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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고전읽기

리엔지니어링: 프로세스 혁신의 신호탄

이동현 | 71호 (2010년 12월 Issue 2)

 
1980년대까지 정보 기술(IT)은 적어도 선진 기업의 경영자들에게는 예산만 낭비하는 고철 덩어리로 인식됐다.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효과는 미미했기 때문이었다. 예컨대 GM은 생산성 향상과 노사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것이란 기대를 갖고 공장 자동화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경쟁사인 도요타에 계속 밀리기만 했다.
 
사실 1970년대 정보 기술은 기업 경영의 수준을 한 단계 더 향상시킬 것으로 주목 받았었다. 경영정보시스템(MIS), 의사결정 지원시스템(Decision Support Systems) 등의 이름으로 정보 기술을 기업 경영에 접목시키려는 노력들이 이뤄졌다. 경영자들은 방대한 자료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컴퓨터의 성능에 많은 기대를 했다. 그러나 경영자들의 이런 바람은 완전히 수포로 돌아가는 듯 했다. 그 핵심 원인으로는 경영자들이 정보 기술을 단순히 업무 자동화를 위한 수단 정도로 여기고 있었다는 점이 꼽혔다.
 
이런 문제를 가장 먼저 간파한 사람이 제임스 챔피(James A. Champy)와 2008년 작고한 마이클 해머(Michael Hammer)다.
 
두 사람은 유명한 리엔지니어링(reengineering)이라는 개념을 창시한 인물이다. 이 같은 혁명적인 아이디어는 이들이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를 방문했던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챔피는 인덱스 그룹(Index Group)이라는 컨설팅 회사의 창업자였고, 해머는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컴퓨터 과학 분야 교수였다. 이들이 도요타 자동차 공장에서 얻은 깨달음은 바로 ‘프로세스(process)’의 중요성이었다.
 
프로세스란 기업이 고객들에게 가치 있는 결과를 제공하는 활동, 혹은 작업들의 집합으로 정의할 수 있다. 예컨대 고객이 특정 상품을 주문하면 대금 결제, 상품 포장, 상품 배달, 애프터서비스 등의 활동으로 구성된 프로세스가 작동한다. 주문 상품을 고객의 손에 전달하는 것은 이런 프로세스가 만들어낸 최종적인 가치일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대부분의 기업들이 개별 작업이나 활동만 관리하다보니, 정작 고객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전체 프로세스는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흔히 리엔지니어링은 ‘경제학의 아버지’인 애덤 스미스(Adam Smith)가 주장한 전문화나 ‘경영학의 아버지’인 프레데릭 테일러(Frederick Taylor)가 제안한 과업(task) 관리와 비교된다. 아무리 복잡한 기업 조직이라도 내부를 살펴보면 각기 전문화된 과업을 중심으로 조직이 편제된 것을 알 수 있다. 전문화와 분업화의 원리에 따라 과업을 중심으로 업무를 구분하고 이를 전담할 조직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문제는 기업들의 규모가 커지고 복잡해지면서 극단적인 전문화와 부문화가 이뤄졌고, 이로 인해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한 보험회사의 사례를 들어보자. 이 회사에서 고객에게 보험관련 서류를 하나 발급하는 데 무려 24일이 소요됐다. 하지만 실제 이 서류를 작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10분 정도에 불과했다. 10분 정도 소요되는 업무가 24일이나 걸린 이유는 서류가 실제 고객에게 발급되기 위해서는 무려 17개의 서로 다른 부서를 거쳐야 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조직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무리 최신 정보 기술을 도입해도 비효율적인 결과를 낳는 것은 마찬가지였던 셈이다. 따라서 일이 처리되는 단계, 즉 프로세스 혁신, 혹은 리엔지니어링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보험회사의 고객만족도나 재무적 성과를 올린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런 점에서 1990년 저자들이 <하버드비즈니스리뷰(Harvard Business Review)>에 최초로 리엔지니어링 개념을 소개한 논문의 제목이 ‘자동화하지 말고 없애라(Don’t Automate, Obliterate)’였던 점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그들의 해법이 바로 ‘없애라(obliterate)’는 키워드에 담겨 있었다. 기업 내 존재하는 복잡한 프로세스를 정비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무리 최신 정보기술을 접목해봐야 큰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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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동현dhlee67@catholic.ac.kr

    - (현)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
    - 미국 듀크대 경영대학원 방문 교수
    - <경영의 교양을 읽는다: 고전편, 현대편>, <깨달음이 있는 경영>, <초우량 기업의 조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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