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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크 MBA에는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마지막 학기에 꼭 수강하는 인기 과목이 있다. 이 과목은 2학년에게만 수강 기회가 주어진다. 때문에 학생들 중 일부는 입학할 때부터 내년이 되면 반드시 수강하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할 정도다. 바로 <상식 밖의 경제학>과 <경제 심리학>이라는 베스트셀러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댄 애리얼리 교수가 강의하는 행동경제학(Behavior Economics)이다.
아픈 상처가 행동경제학자의 밑거름이 되다
애리얼리 교수는 첫 수업 때 심한 화상 흉터가 남아 있는 자신의 얼굴에 관한 아픈 과거를 털어놓았다. 학창시절 마그네슘 폭발 사고로 심한 화상을 입어 오랫동안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다. 어느 날 그는 자신을 돌보는 간호사들의 행동에서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화상 치료용 거즈를 몸에서 제거하고 다시 붙이는 동일한 치료 과정에서 대부분의 간호사들은 거즈를 아주 천천히 조심스럽게 떼어냈다. 하지만 일부 간호사는 상당히 빠른 속도로 거즈를 제거했다.
두 방법 모두 일장일단이 있다. 거즈를 급하게 떼내면 순간적 고통이 크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환자가 고통을 느끼는 시간이 짧다. 거즈를 천천히 떼내면 순간적 고통은 크지 않지만 전체적으로는 고통을 받는 시간이 길어진다. 이성적으로 보자면 환자들의 선호도에 따라 간호사들은 두 방법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신기하게도 어떤 간호사도 환자들에게 선호하는 방법을 묻지 않았다.
애리얼리 교수는 거즈를 빠르게 제거한 한 간호사에게 물었다. “왜 당신은 다른 간호사들과 달리 거즈를 급하게 제거하나요?” 그는 간호사가 이성적 대답, 즉 순간적 고통이 크긴 해도 환자가 빠른 시간에 고통을 마무리하기를 바랐기 때문이라는 말을 기대했다. 하지만 그 간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전 환자가 아픔을 느끼는 걸 볼 때마다 무척 고통스러워요. 가능하면 그 고통을 최소화하고 싶어요.”
애리얼리 교수는 큰 충격을 받았다. 합리성에 입각한 자신의 고정관념을 벗어난 간호사의 답변에 놀란 그는 인간이 그다지 합리적이지 않으며, 그 비합리성 또한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는 관점에 매료됐다. 그가 인간의 합리성을 신봉하는 전통 경제학과 다른 길을 걷기로 결심한 이유다.
인간은 왜 일을 하는가
심리학적 요소가 많이 가미된 애리얼리 교수의 행동경제학 수업은 매 시간 별도의 주제를 다룬다. 어느 날 수업 서두에 그가 질문을 던졌다. “여러분은 왜 일을 하려고 하나요? 돈을 벌기 위해서? 과연 돈이 전부일까요? MBA 졸업 후 기업의 관리자가 될 여러분들이 설마 직원들에게 금전적 보상으로만 일에 대한 동기부여를 하려고 하려는 건 아니죠?” 많은 학생들은 자신이 리더가 되면 직원들에게 구글의 본사와 같은 좋은 업무 환경, 다양한 교육기회 제공, 체계적인 경력 관리, 여행 및 연수 제공 등 비금전적 보상을 제시하겠다고 답했다.
애리얼리 교수는 답변 대신 스크린에 커다란 레고 사진을 보여줬다. 그는 레고를 조립하는 두 집단의 차이에 관한 본인의 과거 실험에 대해 설명했다. 첫 번째 실험 참가자들은 하나의 로봇 레고를 조립한 후, 다른 종류의 로롯을 제공받았다. 그들은 새로운 종류의 로봇을 계속 만들었다. 완성된 로봇은 실험 대상자 앞에 진열됐다. 두 번째 참가자들은 동일한 종류의 로봇을 계속 제공받았다. 또 그들이 완성한 로봇은 다른 사람이 그들 눈앞에서 분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