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ice from the Field
두 종류의 지식인
위대한 과학자이자 예술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다양한 분야에 걸쳐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작품을 많이 남겼다. 그러나 그의 인생에서 크게 아쉬운 점이 한 가지 있다. 자신의 아이디어나 지식이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되는 것을 지극히 꺼려해 이른바 ‘다빈치코드’라고 알려진 난해한 방식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던 것이다. 이 때문에 오랜 기간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그가 남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만 했다.
반면 미술계에서 다빈치와 동일한 반열에서 평가되고 있는 독일의 화가 알브레히트 뒤러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였다. 그는 스스로 개발한 투시 기법과 보조 장치 등을 한 권의 책을 통해 세상에 아낌없이 공개했다. 갈릴레이에 의해 수차례 인용됐을 만큼 깊이 있는 내용으로 정평이 난 이 책은 당대의 많은 예술가들에게 지식과 영감을 주는 원천이 됐다.
위의 두 인물이 보여준 ‘지식 나눔’에 대한 태도를 토대로 지식인의 유형을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폐쇄적인 관점에서 지식을 다루는 ‘다빈치형’과 지식을 외부와 적극적으로 나누고자 하는 ‘뒤러형’이다. 두 가지 유형 중 현 시대가 요구하는 바람직한 지식인 상은 뒤러형이 아닐까 생각한다. 세상이 복잡해지고 정보의 가치가 중요해질수록 자신의 지식을 적극적으로 나눔으로써 본인이 속해 있는 공동체의 번영과 진보에 도움이 되도록 이끄는 것이 진정한 지식인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지식 나눔의 확산 움직임
최근 공동체 기여의 한 수단으로 재능 기부가 확산되면서 자신의 재능을 다수와 나누고자 하는 뒤러형 지식인이 계속 늘어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프로보노’ 활동을 예로 들 수 있다. ‘프로보노’는 ‘공익을 위하여’라는 뜻의 라틴어 ‘Pro Bono Publico’에서 유래한 용어로 1990년대 미국 변호사들이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익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널리 사용되기 시작됐다. 현재는 법률 분야뿐만 아니라 의료, 교육, 세무, 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재능/지식 기부로까지 그 의미가 확장됐다. 이전에는 전문가들 위주로 활동이 이뤄졌으나 최근 들어서는 일반 직장인에 이르기까지 참여 대상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필자도 지난해 SK그룹에서 전 계열사 구성원을 대상으로 모집한 프로보노 활동에 참여해 한 사회적 기업을 대상으로 마케팅 중심의 경영 자문을 수행한 바 있다. 주로 해당 기업의 네이밍(naming) 변경과 프로모션 방안을 집중적으로 다룬 가운데 청년 CEO인 회사 대표와 함께 앞으로의 성장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및 수익성 문제에 대해서도 수차례 토론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대기업 입장에서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업무 노하우나 프로세스 등도 중소기업에는 매우 유용한 경영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직장인의 지식 나눔은 온라인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 4월 국내 한 경제 일간지의 주도로 중소기업에 대한 경영지식 제공을 주목적으로 하는 지식포털 사이트가 오픈했다. 이곳에서는 일반 직장인을 비롯한 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지식마스터로 선정돼 자신이 갖고 있는 경험, 실용 지식 분야에 대한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제공하고 있다. 필자도 오픈 초기부터 지식마스터로 참여해 계속 활동 중인데 각계 각층에서 수백 명이 넘는 자원자가 나서는 것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지식 나눔에 대한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일부 지식마스터들은 최소한 몇 십만 원 이상의 가치를 지니는 고급 정보와 지식을 아낌없이 공개하는 ‘통 큰 나눔’을 통해 많은 이용자의 호평과 지지를 받았다.
직장인의 지식 나눔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
현재 많은 직장인들이 지식 나눔에 참여하고 있으며, 또 참여하기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직장인의 경우 전문직에 비해 아직 지식 나눔에 대해 상대적으로 잘 알지 못하고 근무시간과 공간의 제약으로 적극적인 참여가 어려우며 표준화, 정형화된 지식을 제공하기가 쉽지 않다는 등의 어려움이 따르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직장인의 지식 나눔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다음과 같은 방안들이 모색돼야 할 것이다.
첫째, 지식 나눔에 대해 ‘나눈 것 이상 얻는’ 과정으로 그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지식 나눔은 일방적으로 퍼주는 희생적 행위가 결코 아니다. 어떤 형태로든 지식 나눔에 참여한 사람들은 자신이 나눈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어 간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일본의 지식경영 이론가 노나카 이쿠지로는 지식에 대해 이런 정의를 내린 적이 있다.
“지식은 암묵지(暗默知)와 명시지(明示知)의 사회적 상호 작용, 곧 경험을 공유하여 암묵지를 체득하는 ‘공동화(共同化)’, 구체화된 암묵지를 명시지로 전환하는 ‘표출화(表出化)’, 표출된 명시지를 체계화하는 ‘연결화(連結化)’, 표출화와 연결화로 공유된 정신모델, 기술적 노하우가 개인의 암묵지로 전환되는 ‘내면화(內面化)’ 등 네 가지 과정을 순환하며 창조된다.”
직장인의 지식은 사실 암묵지에 해당되는 것이 많은데 이를 명시지로 구체화하는 동시에 두 지식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시혜자와 수혜자 모두 지식의 폭과 깊이를 확대해나가는 과정이 바로 지식 나눔이다.
둘째, 지식 공급자와 수요자 간 ‘중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현실적인 여건상 지식 공급자인 직장인과 수요자인 중소기업 등이 직접 지식을 주고받는 것은 쉽지 않으며 이로 인해 양측을 서로 연결해주는 중개자를 필요로 한다. 비록 금전적인 대가가 오가는 거래가 아닐지라도 지식 나눔 또한 엄연히 공급자와 수요자 간 각기 다른 니즈와 이해관계를 갖는 만큼 거래 활성화를 위한 중개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美 전략컨설팅 회사인 마케팅 플랫폼 다이내믹스 소속의 데이비드 에번스와 리처드 슈말렌지가 언급한 ‘카탈리스트 반응(둘 이상의 상호 의존적인 고객그룹 사이의 거래를 중개함으로써 추가적인 가치가 창출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매끄럽게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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