 평가를 하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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