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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경영

종교에서 배우는 ‘고객 경험 경영’의 진수

최선미 | 86호 (2011년 8월 Issue 1)
 

경영은 물질세계에 논의의 기반을 두고 있는 반면 종교는 정신세계의 영역에 속한 초월적 가치를 다룬다. 경영이 생산, 소비, 부가가치, 이익 등의 현상 세계를 다룬다면 종교는 구원, 해탈, 행복, 이타적 행동 등의 초월적 영역을 다룬다. 경영과 종교는 언뜻 보면 극과 극의 가치를 추구하는 듯하다. 그러나 종교와 경영은 이미 오래전부터 끊임없이 교류해왔다. 기업 경영에 종교적 가치가 어떻게 반영돼야 하고, 또 왜 반영돼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도 많았고, 고등 종교의 가르침 속에 숨겨진 경영의 비밀이 탐구되기도 했다. 시중에서 팔리고 있는 <부처에게서 배우는 경영의 지혜>나 등이 그런 종류의 책이다. 경영의 일반적 원칙들이 어떻게 종교기관의 경영에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됐다. 최근에는 새 시대의 경영 패러다임을 종교에서 발견하고자 하는 노력도 전개되면서 다양한 비영리 종교단체의 성공 사례가 경영학적으로 연구되고 있다.
 
특히 21세기의 ‘경험경제(Experience Economy) 시대’에 들어서면서 종교와 경영은 본격적인 상호교류를 시도하고 있다. 소비자의 감성적 반응이 소비자 구매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소비의 경험적 가치가 창출하는 경제적 비중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제조기업과 서비스기업 모두는 감성적 호소력과 경험적 가치를 극대화한 상품과 서비스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경험경제 시대의 도래는 1990년 후반 하버드대 출판부를 통해 소개된 <경험경제 시대>란 책에서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했다. 이 선구적인 연구에서 저자는 놀이공원(Amusement Park)에서 느낄 수 있는 감성적 체험, 즉 경험 상품적 요소가 발전해 공산품과 서비스상품에 반영될 것이며 앞으로 경험경제가 큰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이 책은 기존의 공산품과 서비스상품은 보다 큰 개념의 경험상품의 한 구성요소 정도로 역할이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어떤 경험상품이 고안돼야 하며, 어떻게 개발돼 고객에게 제공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경영학적 연구는 지난 10년 동안 특별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경험경영에 대한 구체적인 이론이 아직 확립되지 않았고 구체적인 접근방법도 발표되지 않았다. 필자는 경험경영의 가능성과 방법을 종교의 가치 창출 방식에서 찾아보려고 한다. 초월적 경험의 가치를 중시하는 종교의 영역에서는 이미 경험경영의 진수가 실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왜 경험비즈니스인가?
21세기 경제를 주도할 경험 비즈니스의 실체는 무엇인가? 21세기의 소비자들은 제품의 기능과 서비스의 편익 이상의 그 무엇을 누리고 소비하고 싶어 한다. 소비자의 욕구가 다양해진 것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자신의 삶을 보다 더 풍요롭게 해줄 수 있는 ‘플러스 알파’를 찾고 있다. 이들은 플러스 알파를 얻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지갑을 열 준비가 돼 있다. 기업들은 기존 제품과 서비스에 플러스 알파를 추가로 창출하거나 제품이나 서비스를 아예 플러스 알파를 창출하기 위한 과정으로 귀속시켜 마케팅함으로써 급변하는 소비자 욕구에 대응하고 있다. 이 플러스 알파가 바로 고객경험(Consumer’s Experience)이다. 산업 분야에서는 차별화된 고객경험의 경제적 부가가치가 제품의 기능과 서비스로 창출해온 부가가치를 훌쩍 넘어서고 있다. 앞으로의 성장 잠재력과 다른 산업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매우 높다. 그렇다면 이 고객경험은 어떻게 경영할 수 있을까?
 
한번 가정해 보자. 오늘도 긴 하루의 업무를 마치고 귀가하는 길. 괜찮은 와인을 한 잔 마시며 심신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어보고 싶은 기분이 든다. 와인이라는 제품의 기능만 필요하다면 귀가 길에 쉽게 들를 수 있는 동네 가게에서 와인 한 병을 구매하면 된다. 와인 가격에 거품이 많이 빠진 요즘 3만 원 정도면 소매점에서 괜찮은 와인 한 병을 살 수 있다. 지갑을 열고 3만 원을 지출한 뒤 와인병을 들고 막상 집으로 오면 이미 3만 원을 지불한 경제 활동의 진정한 목표 달성이 그리 쉽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근사한 와인잔에 마셔야 제격인데 플라스틱 컵뿐이면 기분을 잡치게 된다. 와인과 함께 즐길 만한 치즈 같은 안주는 있는지 한참 수선을 떨어야 한다. 모든 게 준비됐는데 막상 와인 따개가 없다면? 와인 한 병으로 이루고자 했던 경제활동의 목적은 ‘대략난감’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번거로움으로부터 해방돼 와인의 기능을 한껏 즐기려면 그냥 와인바로 가면 된다. 하루의 긴장을 모두 풀고 편히 쉬게 만들어주는 아늑한 분위기와 고급스런 와인 잔에 멋있게 와인을 따라주는 서비스가 제공되는 곳이다. 여기서 우아하고 편안하게 앉아 와인을 마시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 어떤 와인바에서는 특정한 분위기를 연출해주고 특정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해준 대가로 와인 가격의 2배를 청구한다. 즉 일반 동네 가게에서 3만 원만 지불하면 소비할 수 있었던 와인을 6만 원을 주고 소비해야 하는 것이다. 와인바의 무엇이 이런 추가적인 경제 가치를 창출한 것일까? 바로 특정한 서비스의 편익이다. 하지만 이제 서비스의 편익 수준면에서 큰 차이가 없는 와인바를 쉽게 찾을 수 있게 되면서 소비자들은 단순히 편안하게 와인을 즐기는 것 이상의 그 무엇, 즉 차별화된 플러스 알파의 소비경험을 원하게 됐다.
 
깊은 산속에 자리 잡은 고색창연한 사찰에서 은은한 풍경소리와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 곳에 우리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은근하게 후각을 자극해오는 향냄새까지 즐기며 오래된 나무 한 그루를 잘라 만든 테이블에 올려진 각양각색의 동양 음식과 더불어 멋진 와인 한 잔을 마신다고 상상해보라. 거기다가 동양의 문화를 전혀 경험해본 적이 없는 서양 사람이 이 경험을 하고 있다면? 이런 이색적이고 특별한 환경과 서비스가 제공된다면 그 서양 사람은 와인 한 잔에 얼마를 지불할 의사가 있을까? 실제로 이런 곳이 있다. 바로 서구 여러 나라의 주요 도시에 자리 잡고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부다바(Buddha Bar)란 레스토랑이다. 이곳에 가면 가게에서 3만 원, 일반 와인 바에서 6만 원이면 마실 수 있었던 와인이 10만 원, 혹은 그 이상의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말 저녁이면 대기시간 2시간 이상의 장사진을 이룬다. 실제로 필자가 가본 파리의 부다바는 금요일 저녁 대기시간이 무려 3시간이나 됐다. 원래 제품(와인)의 기능에 대한 가치 3만 원, 6만 원짜리 와인바, 10만 원이 돼도 소비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부다바 간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다른 어떤 와인바가 제공할 수 없는 부다바만의 차별화된 와인 소비의 경험 때문이다. 21세기의 소비자들은 차별화된 소비 경험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추가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
 
차별화된 경험이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제품의 기능이 제공하는 부가가치와 서비스 편익을 통해 얻는 부가가치를 넘어선다. 이것이 경험경제의 핵심이고 21세기 기업들이 경험경영에 관심을 가져야 할 실질적인 이유다. 그렇다면 경험경영의 구체적 실체는 무엇인가? 고객경험을 어떻게 경영한단 말인가? 경험을 경영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는 것인가? 보다 효과적인 경험경영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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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선미

    -(현) 연세대 경영대학 부교수
    - 미국 코넬대 경영대 교수
    -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경영대 교수
    - 프랑스 에섹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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